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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그린》빌리엘리어트의 감동을 문학으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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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그린은 런던도 아니고 리치먼드도 아니고, 다른 그 어떤 곳도 아니기 때문이야. 블랙스완그린은 비밀을 숨길 데가 없어. 네가 로저 블레이크네 문을 두드리는 날에는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알게 될 거야.   영국의 작고 보수적인 시골 마을에 블랙스완그린이라는 이름의 호수가 있다. 이름과 달리 실제 백조가 있지는 않은 호수처럼 이곳은 어딘지 삭막하고, 폐쇄적인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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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그린은 런던도 아니고 리치먼드도 아니고, 다른 그 어떤 곳도 아니기 때문이야. 블랙스완그린은 비밀을 숨길 데가 없어. 네가 로저 블레이크네 문을 두드리는 날에는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알게 될 거야.

 

영국의 작고 보수적인 시골 마을에 블랙스완그린이라는 이름의 호수가 있다. 이름과 달리 실제 백조가 있지는 않은 호수처럼 이곳은 어딘지 삭막하고, 폐쇄적인 마을이다. 이곳에 엄마, 아빠,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열세 살 소년이 있다. 그는 친구들 몰래 교구 잡지에 시를 쓰고 있고,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말더듬 증을 가지고 있다. 지루하고, 조용한 동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싸움이 벌어지는 집안 속에서 제이슨은 어른들의 위선이나 아이들 세계의 위계질서, 행동법칙, 따돌림 등을 벗어나 또 다른 세계를 꿈꾼다. 남루한 현실을 벗어나 꿈을 꾸는 소년을 그린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영화빌리엘리어트가 떠오른다. 누구나 기억하는 그 장면! 발그레하게 양 볼을 붉힌 소년이 마치 천국에라도 닿을 듯이 공중으로 솟구치는 아름다운 모습말이다. 황홀한 그 순간이 끝나고 나면 소년의 머리 위에는 지저분한 천장과 발 밑의 낡은 침대만 남지만,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 꿈을 꾸는 것으로 소년은 의젓하게 비루한 삶을 참아낸다. 꿈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현실을 버티게 해 주는 달콤한 사탕 같은 것 말이다.

 

 

빌리가 엄마를 잃고 무력한 아버지와 무뚝뚝한 형, 치매를 앓는 할머니를 부축하며 살아가야 가면서도 결코 변명하거나 울지 않는 조그만 현실주의자였던 것처럼, 이 작품의 제이슨 또한 어딘지 그런 씩씩한 모습이 있다. 물론 그는 남몰래 자신의 말더듬증을 숨기려 애쓰고, 잘 나가는 그룹에 속해있지도, 따돌림을 당하는 무리에 속해 있지도 않은 어중간한 상태였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지키려 애쓴다. 자신이 시를 쓰는 것을 감추려고, 말더듬증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안, 그것들을 모두 시로 써내려가는 것이다. 사실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이곳 저곳의 눈치를 보다 보니, 감수성 풍부하고 예민한 그는 다른 이들에 비해서 날카로운 관찰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제이슨의 내면적인 성장도, 친구들의 무모한 행동도, 어른들의 이기적인 모습도 예리하게 읽어내고 있다. 그 속에서 판타지는 현실의 갈피에 슬쩍 섞여 들며 초라한 마을 어딘가로 살그머니 내려앉는다. 그래서 빌리가 허름한 담벼락을 따라 달리고 도약하는 장면만큼이나, 제이슨이 시를 배우고 쓰는 모습은 설레임을 느끼게 해준다.

