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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그 위대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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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예사롭지 않다. 민트색의 예쁜 표지에, 설거지할 그릇이 가득하다니. 제목에 <밥풀>이 들어가는 책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낯설다. 심지어 <50대 남자가 설거지를 하며 생각한 것들>이라는 사상 초유의 문장까지 만났다. 첫인상은 ‘이건 무슨 책이지?’였다.   명절에 시댁에 갔을 때, 시 작은아버지께서 그 집 아들에게 하신 말씀이 있었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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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예사롭지 않다. 민트색의 예쁜 표지에, 설거지할 그릇이 가득하다니. 제목에 밥풀이 들어가는 책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낯설다. 심지어 <50대 남자가 설거지를 하며 생각한 것들이라는 사상 초유의 문장까지 만났다. 첫인상은 이건 무슨 책이지?’였다.

 

명절에 시댁에 갔을 때, 시 작은아버지께서 그 집 아들에게 하신 말씀이 있었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부엌에, 물 마시겠다고 들어 온 미혼 총각에게. “부엌에 들어가면 ○○ 떨어진다.” 라던 말.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부엌에 들어왔다고 떨어질 정도면 평소에 걸어 다니는 것은 가능한가?’ 아들의 치부를 그렇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소리쳐 말하다니. 친부가 맞는가 싶었다.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집에서는 편해야 한다. 나이 드신 분들이 늘상 하는 이야기다.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바쁜데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소리도 제법 나온다. 그래서 뭐? 싶었다. 그렇게 따지면, 세상 어느 남자가 자기 처자식을 남부럽지 않게 벌어먹이지 못하면서 남자 소리를 듣는단 말인가? 집에서 쉬는 걸 누가 뭐라고 하는가? 쉬지 않고 평일에 남들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처자식에게 풀어 내니 잔소리를 듣고, 싸움이 나는 것이지.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부분들을 세밀하게 잘 짚어냈다. 설거지가 갖는 의미, 설거지를 하면서 느낀 점들. 자신의 부인을 부인이라는 말 대신 으로, 아이를 으로 표현했다. 신선하다. 처자식이라는, 하나의 뭉텅이처럼 부르는 것이 아닌 이라니. 식구에 대한 존중이 여실히 나타난다. 설거지가 단순히 그릇을 씻어 내는 것이 아닌, 삶의 일부라는 것과 내일을 위한 준비라는 점을 명확히 알려준다. 자신 역시 한국의 가부장제도에서 살아 왔음에도 제도에 눈을 감지 않고, 그 모순을 짚어낸다. 가부장제도란 누구 말처럼 남성이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압도적으로 유능하다고 보는 것. 그래서 여자를 위하고 보호하고 예뻐하고 그러는 것 -p54>이 아니다. 대신 집안에서 존중과 평등을 짓밟고, 제 하고픈 대로 힘 젓는 가부장이 아직 남아 있으면 하루빨리 가족 관계를 깨야 한다  p68>고 말한다. 더불어 이 세상에, 가부장제로 인해, 일제 잔재로 인해 남아 있는 이상한 권위 의식과 위계까지 없어져야 한다고 말이다.

 

이 책에서는 설거지로부터 가부장의 모순을 짚어내고, 부성애를 표현했다. 한 가지 더 좋은 점은 설거지로부터 환경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설거지에 사용하는 세제. 그것을 지구가 정화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 이 지구의 환경 문제는 원자력 발전의 타당성까지 뻗어나간다. 탈원전이 왜 필요한지. 기후변화와 원자력의 문제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 볼만하다.

 

설거지라는 일상을 주변의 문제로 확장시킨 작가의 지혜가 돋보이는 글이다. 이런 글이 에세이의 표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멋있다. 이런 지혜는 어떻게 살면 깨우칠 수 있을지, 이 분의 삶이 궁금하다. 이렇게 지혜로운 글이 한없이 부드러운 표지에 담겨 있으니, 마치 민트 쵸코 아이스크림 안에 아몬드가 쏙쏙 박힌 느낌이 든다. 책 뒷표지의 너에게 설거지를 보낸다목록에 열심히 체크표를 하고, 그들에게 이 책을 전송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직 어린 내 벗에게도 언젠가는 보여 주고 싶다. 그릇에서 밥풀을 깨끗하게 긁어내는 것은 정말 큰 정성을 요하는 일이며, 그런 정성을 담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라는 뜻으로.

