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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위로_012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우리'라는 위로_012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내용보기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짙은 남색 표지에 하얀 달빛처럼 적혀있는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짙푸른 어둠이 내려앉은 밤, 은빛으로 부서지는 달빛을 동행인 양 자박자박 걸어가는 발걸음을 떠올렸었다. 적당한 고요함과 그만큼의 적당한 외로움 하지만 달빛이 있으니 다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을 정도의 경쾌함까지, 이 책은 그렇게 내게 말을 건네왔다.      아
"'우리'라는 위로_012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내용보기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짙은 남색 표지에 하얀 달빛처럼 적혀있는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짙푸른 어둠이 내려앉은 밤, 은빛으로 부서지는 달빛을 동행인 양 자박자박 걸어가는 발걸음을 떠올렸었다. 적당한 고요함과 그만큼의 적당한 외로움 하지만 달빛이 있으니 다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을 정도의 경쾌함까지, 이 책은 그렇게 내게 말을 건네왔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밤이면, 우리는 떠날 준비를 했다. 엄마는 간식과 두꺼운 옷가지를 챙겼고, 우리 남매는 교복을 입고 가방을 둘러멨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p.88

 

   우리는 깜깜한 차 안에서 겹겹이 옷을 껴입었다. 그리고는 챙겨온 간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중략)..아주 평범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다 꾸벅꾸벅 졸았다. 무언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면 깜짝 놀라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가, 뒤척거리다가. 그 사이 아침이 왔다. 하룻밤의 피크닉이었다. p.89

 

책을 펼치고 내가 떠올린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아프고 먹먹한 이야기들에 잠시 멈칫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감정에 빠져 휘청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담백하게 적어내려 간 저자의 글 때문이었을 것이다.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아버지를 피해 차 안에서 밤을 보냈던 이야기 이외에도 그 상황만으로도 녹록치 않은 시간을 적어내려 간 글은 담담하기에 더욱 연민을 느끼게 했으나 동정을 구하지는 않는다. 동정이라니, 그 시간을 지나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저자이니 오히려 내가 나의 힘듦을 하소연하며 위로를 구해야지는 않을까 싶을만큼 단단한 글이었다.

 

   누구에게나 죽을 것 같은 날들이 있고, 또 누구에게나 위로를 건네주고 싶은 선한 순간들이 있다..(중략)..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는 이름 모를 당신에게 나의 온기를 나눠주고 싶다. 바람이 불고 밤이 오고 눈이 내리는 것처럼 자연스런 위로를 건네고 싶다. p.12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우리는 서로에게 온기를 나누어주는 그런 존재라고, 책에 빼곡이 적힌 글들을 통해 그렇게 저자는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그 글을 통해 위로를 받은 나는 저자의 시간을 보듬어 주고픈 마음을 느낀다. 저자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손을 마주 잡은 채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서로의 눈을 바라보지 않을까, 서로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그런 마음으로.

 

   그럼에도 우린 꿋꿋이 살아가겠지. 몇 번이고 텅 비어 낯설고 어둑해질 이 세상에서, 내가 외로울 땐 당신이 곁에. 당신이 외로울 때 내가 곁에. 그렇게 우린 함께 살아가겠지. p.57

 

   어둠 속에 보이지는 않아도 누군가에게만 반짝이는 별이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별이었다.

   누구나, 누군가의 별이었다. p.65

 

처음 책 제목에서 느꼈던 이미지와 다르다 생각했던 글들은 어느새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밤, 막막한 마음에 한 걸음을 내딛기가 두려울 때 그럴때조차 우리는 다시 걸어야 할테니, 그리고 걸을 수 있을테니. 우리에게는 그 발걸음을 비춰주는 달빛이 함께 할테니 말이다.

 

   어두운 게 나쁜 건 아니다. 우리가 부정적이라고 느끼는 우울함, 죽고 싶다는 마음 같은 것들은 유독 이상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어둠에 홀리고, 죽음을 떠올리기도 한다. 어둠은 해가 지면 찾아오는 짙은 밤처럼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중략)..어둠 속이 너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 pp.183-184

 


 

*기억에 남는 문장

싸박, 싸박, 싸박. 눈에 눈이 쌓이고, 눈끼리 조그맣게 부딪혀 움직이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p.12

 

후회하더라도 한 번쯤은 밥 말고 꿈을 선택하고 싶다고. 그냥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고. p.17

 

어른이란 말은 어렵다. 내가 다 자란 사람이라고. 이제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p.78

 

