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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결혼 관련 사기 사건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란 왜 저런 바보 같은 일을 하지라는 것이었다.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를 보면서도 마음이 섣불리 동요되지 않았던 건 나라면 절대 저러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한 스푼까지 곁들여서. 건방진 생각이란 걸 안다. 사람은 자신에게 잘해주고 마음을 열어주면 그 순간 당사자가 아주 힘들거나 외로운 상황에 처해 있으면 더 마음이 훅 간다는 것도 안다. 그러지 않더라도 조건을 따져서 상대를 만나는 사람이라면 어느 날 백마 탄 왕자나 마차 끌고 온 공주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뭔들 내주지 못하겠냐만.
정말 사랑했다고 그럴 줄 몰랐다고. 나 이외에 만나는 사람만 여럿이라는 걸 안 순간 죽을 것 같았다는 절규. 가만있어 봐.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만약을 가정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뻥, 거짓말, 구라, 사기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것 같은데.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어서 휴일이면 집에서 청소, 빨래, 책 읽기, 리뷰 쓰기, 꽂히는 노래 무한 반복해서 듣기, 드라마 보기(최근에 빠진 드라는 《유미의 세포들》, 세포들이 "유미, 유미" 응원봉을 들고 연호하는데 그게 나를 응원하는 것 같아서 이상한 감동에 휩싸였다.)가 전부라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으니. 결혼을 빌미로 사기를 치려는 상대를 만날 상황 자체가 없다.
인터넷이 있다고? 우리에겐 온라인이 있지 않냐고? 카톡, 블로그 외에는 SNS 활동도 안 하는지라. 뭐, 사람 일은 모른다고? 어리석어 보이지만 그동안 읽은 책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접한지라 대충 보면 짐작 가능합니다요. 이 인간이 어떤 종족인지. 유즈키 아사코의 신간 『버터』는 그런 의미에서 책으로 세상만사 배우기를 즐겨 하는 나에게 딱인 책이다. 600쪽의 단단하고 무거운 이 책은 일본에서 일어난 실화 '수도권 연속 의문사 사건'을 다룬다.
이른바 '꽃뱀'이 등장하는 사건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다. 결혼을 조건으로 상대 남성에게 접근해 돈을 갈취한 여성의 용모가 '꽃뱀'의 이미지와 달랐다. 여러 남성을 현혹 시킬만한 외모가 아니었다. 평범한 얼굴에 몸무게는 100kg이 넘었다. 여성은 결혼을 원하는 남성에게 접근하고 나중에는 자살로 꾸며 살해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는 여성이 요리를 잘하고 말씨에는 기품이 넘쳤다고 했다.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유즈키 아사코는 실화 모티브를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가지이 미나코는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주간지 기자 리카는 세 명의 남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지이에게 흥미를 느낀다. 대체 어떤 여성이기에 남성을 유혹해 돈을 얻고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일까. 취재를 시작하면서 리카는 가지이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다. 세간에서 말하는 뚱보와 악녀 이미지로만 소비될 인물이 아님을 직감한 리카는 적극적으로 가지이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다. 구치소에서 대면한 가지이는 리카에게 에쉬레 버터를 이용한 간장밥을 먹을 것을 권한다. 그 후 리카는 가지이가 말한 요리를 대신 먹기 시작한다.
유즈키 아사코의 『버터』는 단순히 실화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한 소설이 아니다. 소설에는 일본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꼬고 해체한다. 예쁜 용모의 여성이 아니었다. 남성들이 한눈에 반할만한 미모가 아니었음에도 대체 왜 가지이의 유혹에 넘어갔던 것일까. 리카는 가지이와 대화를 통해 점점 변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전까지 리카는 마른 몸을 가졌다. 주간지 기자라는 남에게 보이는 용모를 일정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리카였다.
편의점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운다. 취재원이나 기사 소스를 주는 '손님'에게 여성성을 어필하지 않기 노력한다. 자신이 정한 틀에 자신을 엄격하게 가둔다. 그런 리카가 가지이를 만나면서 변한다. 제대로 된 밥을 먹기 위해 요리를 하고 결혼과 인생에 관한 신념을 다시 생각한다. 요즘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질문을 받는다. 결혼은 했느냐고. 안 했다고 하면 그럴 줄 알았다고. 어려 보인다고. 그런데 실제로 전 어리지 않습니다, 말하고 싶지만 굳이 그런 말은 안 하고 상황을 모면한다.
