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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의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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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의 인류학] 오선민한줄평 : 그림 형제가 수집하고 모은 <그림 동화 선집>에 대한 탁월한 탐구와 분석동화작가로서 올해는 동화 창작뿐만 아니라 동화의 깊이와 넓이를 위한 공부도 꾸준히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그림 동화의 인류학>이라는 생소하지만 친근감 넘치는 책을 발견했다. 동화와 인류학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연결이다. 작가는 인류학자 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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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의 인류학] 오선민

한줄평 : 그림 형제가 수집하고 모은 <그림 동화 선집>에 대한 탁월한 탐구와 분석



동화작가로서 올해는 동화 창작뿐만 아니라 동화의 깊이와 넓이를 위한 공부도 꾸준히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그림 동화의 인류학>이라는 생소하지만 친근감 넘치는 책을 발견했다. 동화와 인류학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연결이다. 작가는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를 읽고 그림 형제의 동화 선집을 다시 보았다고 했다. 나는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읽고 그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자는 그의 오래된 저서를 읽고 동화의 <슬픈 열대>를 탐구했다.

나는 동화 창작에 입문하면서 주인공이 끝에 가서 죽고 마는 장면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자기검열에 들어가 아이들이 읽는 동화에 주인공이 죽음으로 끝을 맺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물론 그 창작물은 습작품으로 남고 말았지만 그때 얼마나 긴 시간을 고민했는지는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걸 고민할 필요가 없다. 물론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저주를 풀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긴 하지만 대부분의 주인공은 결핍 상태로 세상에 나온다. 그리고 어둡고 마녀가 득실거리는 숲으로 곧장 내몰린다. 숲은 동화에서 어떤 곳인가? 그림 형제가 수집한 동화에서의 숲은 착하지 않다. 레비스트로는가 <슬픈 열대>에서 브라질에 직접 체류하면서 문명과 야만의 비교를 비판했다. 숲은 그 자체로 생존이다.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 사람과 자연은 공존할 뿐이다. 동화 역시 마찬가지다. 숲이 주는 이미지는 정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동화는 왕국이 아니라 숲에 주목한다. 절대로 옳고 절대로 그른 것이 따로 없음을 빽빽한 숲의 어둠으로 표현한다. 숲에는 누가 사나? 그곳에는 사람 잡아먹는 마녀와 거인들이 돌아다닌다. 하여 아차 하면 죽음의 낭떠러지다. (13)

그림 형제의 동화에 나오는 백설공주나 빨간모자, 헨젤과 그레텔은 자신의 처지를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에만 집중한다.

동화가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 중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을 자유의지의 화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상황을 선택할 수가 없다. 결핍에서 시작한다는 것 자체, 저주라고 하는 주어진 조건을 힘껏 껴안고 가는 것 자체가 이 점을 증명한다. (61)

동화 속 주인공들이 조실부모하는 등의 악운에 수동적인 것은 세계를 자기와 뭇 존재들이 아슬아슬 함께 살면서 만들어 내는 곳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주변 조건을 이해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자신이 왜 저주에 걸렸는지를 묻지 않고 먼저 자기 처지를 해석한다. 까마귀가 되었으니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먼저 살피면서 문제를 돌파하는 것이다. (75)

저자는 오늘날 대중이 욕망하는 이야기들도 결국은 동화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고 말한다. 동화를 어린이와 가정에서 읽기 좋은 짧은 이야기라고 펴냈지만 실상은 어른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욕망과 탐심의 정글을 옮겨온 것에 불과하다.

동화는 먹고 먹힘이라고 하는 자연의 이치를 정면으로 문제 삼는다. 동화는 생명이란 그저 자기 자리에서 홀로 있을 수가 없고 끊임없이 서로 먹고 먹히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조건을 두 눈 부릅뜨고 직시한다. 그런데 또 그게 다가 아니다. 백설공주도 빨간모자도 헨젤과 그레텔도 살아 돌아온다. 그들은 숲의 냉혹한 조건 속에서 살아갈 이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 숲의 어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헨젤과 그레텔>의 숲에서는 과자가 독약이 되고 친절이 족쇄가 된다. (149)

'동화'라는 말은 그림 형제가 19세기 초엽에 북독일 지역의 민담들을 채취하고 글로 옮겨 편찬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독일어로 동화를 메르헨이라고 한다. 이 말은 마르틴 루터가 말한 '복음(메르)'으로부터 왔고 그림 형제 때문에 지금의 '동화'라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동화를 읽는가? 동화를 통해 어린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가? 동화는 결코 성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대신 모험을 한다. 그것은 서바이벌 게임이다. 아이들은 동화가 시작되는 즉시 위험에 처하고 즉각적으로 살기 위해 뛰어야 한다.

동화는 기본적으로 미션을 완수하는 모험담이다. 백설공주도, 셋째아들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상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111)

동화는 말 그대로 인간이 개구리, 여우, 까마귀 등 다양한 존재의 시간 속을 돌아다니게 함으로써 점점 더 많은 말들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이것이 동화가 말하는 성숙이다. (123)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아직 <그림형제의 동화선집>을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는 깨달음이 왔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현대지성에서 원작 그대로 210편의 동화를 1,000쪽에 담은 완역판 선집이 나와 있다. 사야 할 책이 또 하나 늘었다. 그러고보니 <안드르센 동화집>도 완전히 안 읽은 것 같아 찾아보니 이 역시 1,200쪽 완역판이 나와 있다. 올해 아무래도 시작을 잘못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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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i*******n 2025.01.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