 

숨은 계단에 발이 걸려 자꾸 넘어지고 넘어지고 또 넘어지다 보면, 마침내 깨닫게 된다. 저 계단을 조심해야 해! 만약 우리가 너무 이기적이거나, 아니면 너무 예 주인님, 아니요 주인님, 가방 세 개 다 찼습니다 주인님 하거나, 아니면 다른 어떤 식으로 행동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숨은 계단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문제가 다 숨은 계단이다. 우리가 영원히 자기 잘못을 알아차리지 못한 결과로 고통 받게 되거나, 아니면 언젠가 잘못을 깨닫고 고치게 되거나, 둘 중 하나다. 우스운 건, 일단 머릿속에 그 숨은 계단에 대해 새겨놓고 다시 자, 인생이 그래도 그렇게까지 똥통은 아니야 하고 생각한 바로 다음 순간 꽝! 하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숨은 계단에 걸린다는 것이다.

항상 그게 다가 아니다.

 

데이비드 미첼은 블랙스완그린의 배경이 되는 우스터셔 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미첼 또한 어린 시절에 말더듬증을 겪어 언어치료를 받았다고 하니, 문학적인 감성이 풍부한 제이슨의 스토리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전작들에 비해 덜 복잡한 스토리를 구성한 것도 바로 자전적인 소설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다. <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엄청난 등장 인물과 복잡한 관계가 있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우스터셔 주 블랙스완그린이라는 작은 마을 안에서 제한적으로 전개되고, 등장인물도, 시간적인 부분도 그리 길지 않은 시기로 진행되니 말이다. 지금은 유명한 작가가 된 데이비드 미첼을 어린 제이슨의 모습에 대비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제이슨이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어른들의 세계는 결국 부모의 이혼으로 마무리된다. 이제 열네 살이 된 제이슨은 새로운 동네로 가서, 이혼하고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어머니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빌리처럼 결코 울지 않는다. 누가가 결국에는 다 괜찮아질 거야, 라고 말하지만, 그는 이 상황이 별로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게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잔잔하게 전개되는 일상의 이야기지만,마지막 페이지까지 도달했을 때 어딘지 뭉클한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언젠가 제이슨이 더 높은 곳으로 비야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믿기 때문이다. 고통과, 기쁨, 슬픔을 통과하면서 나이를 먹어가며 그도 언젠가는 어른이 될 것이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이지만, 각각의 모습은 너무나도 다르다.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고, 설레고, 뭉클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 개인적으로클라우드아틀라스는 영화로만 보았던 터라, 데이비드 미첼의 책은 처음인데, 전작을 읽었던 이들이라면 등장인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1.제이슨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닐 브로즈 => <유령이 쓴 책> ‘에서 다국적 투자회사의 변호사

2.교구목사의 부인인 수다스럽고 오지랖 넓은 그웬돌린 벤딩크스 =>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강제 요양원의 입주자 위원회 대표

3.제이슨에게 시와 인생을 가르쳐주는 마담 크롬린크 = >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작곡가 로버트 프로비셔의 스승의 딸로 등장



YES마니아 : 로얄 r*******n 2014.02.26.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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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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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우리들은 흔히 '사춘기는 그렇지'라고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겪어내는 그 시기는 어른들이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견뎌내는 삶과 다르지 않은 일상들을 보내고 있다. 1년쯤 지나면 현재와 상황이 달라져 있을까. 아니 문제만 다를 뿐, 무엇이든 견뎌내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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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우리들은 흔히 '사춘기는 그렇지'라고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겪어내는 그 시기는 어른들이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견뎌내는 삶과 다르지 않은 일상들을 보내고 있다. 1년쯤 지나면 현재와 상황이 달라져 있을까. 아니 문제만 다를 뿐, 무엇이든 견뎌내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지금 상황이 별로 괜찮지 않다고 느끼면 그것은 제이슨의 누나의 말처럼 "그건 아직 끝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다." 왜 이 문장이 나까지 안도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흔히들 "괜찮아, 괜찮아질거야"라고 하지만 내가 괜찮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아서인 것이다.

