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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3 : 전국칠웅> 사마천 /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20) [My Review MMXCVI / 휴머니스트 45번째 리뷰] 역사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수많은 이들이 묻는 질문이고, 그에 대한 해답도 제각각이지만, 꼭 하나로 귀결되는 의견은 있다. '역사는 객관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쓰는 것이기에 완벽하게 주관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바로 뒤이어 나오는 반박이다. 그래서 역사책은 될 수 있으면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게 쓰이지만, 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인 역사관'을 고려하면서 되도록 객관적으로 읽으려 수고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역사책이 다 그렇기 때문이다. 그럼 사마천이 쓴 <사기>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고대에 쓰여진 역사책은 대부분 '국가기관'의 주도로 쓰여지기 마련인데, 사마천은 '국가기관'에서 쫓겨난(?) 처지에 있을 때 '개인적인 명예회복(?)'을 위해서 <사기>를 편찬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역사책과 비교해봤을 때에도 사마천의 개인적인 주관이 상당히 많이 서술되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물론, 비교분석을 하기 위해선 '동시대의 역사서술'을 여러 책을 읽고 난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요즘에는 웬만한 책의 주석에 그러한 비교분석이 수록되어 있는 책들이 많이 있기에 덜 수고스럽게 그러한 사실들을 알아챌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그런 '주석'조차 각각의 역사책을 읽고 분석한 저자들의 '주관'이 담겨 있을 수 있으니, 책에 쓰여 있다고 철썩 같이 믿고 그러면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기>를 읽어야 비교적 객관적인 관점으로 쓰여진 역사를 알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수없이 읽고 검토하고, 비판하면서 얻을 수 있는 지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의견을 살짝 어필해본다면, 같은 <사기>라도 적어도 3명의 다른 저자가 풀어쓴 역사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까닭은 공자가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三人行이면 必有我師라'고 말이다. 이는 세 사람이 있다면, 그 가운데 나보다 잘난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나보다 못난 사람도 있을 것인데, 잘난 사람에게는 좋은 점을 본받고, 못난 사람에게는 나쁜 점을 경계한다면, 자신에겐 더할 나위 없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를 책에 적용하면, 첫 번째로 읽은 책은 '기준점'이 될 것이고, 나머지 책들은 그 기준점으로 인해 '상중하'로 평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훗날 자기만의 잣대가 될 지혜로 삼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최적의 독서법은 아닐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데, 언제 그 정보의 옥석을 일일이 가리며 살아가느냔 말이다. 매우 비효율적이고, 실제로 그럴 시간도 없다는데, 딱히 반박한 답은 없다. 매우 옳은 지적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학문을 하면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오픈AI 시대를 넘어 '자율형 인공지능(AGI) 시대'가 곧 도래한다고 하는데, 모든 판단을 인공지능에게 맡겨버리고 말 것이냔 말이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똑똑해지더라도 '최종 판단'은 인간의 몫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더욱더 정교하고 완벽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지혜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미래사회가 될수록 더 많은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혜안을 가지도록 요구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기왕 학업을 한다면 진심을 담아서 올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지난 번에 '대만작가 장자화'가 집필한 <사기>를 읽었으니, 이번엔 '한국작가 이희재'가 쓴 <사기>를 살펴보려 한다. 