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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7세라는, 반려견으로서는 믿기지 않는 나이로 국내 최고령견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tv에 출연한 적도 있는 '순돌이'의 보호자이자 전직 수의사다.
27년이라니. 저자의 말마따나 세월이 슬픔의 정도를 가늠하는 절대적 기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정말 와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19년을 함께 한 시추를 보내고 여러 날이 지난 후 그 아이를 회상할 때 어느 날엔가 문득 공기와도 같은 존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가 매순간 내 곁에 있다는 게 너무 당연했기에.
그런데 '순돌이'는 그보다 8년이나 더 오래 머물렀으니 이별 당시 저자가 느꼈을 슬픔과 상실감은 감정이란 것을 넘어 비현실적인 어떤 것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펫로스를 겪고 있는 보호자들을 수의사가 아닌 같은 보호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러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잘 준비하고 잘 진행하며 또 잘 추모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면서도 실효성 있는 방법들을 안내하고 있다.
이틀 후면 시추가 떠난 지 49일이 된다.
누군가는 동물에게까지 사후 49일의 의미를 부여하느냐고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동물에게도 엄연히 영혼이 있다고 믿기에 이틀 뒤에 찾아 올 시추와의 지상에서의 완전한 이별을 조용히, 온 마음을 다해 기념하고자 한다.
흔히 반려동물이 떠나고 나면 못해 준 것들만 생각나서 스스로를 책망하는 시간을 꽤 오랜 기간 이어가곤 하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추를 화장하고 온 다음 날이 가장 괴로웠다.
실은 그 이후의 며칠도...
지금 생각하면 시추는 그 날 밤이 자신이 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임을 알았던 것 같다.
반려동물이 떠나기 직전 보인다는 예후들을 다 보였으니까.
다만 내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다.
시간이 제법 흐른 지금, 여러 권의 펫로스 관련 서적을 읽으며 숭숭 뚫린 감정을 메우는데 확실히 도움을 받았고 그 사실을 증명하듯 이 책에 나와 있는 '펫로스 자가 진단'에서도 "사별의 감정을 잘 겪어내고 있습니다"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다른 책에서도 언급된 적 있는 죽음과 호스피스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쿼블로러스가 5단계로 정리한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의 감정 변화' 에서 현재 나의 단계는 마지막 단계인 5단계(1.부정->2.분노->3.협상->4.우울->5.수용 中)에 와 있는 것 같다.
한 번 씩 그리운 마음이 물밀듯이 몰려들 땐 어이없게도 다시 1단계로 되돌아 갈 때가 있긴 하지만. 곧 다시 평정심을 되찾는다. 한바탕 울음을 쏟아내면 눅눅해졌던 마음이 다시 쨍하고 개인달까.
이 책은 시추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단계에서 읽게 된 내 마지막 펫로스 독서가 될 것이다.
제목이 좀 간지럽다고 생각했는데 현재 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어서 마무리 독서로 제격인 셈이다.
예상과 한참 빗나간 시점에 찾아 온 시추와의 갑작스런 이별을 겪으며 많은 것에 후회와 자책이 들어 괴로운 나날들을 보냈지만 딱 한 가지 여한이 없는 게 있다. 처음 만난 날부터 오늘날까지 함께였던 모든 날, 모든 밤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시추 이마에 입을 맞추고 사랑한다고 말해준 일이다.
그 일은 지금도 하고 있다.
그것 만큼은 한 번 시작한 혈압약 복용처럼 거를 수가 없다.
월요일이 지나면 시추는 영혼마저 영영 이 곳을 떠나겠지만 앞으로도 나는 오랫동안 거실 등을 끄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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