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특히나 시나리오 작가나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에게 필요하다. 그렇지만 비단 시나리오에 관련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 교양인, 대중들, 특히 영화에 관심이 많은 많은 대중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도 더 없이 좋은 교양서였다.
특히 영화 <사랑의 블랙홀>의 시나리오에 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영화 중에 아는 영화가 많지는 않았는데(컷스로토 아일랜드, 사랑은 비를 타고, 펄프 픽션, 유주얼 서스펙트, 뜨거운 것이 좋아, 파고 등) 특히 이 영화는 어렸을 때 재미있게 봤던 영화이기도 해서이다. 이 일개의 코미디 영화라고만 생각했던 <사랑과 블랙홀>이 책에 의하면 그 시나리오는 '전형적인 3막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안에 여러 가지 구성적 변형을 꾀하고 있으며, 일개 코미디 영화가 이 영화처럼 큰 주인공의 성장을 보여주거나 높은 관걕수준을 요구하거나 도덕이나 철학적 탐구가 깊은 경우는 없었던 영화'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대충 줄거리나 이미지로만 영화를 보고, 가벼은 코미디 영화로만 알고 넘어 갔는데 흥미있는 분석이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좋은 시나리오와 나쁜 시나리오를 넘나들며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친절하게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과감하고 직설적인 어조로, '훌륭했지만 더 좋아질 수 있는 시나리오 였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3막이 자살한 시나리오' . '해체적 시도에 의한 자폭'. '뻔한 의도' 등 같이 비판을 하기도 한다. 또한 좋은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들었거나 봐온 영화를 구체적으로 예로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지만, 시나리오에 대한 이론에 대해서도 잘 나와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처음과 끝을 관통하여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바를 느낄 수가 있다.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내러티브의 3막 구성'이다. 저자는 이야기의 발단과 주요 캐릭터를 셋업하는 1막, 갈등으로 치닫게 만드는 2막, 모든 문제를 해소하는 3막 구조의 개연성 있는 단락 구성과 효율적인 배분이 탄탄한 시나리오를 만드는 핵심이라고 말한다. 바로 간단하게 말하면 나쁜 시나리오란 이러한 3막 구성을 효율적이고 또 탄탄하게 구성하지 못한 것이고, 좋은 시나리오란 그 역인 것이다. 꼭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하지는 않지만, 영화를 즐겨보고, 영화나 예술, 문학에 관심이 많은 내게 좋은 시나리오를 읽어낼 수 있는 혜안을 길러 준 것 같아 많은 도움이 된 책이다!
이 책의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어서, 『시학』을 참고로 읽어 보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
|
좋은 시나리오는 무엇이고 나쁜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란
‘좋고’, ‘나쁜’것에 대한 평가는 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나에게는 배가 아프도록 재밌는 영화가 내 친구에게는 너무나 지루한 영화로 평가 될 수밖에 없듯이. 그러나 어느 것이든 기본적인 이론에 입각한 평가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책은 성공을 거둔 영화를 통해 그 영화가 어떤 시나리오의 문제에 봉착했으며 또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파악하고 실패한 영화에 대해서는 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실수를 예방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자 기획되었다.
우리들은 흔히 영화가 실패했다고 하면 ‘재미가 없다’, ‘스토리가 없다’, ‘황당하다’ 라는 식으로 영화를 평가하곤 한다. 영화의 구성이라든지 실제적으로 영화의 클라이막스나 영화에서 던진 메세지에 대한 미완성에 대한 불만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작가로서, 적어도 작가에 관심이 있는 시나리오 지망생들에게는 이러한 분석과 자기반성이 필수적이다. 좋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영화의 외 적인 부분(연출이나 편집)을 제외한 온전히 시나리오만을 분석해 평가하고 있다. 크게 시나리오의 구성과 등장인물에 대한 분석으로 나뉘어 있는데 구성 부분에서는 심연, 컷스로트 아일랜드, 침묵의 소리, 사랑은 비를 타고, 펄프 픽션, 유주얼 서스펙트, 하이 눈, 시민 케인, 허영의 불꽃, 마지막 액션 히어로, 파고, 나일의 대모험, 사랑의 블랙홀, 수색자, 심판, 텐더 머시스, 뜨거운 것이 좋아, 등장인물 부분에서는 프리치가의 명예, 자칼의 날, 네트워크, 차이나타운, 카사블랑카, 하바나, 시에라 마드레의 황금, 폴링 인 러브 등의 영화 시나리오가 분석되고 있다. 펄프 픽션이나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의 몇몇 영화를 제외하고는 요즘 세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영화의 목록들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여러 측면에서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과거부터 주목받는 영화들의 목록이다.
좋은 시나리오와 나쁜 시나리오로 평가되어지는 시나리오를 적절히 섞어 여러 시퀸스로 나뉜 신의 부분별로 분석을 해보기도 하고 그림으로 각 막을 설명하기도 하며 생각의 화두를 던져준다. 이 책을 보고 “아 이 영화는 이래서 나쁜 시나리오구나. 이것은 좋은 시나리오구나.”라는 평가를 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 때문에 좋은 시나리오로 평가받는 구나. 이 부분은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구나” 정도의 방향성을 가지고 책을 읽는다면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훨씬 폭넓어지지 않을까 천천히 생각해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를 본 후 책을 읽어본다면 더욱 큰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각 영화별로 주요 내용과 신들을 설명해주고 있지만 영화를 본 후, (이 책에서는 시나리오를 구해서 읽어보길 더욱 권하고 있다. 이 책은 토머스 포프의 글을 번역한 관계로 지은이에 따르면 서점이나 시나리오 전문서점에서 시나리오를 구해 볼 것을 권하며 서점 명단을 함께 첨부했다고 하지만 한글판에서는 그 명단이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영화는 충분히 대여점이나 도서관에서 구해 볼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이 책을 본다면 시나리오의 구성에 대해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짜임새 있는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나리오는 전혀 새로운 창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시나리오란 기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다른 시나리오와의 차이점 위에 탄탄하게 구성된 재창조의 결과물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