두 책 모두 '청소년'을 독자로 상정하고 출간한 책이니 비교하기에도 딱 좋을 것이다. 먼저 대략적인 총평을 한다면, 사마천의 <사기>를 '이해'하기 쉬운 기준으로 책을 고른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무릇 역사책을 읽은 뒤에 감흥을 논하기에 앞서서 '내용이해'가 절대적으로 중요할텐데, 고대 역사의 내용을 읽고 난 뒤에 '무슨 뜻'으로 쓰인 것인지 이해조차 난해하기 십상인데 반해,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전7권)는 만화형식으로 쓰여져 있고, 주요 줄거리에서 바로 '주제'를 뽑아내어서 이해하기에 아주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챕터마다 맨 마지막에 '사마천의 평가'에 관한 내용이 짤막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사마천의 <사기>'에 담긴 대략적인 '편찬의도'가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서 <사기>에 담긴 교훈과 더불어 사마천의 집필의도까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장자화의 사기>(전5권)는 중국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기>에 대한 감상을 충분히 엿볼 수 있고, '3분 키워드' 같은 토막내용을 통해서 '잘못 수록' 되거나 '잘못된 상식' 등의 오류를 바로 잡아주고 있기 때문에 사마천의 <사기>뿐 아니라 다른 역사책도 함께 읽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단지 아쉬운 점은 '대만작가'인 까닭에 중국청소년의 상식선만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때때로 '낯설게만' 느껴지는 대목을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뜬금 없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런 '낯섦' 또한 다수의 정보가 쌓이면 깨알 정보가 되어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지만,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하는 청소년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런 군더더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 작가의 책을 읽을 땐 이런 점을 고려하며 읽으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자, 서론이 길었다.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3>의 내용이다. 중국의 고대사는 '하, 은, 주'로 시작해서 주 나라를 중심으로 한 봉건체제가 쭉 이어지면서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가 기원전 221년 진(秦)나라로 통일 되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그 이전에 삼황오제 시절부터 거론하고 있지만, 그조차 그냥 '하은주'로 퉁쳐도 무방하다. 암튼 대략적으로 기원전 11세기에 주나라가 건국되고, 도읍을 호경에서 낙양으로 옮긴 때부터 '동주시대'라 불리며, 이때를 '춘추시대'라고 부른다. 기원전 770년 경이다. 이때는 수많은 제후국이 등장하는데, 그 중심에는 주나라 천자를 으뜸으로 모시긴 하지만, 일종의 허수아비 왕으로 여길 뿐이었고, 실질적인 권한은 '패자'라고 하는 강성한 제후가 실질적 권한 행세를 하던 시절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그 뒤를 잇는 시대가 바로 '전국시대'인데, 실질적으로 주나라도 사라지고, 전국칠웅이라는 일곱나라의 왕이 서로 패권다툼을 본격적으로 하던 시대라고 이해하면 좋다. 전국칠웅에는 '연, 제, 조, 위, 한, 초, 그리고 진' 있다. 이 시절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전국시대'라고 부른다. 그 가운데 3권에는 크게 '병가', '법가', '종횡가'의 대표적인 인물들의 열전이 수록되어 있다. 먼저, 병가로는 '무패의 전략가, 오기'와 '다리를 잃은 지략가, 손빈'을 다루고 있다. 오기와 손빈 두 사람은 전쟁에 나가서는 패배할 줄 모르는 무서운 지략과 싸웠다 하면 승리를 꿰차는 용맹함까지 갖추고 있는 무장이었지만, 오기는 출세하기 위해서 부모도 모른 척하는 불효를 저질렀고, 심지어 헌신하는 아내마저 죽음으로 내몰았던 '냉혈한'이었다. 