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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카니의 『재신론』은 신이 죽었다는 선언 이후에도 신은 여전히 말해질 수 있는가, 아니 말해져야만 하는가를 묻는 현대 철학의 가장 섬세하고 윤리적인 종교적 성찰 중 하나다. 그는 ‘신 이후의 신’이라는 역설적 개념을 통해, 전통 신학의 초월적 신 개념과, 냉소적 무신론 모두를 넘어서는 제3의 사유 공간을 제안한다. 카니가 말하는 ‘재신(anatheism)’은 단순한 귀환이 아니라, 상실과 침묵, 불확실성과 회의를 통과한 뒤에야 도달할 수 있는 존재론적 환대의 지점이다. 책의 핵심은 “신은 누구인가?“보다는 “누구를 환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그는 에마오의 여정, 곧 부활 후 예수가 낯선 이방인으로 나타났을 때 제자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복음서의 한 장면을 반복적으로 환기하며, 신은 언제나 타자의 얼굴로 다가오며, 그 타자성을 환대하는 순간 신은 재현된다고 말한다. 이는 레비나스의 윤리적 타자 개념, 데리다의 해체신학, 라깡의 욕망 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카니는 무신론이 낳은 공허를 ‘더 이상 신을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신을 다시 믿을 수 있게 될지 모르는’ 열린 가능성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사유는 독자에게 신의 존재 유무를 넘어, 신을 어떻게 마주하고, 타자를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전환을 요구한다. 재신론은 신앙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며, 진리의 선언이 아니라 관계의 감각이다. 다만 이 책은 종교 전통에 대한 친숙함 없이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포스트구조주의 철학의 영향 아래 서술된 문장들은 때때로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그러나 그 느린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카니가 말하는 ‘신 이후의 신’은 신학이나 철학의 문제를 넘어서 실존적 경험과 환대의 윤리로서의 신의 복원이라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재신론』은 유신론자에게는 반성적 질문을, 무신론자에게는 열린 가능성을, 탈종교 시대를 사는 독자에게는 신이라는 이름으로 환대와 책임을 다시 물을 수 있는 언어의 장을 제공한다. 침묵 이후, 언어 이전, 그리고 환대의 가장자리에 선 독자에게 이 책은 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신의 가능성 앞에 다시 서보는 용기의 철학으로 다가온다. |
| '재신론' 신 이후의 신을 생각하기. 사실 리처드 카니 선생님 인터뷰와 재신론 서평 자료만 읽고 대충 뭉개고 넘어가려고 했다. 왜냐면 책이 어려울 것 같아서... 내 안 좋은 습관 중 하나인데, 책에서 말하는 전체 이야기를 다 들으려고 하지 않고 중요한 테제만 발췌해서 도망가거나, 다른 사람이 쉽게 요약해 준 내용만 보고 이해한 걸로 착각하고 싶어 한다.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였는데(구매도 안 했었다) 내내 마음에 밟혀서 홀린 듯 구매했고, 현재 읽고 있는 도서 목록을 다 제치고(새치기하고) 읽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