관심도 없으면서 관심 있는 척 개인적인 질문 오지게 한다. 유머 센스와 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한 나는 얼버무리거나 답을 회피한다. 서른세 살의 리카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을 새롭게 직시한다. 결혼과 출산을 위해 일을 그만둔 절친 레이코,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부서를 옮긴 선배 미즈시마. 리카는 그녀들의 선택이 최선이 아니었음을 최선이라고 믿고 있음을 알아챈다. 여성은 남성을 위해 존재한다. 여성은 남성의 식사를 책임져야 한다. 가지이는 사회가 요구하고 자신이 받아들인 신념을 이용해 유약한 남성을 골라 욕망을 충족했던 것이다.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는데도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던 건 문제일까. 요리에는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 함을 일찌감치 알고 있어 시도 자체를 안 한다. 대충 사는 것 같은데 이게 나의 최선이다. 『버터』에서 내가 감동받은 부분은 리카가 요리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 일, 결혼, 출산, 사랑, 삶에 대한 시각이 풍부하게 바뀌는 부분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선택하길 기다리지 않는다. 타인에게 보일 완벽한 자신을 세팅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이 요구하는 것 같은데 실은 자신이 부여한 기준에 도달하지 않아도 된다. 『버터』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다.
솔직하게 살자. 마음을 숨기지 않은 채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격려해 주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은 건 부적응이 아닌 네가 원하는 일이라는 걸 받아들이면서. 결혼 사기 사건에 휘말리지 않으리라 장담하는 건 일상, 음악, 문학, 문구점 구경, 귀여운 캐릭터 굿즈 모으기, 신간 사서 모으기, 예전에 읽은 책 다시 꺼내기, 대화가 통하는 친구 1인과 걷기 외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작은방에 앉아서 하늘 바라보기 추가.(오늘은 날이 흐리네요.)
새로운 곳에서 일하면서 안 그래도 없던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버터』를 읽으니 그렇게까지 나를 몰아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웠다. 지하로 떨어진 자존감을 끌어올린다. 너는 틀리지 않았고 다른 것이다.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다.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기 보다 지금 무얼 먹고 싶은지 의문하는 것으로 너의 오늘을 응원해 주길 바란다. 내가 위로받는 건 현실을 직조한 허구의 세계이지만 그게 나를 살게 한다. (나를 포함한 둘 이상과 대화하는 건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 건가요? 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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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이 작가는 정말 음식에 진심이구나.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로 번역된 [런치의 앗코짱 ランチのアッコちゃん (도시락 반찬마냥 다채로운 인생, 좀 더 안테나를 올려라 )]에서도 그저 식사를 배를 채우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몸과 마음을 더 풍요롭게, 인생을 즐기는 건강한 식사를 하라고 했는데. 이 작품 속에서 나오는 여자인물들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야 말로 그네들이 인생을 마주대하는 태도와 같았다. 그러니 음식을 대하는 태도나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다면 이들 서로 또한 바뀔터였다.
리카는 잘나가는 대기업 남성주간지의 유일한 정규여직원 기자였다. 그녀는 이번에 세간의 화제가 된 인물 기지이 마나코를 독점 취재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만난 그였지만, 도대체 기회를 주어지지않으며 미스테리같은 숙제만을 던져준다.
마나코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인물까지 금전전 혜택을 받다가 떼어내고 그러다가 피해자가 자살인자 살해인지 모를 죽음을 맞이하게 한 인물이었다. 이른바 세상이 말하는 꽃뱀. 하지만 그녀의 실제모습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꽃뱀과 달랐다. 보다 여유로운 체중과 둥그런 몸의 라인, 미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생김새.
