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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국유사, 원효와 춤추다'를 읽다. 며칠간 '삼국유사, 원효유 춤추다'를 꼼꼼히, 틈틈이 읽었다. 재미있게 읽히지만 이책은 휙 읽기에는 아까워서 천천히 읽으며 생각하고 상상했다.
#2 저자 소개 저자 정진원 박사는 출판사 소개에 의하면 그동안 『삼국유사, 여인과 걷다』, 『삼국유사, 자장과 선덕여왕의 신라불국토 프로젝트』,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를 출간했다. 즉 저자의 중심 주제는 '삼국유사' 그리고 월인석보, 석보상절, 훈민정음인데 그 배경은 불교다. 그 이유는 저자의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홍익대학교에서 『석보상절』과 『월인석보』를 주제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국어학자인데 이후 동국대학교에서 『삼국유사』를 주제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훈민정음 불경과 『삼국유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국내외 강의와 글쓰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 모든 여정이 K Classic 한국학으로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중세국어의 텍스트언어학적 접근 방법』, 『삼국유사, 여인과 걷다』,『삼국유사, 자장과 선덕의 신라불국토 프로젝트』,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 등의 저서가 있다.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는 2019년 ‘올해의 불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3 지적 여행 중세 언어나, 월인석보, 석보상절, 삼국 유사 등과 거리가 먼 내가 이 책을 꼼꼼히 재미있게 읽으면서 간간히 메모를 한 이유는 여행서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원효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소개하는 여행기란 뜻이 아니라 '지적 여행'이란 것이다. 사실, 우리가 원효에 대해서 얼마나 아나? 당나라 유학 가다가 해골 물 마시고 깨달은 후, '일체유심조'란 말을 남기고 돌아와 신라불교를 크게 일으킨 스님 정도일 것이다. 그의 깊은 사상은 물론 그의 행적, 인맥,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 여행, 불교 여행, 인물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언젠가 한 번 가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적절하게 사진도 배치되어서 더욱 그렇다.
#4 수많은 원효의 흔적들 우선, 역사적 사실이 재미있게 전개된다.. 나당연합군이 고구려를 공격할 당시, 김유신이 소정방에게 고구려를 공격할 시기를 묻자 소정방은 ‘난새(봉황을 닮았다는 전설 속의 새)와 송아지를 그려 보냈다. 고구려 군에게 비밀이 새어나갈까 두려워 암호로 서신을 보낸 것이다. 이것을 풀 사람이 없었는데 원효가 ‘화독화난이절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수수께끼 같은 말을 후대의 학자들이 풀기 위해 여러 설을 내놓는데 중세 국어를 전공한 정진원 박사는 송아지와 난새를 그린 것은 화독(송아지를 그리다)과 화난(난새를 그리다)의 반절음으로 ‘혹한’ 즉 빨리 돌아가라는 속환 速還의 뜻이라는 설이 맞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언어학자로서, 신라 시대의 향가 읽는 방식을 통해서 원효는 반절식 표현으로 풀이했다고 보는 것이다. 즉, 요점은 두 글자를 합쳐서 한 글자로 익는 것. 화독 또는 서독 은 첫 글자 자음 ㅎ(ㅅ)과 둘째 글자 뒷부분 ‘옥’을 합하여 혹, 혹은 속으로 읽고, 화난도 ㅎ + 안 한(환)으로 해독했다는 것. 즉 ‘속환’ 군사를 속히 돌이키라는 의미. 혹한은, 속한으로도 읽힌다. 혀를 ‘세’라고 하는 경상도 방언을 보면 알 수도 있다고 한다. 향가 읽는 방식을 전혀 모르는 나는 마치 무슨 암호 풀이 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이 해독을 한 사람이 원효였고, 그의 말대로 군사를 속히 돌렸다가 나중에 고구려군을 공격해서 크게 승리했다고 한다.. 이것이 삼국 유사에 처음 등장하는 원효의 마흔 다섯 살의 모습이라고 한다. 662년 원효가 이 암호를 푼 곳은 고향 근처의 반룡사 盤龍寺로 원효의 고향은 지금의 경산이라고 한다. 그런데 '삼국유사' 를 쓴 일연스님의 고향도 경산, 그래서 지금도 경산의 반룡사에 가면 원효, 일연, 설총의 진영이 삼성으로서 진영이 걸려 있다고 한다. 그외에도 원효와 의상의 이야기가 서린 ‘낙산사' 대둔산의 태고사, 의상이 당나라로 가고 원효는 돌아와 2년 동안 보림수도 했다는 절인 대청호 근처의 현암사...원효가 해골물을 마시고 크게 깨쳤다는 '당항성'이 현재 평택의 수도사라는 이야기, 거기에 가면 원효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원효의 스승이자 지통의 스승이기도 한 낭지 郞智 스님의 이야기도 있고 요석공주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원효가 요석공주와 하룻밤을 잔 후, 설총을 낳게 되었는데 요석의 출생에 대해 기록이 없지만, 그녀의 나이, 출신을 추정해가는 과정도 재미있다. 