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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으며 냉동된 인간이 깨어난 이야기, 예브게니 보돌라스킨의 『비행사』를 모티프로 한 소설인가 싶었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말에서 보니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을 모티프로 했다는 것을 알았다. 미래는 이런 일이 가능할까. 많은 돈을 가진 작자들은 이렇게라도 다른 이의 젊은 신체에 자기의 뇌를 넣고 싶은가. 그들의 욕망이 어디까지 향하는지 인간의 탐욕을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영화 「겟 아웃」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어떤 소설에서 다른 이의 몸에 심장이식을 했을 때 심장이 기억한 것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모든 사고는 뇌가 결정할 거라고 여겨왔던 것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 심장도 과거의 기억을 안고 있다. 뇌는 당연하다. 그럼 다른 사람의 몸에 뇌를 이식했다면 그는 누구라고 해야 할까.
1988년생의 조정필은 새벽 1시경, 술 취한 운전자의 차에 치여 숨졌다. 보이그룹의 데뷔를 앞둔 멤버 4명이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고를 당해 숨지고 카이(권지승)만 위험한 고비를 앞두고 있었다. 닥터 이어는 카이의 몸에 조정필의 뇌를 이식했다. 새롭게 태어난 이는 한차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차연은 자신의 기억이 당황스럽고 새로운 이름으로 적응하기 바쁘다. 차연을 통제하는 이가 있었고, 그가 움직이는 장소에 따라 확인 작업을 했다.
차연이 메리라고 부르는 여성이 그를 아주 중요한 인물들이 모여있는 장소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차연은 아프고 병든 늙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가 건강하다는 것과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관심과 호기심으로 차연을 지켜본다. 그들의 검은 속내를 알지 못했다. 그저 자기의 미래를 꿈꾸었다. 겁도 없이.
미래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하지 못한다. 인간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복제 인간을 어려서부터 키워 그들로부터 장기 적출 했던 소설이나 영화도 있었다. 늙고 병든 부자가 젊은 사람의 몸에 자기의 뇌를 이식하는 일은 미래에 비일비재할지 모른다. 클론이나 뇌 이식 수술 또한 부자들의 특권일 수도 있겠다. 차연이 우주건설 남창선 회장과 남몰래 만나 계약서에 사인할 때 그는 왜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했나. 다르게 보면 한심하기까지 했다. 그저 누군가의 성공적인 뇌 이식 수술을 위한 사전 실험대상일 뿐이었다.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적 양심 그리고 책임 의식은 개나 주라는 식이다. 보잘것없는 인간의 목숨 따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인간이지 않나. 탐욕의 끝이 어디까지 향하는지 그것을 보는 듯했다.
한차현 소설가의 작품은 처음 읽었다. 영화 「겟 아웃」을 모티프로 했다지만 이러한 발상이나 문체가 독특했다. 위트와 유머를 가진 매력적인 작가였다. 책의 제목으로 썩 매력적이지 않았다. 제목이 다한 경우도 있으니 얼마나 중요한가 말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났더니 왜 이러한 제목을 사용했나 이해했다. 기회가 되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매력적인 작가임이 분명하다.
덧. 소설을 읽고 「겟 아웃」 영화를 보았다. 훨씬 잔인했다. 아마 화면으로 보니 그랬을테고 인종 문제를 건드렸다. 상품을 고르듯 그를 바라보는 탐욕의 시선이 불편했다. 영화에서 사용한 최면 효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 믿는다는 것. 두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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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들의 가든파티 (2021년 초판) 저자 - 한차현 출판사 - 강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64p
탐욕스런 늙은이들의 위험한 파뤼
좀비소설 [Z : 살아있는 시체들의 나라], 좀비 앤솔러지 [그것들]에서 [노스트로모 증후군], 유쾌한 동창회를 그렸던 [제 1회 서울 역삼초등학교 18기 동창모임 준비위원회] 이렇게 '한차현'작가의 작품은 장편 2편, 단편 1편을 만났었다. 그리고 [늙은이들의 가든파티]로 세번째 장편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한차현'작가의 작품은 특유의 위트와 빠른 호흡을 자랑하는 단문으로 가독성이 좋은 편이다. 더불어 장르적 상황설정이 취향에 맞아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도 상당히 취향저격이라 단숨에 읽어버렸다.