 
YES24 리뷰어클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b*****m 2021.08.20. 신고 공감 27 댓글 27
리뷰 총점 종이책
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맞벌이만 있나요, 맞살림도 있는데요?)
"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맞벌이만 있나요, 맞살림도 있는데요?)" 내용보기
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50대 남자가 설거지를 하며 생각한 것들   저는 50대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지만 설거지는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은용저자는 설거지를 할 때 하는 생각들이 남다르시더군요, 저 같은 경우는 보통 싱크대에 남은 그릇과 건조대에 놓을 자리만 생각합니다.   게다가 저자는 싱크대 앞에 서서 밥풀만 긁어내는 게 아닌, 사회의 통념 한 겹을 긁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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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50대 남자가 설거지를 하며 생각한 것들

 

저는 50대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지만 설거지는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은용저자는 설거지를 할 때 하는 생각들이 남다르시더군요, 저 같은 경우는 보통 싱크대에 남은 그릇과 건조대에 놓을 자리만 생각합니다.

 

게다가 저자는 싱크대 앞에 서서 밥풀만 긁어내는 게 아닌, 사회의 통념 한 겹을 긁어냅니다. 고정된 성역할과 집안일의 주체에 대해서 이야기하니, 어느 순간 시선은 주방에서 밖을 향합니다. ‘맞벌이라는 말은 있는데, ‘맞살림이라는 말은 왜 없을까? 가사와 돌봄노동에 대해 사회적으로 책정한 비용은 왜 상대적으로 낮을까? 저자의 생각 그릇은 스펙트럼이 넓은 다독에서 기인했을 것입니다. 저자가 인용한 책들만 찾아봐도 하반기 독서 리스트가 다 채워질 듯 합니다.

 

설거지는 참으로 귀찮은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진저리 칠 만큼 싫고 괴로운 일. 때론 지저분하던 그릇이 깨끗해진 걸 보며 흐뭇해하죠. 드물게는 재미있기도 하고. 하지만 아주 잠깐입니다. 꾸준히 찾을 흐뭇함이나 재미는 아니에요. 결코. 한집 사는 이 가운데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겠으되 그게 오로지 한 사람에게 몰려선 곤란하죠. 나눠 맡아야 마땅한 일입니다. 수고로운 일. p116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마치기까지의 시간(거기서 나는 얼마나 기여했나), 그릇마다 달라지는 설거지 방법, 거름망까지 비우고 수전의 물기를 싹 닦아내야 끝나는 설거지의 마무리. 처음에는 아내의 요청에 의해, 점점 자발적으로 설거지에 나서는 저자를 보면서 하루 이틀 사이로 영원히 초기화 되는 가사 노동의 지난함이 나와 저자 사이의 공감대가 되었습니다.

 

해나 디가 무지개 속 적색에 전한 1600년대 케나다 몽타녜사스카피족에겐 성별분업은 있었는데, 대체로 여성은 채집을 하고 남성은 사냥을 했답니다. 그리한 주된 이유는 임신과 수유를 사냥 같은 활동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역할들에 서열이 매겨지거나 가치판단이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하더군요. “여성이 (어린이) 재생산에서 하는 구실은 부족 내에서 여성이 동등한 역할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육아를 주로 여성의 책임으로 여기지도 않았다는 거죠. p34, 35

 

자본가는 적은 돈을 들이면서 현 시스템을 유지해가며 부를 쌓고자 합니다. 더 많은 비용을 들이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자본가가 고용한 노동자가 오늘은 일했지만 내일은 오늘과 같은 컨디션을, 능률을 약속할 수 없다면 어떨까요? 그래서 자본가는 노동자가 다시금 건강한 컨디션으로 무탈히 작업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가정으로 돌아간 노동자는 아내가 차린 밥상, 아내가 깨끗이 정리해둔 집에서 먹고 쉬고 잠자고 다음날 다시 작업장으로 돌아옵니다. 가사와 돌봄노동에 직접적인 비용이 들지 않지요. 그저 자본가는 노동자 가정이 먹고 살고 굴러갈 수 있을 정도의 비용만 월급으로 쥐어줄 뿐이지요. 오히려 (아주 거슬러 올라간) '대과거'의 성역할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더 평등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는 여성의 활동의 가치판단은 없었으니까요.