 

1년이 넘게 지나갈 동안 제이슨에게는 꽤 많은 일이 있었다. 비오는 날은 여자애들이나 우산을 쓰는, 이런 마을에서는 말을 더듬으며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모른다고 대답할지언정 말을 더듬는 것을 들키는 것은 자살행위와도 같은 것으로 친구들 앞에서 <복잡한 세상을 위한 소박한 기도>를 읽을 때 말을 더듬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혀 버릴 것만 같다. 하느님이 일분을 여섯 달로 늘려주신다면 스쿨버스를 탈 때쯤이면 죽을 때가 되어 영영 잠들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제이슨에게는 긴박한 상황인 것이다. 거기다 '시'를 쓰는 소년이라니, 이것이 알려지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각 장마다 이야기들이 넘쳐나지만 자기 대신 태어날 수 있었던 쌍둥이에 대한 생각은 언제나 그를 짓누르고 행맨은 1년이 넘게 지났어도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래도 제이슨에게는 나름대로 상황을 해결할 용기가 있다. 비록 그 문제를 회피할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제이슨은 마을을 떠나기 전 자신을 도와준 그레턴 부인을 찾아간다. 왜 이곳이었을까. 어딜가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로 열을 올리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피해서 갈 곳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제이슨은 다리를 다쳐을 때 치료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그곳에서 자신의 마음속 깊이 넣어 두었던 이야기들을 꺼낸다. 곧 이 마을을 떠나게 되어 이런 용기를 낸 것이 아니다. 이 문제를 마음속에서 꺼냄으로써 자신의 문제와 마주보게 되었으며 자신의 존재 이유와 맞물려 많은 의문들을 밖으로 토해낼 수 있었다.   

 

이미 일어난 일들을 어찌하랴. "괜찮아, 괜찮아질거야"라고 위로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제이슨은 여전히 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내가 그랬다면, 그러지 않았다면" 하며 언제나 자신을 괴롭힐 것이며 질문들을 던질 것이다. 제이슨에게 이것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앞으로 이것에 덧붙여져 많은 문제들에 부딪칠 것이며 언제나 만약, 이라는 말로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살아 있는 한 이런 문제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제이슨은 이제 이혼수속을 밟고 있는 부모를 둔 제이슨이 되어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학교에 가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도 행맨에게 잡혀서 말을 더듬을지 모르지만 그가, 제이슨이 시를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느 지면에서든 그의 시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다 자란 제이슨이 지금의 일을 기억할 때가 온다면 열세 살의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y*****6 2014.05.1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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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왕따를 피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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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자라는 열 세살 소년의 성장소설을 읽었습니다. 말을 더듬는 버릇 때문에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소년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하여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펼치지만 결국에는 왕따를 주도하는 세력의 눈에 걸려 결국은 치욕을 당하기 시작하는데, 소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힘없고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못살게 구는 풍조는 동양이나 서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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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자라는 열 세살 소년의 성장소설을 읽었습니다. 말을 더듬는 버릇 때문에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소년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하여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펼치지만 결국에는 왕따를 주도하는 세력의 눈에 걸려 결국은 치욕을 당하기 시작하는데, 소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힘없고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못살게 구는 풍조는 동양이나 서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가 봅니다.

 

성장소설을 읽을 때면 늘 그렇습니다만, 열세 살 때, 그러니까 60년대 말에 저는 어땠는가 돌아보았습니다. 키가 아주 작아 출석번호는 한 자리 수였고, 책상도 거의 앞자리였습니다. 공부는 그런대로 하는 편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키가 크고 무게 잡고 다니던 친구들은 주로 무게 잡는 친구들과 암암리에 힘자랑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키 작고 힘없는 동급생을 괴롭히는 법은 없었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남자아이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성정체성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블랙스완그린>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 역시 소심하여 남자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친구를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고 있는데, 선생님들이 그런 못된 짓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점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블랙스완그린에 사는 열세 살짜리 주인공 제이슨 테일러가 1982년 1월부터 1983년 1월까지 13개월 동안 겪은 열 세 꼭지의 이야기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에피소드들은 독립적이면서도 느슨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마을에 있는 작은 호수에는 백조는커녕 흑조도 살지 않는다고 하는데, 전체 이야기를 통해서 두 차례 백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이야기 제목이기도 하면서 마을 이름이기도 한 블랙스완그린에 담은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미운오리새끼라고 천대를 받던 백조가 커가던 어느 날 보니 하얀 깃털이 우아한 백조더라는 <미운오리새끼>의 모티프를 따온 것일까요?

