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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구나 비가 오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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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     쥐한테 물린 자국 보이기에 깨 털다 물린 자국 아직도 남아 있는규 슴벅거리니 애덜 근걍햐 집 안에 쥐는 읎구 다른 말씀이신 엄니가 이빨도 없이 밥 한 숟가락 한참 오물거리다   울지 말구 절허지 말구 정 거시기허먼 생일날 떡국이나 끓여 애덜이랑 노나 먹덩가 입성일랑은 조 아래 또랑이 가서 다 태워버리구   또 주무신다   이 밤 누가 논두렁 태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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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

 

 

쥐한테 물린 자국 보이기에

깨 털다 물린 자국 아직도 남아 있는규 슴벅거리니

애덜 근걍햐 집 안에 쥐는 읎구 다른 말씀이신 엄니가

이빨도 없이 밥 한 숟가락 한참 오물거리다

 

울지 말구 절허지 말구

정 거시기허먼 생일날 떡국이나 끓여 애덜이랑 노나 먹덩가

입성일랑은 조 아래 또랑이 가서 다 태워버리구

 

또 주무신다

 

이 밤 누가 논두렁 태우고 있나

매운 눈 비비며 쥐를 잡고 있나

 

 

엄니는 다른 세상으로 갈 준비하고 계셨나 보다. 울지 말구 절허지 말구 / 정 거시기허먼 생일날 떡국이나 끓여 애덜이랑 노나 먹덩가 / 입성일랑은 조 아래 또랑이 가서 다 태워버리구말씀에 아들 화자는 매운 눈이 된다. “아흔다섯 되신 날맹이집 할머니가 놋숟가락도 잘 들지 못하는 것을 가만 보고 계시던 아흔하나 울 엄니 / 밥 한술 뜨시고 엄지손톱만 헌 깍두기 밀어 늫어 / 한참 오물거리다 밥그릇 뚜껑에 뱉어놓고 / 아이구 저렇게 되지 않을랴먼 빨리 가야는디 / 애덜 고생시키지 말구 빨리 돌아가야 허는디”(벚꽃 설렁탕) 말씀하시던 엄니다. 끝내 나는 또 어느 별에서 생명 얻을 것이니 가는 것 너무 슬퍼하지 마라 / 비가 오는구나 비가 오시는구나 / 말씀 남기고 엄니는 저 별로 가셨”(시인의 말).

 

떠난 어머니를 그리는 사모곡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인용한 시는 그예 독자의 눈물이 슴벅이게 한다. “행상 나간 엄니는 오밤중 되어도 돌아오지 않아 / 나는 양칭이 길 처녀 귀신만 산다는 달 강 건넜네 // 무청밭 지나가는 짐승이 어린애 울음소리로 자지러지면 /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 가지가 목덜미 싸늘하게 핥고 갔네 // 고개 넘느라 이슬이 다 된 엄니 따라 걷는 달 강 길에는 / 망초꽃으로 쏟아져 내린 별들이 기우뚱 기우뚱 발등에 차이기도 했네”(달 강). 그리움의 시발점이라 할 소년 시절의 어머니를 노래한 시편은 또 어떤가. “양지 녘 볕을 힘껏 끌어모으” ()시다 아흔일곱에 떠난 내 엄니, 유난히 그립게 한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21.12.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