 

가부장제는 남자는 바깥일을 여자는 집안일을이라는 공식을 공고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경직된 제도는 비단 가정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사회 속에서는 공평하게(?) 가부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남, 녀 모두 고루 피지배 자리에 놓였습니다.

 

몹쓸 가부장은 집 안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집 밖에서 이른바 바깥일하는 남자끼리 굳건한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쌓아 두고는 형님이니 동생이니 하며 웃죠. 형님 마음에 들지 못한 아랫것을 무참히 짓밟아 가며. p70

 

이은용 저자는 20여년이 넘는 시간을 기자로 살았고, 지금은 뉴스타파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실제 저서를 보니 시의적이고 직업적 전문성을 담은 책들이 많더군요.

, 페미니즘하다>, <침묵의 카르텔-시민의 눈을 가리는 검은 손>, <종편타파>, <아들아 콘돔쓰렴-아빠의 성과 페미니즘>, <미디어 카르텔-민주주의가 사라진다>, <옐로 사이언스와 전자책도 몇 권. 이전 저서에 비하면 이번 책은 산문집으로 엮어 나온 책이니 편히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설거지를 왜 시작했고 얼마나 오래 했는지부터 헤아려 봤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제대로 살펴야 그게 옳은지, 바꿀 건 없는지 짚을 수 있을 테니까. 잘하고 있다면 마음을 더욱 도닥일 수도 있겠고. p8

 

허리가 아팠습니다. (아내) 돕겠다며 팔 걷고 부엌 싱크대 앞에 처음 섰을 때. 1999년이었으니 오래전이죠. (중략) 싱크대 높이가 조금 낮은 성싶었습니다. 낡은-아마도 1973년에 지은-아파트라 그랬을까. (중략) 다리를 옆으로 벌리고 무릎을 조금 구부려 봤습니다. 타 본 적 없지만 눈에 선한 말 탄 몸처럼. 허리야 펴지니 좋았지만 그게 어디 오래가나요. 허리와 무릎을 오가던 귀찮은 뻐근함이 목울대로 올라와 끙끙. (중략) 허리뿐이겠습니까. 온몸이 어수선했습니다. ‘아 이거 녹록지 않구나핑계 핑계 도라지 캐러 가듯이 마음이 자꾸 달아났어요. (중략) 기어이는. “우리, , 밖에 나가 먹을까.” p19-21

 

너무나 현실적인 의식의 흐름 구조라 하고 웃었던 부분입니다. 남자가 집안일을 하니 책이 한 권 나오네요. 해볼 만한 일입니다. 누군가는 집안일이 아니라 생명유지를 위한 일( >어지러진 채로 치워지지 않고, 군데군데 관리되지 않아 곰팡이가 올라오고(장마기간 창문만 몇 일 안 열어놓아도 + 에어컨만 안 돌려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공간에서 누가 쉴 수 있을까요, 아니, 살 수 있을까요? 그런의미에서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을 쓴 정아은 작가는 이 단어를 고안했습니다) 이라고 말했지요.

 

, 그럼 우리 함께 시작해 볼까요. p83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t****d 2021.08.16. 신고 공감 2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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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yes24.com/document/14921788 25년을 별다른 생각없이 설거지를 해온 50대 주부인 나는 처음엔 의아했다. '설거지가 깨친 삶 앞문이라는 걸 느꼈으니까, 짝과 고루 판판히 나눈 삶 손잡이라는 것도 알았고'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의 마음을 읽었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는 물론, 다양한 자료(책 맨 뒤 참고문헌만 9페이지에 수록)에서의 이야기까를 통해 남자와 여자,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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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yes24.com/document/14921788

25년을 별다른 생각없이 설거지를 해온 50대 주부인 나는 처음엔 의아했다.

'설거지가 깨친 삶 앞문이라는 걸 느꼈으니까, 짝과 고루 판판히 나눈 삶 손잡이라는 것도 알았고'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의 마음을 읽었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는 물론, 다양한 자료(책 맨 뒤 참고문헌만 9페이지에 수록)에서의 이야기까를 통해 남자와 여자, 그들이 끌고 온 역사와 역할관계학을 어렵지 않게 펼쳤다.

저자는 말한다.