그런 그가 전쟁에 나가서는 장군의 몸으로 졸병과 한데잠을 자고, 거친 식사를 하며, 병든 병사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내 병졸들의 신임을 한몸에 사서 오기 장군을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아까워하지 않는 강병을 조련하는데 능수능란한 재능을 선보인 인물이다. 한편, 손빈은 동문수학을 했던 친구 방연에게 속임을 당해 '두 무릎'을 도려내는 욕을 당하고, 불구의 몸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돼지똥까지 먹으며 미치광이 짓을 했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뒤에는 방연을 향한 처절한 복수를 해내는 처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지혜는 무엇인가? 완벽한 승리를 위한 완전한 계책을 엿보며 '전략적인 지혜'를 깨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완전무결한 지혜를 가지고 있으면서 어찌 하여 '자신의 신변'을 소중히 하는 데에는 써먹지 못하고, 최소한의 인간관계조차 어그러지게 만들었단 말인가? 병가의 사상이 승패에는 크게 효용가치가 있을지 몰라도,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별다른 지혜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법가 사상가로 '상앙'을 선보였다. 법치주의를 내세워서 진 나라를 짧은 기간에 다른 제후국보다 월등히 앞선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데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런 상앙이 '자신이 만든 법' 때문에 목숨조차 부지하지 못했다는 결말을 마주하면서 법치주의라는 것이 '실용'을 앞세우다보니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대원칙을 고수하다보면, 피치 못하게 '적'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음 왕위'를 이을 태자의 죄까지 공정하게 형벌을 내려서 법의 엄중함을 내세운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태자가 왕위에 오르고 난 뒤에 상앙을 어찌 대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조량이란 인물은 상앙에게 조언하길, 덕을 행하고 힘을 멀리하라는 옛말을 들먹이며 상앙의 처지가 아침 이슬처럼 위태롭다고 귀띔해주지만, 상앙은 이조차 무시하고 '법치주의'만 고집하다가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법의 엄정함을 누가 탓하겠는가?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대원칙이 지켜지길 바라마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법이 '공정함'을 잃고, 더 나아가 '도덕'과 '인륜'마저 저버리는 상황을 만든다면 차라리 지켜지지 않는 것만 못한 경우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법을 악용해서 '소수'가 다수를 군림하는 악법을 자행하게 된다면, 그 나라는 필멸하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론 '종횡가'의 최후를 아주 잘 보여주었다. 바로 '합종연횡'의 대가로 잘 알려진 소진과 장의다. 사실 '종횡가'라는 이름도 소진이 주장한 '합종'과 장의가 펼친 '연횡'에서 한 글자씩 따와서 만든 이름이다. 이처럼 종횡무진하며 입을 놀려서 권세를 한 몸에 다 가지게 된 부류를 통틀어서 모두 '종횡가'라고 명명한다. 이들을 흔히 '유세객'이라고도 부르는데, 빈털털이 주제에 각국을 떠돌며 그럴 듯한 '입'만 놀려서 출세가도를 달린 사람들이기에 그렇다. 일례로 소진은 여섯 나라의 재상에 오르기 이전에 오랜 유학생활(귀곡자에게 수학했다고 함)을 한 뒤에 무일푼으로 고향에 돌아오니 부모도 실망하고, 형수는 백수라며 놀렸다고 한다. 그 덕분에 온 동네사람들이 소진이 가족친지에게까지 개무시를 당한다며 놀려대곤 했단다. 장의도 귀곡자에게 수학을 한 뒤에 고향에 돌아와 똑똑함을 자랑하다가 한 재상의 잔치에 참가했다가 도둑으로 몰려 죽기 직전까지 몰매를 맞았다고 한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뒤에 집에 도착해서 부인에게 '혀'가 온전한지 묻고서 '혀만 말짱하다'는 대답을 듣고서는 '좋다'를 연발했다고 한다. 소진과 장의는 이런 무시를 절치부심 삼아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르는데 반석으로 삼았으니, 종횡가의 수완이 정말 좋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수완이 좋은 것과 그들의 최후가 일치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재주가 좋다면 운수도 좋아야 할 것을, 종횡가들은 대부분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그랬을까? 