 

제이슨이 말을 더듬는 버릇은 놀이에서 차용한 행맨이라는 또 다른 자아가 제이슨의 머리에서 떠오르는 생각이 말로 구체화되는 것을 차단한다거나 태어나지 않은 쌍둥이라는 가상의 존재가 제이슨의 행동을 제약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태어나지 않은 쌍둥이라는 개념은 인격장애라는 정신과적 문제를 차용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제이슨에게 시인이 될 운명을 점지해둔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봐 ‘엘리엇 볼리버’라는 필명으로 투고한 시들이 교구 잡지에 실리고 있는 것으로 보면 시재(詩才)를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쉬울 정도로 짧은 만남에 그치고 말았습니다만, 동급생들의 비밀결사조직 ‘스푸크’의 입회테스트를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모런을 구하기 위하여 동급생들도 두려워하는 블레이크씨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제이슨은 에바 판 우트리버 데 크롬린크, 즉 마담 크롬린크라고 하는 미스터리한 여성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녀는 제이슨의 시작(詩作)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가능성을 높이 쳐주고 있습니다. “너는 무운시라면 맘대로 써도 되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 각운을 버리는 건 낙하산을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야…너는 감정과 감상을 혼동하고 있어…단어를 사랑하는 군, 그래. 하지만 네가 네 단어들을 아직 완전히 다루지 못하고, 그것들에 휘둘리고 있어…. 하지만 적어도 네 시는 비판을 견딜 만큼 충분히 튼튼해. 소위 시라는 것들은 대부분 손끝으로 한 번만 툭 쳐도 무너져버리기 일쑤지. 너의 심상들도 여기저기 신선한 데가 있어. 시라고 불러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야.(278쪽)”

 

엘리엇 볼리버라는 필명은 동급생들의 왕따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면서도 시적이라는 이유로 골랐다는 제이슨의 설명에도 마담 크롬린크는 필명이 아닌 실명을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영웅 이아손의 영어식 이름 제이슨처럼 시적인 이름이 어디 있느냐는 지적과 테일러라는 이름 역시 시인은 언어의 재단사(tailor)라는 점을 본다면 제이슨 테일러는 시인의 이름으로는 안성맞춤이라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시를 쓴다면 털북숭이 야만인들이 너를 자기네 무리에 받아주지 않을까봐 두려워하는’ 제임스의 처지를 고려하여 열세 살이란 남한테 맞추지 않으면 살기 힘든 비참한 나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옮긴이는 작가의 전작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열여덟 살 처녀로 등장했던 에바 크롬린크가 <블랙스완그린>에서는 고풍스럽고 지적이며 우아한 분위기를 간직한 팔십의 노부인으로 다시 등장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거위박람회에서 제이슨은 자기를 괴롭히던 로스 윌콕스의 지갑을 줍게 되는데, 그 안에는 무려 600파운드가 들어있습니다. 아버지가 맡긴 돈을 잃어버린 윌콕스는 혼줄이 나가고 마는데, 제이슨은 또 다른 작신과의 싸움을 이기고 윌콕스에게 돌려주지만, 결과적으로 윌콕스는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고 다리를 절단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윌콕스가 빠진 자리에 들어선 닐 브로즈가 자신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 시작하자 제이슨은 그의 전자계산기를 공작기계에 집어넣어 부서뜨리면서 대항하고, 결국은 학교에 왕따가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이 선생님들에게 들어가게 되고 사태가 정리되기에 이릅니다. 제이슨은 왕따시키는 친구들에게 정면으로 도전하여 상황을 정리하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y*****2 2014.05.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