'설거지는, 사람에게 고르고 치우침 없어 한결 같은 세상을 향해 한국 남자가 집에서 스스로 내디뎌야 할 첫걸음'이라고.

(사실 설거지나 청소, 제대로 하다보면 나름 재미있고 보람있는 일인데...)

그러면서 남자가 소매 걷어부치고 싱크대 앞에 서야 할 까닭을 조곤조곤 일러준다.

설거지와 집안일 일지로 지면을 할애하기도 한다.

인용된 <남편은 집에서 내가 논다고 말했다>에서 집안일에 대한 명징한 정의를 보았다.

'하루 이틀 사이로 영원히 초기화되는 가사노동'

이 땅의 일그러진 가부장제에 일침을 가하고, 기어이 설거지 꿀팁까지 알려준다.

예를 들면, 헹굼애벌 세 번에 두벌 여섯 번이나 잘 매조지는 방법까지.

나아가 지구와 환경과 인간의 생활태도에도 유쾌하고도 따끔하게 피력하고 있다.

50대 남자가 설거지를 하며 생각한 것들!

가볍지 않다. 함께 읽어볼 만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h*****7 2021.08.21.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책리뷰#29 [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 이은용] 설거지에 대한 깊은 통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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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에서 설거지를 도맡아 하고 있다. 결혼 후 지금까지 내가 줄곧 하는 3가지 역할이 있다. 설거지,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이다. 와이프는 화장실 청소와 곰팡이 제거를 담당한다. 빨래는 서로 반반 정도 하는 것 같고 개는 것은 주로 내가 한다. 서로 역할을 정한건 아니지만 자연스레 나눠졌다. 와이프는 화장실에 물 떼와 곰팡이를 귀신같이 찾아내고 조금도 참지 못한다
"책리뷰#29 [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 이은용] 설거지에 대한 깊은 통찰력" 내용보기

나는 집에서 설거지를 도맡아 하고 있다.
결혼 후 지금까지 내가 줄곧 하는 3가지 역할이 있다.
설거지,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이다.
와이프는 화장실 청소와 곰팡이 제거를 담당한다.
빨래는 서로 반반 정도 하는 것 같고 개는 것은 주로 내가 한다.
서로 역할을 정한건 아니지만 자연스레 나눠졌다.
와이프는 화장실에 물 떼와 곰팡이를 귀신같이 찾아내고 조금도 참지 못한다.
내 눈에는 물때와 곰팡이가 안 보이는데 말이다.
어느 날은 작성하고 몇 주나 청소를 안 했나 보다.
그제서야 변기의 물때와 화장실 타일의 곰팡이가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그날은 내가 자발적으로 화장실 청소를 했다.


 


저자는 나보다 십 년은 훨씬 넘은 설거지 선배다.
설거지에 걸리는 시간부터 그릇 개수까지, 애벌과 두벌의 방법과 헹굼 횟수를 세어가며 설거지한다.


p107
무엇보다 헹굼 애벌 "세 번"과 두벌 "여섯 번"은 귀에 못이 박히는 듯했어요. 거듭 다잡힌 바람에. 가장 무겁게 지켜야 할 내 설거지 규칙이 됐습니다.

p108
2020년 십일월 12일이었어요. 마음을 꼬집힌 거죠. 특훈 뒤 오 년밖에 흐르지 않았음에도. 잊힐 만하면 하얀 세제 자국 돋았는데 내가 스리슬쩍 헹굼 횟수를 줄였기 때문일 때가 많았죠. 횟수를 지켰지만 물을 건성으로 뿌린 탓이기도 했고. 세제 자국은 참 진득했습니다. 무겁게. 내 설거지 거울인 터라 더욱더.

저자 위로 설거지 스승인 배우자(책에선 "짝"이라 표현)가 계신다.
지혜로우신 분이라 생각되는 대목을 소개한다.

p113
"그릇 안과 밖, 어디를 더 깨끗하게 닦아야겠어?"
설거지하는 나를 고즈넉이 바라보던 짝이 물었습니다. 내 대답은 그리 오래갈 까닭이 없었죠.
"안쪽."
어떻습니까. 당연하지 않나요. 그릇 안쪽에 먹을거리를 담으니깐. 그걸 사람이 먹게 되니 음식 놓아 쓰는 곳을 더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당신도 그리 생각하시나요.
"틀렸어"
짝이 말했습니다. 땡. 잘못된 답이라고.
"안팎을 다 잘 닦아야지. 씻은 걸 서로 기대게 해서 비스듬히 세워 말릴 때 그릇들 안팎이 닿잖아. 또 말리고 나선 그릇을 겹쳐 쌓아두는데 바깥쪽이나 밑바닥을 대충 닦으면 되겠냐. 그럼 설거지를 하나 마나지."