많은 역사가들은 그들의 신분이 비천한데서 원인을 찾곤 한다. 낮은 신분이었다가 졸지에 '벼락 출세'를 하니 기고만장하고, 그로 인해 주위에 적을 많이 만들어서 권력의 자리에서 내몰리는 순간, 참극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이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말재주가 좋은 사람의 최후가 모두 그러하다면, '좋은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은 때때로 행복한 여생을 살기도 한다는 점을 보면 반박하기 쉽다. 그러니 종횡가들이 끔살을 곧잘 당하는 까닭으로 '말재주' 탓만 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그 좋은 '말재주'로 벼락 출세를 했다면, 자기 주위에 '자기 편'을 많이 만들어 놓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음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결정적 원인이었을 것이다. 무릇 말재주가 좋은 사람들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말재주를 끊임없이 써먹으며 말로써 설득하길 즐기곤 한다. 그로 인해 '권력자의 이익'을 챙겨주는 공을 세운다면 권력자는 종횡가를 중히 쓰곤 하지만, 반면에 그 종횡가와 '말씨름'을 했다가 패배한 이들은 어찌 했을까? 속으로 부글부글 하면서 복수를 다짐하거나, 때로는 종횡가의 주둥이에 휘둘려서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다면 국가적 망신을 당하기 때문에, 그 원한 또한 결코 작지 않다. 그렇게 크고 작은 원한들이 쌓이고 나면 결국엔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종횡가의 사상'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이다. 다음 책에는 '난세의 인걸들'을 소개한단다. 어지러운 세상에 걸출한 인물들은 과연 누가 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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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화백의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시리즈가 벌써 3번째다. 이번에 만나볼 이야기는 춘추시대가 지난 후, 전국시대 칠웅(七雄)이었던 진(秦), 초(楚), 연(燕), 제(齊), 조(趙), 위(魏), 한(韓)이 제후국으로 서로 안에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시대다. 물론 7국이 결국 진시황의 진나라에 의해 통일이 되긴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부분은 진에 의해 통일되기 전 7웅 시대를 중심으로 그들 나라에서 활약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술되었다. 오기, 서문표, 손빈, 상앙, 소진, 장의라는 6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자신을 등용해 주는 곳을 찾다가 남은 재산을 다 허비하고, 손가락질하는 마을 사람들을 살해한 후, 도주한 오기. 결국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재상이 되지만, 한곳에 머무르지 못한다. 자신을 알아주는 곳을 향해 나라를 옮겨 다닌다. 초나라 도왕에 의해 등용된 오기는 귀족들의 세력을 억압하는 정책을 통해 나라를 잘 살게 만들었지만, 도왕 사후 오기에 의해 힘을 잃었던 세력들에게 화를 당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오기와 같은 모습으로 권세를 얻고, 스러져갔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집권층 혹은 기득권층의 희생이 필요하다. 물론 그들은 절대 희생하지 않으려 하기에 개혁은 계획으로만 끝나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말이다. 또한 무리한 개혁을 실행하다가, 반대파에게 미움을 사게 되고 뒷배인 주군이 사라진 후 축출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책 속 인물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많이 만났다.