12년이란 시간을 쏟아부었고 세상의 전부 같았던, 수능 시험 결과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망했다라는 기억 정도. 그러나 그날의 수능 도시락은 두고두고 기억난다. 나는 이게 인생같다. 훗날 수능을 망치고도 잘만 사는 사람들이 나를 포함하여 아주 많다는 거. 그러니까 우리 외로워도 실패해도 조금만 울고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p.101

 

산타클로스는 남들보다 조금 더 가난하고 조금 더 불우한 집에는 일찍이 발길을 끊었다. 그 집 애들은 울고불고 떼쟁이도 아니고, 착하고 예쁘기만 하더라만. 그래도 산타클로스는 더 잘 살고 더 행복한 집들만 찾아가 따뜻한 방 안에 오래오래 머무는 것이었다. 슬픈 일이었다. p.104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우리가 대신 할머니를 기억할 테니까요. ‘엄마라는 이름으로. 당신이 작아질수록 마주한 눈들은 더 자주 울겠지만 그게 꼭 슬퍼서만은 아니라는 걸 아실 테죠. 엄마라는 이름은 그래요. 언제나 우리를 울게 만드는 이상한 힘이 있죠. p.115

 

위로는 반드시 말이 아니라, 어떤 풍경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나에게 위로는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이고, 할아버지의 주름진 웃음이고, 코스모스 색깔의 가을 하늘이고, 김창완 아저씨의 노래이다. p.145

 

일요일은 평온했다. 그리고 행복했다. 행복은 일요일 아침처럼 짧기에 아름답게 반짝 빛났다. p.172

 

모든 이야기가 절망에서 끝나버리지 않도록, 잠시나마 손바닥에 머무는 조금의 온기 같은 이야기를, 울더라도 씩씩하게 쓰고 싶다. 그런 글이 필요했다. 누구보다도 나에게 그런 글이 필요했다. 나는 이야기를 쓰며 위로하고 위로받았다. 사람을 사랑할 수 있었다. p.256

 

창으로 햇빛이 쏟아졌다. 먹먹해진 눈을 감았다. 나는 이 빛을 알고 있었다. 빛은 조용하지. 아름답지. 따뜻하지. 다른 바람은 없었다. 나는 내 몫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p.258

 
YES마니아 : 로얄 w*****y 2023.04.02. 신고 공감 1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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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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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던 책을 다시 읽은 적은 많지 안았던것같은데 2회독 한 에세이. 책들의 부엌 작가님이 강연에서 추천해 주신 책. 요새 책 몇권을 사서 약속이 생겼을때, 서울가는 지하철에 타면서 읽는데 이 책을 읽는 와중에 왼쪽으로 돌아보니 나 포함 4명이 쭈르륵 책을읽고 있었다. 그 광경이 낯설어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2회독 하니 처음에는 그냥 넘어갔던 몇 문장들과 단어들이 예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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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던 책을 다시 읽은 적은 많지 안았던것같은데

2회독 한 에세이. 책들의 부엌 작가님이 강연에서 추천해 주신 책.

요새 책 몇권을 사서 약속이 생겼을때, 서울가는 지하철에 타면서 읽는데

이 책을 읽는 와중에 왼쪽으로 돌아보니 나 포함 4명이

쭈르륵 책을읽고 있었다. 그 광경이 낯설어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2회독 하니 처음에는 그냥 넘어갔던 몇 문장들과 단어들이 예쁘게 느껴졌다.

 그날에 기분때문인지, 이미 처음에 충분히 감동 받았기 떄문인지

처음 읽었을때는 시선이 머무른 몇 문장은 쓰윽 하고 넘어가기도 했다.

올 가을엔, 코스모스를 보게되면 나도고수리 작가님의 어린시절의 한 장면을

함께 떠올리게 될 것같다.

고수리작가님의 글은 읽으면 내 눈이 글을 쫓아가며 장면이 묘사하듯 그려졌는데

다른 에세이와는 뭔가 다른 특별한 느낌이 느껴졌다.

글속에 노래가 나오면 나도 노래들 따라 들으면서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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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p _ "딱 20일만 일상을 지켜보세요. 우릭 ㅏ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다 드라마예요."

 

78p_ 살아도 살아도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 툭 하면 상처받고 툭 하면 우는 내가 어른이라니. 그러나 다 자란 것 같은 내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실감한다.

