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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 공통된 삶의 목적을 따져 묻기보다 "개인은 어떤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에 따라 살 수 있게 되었는가?" 혹은 "삶의 궁극적인 목적 없이도 인간은 흔들릴 수 있지 않고 전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 보자 / p.26
사실 철학이라고 하면 나에게는 굳이 만나고 싶지 않은데 만나게 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고리타분하면서도 읽으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삶을 살아가다 보면 철학을 필요로 할 때가 있어서 나도 모르게 만나게 되는 그런 존재. 나에게 철학은 늘 그랬다. 나의 개인적인 독서 취향으로 철학적인 지식들이 언급이 되다 보니 마주치고 싶지 않으나 필수불가결로 인해 필요로 할 때가 많았다. 아니, 항상 그랬다. 초등학교 수준의 철학 지식을 보고 들으면서 뜬 구름을 잡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마음의 위안을 받기도 했었고, 삶의 나침반이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솔직히 현실과 미래를 살아갈 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나에게 일용할 지식과 정신적인 지지만 주었을 뿐이다. 실질적인 길을 알려 주기보다는 지도를 쥐어 주고 목적지를 찾으라는 느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제목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지금까지 철학과 현실주의자는 다른 길을 간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제목 자체가 끌렸다. 그리고 나도 나름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고 정의를 했기 때문에 더욱 눈이 갔던 것도 있다. 제목을 보면서 "현실주의자는 어떻게 철학을 해석할까?" 또는 "오늘 일어나는 문제들을 철학은 어떻게 적용이 될 것인가?" 하는 내 개인적인 물음에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책일 것 같았다.
철학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면서 이 시대에 철학을 적용하는 것, 이상적 가치로 자리 잡혔던 개념들을 이 시대의 관점에서 살펴 보는 것, 과학 발전 또는 새로 등장한 삶의 방식에 따라 현재 시점에서 고민할 이슈를 다루는 것. 작가의 말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마지막에 "삐딱한 태도로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불량한 학생이 되자." 라는 말을 덧붙였다.
겸손, 사랑, 소통, 현실, 자아 등에서 상식으로 통했던 철학적인 내용들을 비틀어서 긁어주는 부분도 새로웠다. 철학에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든지, 삶의 목적을 묻는 철학적 인간을 나약한 인간이라고 규정한다든지, SNS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철학의 질병을 언급하는 부분들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의 능력주의, 민주주의, 감시와 통제, 성과사회, 노동, 우상 등을 현대 사회로 보면서도 흥미로웠다.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에 분노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미국의 능력주의와 비교해 다시 정의를 내리고, 감시와 통제를 사랑하게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대한민국 사람들은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는데 한국 사람들은 야근과 특근을 하면서 성과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하는 물음에 대해 성과주의로 대답을 하는 등 살아가는 세대 중 한 사람으로서 무엇보다 마음 깊이 공감이 되었던 부분이다.
어쩌면 철학을 멀리 보는 사람 중 하나였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내 과거가 떠올라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나는 왜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말을 듣고 거기에서 삶의 길을 찾고자 했을까. 지극히 현실주의자라고 믿는 내가 철학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면 과연 현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지금까지 철학 책을 읽으면 단순하게 왜 이렇게 뜬 구름을 잡나, 생각에서 끝났을 뿐 이를 가지고 매의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생각을 했었던 적은 없었다. 그냥 곧이곧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정도. 딱 거기까지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에 대해 보는 눈과 함께 현대 사회와 철학을 융합할 수 있는 사고가 조금은 생긴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