반대로 끝이 좋은 경우의 인물들도 등장한다. 서문표와 손빈이다. 오기와 상앙, 소진과 장의의 경우 살해당하거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앞서 이야기 한 상황을 답습했기 때문이다. 물론 손빈의 경우 손빈의 능력을 시기한 동문 방연에 의해 무릎 아래가 잘리고 이마에 낙인까지 찍히는 비참한 삶을 살았지만, 타고난 능력과 방연을 향한 원한이 오히려 그로 하여금 지략가의 길을 걷도록 인도했다. 마치 이 책의 원저자인 사마천의 모습을 본 것 같다. 사마천 역시 궁형을 받지만, 그 치욕을 극복하고 사기를 저술했기 때문이다. 또한 서문표 역시 기억에 남는다.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하기 위해, 백성의 상황과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고 적절하게 지혜로 폐습과 불합리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 또한 수리시설을 그 당시부터 만들 수 있었다는 것 또한 대단한 지략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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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략이 뛰어나지만, 인물됨이 부족한 사람의 말로는 역시나 좋지 못한 것 같다. 상대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관계를 쉽게 끊어내는 사람은 결코 능력으로 재상의 자리에 오를 수는 있으나 모두의 존경을 받을 수는 없다는 사실과 끝이 좋지 않다는 사실 또한 각 인물들의 처세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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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일찍이 만날수록 좋다. 그만큼 넉넉한 삶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고전을 읽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 <사기>를 손에 잡는대 해도 자레 손사레 치기 쉽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문자 더미가 주는 부담 탓이 크다. 묵직한 통찰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무게에 눌려 미루고 뒷걸음치다 보면 한 시기를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전국시대 7웅의 영웅들을 만나다 만화가 이희재는 <사기>를 그리는 데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릴 줄 몰랐다고 고백한다. 한 2~3년 정도면 충분하다고 예상했지만 2014년에 시작한 작업이 자금에 이르렀다는 추가적인 설명이다. 역사서 <사기>는 본기, 세가, 열전과 표, 서로 구성된 방대한 역사서다. 사마천이 후대에 남긴 불세출의 명저인 셈이다. 더구나 책 속에서 등장하는 무수한 인간상의 심리를 그려내고 있기에 뛰어난 인문 고전이기도 하다. 총 7권의 시리즈 중 3권은 전국 칠웅을 다룬다. 주나라가 도읍을 낙양으로 옮긴 후 비로소 시작된 춘추시대엔 중국 대륙에 많은 나라들이 생기고 없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된 전쟁시기를 통해 패자들이 출현하여 질서를 잡게 된다. 이때 인간과 삶에 대한 성찰이 자연스레 등장했으며, 공자의 유가를 비롯한 '제자백가 시대'라는 철학의 꽃을 피웠다. 이후 오나라와 월나라의 쟁패가 끝나고, 진이 세 나라(조, 위, 한)로 분열 된 뒤부터의 시기를 전국시대라고 부른다. 중국의 중원은 일곱 나라로 압축되었다. 즉, 진, 조, 위, 한, 연, 제, 초나라 등 7개국을 말한다. 이들 나라간의 전쟁은 끝나질 않았다. 왜냐하면 서로 통일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이후 기원전 221년 마침내 진시황에 의해 천하가 통일되었다. 3권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7웅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는 출세에만 올인했던 오기 장군의 명암을 살피면서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악바리 오기, 동네에서 사고 치다 오기라는 인물은 출세지향주의자다. 그는 오직 벼슬을 얻기 위해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실력자를 접대하다 보니 결과를 얻지 못함에 따라 제법 부유했던 집안의 가산을 탕진하고 말았다. 이에 낙향한 그를 대하는 동네 인심이 숭악했다. 집안을 망하게 한 불효자라고 손가락질하기 일쑤였고, 칼을 지니고 다니는 그에게 폼만 잡는다고 무시했다. 이런 그의 어릴 적 일화를 보면, 그가 얼마나 악바리인지를 알게 된다. 동네로 막 이사 온 덩치가 큰 친구에게 덤벼들었다가 묵사발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항복하지 않고 계속 덤벼들었던 것이다. 