|
이 책에는 ‘조선의 역사를 빛낸 범상한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저자가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일단 제목의 ‘희조(熙朝)’는 빛나는 조정이란 뜻으로, 당시 조선의 문화가 밝게 빛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여기에 ‘일사(軼事)’라는 표현은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는 뜻으로, 저자가 기록한 글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의미에서 <희조일사>를 제목으로 삼았다고 이해된다. 책에 수록된 글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남긴 기록을 옮긴 것인데, 아마도 다양한 책들을 섭렵하면서 저자가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사례만을 모아 엮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저자인 이경민(李慶民, 1814~1883)은 주로 19세기 중후반에 활동했던 통역관 집안 출신의 문인으로, 경제력을 지니고 있기에 다양한 문헌을 구해서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주지하듯이 조선시대의 역관은 양반들이 외국에 사신으로 갈 때 수행하면서 통역을 담당했던 중인 계층으로, 외국의 물건을 구해 조선에 팔면서 경제력을 축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에 이르면 중인 계층의 인물들도 양반들 못지않은 학문 역량을 지닌 인물들이 적지 않았으며, 그들은 모임을 조직하여 한시를 창작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여항인들의 모임이 활발하게 지속되었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그들의 경제력이었다. 높은 관직에 진출할 수 없는 사대부 이외의 계층을 일컬어 큰 길 주변의 집이 아닌, 좁은 골목에 위치한 집에 산다는 의미로 자신들을 ‘여항인(閭巷人)’이라고 일컬었다. 이 책의 저자인 이경민은 중인 출신으로 학문적 역량을 지녔으나, 과거를 통해 입신출세를 할 수 없었던 ‘여항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 수록된 각각의 기록들에 대한 출처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그만큼 다양한 문헌들을 구해서 읽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책에 적시된 문헌들을 직접 구해서 읽으면서,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이야기’만을 발췌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 바로 <희조일사>라고 하겠다. 번역자들은 과거 대학원 수업에서 한문으로 기록된 원저를 강독하면서 번역한 결과물을 오랫동안 다듬어 출간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가 ‘후서(後書)’에서 이 책에 수록된 인물들의 유형을 적시하면서, ‘근래 여러 저술가들의 글에 흩어져 기록되어 있는 사람들을 널리 찾아 모아 막히고 사라져 드러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한 권의 책으로 엮었음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저자의 이러한 의도를 현대의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번역에 나선 것으로 이해된다.
이 책에는 효도와 우정 그리고 충성에 관한 인물들의 기록을 먼저 수록하였고, 이어서 문학과 회화 그리고 음악과 바둑은 물론 의사와 점술가 등에 관한 내용도 포함시켰다고 한다. 여기에 ‘뛰어난 여인의 행적’을 마지막으로 제시하면서, 누군가의 기록으로 남았지만 여전히 세상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만을 모아서 조선의 밝은 문화를 드러내고자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 자신과 비슷한 계층의 여항인들에 관한 기록들을 널리 알리고 싶은 의도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록들을 모았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책 이외에도 조선 후기 여항인에 관한 기록들만으로 엮은 문헌들이 적지 않게 전해지고 있는데, 당대 주류 계층인 사대부에 못지않게 여항인들도 ‘비범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활동했음을 밝히려는 의도로 이해된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 https://cafe.daum.net/Allwithbooks )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