그래서 더욱 센세이셔널한 대중의 관심을 받는 그녀를 집중 취재하며 그녀의 숙제를 해가면서 리카는 왜 그녀에게 남자들이 빠졌는지를 알게된다. 그동안 먹고픈 것보다는 일이 우선인, 혼자 죽어간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리카는, 민폐를 끼치기 싫어 연인을 부르지도 음식을 음미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녀에겐 레이카라는 친구가 있었고 모든지 완벽하게 가정적인 것을 구현해냈다. 이 둘이 기지이 마나코를 대하면서, 그녀가 보여주는 것말고 진실을 찾아가게 되면서 각자 먹는 것, 인생에 대한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버터를 많이 넣으면 음식이 맛있다는 거. 누구는 모르나. 많이 넣으면 칼로리라 폭발하니까 자발적으로 사회적인 압박으로 다이어트를 강요당했던 리카는 기지이 마나코를 통해 해방을 느낀다. 하지만, 마나코의 행위는 자신의 욕구를 폭발시키는 동시에 남자의 욕망을 채워줌으로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레이카 또한 완벽한 음식을 통해 완벽한 가정을 꾸리려고 하지만, 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는 남편을 통해 일탈을 경험한뒤 자신의 생을 찾아간다. 결국 나중에 각자의 삶을 찾아가게 되는데, 이 모습에서 무척이나 개운함을 느낀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음식들을 제대로 접했다면 더욱 상큼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것이 없어도 충분히 리카와 레이카가 다시 제대로 자신의 욕구를 가장 먼저 신경쓰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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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키 아사코 작가님의 <버터> 입니다. 처음 작품 소개 컷툰을 읽고 궁금해서 구매했었는데, 읽다 보면 이 책은 겨울에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하는 맘이 듭니다. 제목부터 그렇듯, 주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식재료와 음식, 식도락을 사랑하는 여자로 나오기 때문에 그에 대한 묘사도 다채롭게 나와 군침이 돌게 만듭니다. 그리고 식재료와 그 식재료를 사용한 여러 음식 메뉴들, 그리고 그런 음식들을 판매하는 식당과 여러 음식들을 요리하고 맛보는 사람들을 묘사하며 사회 여러 인간 군상을 자연스럽게 매칭하는 것도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과 살인범 간의 묘한 관계의 변화도 보는 재미가 있엇지만, 주인공과 주인공의 오랜 친구간의 관계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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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취향 저격의 소설입니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고른 소설이 이렇게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였을 때, 두 배로 기뻐집니다. 그렇다고 나만 알고 싶은 소설이기에는 이미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소설입니다. 찾아보니 유즈키 아사코 작가님의 소설이나 에세이등에 이미 한국에 꽤 많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한국에도 독자층은 벌써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계신 분입니다.
‘남성 연쇄살인사건, 결혼 사기 피해액 1억엔! 정말 그 여자가 죽인 것인가!’, “내게 필요한 건 숭배자뿐.”, ‘일본을 뒤흔든 실화 수도권 의문사 사건 모티브’, ‘감각적이고 칼로리 높은 미스터리물’ 이 모든 책 띠지에 붙어 있는 선전문구와는 다르게 이 책을 읽으면 분명한 것은 모든 음식에 버터를 넣어보고 싶어집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따뜻한 밥에 버터를 녹여 넣고 살짝 간장을 넣어 먹는 버터간장밥이나 밤에 먹는 버터를 풀어 넣은 라면, 조금 더 공을 들인다면 명란버터 스파게티, 더 호기심을 참지 못한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중간중간 버터를 발라줘야 하는 칠면조 구이등, 책에 집중을 하고 싶지만, 버터를 넣은 음식에 대한 상상이 자꾸 방해를 합니다. 이 책을 한숨에 달려 읽으신 분이던, 며칠에 걸쳐 읽으신 분이던, 이 책 전후로 버터가 들어간 음식을 한번쯤 도전하게 됩니다. 이렇게 음식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물론 유즈키님의 음식에 대한 묘사가 너무 사실적이고 충실한 것도 있지만, 반면 작가님에게는 실례되지만 스토리는 생각보다 미스터리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초점은 일견 의문사나 의문사를 일으킨 범인에 맞춰져 있는 것 같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주도하는 것은 기자 리카입니다. 리카가 희대의 살인마를 취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구성적인 측면에서 양들의 침묵의 클라리스(신참형사)와 한니발(감옥안의 연쇄살인마)의 관계를 떠올리게 되지만, 내용은 버터처럼 소프트하고,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의 관계는 훨씬 복잡합니다. 그리고 일본 소설 특유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합니다. 과연 희대의 살인마가 정말 살인을 저질른 것인가, 사람을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야만 살인인가, 죄책감이란 무엇이고,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던지는 질문들은 깊습니다. 