못돼(못생긴 돼지)로 불리던 게으르고 쓸모없던 조정필은 화물차와 충돌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가까스로 의식을 찾은 조정필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새햐얀 병실. 그리고 조정필을 극진히 돌보는 의료진들이었다.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는 조정필에게 한차연이라는 들어보지 못한 이름으로 부르고. 붕대를 풀고 마침내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본 조정필은 정체성에 의심을 품게 된다. 거울앞에는 이제껏 알고 있던 못돼 조정필이 아닌 싱그러운 꽃미모를 머금은 미소년이 서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품의 말미 '작가의 말'에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영화를 소개한다. 출판사는 이 작품을 소개하기에 더 없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는지 모티브 영화가 언급된 작가의 말을 책 뒷표지에 싣고 있다. 작품의 이해를 돕고 광고하는 데에는 좋은 방법이나 자칫 스포일러로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몰라 작품에 호기심이 생겨 무조건 읽어볼 독자라면 이어지는 리뷰는 보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모티브 영화를 토대로 이야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조정필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다. 단순히 마음가짐이나 성형 같은 수술을 통해서가 아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버린 것이다. 여기서 눈치빠른 독자라면 주인공 이름 조정필을 보고 뭔가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사실 이런 위트넘치는 블랙유머가 작가의 매력이다. 게다가 조정필이 새롭게 받은 이름은 한차연.... 작가 '한차현'에서 두 획을 제거한 이름이 아닌가. 같은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귀차니즘 때문에 '정기'를 은기로 바꿔 내 작품에 등장시키곤 한다. 사실 작품마다 등장인물 이름 짓는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_-
여튼....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에서 부유한 늙은 백인들이 신체능력이 뛰어난 흑인의 몸으로 생명을 연명하는 설정을 한국식으로 변형 수정한다. 영화에서 뇌이식 수술이 은연중에 성행하고 있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뇌이식을 처음 시행하는 초기를 그리는 점이 영화와는 다른 지점이다. 영화를 인상깊게 봤기에 낯선 상황에 놓인 조정필의 어지러운 심리에 더욱 감정이입했고 서스펜스를 느꼈던 것 같다. 머 배경을 미래로 가져간다면 메모리에 인간의 기억을 다운로드 하는 [공각기동대]의 전뇌로 그려졌겠지만 역시 머리통에 날카로운 매스를 그어 뚜껑을 따는 현대물이 날선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 같다.
영화를 봤다면 영화속 장면을 떠올리며 즐길 수 있을 것이며,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전개에 스릴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은 영화와 관계없이 반전의 충격을 안겨줄 것이니 작가가 공들여 준비한 대망의 묘미를 만끽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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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본 이름 모를 소박하거나 아름다운 꽃, 꿈 속에서 잠시 만났던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첫사랑의 그 사람, 술을 먹다 밥을 먹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들 등등 눈과 뇌를 통해 느꼈던 현실적 감각이나 사고들을 나 뿐이 아닌 타인들과 공감을 이룰 글이나 그림 등으로 실체적 형상화 시키는 일은 극히 어렵고 언제나 그 실제와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 話者가 언어의 마술사 일지라도. 이는 스스로가 그러한 실체적 현상들을 느꼈을 때의 감각과 글이나 그림 같은 표현 수단으로 옮길 때의 감각이 다른, 생각하는 동안의 보이지 않는 '시간적 지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프랑스의 철학자 데리다(J. Derrida)는 차연(差延, Differance) 또는 연이(延異)라고 부른다. 한차현 작가의 열세번째 장편 소설 <늙은이들의 가든파티>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전 주문을 했었다. 배송해 온 포장을 뜯고 책장을 여는 순간, 사전 주문본인 덕분으로 작가 친필 싸인에 득의만만하다가는 ㅡ여지없이 다시 차연 변함없이 과연 당신 ㅡ 이란 뜻 밖 문구에 순간 당혹함이 일었다. 이거 웬 뚱딴지 같은 소린가 하는.. 특히 다시 '차연'이란 말과 과연 '당신'이란 말이 주는 의미가 뭔지에 대한 의혹과 당혹감. '차연'이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슬프고도 차가운 이름이다. 나는 개인적 사정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은지라 허상과 공상을 넘나들며 시간을 턱 없이 허비하는 입장이라 가끔 냉동인간이라든지, 줄기세포 등을 활용한 인간 육체의 무한 리필 따위를 떠올려 볼 때가 있다. 뇌만 그대로인 상태에서. 그게 가능한 시대가 오면 계속되는 육체 리필로 반불사(半不死) 신인류 시대가 오리라 본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당초보다 수 십 수 백년을 더 살아갈 뇌(腦) 즉 정신이라 본다. 인간이란 호모류가 그 생존 여부를 판별하는 생물학적 육체와 그 육체 중 일부분이지만 사고와 기록을 담당하고 있는 뇌 즉 정신을 각기 따로 분류해 두 개의 인간으로 구분할 수 없듯이, 생명공학이 발전해 인체 리필이 가능한 반불사 시대가 온다면, 리필되는 새로운 육체와 함께 살아갈 늙은 뇌(정신)는 과연 어떻게 새로운 생명력으로 살아갈지가 늘 의문이다. 이런 생각 따위나 하고 있는 나나 그 시대를 살아갈 그 뇌들이나 참 피곤한 인생들일 거란 점에선 역시 그들이나 나나 신적 영역에서는 한낱 나약한 인간일 뿐일 것이다. 어쩠든 그 시대가 오면 자꾸만 리필되는 새로운 육체와 켜켜이 묵어가는 늙은 뇌 사이에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차연'이 일상으로 반복될 것이다.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 들이지 않고 육체 리필만을 거듭할수록 "여지없이 다시 차연"은 일상이 되고, 기억의 거울 앞에 선 그 모습은 "변함없이 과연 당신" 일까 하는 의문부호로! 한차현의 소설 <늙은이들의 가든파티>는 바로 이런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주인공 차연을 통해 장차 다가올 미래를 화두로 던지고 있다! ㅡ여지없이 다시 차연 변함없이 과연 당신 ㅡ 책의 모든 것을 함축한, 가장 멋진 싸인 문구였다!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