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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더워. 너무 덥다. 입추가 지났어도 말복 더위가 짱짱하다. 팔월의 더위가 세상을 덮치고 있지만 새벽에는 가을이 슬그머니 오고 있을 테다. 도시를 벗어나 숲속에 들면 가을의 기미를 더 잘 눈치챌 수 있으리라. 도시에서도 매미 소리가 그득한 것을 보면 여름의 끝이 멀지 않았다. 요즘 공기가 깨끗하고 가을 하늘처럼 높고 푸르러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지난주에는 거리를 걷다 우뚝 멈췄다. 하늘에 일곱 색깔 무지개가 선명하게 떴다. 도시 건물 뒤로 커다랗게 떠 있는 무지개. 마침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 쪽에 있어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는 장소로 옮기려고 발걸음을 빨리 했다. 그러나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무지개. 꼭 그만큼 멀어진다.
어렸을 때 무지개를 향해 뜀박질하던 게 생각난다. 한여름에는 냇물에서 살다시피 했다. 고향 마을 앞 냇물은 산을 휘감아 도는 곳이 깊었다. 거기서 동무들과 옷을 훌훌 벗고 멱을 감았다. 바위 위에 올라 팔을 쭉 뻗고 거꾸로 물에 들어가기도 했다. 여자아이들은 냇물 위쪽에서 놀았기에 옷 하나 걸치지 않고 놀았다. 온몸이 까맣게 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놀았다. 물이 차가워서 한참 놀다 보면 입술이 퍼렇게 되고 배가 고팠다. 함께 노는 동무들 밭에 열린 과일을 따서 배를 채웠다. 그러다가 소나기를 만났다. 소나기 뒤에 찬란하게 떠오른 무지개를 보고 동무들과 와아아 소리를 지르며 달렸다. 그때도 무지개는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멀어졌다.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무지개는 페르디한테도 마찬가지다.
페르디는 나랑 완전 다른 게 있다. 나야 그저 무지개를 가깝게 보고 싶다는 열망이었지만 페르디는 무지개 끝을 꽉 잡고 있으면 사라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무지개가 사라지지 않게 하려고 한다. 나보다 좀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산사나무 위 새, 고슴도치, 거위, 토끼의 도움을 받으며 무지개한테 다가간다. 그러나 무지개를 잡을 수는 없다.
……블랙베리 울타리 가까이 갔을 때, 무지개의 끝은 아주 멀리, 멀리 달아났어요. 그리고 검은 구름이 밀려와 해님을 꽁꽁 숨겼지요. 페르디는 그만 풀밭에 털썩 주저앉았어요. 숲은 금방 어두워졌고, 무지개 끝은 점점 희미해지다가 사라지고 말았어요. “미안해, 무지개야! 구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페르디는 마음이 아팠어요.
페르디는 무지개를 구하겠다는 마음이었다. 구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이다. 나랑 완전히 다른 마음이다. 그러나 페르디의 다음 행동이 나랑 결정적으로 다르다. 차원을 달리한다.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알록달록한 무지개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부른 행동이었다. 하여 페르디의 다음 행동은 무지개를 보기 위한 여정에서 만난 산사나무 위 새, 고슴도치, 거위, 토끼 들에게도 영원한 무지개가 된다. 무슨 행동인지 궁금하다면 책을 사서 펼쳐보자. ‘페르디’ 시리즈의 그림작가 티파니 비키의 황홀하게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놀랄 만한 이야기가 활짝 펼쳐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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