전체적으로 작가의 의도는 알 것 같지만, 책을 만약 두번 세번 몇 차례 읽는다면 다른 맛이 나올 것 같습니다. 마치 명작영화는 몇 번을 봐야 배우들이 노력한 섬세한 표현까지 알 수 있듯이, 몇 번이나 이 책을 반복해 읽으면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했던 모든 설정들의 위대함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왠지 유즈키 작가님이 이 책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는 지 알 것 같습니다. 스토리의 구성부터 아마 모든 버터가 들어간 음식을 맛보고,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요리를 해 보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칠면조 요리를 본 적도 없지만, 상상만으로 칠면조를 둘러싼 파티가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 정할 수 있다면 장르물보다 순수문학쪽에 한 표 드리고 싶습니다. 책의 구성부터 깊이까지, 게다가 작가의 헌신까지 더할 나위 없습니다. 이 책을 접해서 영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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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광고에서 접하게 되어 구매로까지 이어진 버터. 일단 버터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런 미스테리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자체가 너무나 신선했다. 자꾸만 뒷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전개가 전혀 지겹지 않고 술술술 읽혀 제법 두터운 책임에도 한자리에서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살인을 다룬 이야기에 버터의 풍미를 얹어 읽는 내내 뭔가 허지김도 느껴지면서 긴장감도 늦출 수 없는 매력적인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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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이 좋아하는 색깔인지라 샛노란색으로 가득한 표지는 처음부터 시선을 끌었다. 연쇄살인마라는 주인공도 흥미로웠고 표지 겉면 여성의 모습과 버터라는 제목은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 책을 사둔건 22년 가을이었고 이 책을 들고 읽은건 12월 말, 즉 연말이었다. 평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책을 무작정 사는 습관이 있는 나는 올 겨울도 내가 사두고 쌓아둔 책들을 보며 무슨 책을 지금 읽어야 할까 고민했다. 이번 겨울은 되게 힘들었다. 그래서 이런 사실도 알아버렸다. 삶이 너무 힘들어버리면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아주 다른 세상의 소설 속으로 대피하고 싶구나 하는 사실을...그래서 연말에 선택된 책이 이 버터였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설의 두께가 뭔가 든든했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지금의 현실을 돌파할 실마리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작은 희망을 가지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 책 소개를 읽고 생각한 내가 짐작한 이 책의 줄거리는 남자들을 연쇄살인 했다고 비난받는 이 뚱뚱하고 에쁘지 않은 여자가 기자 리카에게 자신이 이렇게 살아온데에 중요했던 자존감에 대해서 설명하는 그게 끝인 이야기일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난 내가 삶을 좀 더 당당하게, 남의 눈치 받지 않고 나의 희미해진 자존감을 좀 올려주길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기대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내가 성인이 되고부터 고민해왔던 전반적인 것들이 이 책에 곳곳 스며들어 있었다. 먼저 나와 친한 친구사이가 리카와 레이코의 관계와 유사했다. 나의 친한 친구지만 이제 점점 서로를 전만큼 이해하기 힘듦에서 나오는 껄끄러움, 그럼에도 우린 친구니 관계를 이어가는 모습, 그러나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 이상한 우정에 대해서 이 책을 말을 해줬다.
친한 친구를 만나는게 예전만큼 즐겁지 않다. 이 책의 문장처럼 우린 서로에게 자존심을 부리고 있는 걸까? 친구보단 내가 자존심을 부리는 것 같다. 친구에게 계속 좋고 아니, 좋다기 보다는 잘난 모습만 보여주고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 책에는 그런 문장도 나온다. '자기보다 나은 동성과는 1분도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 라는...그런가? 이게 무슨 경우인가...이렇게 나쁜 친구라니
이 책은 주인공이 여자인만큼 2030여성들이 읽으면 공감할 부분이 꽤 많을 것 같다. 친구에 대한 부분만 서술했지만 아빠와 딸의 관계에서 딸이 느끼는 감정, 부모와 자식관의 관계, 사회생활,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그럼에도 사람의 정, 사람의 욕구 중 '식'이 주는 의미 등 분량이 방대한 만큼 정말 생각할 거리가 다양하다. 분명 최소 한가지씩은 공감되어 삶에 큰 위로를 받을 것이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지이가 추천해준 따뜻하게 데운 모닝빵과 에쉬레 가염버터를 같이 곁들어서 먹으며 보는 걸 추천한다. 그 자체과 꽤 낭만있고 가지이가 그렇게 열광하는 황금빛 버터의 맛이 뭘까 음미하면서 맛에 탐구하는 재미도 있다. 간장버터밥도 도전해봤는데 간장이나 밥이 뭐가 안 맞았는지 너무 느끼해 그렇게 추천하진 않는다. 지금도 이 모닝빵과 에쉬레버터의 조합은 가끔 생각나 해먹고 있다.