무려 열흘 동안 실컷 얻어 맞고도 멈추지 않으니까 큰 덩치가 질려서 오히려 그에게 항복하고 말았다는 일화이다. 이를테면,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싸움꾼의 이름이 '깐이마또까'상이란 한 때의 유머가 떠오른다. 결국 오기는 마을에서 사고를 치고 만다. 하루는 술자리를 지나가는 중에 자신을 두고 '불효막심한 놈'이라는 뒷담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되는데, 이에 분통을 참지 못하고 밤 사이에 마을 사람 서른 명을 살해한다. 고향 위를 도망쳐나오면서 모친에게 일국의 재상이 되어 성공하면 돌아오겠다고 팔뚝을 물어뜯어 맹세한다. 이렇게 그는 지명수배자가 되어 도망자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증자의 문하에서 파문, 노나라의 장군이 되다 그는 공자의 제자 증자의 문하생이 된다. 면접을 본 증자는 오기의 얼굴엔 살기가 감돌고 있음을 느꼈다. 수학 중에 모친이 사망햇다는 부고 소식을 접했지만, 그는 자신이 지명수배자 신세이고 모친과 성공한 후에나 돌아가겠다고 맹세했기에 갈 수 없다고 연통을 갖고 온 하인을 그냥 돌려 보낸다. 이를 목격한 증자는 천륜을 거역하는 불효자에게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다면서 그를 파문시켜 버린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답게 그는 노나라로 향한다. 여기서 그는 병법을 익혀 노나라의 관리가 되고, 제나라 여인과 혼인을 한다. 그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점차 노나라의 신임을 얻게 된다. 이때 제나라가 노나라를 침략, 누구를 장군으로 세울지 고민하자 오기는 자신이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제의한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제나라 여인이라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함을 알고선 귀가해서 매정하게 아내를 살해하면서까지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준다. 마침내 그는 군을 이끌고 제나라와 맞선다. 제나라의 군대와 대치한 그는 손수 병사들과 함께 일을 하고 침식까지 함께 하면서 병사들을 독려한다. 한편, 그는 제나라의 정찰병을 속이기 위해 약한 전력을 일부러 노출하고 제나라 장군이 안심하도록 전투하지 말고 휴전하자는 밀서를 보낸다. 이에 상대를 얕보고 방비를 풀어버린 제나라의 군대에 오기는 정예병을 투입, 기습 작전으로 대승을 거둔다. 하지만 조정에선 오기의 행적을 모두 알게 되어 그를 경계하기 시작한다.
노나라를 떠나 위나라로 향한다 위나라는 진나라에서 분열된 삼국 중 하나인데, 당시 위 문후는 인재 등용에 힘쓰고 있었다. 오기의 과거 행적이 불만이었지만 병사를 다루는 일이 뛰어나다는 판단에 따라 강대군 진나라에 맞설 장군이 필요했기에 그를 전선으로 부임시킨다. 전쟁터에서의 오기는 또 그러했다. 막일도 하면서 병사들과 런제나 함께 했다. 병사들의 사기는 충천했다. 변경에 위치한 진나라의 5개 성이 오기의 군대에 함락되고 만다. 그와 병사에 관한 유명한 일화를 소개하려 한다. 그 시절엔 종기가 흥했고, 이로 인해 사람이 죽기까지 했다. 한번은 병사가 몸에 곪은 종기 때문에 거동이 힘들다는 사실을 목격하고선 오기는 피고름을 자신의 입으로 빨아내었다. 이 병사의 어머니가 이를 전해 듣고 목을 놓아 울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몇 해 전 이 여인의 남편이 군에 있을 때도 오기 장군의 똑같은 행동이 있었는데, 그 남편은 장군의 행동에 감격해서 몸을 내 던지고 싸우다 전사했다면서 아들도 마찬가지 신세가 될 것 같아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한편, 위 문후가 죽고 그 뒤를 아들 무후가 승계했다. 오기가 많은 공을 세우고 명성도 자자했지만, 무후는 재상으로 오기가 아닌 전문을 임용했다. 이에 오기는 전문을 찾아가 누가 더 능력이 뛰어난지를 따진다. 이때 전문은 오기에게 왕이 정치력과 인망이 뛰어난 장군을 재상으로 삼겠는지 자신처럼 약한 인물을 택하겠는지 오히려 질문한다. 그러자 전문이 한 수 위임을 깨닫고 오기는 발을 돌린다. 전문이 죽자 이번엔 공숙이 재상 자리에 오르자, 그는 강국으로 떠오르는 초나라로 향한다.