1번 2번 중에 고르는 줄 알았던 문제에 보기가 하나가 더 있었던 셈이다.
1. 그릇 안
2. 그릇 밖
3. (둘 다)
습관적으로 하는 설거지에 대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지혜로움에 놀랐다.


 


사실 설거지의 정석은 주방 세제를 물에 희석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보통 물 1리터당 세제 1~2ml를 넣게 되는데 대다수의 사람이 이렇게 안 하고 수세미에 세제를 직접 짜서 사용한다.
물에 희석되지 않은 세제가 그릇에 직접 닿으면 잔여 세제가 많이 남는다. 그래서 헹굼이 늘어난다.
하지만 방법을 알고 있어도 실천이 어려운 법이다.
정석대로 하면 준비과정이 매우 번거롭고 평소보다 거품이 나지 않기에 설거지를 해도 개운한 구석이 없다.


 


<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책 제목이 재미있다.
AI와 로봇 공학의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릇을 상하지 않고 밥풀을 손톱으로 긁어내며 완벽한 설거지를 하는 로봇은 없다.
식기세척기도 눌어붙은 밥풀은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다.
설거지는 인간 고유의 일감이자 매일 하는 기본적인 집안일이다.
설거지가 이토록 이야깃거리가 많고 심오한지 왜 몰랐을까?
성실하지 못하고 대충 하게 되는 나를 반성해본다.
매사에 정성을 들이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무엇이든 익숙해지면 관심이 줄어들고 소홀해지는 법이다.
초심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설거지를 하면서 남성의 가부장적 권위의 타파를 외치고 여성의 권리를 생각한다.
지구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환경을 보호하는 설거지가 될지 고민한다.
아주 사소하고 익숙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설거지를 다시금 고찰해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책 표지에는 "50대 남자가 설거지를 하며 생각한 것들"이라는 문구가 있다.
6년째 집에서 설거지를 하는 30대인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첫아이가 태어나서 매일 사용한 젖병을 날마다 정성스럽게 닦고 삶은 물에 헹구던 시절을 떠올려본다.
그때의 마음으로 설거지를 해야지 다짐해본다.
매년 종이컵 한잔 분량의 주방 세제를 먹는다고 하던데 올해는 세제를 먹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https://blog.naver.com/kyoyo21/222479711497

 

 

k*****1 2021.08.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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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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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으로 구분한다고 하면, 나는 설거지를 좋아하는 편이다. 요리에 워낙 실력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뒷정리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나에게 설거지란 하나씩 깨끗해지는 그릇을 보고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나를 차분하게 해주고 근심을 흘려보내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 내가 한번씩 화가 나는 이유는 주방의 일들이 여성이 도맡아서 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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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으로 구분한다고 하면, 나는 설거지를 좋아하는 편이다. 요리에 워낙 실력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뒷정리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나에게 설거지란 하나씩 깨끗해지는 그릇을 보고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나를 차분하게 해주고 근심을 흘려보내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 내가 한번씩 화가 나는 이유는 주방의 일들이 여성이 도맡아서 해야 한다는 시각때문이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중학생때 아버지의 식사를 차려야 했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외출한 엄마 대신 아버지의 식사를 챙기고 치워야 했다. 어릴때는 그런가보다 했지만, 나중에 크고나서는 어른인 아버지가 중학생 딸의 밥을 차리고 뒷정리해야 하지 않나? 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식사를 하는 일련의 시간속에서 엄마는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 내내 서 있다가 식사를 차리고, 누구보다 먼저 식사 후 자리를 뜨며, 뒷정리와 설거지로 한참을 또 부엌에 서 있어야 한다. 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안쓰러운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서도 엄마는 내가 부엌일을 도우면 나중에 네 가정을 가지게 되면 하게 될 일인데 지금은 하지마란 이야기를 했었다. 홀로 고생하는 엄마를 보며 움직이는 손을 멈출 수 없었다.