내가 책을 읽어가며 인덱스를 붙힌 몇 문장들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을지 말지 이 문장들을 보며 이 책을 맛보기 해보면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p106> 한 가지만으로 배를 채우지 않아도 되고, 모든 것에서 남들 수준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야. 각자 자신의 적당량을 즐기고, 인생을 전체적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텐데. 담배도 식후에 한 개비쯤 즐겨도 되고, 살이 좀 쪘다고 주위에서 난리칠 일도 아니잖아. 이렇게 말하면 게으름뱅이라고 혼나려나/ 그러려면 자신의 적당량을 모르면 안 되겠지/ 그러게. 그래서 다양한 음식을 많이 먹고 자신에게 맞는 맛과 양을 찾아야 할지도.
p134> 다들 적건 많건 포기하는 분위기가 돌잖아요. 어른이 되면/ 뭐야 그 재미없다는 얼굴은, 정직원으로 입사도 결정됐고, 유우 평온 그 자체일 텐데, 알겠다. 합격 우울증이구나. 나도 그런적있어/ 아세요? 뭔가 내 미래가 외길로 보인다고나 할까요? 이런 말 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야단맞으려나 뭐, 오늘 밤은 좋아하는 아이돌 공연이 있으니 거기서 힘을 충전해서 내일 파워 부활하겠습니다.
p137> 리카는 순간 위축됐지만, 이제 사사건건 주눅드는 것도 귀찮아졌다. 그래, 귀찮다. 남들한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면서 정답을 맞히듯이 생활하는 데 질렸다.
p141> 당신은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하지 않아? 그래야 맞지도 않는 사람과 데이트하느라 자신을 소모하는 게 아깝다는 걸 절감하게 될거야. 자존감이 너무 낮은 거 아냐?
p238> 무엇에도 쫓기지 않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초조해지도록 누군가가 조종하는 것 같아. 전에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식으로 말해서 미안해. 왠지 말이야. 부드럽고 풍요롭고 여유로워져가는 리카를 보니 불안해졌어. 부끄럽지만, 내가 좋아했던 왕자님의 이미지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여서.
p334> 이상하다고 해서 당신이 대체 어떤 기행을 저질렀는지 했더니, 그냥 살이 쪘다는 거야. 걱정이 돼 죽겠대. 당신이 살쪄서 이미 세간의 상식에서 벗어나버렸다는 거야. 기가막혀서. 바보 아냐? 남의 체형이 좀 달라진 것 가지고, 원 세상에, 왜 그렇게 심란해햐지. 이 인간이나 저 인간이나…왜 그렇게 남을 신경쓰는거야? 남이 어떤 모습인지, 남이 욕망을 드러내고 있는지, 어떤지. 그런 일로 불안해하기도 하고 우월감을 갖기도 하다니, 이상해. 남의 모습이 자기 속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훨씬 더 걱정이 돼 죽겠다니 미친 거 아냐?
p509> 혹은 ‘언젠가’를 믿을 수 있는 여유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있었으면 좋았을지 모르겠네요. ‘언젠가’를 믿는 것은 약한 것도 어리석은 것도 도망치는 것도 아닌데.
p536> 서로 돕고, 서로 응석을 부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냐 기대. 하고 리카는 늘 주변에 말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그런 처지가 되니 도저히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리카가 한 행동이나 목적하는 바를 다 아는 레이코나 시노이 씨가 지금 이 모습을 본다고 상상하기만 해도 온몸이 뜨거워지고 피부에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리카가 내민 손을 잡아준 레이코도 시노이 씨고 얼마나 강한 사람인가 어쩌면 지금까지 의지했던 것은 자신일지도 모른다.
p541> 네 말이 맞았어. 난 그냥 단순하게 그애가 비난받으니까, 응원하지 않게 된 거야. 여러 사람이 욕하는 애를 좋아하기가 두려워서, 나까지 욕먹을까봐 응원을 그만두었다는 것을 깨달았어. 사실 남이 어떻게 보든 신경쓸 필요 없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엇을 좋아할지도 남이 정해준 기준을 따르고 있었던 거야.
p554> 응. 할 수 있는 사람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대. 못 할 때는 쉬어도 되고, 못 한 날만큼 베풀면 된다더라./ 와 괜찮다. 할 수 있는 사람만 하면 된다니…/ 그렇지. 모든 일에 다행하는 얘기야. 그러니까 리카. 만약 신이 있다면 우리가 주어진 시련에 괴로워하는 모습에 만족하거나 기뻐할 리 없잖아. 그러니까 뭐든 다 자기 힘으로 극복해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몰라. 계속 성장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그보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치는 게 훨씬 더 중요해.
p589> 가능해, 내가 하기로 마음먹으면.
