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부터 많은 힐링이 되는 책입니다. 시인인 작가님이 아직도 마을버스를 타고 비탈을 올라야하는 남산의 해방촌에서 살아가는 소소한 경험을 담았습니다. 글자그대로 삶에는 질곡이 많습니다. 작가님처럼 캣맘으로 살다보면 적대적인 이웃들도 마주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요. 좋은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이 모두 소소하게 섞여 있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인 것 같습니다. |
|
여러해 전, 황인숙 작가의 소설 '도둑괭이 공주'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 이 에세이집을 주문했다. 이 작가에게 많이 공감하게 되는 하나의 큰 이유는, 아마 나도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나에 비해 황작가는 몇 배나 수고하는 정말 대단한 캣맘이다. 내 길냥이 얘기를 잠깐 하자면, 나의 캣맘 역사는 10년전 초등학생이던 딸이 어느 날 "엄마, 뒷길에 진짜 예쁜 고양이가 있어.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애야"라며 같이 가서 먹이를 주자고 조르던 그 날 시작되었다. 고양이를 한번도 키워본 일이 없고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터라 약간 귀찮은 마음으로 다시국물을 내고 남은 멸치 몇마리를 들고 딸아이와 함께 뒷길로 향했다. 딸아이가 "엄마, 쟤야!"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 곳에는 전체적으로 하얀 털에 이마와 배, 꼬리에 연갈색 무늬가 있는 큰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그 녀석은 마치 친숙한 사람이라도 본 듯이 달려와 우리에게 애교를 부렸으며 나는 생전 처음 고양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그 고양이는 며칠 뒤부터는 아예 우리가 살고 있는 빌라 마당으로 드나들기 시작했으며 아침 저녁을 꼬박 챙겨 먹었다. 그러기를 몇 달, 어느 날부터 그 애가 나타나지 않게 되었고 나와 딸은 몹시도 상심했다. 그런데 여기가 고양이 밥집이라는 소문이라도 났는지, 다른 고양이, 또 다른 고양이들이 차츰 차츰 빌라 앞마당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자그마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고양이들에게 발목이 잡혀 하루 두번 꼬박 배식을 하고 있다. 때로는 고양이들때문에 골치 썩기도 하지만, 이들은 나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위로를 주는 존재들이다. 나는 찾아오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때문에, 무거운 사료가방을 둘러메고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여러 마리에게 밥을 주는 황작가보다는 훨씬 편한 캣맘이다. 그 부지런함, 그 수고로움을 나는 아마 감당못할 것 같다.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라는 책 제목은 마치 언니나 친한 친구가 상심한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 같다. 팍팍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깨를 토닥이며 용기를 내라고 하는 작은 격려... 에세이를 읽으며 여러번 작가의 솔직함에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시인이고 작가이면 대체로 어떤 상황이나 경험에 대해 심오한 단어들을 동원하여 멋들어지게 미화시킬 것 같은데, 황 작가는 지나친 꾸밈이 없어서 그 글에 더 공감이 간다. 서울에 산지가 수십년인데, 생각해보니 해방촌이라는 곳에 아직 가본 적이 없다. 날씨가 좋아지면 한번 해방촌의 비탈길에 가봐야지. 혹시 거기서 커다란 부직포 가방을 둘러멘 아주머니가 고양이밥을 주고 있다면 "저기.. 황인숙 작가님..?" 하고 물어보리라. |
|
163p 우리가 열망하는 건 아마도 존재의 변화가 아니다. 그대로 시들어가는 자기 존재를 되살리는 것이다.
추운 겨울은 몸도 마음도 움츠려들게 만들어 한 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어찌나 무색한지 바람을 타고오는 시베리아의 공기들을 온몸으로 맞아야 한다. 겨울은 매년마다 있어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코로나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사람들의 틈에 들어가 만날 수 없게 만든다. 꽁꽁 언 몸만이 아닌 마음까지도 번져 자그마한 울림에도 얼음판에 금 가듯이 깨질 것 같은 날이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 중 산문집을 읽을 이유가 생겨 한 문장씩 읽어 나갔다. 저자는 동네, 자신 그리고 지인을 글로 담았다. 집 밖으로 나가기 무서운 날에 포근했던 과거를 함유한 글귀들을 읽으며 감상에 젖었다. 온전히 우리가 느끼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주변의 풍경을 보며 공기 중에 감탄사를 외치던 그 시절들을..떠올린다...
곧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는다. 언젠가 사람냄새 맡으며 온정을 느끼고 서로서로 고생했다고 견디느라 애썼다고 위로하며 훈훈해지는 그 날이 올 것이다. 그 시절은 우리가 느꼈던 따듯함이 바람을 타고 먼 곳에 전해지길 바란다. 그 바람에 사람만이 아닌 동식물도 환경도 그리고 우주까지도 온정과 사랑과 따듯함으로 가득채워지길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