그리고 경기도의 안양 安養 이, 안양정토의 준말로 불교의 극락정토를 의미하고 .북한산만 해도 보현봉, 문수봉, 원효봉, 의상봉, 나한봉, 향로봉, 승가봉 등 수많은 불교의 흔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역사에 깊이 깔려 있으면서도 미처 모르던 것을 아는 즐거움이 있다. 원효가 살았던 7세기는 별들의 향연이었다고 한다. 527년 이차돈이 순교한 이래 6세기, 7세기를 거쳐 오며 원효와 동시대를 살았던 유신과 춘추, 선덕, 진덕 여왕의 이야기. 신라 왕실은 상징적인 이름을 통해서 석가모니 집안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책을 읽으며 종종 상상해 보았다. 신라는 좁은 나라였지만 상상하는 세계는 드넓었다. 살아 있는 부처들이 곳곳에 있었고...그 평가야 어떻든, 민중들이 그렇게 믿고, 따르는 가운데 왕실과 엘리트들이 실천하고...그런 세상을 상상하면, 통일 신라시대, 원효의 시대는 매우 활기차고 풍성한 시대란 생각이 든다. 비록 그 시대는 통일 전쟁을 하느라 늘 위험한 곳이었지만.
#5. 교토의 고산사 이 책의 무대는 일본의 교토까지 펼쳐진다. 교토 고산사에 가면 원효와 의상의 진영이 그려져 있는데 저자는 직접 답사를 한다. 일연스님(1206-1289)과 동시대에 활동한 일본 교토 고산사의 명혜 明惠(묘에, 1173-1232) 스님은 의상과 원효를 한자리에 모셔서 진영을 모시고 화엄종의 종조로 추앙하여 그것이 국보로 내려오는 절이라고 한다.. 재일학자 김임중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묘에는 일본 불교사에 있어서 가장 엄격하게 계율을 지킨 성승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가마쿠라 시대(1185년- 1333년) 전기(1206)의 화엄승이지만, 그는 7세기 신라의 고승 원효와 의상을 매우 추앙하고 있었다. 화엄종의 종조라고 하면 중국의 지엄이나 법장을 그리거나 일본 화엄종의 개조인 신죠나 로벤을 그리게 하면 될텐데, 왜 묘에는 신라의 원효와 의상의 행장을 그리게 한 것일까? 그것은 원효와 의상에 대해서 한없는 존경과 흠모의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다. 즉 시대가 흐름에 따라 점점 쇠퇴해 가는 화엄교학의 부흥을 위하여 신라의 고승 원효와 의상의 전기와 설화를 문학화, 회화화하여 신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법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 이렇게 원효는 세계적인 인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저자는 교토 은각사와 남선사 사이에 있는 에이칸토우 (永觀堂)에서 신기한 불상을 본다. 고개를 돌리고 있는 부처인데, 순간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총을 향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는 원효의 소조상을 떠올리기도 한다.
#6 공부도 되고, 재미도 있으며 여행 갈 때도 도움이 되는 책 이책이 불교, 원효 스님, 삼국유사에 대한 학술적인 글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적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든 이유는 이런 수많은 역사, 설화, 수수께끼등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실제 답사하며 관찰한 묘사, 느낌들이 섞여 있어서 여행하듯이 읽었다.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확인해봐야지 하는 여행의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책이지만 단순한 여행기가 아님은 물론이다. 원효를 중심으로 한 불교, 문화,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책은 원효의 사상에 초점을 맞춘 책은 아닌 것 같다. 이책은 저자가 전공한 '삼국유사'의 관점에서 거기 나타난 원효의 흔적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7 언젠가 '원효와 춤추다'를 보면서 저자가 이책에 정말 많은 시간과 수고 그리고 애정을 쏟아 부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십년 동안 공부하고 답사한 시간들, 한국과 일본을 수없이 탐사하는데 들어간 비용들... 그건 자신의 공부와 삼국유사와 원효와 한국 불교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저자이 4권째 책이다. 앞으로도 계속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삼국유사는 많이 알려졌지만 일반 독자들은 잘 모르는 책이다. 사실, 우리 민족의 수많은 것들이 담겨진 책인데... 이책 마지막 부분에도 나왔지만 '고구려' 즉 북한의 불교, 원효, 삼국유사와 관련된 곳들을 언젠가 자유롭게 방문해 답사하면서 삼국유사의 완결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저자가 이야기 한대로, 삼국유사, 불교, 우리 민족의 얼이 널리널리 세계에 알려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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