초반엔 가지이에게 자존감을 배우는 리카라는 기자의 이야기라 생각하며 읽었고, 초반에는 가지이의 말들에 오~하며 감명을 받기도 했다. 근데 소설의 절정 이후로 가지이는 음...그래 가지이도 무결한 인간이 아니지, 인간이기에 불완전하고 약점이 있다.
가지이는 또 리카를 흠뻑 버린 채 또 다른 그녀만의 사랑을 찾아 나선다. 그러고 가지이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난 그래도 반전이 있지 않을까 했다. 가지이가 실은 다른 뜻이 있었다고, 그래서 리카의 칠면조구이 초대에 가지이가 마지막 손님으로 등장하길 난 바랬는지도 모른다.
나도 리카처럼 가지이에게 빠져 버린 것일까? 지나치게 독립적이어서 뭐든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고 위로 받고 싶어하는 불쌍한 인간 족속들...그게 나인 것 같다.
버터의 시간 흐름은 추운 겨울부터 시작해서 나와 계절의 흐름이 맞아 더욱 과몰입한 부분도 있다. 매우 추운 겨울을 지나 봄, 후덥지근한 초여름까지,,,나의 23년을 미리 경험하는 기분도 들었다. 리카가 이 시간들을 보내 삶이 단단해진 만큼 나도 단단해지길, 다양한 맛이 있는 세상에서 또 나만의 맛을 만들어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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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중년 연쇄살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가지이 마나코는 연쇄살인범인가?꽃뱀인가? 일본에서 실제 연속으로 발생한 살인사건을 그려나간 추리소설이다 주간지 기자 마치다 리카가 가지이 미나코를 접견신청 하면서 시작한 이야기는 리카의 친구 레이코를 현재 일본여성의 기준으로 두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을 읽으며 버터에 밥 안비벼 드신 독자는 없을 것이다 직접 버터를 만드는 시도를 해 본 분도 계실 것 같다 미각을 자극해 나가는 작가의 의도는 아주 강렬하다 2009년 3명의 중년 남성이 연탄을 피워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는데 이들은 모두 34세 기지마 카나에라는 여성과 교제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죽기 전 키지마에게 거액의 돈을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같은 해 키지마는 20명의 남성에게 거액의 돈을 편취해 혼인빙자 사기죄로 체포됐다 이후 3명의 남성에 대한 살인 혐의 역시 인정이 된다 일본 언론은 키지마의 꽃중년 연쇄살인 사건을 두고 희대의 꽃뱀이라며 외모에 집중했다 키지마는 100㎏이 넘는 체구에 수수한 얼굴로 일본 열도를 다시 한 번 충격에 빠트렸다 키지마의 연애는 옥 중에도 계속된다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도 자신을 후원하던 60대 남자, 알고 지내던 지인, 자신을 취재하던 주간지 편집 데스크와 총 세 번의 결혼을 한다 키지마 카나에는 2017년 4월 사형이 최종 확정됐다 기지마 카나에가 가지이 미나코다 놀라운 이야기다 이야기의 시작이던 꼬마 삼보 이야기의 호랑이들은 나무 주위를 계속 돌다 버터가 됐다 그런데 나무 주변에 뼈는 없었을 터다 뼈까지 버터 속에 녹아들었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뼈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 생물이 정말로 죽었는지 어쨌는지 모른다어쩌면 예상외로 호랑이들은 지금도 정글에서 건강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날씬함을 강요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여성에 관한 시각과 더불어 외로운 남자와 남녀사이의 호감과 설레임 그리고 권태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이야기가 한호흡에 읽어나가지는 아주 맛있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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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키 아사코의 『버터』는 일본에서 실제 발생한 수도권 연속 의문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추리 소설로 한국에서도 출간 후 큰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 마치다 리카는 주간지 기자로 수도권 연속 의문사 사건의 가해자인 가지이 미나코를 면회하기 위해 환심을 살 방법을 찾는다. 친구 레이코와의 저녁 식사에서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레시피를 공유하는 것도 좋아한다는 말에 힌트를 얻어 피해자가 좋아했던 비프스튜의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편지를 보내자 가지이가 리카의 접견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지이는 접견을 온 리카에게 오로지 요리 이야기만 하고 싶다고 단언한다. 리카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가지이가 전해준 방법대로 요리를 만들고 음식을 먹으면서 가지이의 호감을 사려 한다. 