초나라의 재상이 되다 초나라 도왕은 오기에게 재상직을 맡긴다. 마침내 그는 모친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는 초왕에게 불필요한 관직을 없애고 촌수가 먼 왕족들의 녹봉도 폐지해서 그 재원으로 군사력을 강화하자는 제안을 한다. 차도살인계를 떠올린 초왕은 오기에게 모든 일을 맡긴다. 그러자 특권을 누렸던 왕족과 대신들이 일순간에 관직과 땅을 반납하게 되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셈이었다. 그런데, 오기가 의지했던 초왕이 죽자 마침내 각 지역에서 은둔해 있던 귀족들이 들고 일어났다. 장례식에 참석해서 오기를 잡을 심산이었다. 반란군의 움직임에 몸을 숨길 곳을 찾던 오기는 왕의 시신이 모셔진 사당으로 급히 숨는다. 당시 초나라의 법은 왕의 시신을 훼손하면 중벌로 다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난 반란군은 오기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는 초왕의 시신 위에서 화살을 맞아 고슴도치가 되고 말았다. "오기여, 그대의 행실이 각박하고 인정이 없어 끝내 목숨을 잃었구나" - 사마천 - 영웅들의 명암 이밖에도 책은 나라의 폐습을 뿌리 뽑아 강대국의 위상을 갖추도록한 서문표, 억울하게 다리를 잘린 지략가 손빈, 법치만능주의를 부르짖은 상앙, 강대국에 맞서려면 연합만이 살 길임을 제안한 소진, 합종설을 세 치 혀로 부순 설득의 달인 장의 등의 영웅 이야기들이 연속해서 펼쳐진다. 이를 통해 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등불을 비추어 준다.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https://cafe. naver.com/booheong/196301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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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이희재 화백의 만화를 재미있게 많이 보았던 팬이에요. 약간은 거칠면서 생생하게 전달되는 화풍으로 '리얼리즘 만화가'로 불리는 이희재 화백 작품 중에 기억나는 것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저 하늘에도 슬픔이', '아홉살 인생' 그리고 '삼국지' 등이 있는데 특히 '아홉살 인생'을 보면서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네요. 이 책들은 물론 너무 재미있어서 한번 손에 쥐면 순식간에 보고 읽어 내려가는 경험을 매번 하기도 했죠. 역시 이 책도 한번 손에 쥐는 그 생생한 스토리와 그림에 빠져 손에 쥔 지 몇 시간 만에 읽어 버렸어요.
보면서 느끼는 것이 거칠면서 순박한 이희재 화백의 그림 속 선들은 중국 고전 역사서인 사마천의 사기의 스토리와 잘 이어져 내려간다는 것이에요. 사마천의 사기는 본기, 세가, 열전, 표, 서 등 130책, 5만6천500여자의 엄청난 역사 기록이라는 데요. 당연히 한 권에 다 담아낼 수는 없겠죠. 이희재 화백은 오랫동안 사기를 만화로 만들 것을 결심했지만, 2014년에 겨우 작업을 시작해 첫 결과로 우선 1·2권이 먼저 나와있고 이번에 3권이 출간되었어요. 그리고 내년까지 총 7권 시리즈로 완간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번 사기 3권에서는 무자비한 전쟁이 계속되고 오직 강한 국력의 패자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무대, 전국시대의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제일 먼저 나오는 인물은 전국시대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오기에 대한 이야기에요. 먹지 않으면 먹히고 마는 약육강식의 논리 속에서 칠웅 진·초·연·제·조·위·한은 맹렬한 생존 경쟁을 시작했고 이를 발판삼아 성공을 위한 집념과 냉혹한 성격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또 몰락하게 되는 무패의 오기와 그와 어느 정도 대척점에서 억울하게 다리를 잃고 복수하는 손빈의 이야기는 인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이라고 하겠어요.
이외에도 국가의 존엄을 세운 서문표와 상앙 그리고 말 한마디로 천하대세를 좌우한 소진과 장의까지 수많은 걸출한 인재들의 삶과 이들에 의한 전국시대 각 국가의 운명이 책이 끝날 때까지 물밀 듯이 이어져요. 사십이 다 돼 사마천의 ‘사기’를 만나서 드디어 그리기 시작했다는 이희재 화백은 이 책을 통해서 투박하지만 명쾌한 그림체로 인물의 표정과 심리를 잘 살려내어 당대를 살다 간 온갖 인간들의 영욕과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이 책은 한국 리얼리즘 만화의 자존심이라는 이희재 화백이 혼신의 힘을 쏟아 부은 사기의 결정판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사기에 대해서 읽어보지 못 하셨거나 사기를 읽어보려고 시도했지만 방대한 내용 때문에 포기했던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본 서평은 부흥 까페 서평 이벤트(http://cafe.naver.com/booheong/196301)에 응하여 작성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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