가사노동에 남자와 여자의 의미가 있을까.  함께 해나가야 하는 일이 아닌가. 

그런 불만이 쌓이던 와중 만난 <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는 남성이 부엌일을 하며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적어서 좋았다. 가장의 권위라는 것이 가진 의미와 가사노동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설거지란 작은 일상에서 현실적인 여성과 남성의 문제를 다정한 언어로 짚어낸다. 이제는 기존의 가부장제에서 벗어서 짝과 벗으로서의 동행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j****r 2021.08.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밥풀을긁어내는마음으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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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의 색감 뒤에 그려진 설거지가 쌓여있는 그림...  가슴이 찡.. 21세기 남자들이 꼭 주목해야할 책한권? 남자라고 가사일을 소홀히하지마라! '밥풀을긁어내는마음으로' 저자님은 어떤 생각으로 책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   사회적 편견을 전부 내려놓고 그런 것들을 떠나서  저 글귀가 참.. 뭐랄까.. 저자님이 강하게 강조한 이유가 무엇일까를 우리는 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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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의 색감 뒤에 그려진 설거지가 쌓여있는 그림... 

가슴이 찡.. 21세기 남자들이 꼭 주목해야할 책한권? 남자라고 가사일을 소홀히하지마라!

'밥풀을긁어내는마음으로'

저자님은 어떤 생각으로 책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

 


사회적 편견을 전부 내려놓고 그런 것들을 떠나서 

저 글귀가 참.. 뭐랄까.. 저자님이 강하게 강조한 이유가 무엇일까를 우리는 잘 생각해봐야..

한국남자들이 가져할 기본덕목(?)의 기준이 서서히 바뀌고 있는 세상이다.. 

집안일은 이제 여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스스로 몸을 움직여볼 필요가 있다는 것! 

외국어공부에 용기를 내보듯이.. 안하던 일을 시작하기 전엔 첫걸음이 시초가 가장 중요하다!

 


살아감에 있어서 피할수없는것 중에 하나가 바로 집안일. 

밥하고 설거지하며 빨래하는거.. 집을 내 공간으로. 쉴곳을 쾌적하게 꾸려하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공평하게 모두가 해야만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하면...

접근이 쉬울것이다. 성별 나이불문 우리는 마음을 넓게 가지고 당장 실행에 옮겨야한다.

혼자 하면 더 좋고, 짝과 함께라면 더더욱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어줄터.

 


책의 저자님은 육아휴직까지 살살.. 건드리고 있다..!!! 

더 나아가 집안일과 국가를 연결시키는 발상은 엄청난것 같다... ㄷㄷ 고...공..감???
어린이 기르기.. 너무 귀여운 표현을 사용하신다..
. ㅋㅋ 육아....독박육아는 정말..끔찍하다.

애 낳는 사람 따로 있고 키우는 사람 따로 있나?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러한생각까지

도달하게 만든다. 더 긴 말은 하지 않겠다......... 

 


모른척은 세상나쁜 것!! 알면서.. 시치미 떼는 행위는 좋지 못한것....

멋쩍은 웃음이 날 지경이다. 저자님의 약간(?)아니 어쩌면.. 과한(?) 필체가

독자들을 자극할지도 모르겠지만. . ... 틀린말은 또 아닌것같으면서. . 묘한 기운이 

감돌게 하는 책이다. 설거지에서 도대체 어디까지 소재가 갈수있는지 놀랍다!

신박한 표현들이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만한 요소가 있어보인다...

읽으면서 부디 오해가 없기를 바라며.. 

 

한편으론, 시원섭섭한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을 풍자하여 한자한자

적어낸 저자님의 필력이 돋보이는 책은 아닐까 싶다. 

 

집안일을 잘해야 바깥일도 잘할텐데..

이부분은 공감이 되지않는가?

 

손에 물 한번 안묻히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과연 잘할까?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고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고 생각이드는건 어째서일까..

 

굉장히 기본적인 것들도 제대로 하지못하는 부류들을 우린 어떻게 취급해야할지

이것 역시 막막하다. . 겪어본적 없는 사람들은 어쩌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일수도.

어찌보면 너무나도 쉬운 일 중에 하나인데 귀찮고 싫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여러분들이 부디 사회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되지 않기를 하면서 글을 마쳐본다. 

 

 

v*********a 2021.08.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