이 책은 가지이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리카가 마주하는 요리의 재료, 요리 방법, 맛에 대해 매우 자세히 서술한다. 읽다 보면 무의식중에 군침을 삼킬 정도이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일본에서 ‘요리’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장점이자 특징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결혼하고 싶어서 요리학원에 다닌다.’, ‘요리 솜씨로 남자를 휘어잡는다.’, ‘가정적인 사람이 요리를 잘한다.’처럼 요리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일부 여성들이 이러한 틀에 박힌 말들로 인해 상처 입기도 하고 요리를 싫어하게 되기도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쇼세츠마루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고정관념은 단순히 ‘요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한국의 일부 기사에서는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사건을 ‘못난이 꽃뱀 살인사건’, ;뚱녀 꽃뱀 살인사건’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는데, 남성들을 유혹하여 재산을 탈취하고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 여성이 일반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에 맞지 않는 ‘뚱뚱하고 매력이 부족한’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가지이를 포함한 여성들의 몸무게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여과 없이 다루고 있다. 마른 체형이었던 리카가 음식을 ‘만끽’하게 되면서 체중이 증가하자(증가해도 표준체중이었지만) ‘뚱뚱한’ 남자친구가 남들의 시선을 이유로 살을 빼라고 권유하는 장면에서는 한숨이 절로 난다. 리카는 이러한 고정관념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가지이를 처음 접견 했을 때는 남들과 같은 잣대로 가지이의 외모를 평가했다. 또 살을 빼라는 남자친구의 말에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차 음식을 만끽하면서 리카는 여성을 옭아매는 태도와 말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점차 맞서게 된다. 리카와의 첫 면담에서 가지이는 마가린과 페미니스트는 절대로 용납하지 못한다고 했다. ‘마가린’은 ‘버터’의 모조품으로 ‘페미니스트’는 여성스러움이 결핍된 존재로 보았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버터를 충분히 사용해야 하듯이 여성스럽게 남자에게 헌신하고 요리하는 일이야말로 여성의 진정한 행복이라 말한다. 여성스러움과 버터를 동일시하고 집착하던 가지이와는 달리 리카는 버터를 적절히 사용하여 요리하는 즐거움을 찾게 되었다. 일련의 사건을 겪고 친구들에게 요리를 대접하면서 요리는 나와 타인을 이어주고 서로를 보살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회가 얼마나 여성스러움을 강요하고 있는지, 여성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지 리카가 깨닫는 순간, 우리도 리카의 눈으로 우리 자신이 얼마나 사회 저변에 있는 고정관념에 압박당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리카가 통찰한 것처럼 이 책을 통해 우리도 우리 삶에 필요한 적정량의 ‘버터’를 찾게 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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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이 마나코는 엄청나게 잘 먹겠지. 뚱보잖아. 그런 뚱보가 용케 결혼 사기를 쳤네. 역시 요리를 잘해서 그런가?” 이 책은 요리에 대한 이야기이자, 몸에 대한 이야기다. 허기에 대한 이야기면서 포만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라고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는 추천평을 썼다. 2009년 일본에서 일어난 실화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쓰여진 책이라 한다. 그렇게 미인도 아닌, 아니 오히려 몸집이 있어 남자의 호감을얻기 힘들것 같이 보였던 여자에게 많은 남자가 꾐에 넘어가 돈도 잃고 마지막엔 죽음까지 이르러 사회적으로 많은 삶들이 의아해 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단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녀에게 넘어가는 남자의 욕망을 음식과 결부시켜 그려내고 있다. 가부장적 세계의 한 빈공간에 도사리고 있는 여자의 파괴적인 유혹이 남자의 허기진배를 채워주는 음식이 등장하여 음식이 유혹의 무기로 사용되어진다는..... 독특하지만 긴장감이 늦쳐지지 않는 그런 내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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