정말로 우리가 어른이 되었구나. 그 느낌은 새삼 신기하고도 조금 뭉클하다.

z****8 2023.07.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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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 고수리 에세이 (읽는중/22쪽)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 고수리 에세이 (읽는중/22쪽)" 내용보기
-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데 어떻게 방송에 나가냐는 출연자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딱 20일만 일상을 지켜보세요. 우리가 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다 드라마예요." 우린 미처 잊고 살았지만 삶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아닌 사람은 없었다. (22쪽)--------고수리 작가님 책을 읽은 적이 없는데 얼마전 다른 책에서 추천하는 책이라 덥썩 물었습니다. 이렇게 절절하게 따숩게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 고수리 에세이 (읽는중/22쪽)" 내용보기
-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데 어떻게 방송에 나가냐는 출연자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딱 20일만 일상을 지켜보세요. 우리가 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다 드라마예요."

우린 미처 잊고 살았지만 삶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아닌 사람은 없었다. (22쪽)

--------
고수리 작가님 책을 읽은 적이 없는데 얼마전 다른 책에서 추천하는 책이라 덥썩 물었습니다. 이렇게 절절하게 따숩게 만들어도 되나요? 독자를...직장생활하다 방송작가, 다큐멘터리 작가로 전향하고 지금은 책 쓰고, 연재하고, 글쓰기 강연도 하는 고수리 작가님. 작가님 이야기도 재밌고 다큐에 출연했던 출연자들의 사연도 감동이고 글이 정말 따숩습니다.

#우리는달빛에도걸을수있다 #고수리 #에세이 #수오서재
#책추천 #오늘읽은책



YES마니아 : 골드 i******u 2022.10.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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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뚜벅뚜벅" 내용보기
#나는 아빠가 미웠지만 아빠가 필요했다.그래서 언제나 그를 외면했지만, 또 언제나 그를 생각했다....그를 한바탕 미워하고 돌아서는 찰나에, 아플락 말락 어떤 슬픔이 몰려왔다.조용한 슬픔이었다.어느 순간, 문득 문득 밀려드는 아빠의 기억은 나에게 조용한 슬픔을 안겨주었다.#시간은 쉼도 없이 흐른다.그래도, 아니 그래서, 조용한 슬픔은 어쨌든 무뎌지긴 하는 것이다.#누구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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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가 미웠지만 아빠가 필요했다.
그래서 언제나 그를 외면했지만, 또 언제나 그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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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한바탕 미워하고 돌아서는 찰나에, 아플락 말락 어떤 슬픔이 몰려왔다.
조용한 슬픔이었다.
어느 순간, 문득 문득 밀려드는 아빠의 기억은 나에게 조용한 슬픔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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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쉼도 없이 흐른다.
그래도, 아니 그래서, 조용한 슬픔은 어쨌든 무뎌지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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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죽을 것 같은 날들이 있고, 또 누구에게나 위로를 건네주고 싶은 선한 순간들이 있다.
외딴 방에서, 미용실에서, 텅 빈 거리에서, 어느 새벽 눈이 내리는 거리 한가운데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는 이름 모를 당신에게 나의 온기를 나눠주고 싶다.
바람이 불고 밤이 오고 눈이 내리는 것처럼 자연스런 위로를 건네고 싶다.
...
우리가 매일 말하는 익숙한 문장들로 싸박싸박 내리던 그날의 눈처럼, 담담하게 말을 건넬 것이다.
삶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위로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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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엉덩이 사이사이를 비집고 끼어들어 아교방 안에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통통한 다리를 안쪽으로 뻗으면 색색의 발들이 방 한가운데로 모였다.
마치 활짝 핀 마가렛꽃처럼 귀여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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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인 일상이 만들어낸 사람의 얼굴과 버릇과 말투와 삶.
그런 것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나면, 정말이지 출연자를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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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렇게 한순간에 쓸쓸해질 수가 있다니. 쓸쓸하고 외로운 건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곤히 잠든 남편은 아이 같기도, 노인 같기도 했다.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손가락 마디마디,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와 앞으로 살아갈 불투명한 미래가 만져지는 것 같아 손끝이 저릿했다.
그럼에도 우린 꿋꿋이 살아가겠지. 몇 번이고 텅텅 비어 낯설고 어둑해질 이 세상에서, 내가 외로울 땐 당신이 곁에. 당신이 외로울 땐 내가 곁에. 그렇게 우린 함께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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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도 살아도 세상은 모르는 것투성이.
...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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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이 너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


제목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서 망설임 없이 구입한 책이다.
책을 받은 다음 날 출근길 아침 버스에서 읽기 시작해서 정신없이 빠져들어 저녁에 집에서 끝내 한 권을 다 읽고 말았다.
KBS 인간극장 작가셔서 그런가 한 문장 한 문장이 참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잠든 남편을 바라보는 이야기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서 눈물이 왈칵 나올 뻔 했다.
꿋꿋이 살아가기, 함께 살아가기_
아름다운 세상이다.


YES마니아 : 골드 s********5 2024.09.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