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는
좋은습관연구소에서 독서모임 ‘섬북동’에 일상 여행을 테마로 하는 글을 써줄 것을 제안했고, 그들이 이를 받아들여 엮은 것이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라는 책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섬북동’이라는 독서 모임의 맴버 가운데 “섬북동과 까뽀에이라로 여행의 부재를 달래며 다시 브라질 여행을 꿈꾸는 재포, 코로나 이전에 들었던 여행 적금을 해약했다가 얼마 전 다시 넣기 시작했다는 경영, 10년 넘게 아는 멤버들과 여행을 다녔고 또 그 멤버들과 얼른 다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유정, 캐리어에 운동복과 러닝화를 담고 하와이에 달리러 가고 싶다는 미현,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죽을 뻔한 고비를 수십 번 넘기고서도 지금 살아남아 여행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운이 좋다는 매옥, 프로 집순이라면서도 누구보다도 서울을 많이 돌아다니는 주은, 그리고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섬북동에서 다시 발견했다는 승은까지” [p. 8] 7명이 엮은 작품이 바로 이 책인 셈이다.
자, 그렇다면 일상 여행은 무엇일까?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에서 색다름을 느끼면 그게 곧 여행이 된다. 여행은 우리 안에 살고 있다. 우리가 기다려 마지않는 긴 여행과 일상에서 누렸던 짧은 여행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그리고 우리를 가득 채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들에 대해 엮었다.” [p. 7]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이 될 수 있다. 식도락 여행은 아닐지라도 여행의 기억과 연관된 음식을 먹으면서 추억을 떠올리는 것 또한 여행이 아닐까?
현지 음식의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매옥은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여행을 한다. 이제는 클릭 하나로 낯선 현지식을 맞볼 수 있기에. “요즘 들어 여행의 기억이 떠오를 때면 연관되는 음식을 찾아 먹는다. 하늘이 너무 파랗고 해가 쨍쨍해 발리 리조트 선베드에 누워있고 싶은 날에는 잘 익은 바나나 하나를 썰어 접시에 담고 누텔라 한 스푼을 더해 바나나 스플릿을 만든다. 창가에 앉아 한 입 맛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귓가엔 파도 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다. 우중충하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냉동실에 있던 바쿠테를 한 봉지 꺼내 냄비에 넣고 팔팔 끓인다. 돼지갈비 국물에 고수를 팍팍 넣어주는 순간 온 집안이 동남아의 향으로 가득 차고, 파타야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20년 지기 친구들과 홀딱 젖은 채로 쌀국수를 먹던 그때로 돌아가 행복해진다.” [p. 47] 현지의 맛을 떠오르게 하는 음식점들이 늘어난 것도 어쩌면 그런 설렘을 느끼고 싶어하는 이들 덕분이 아닐까?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통해 여행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여행방법일지도 모른다. 사람과의 접촉을 꺼려하는 한여름의 교도소처럼, 강제로 거리 두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이보다 나은 여행방법이 또 있을까?
유정은 파리와 뉴욕을 여행하면서 해당 도시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한다. 파리가 자유와 연대의 도시라는 환상이, 뉴욕이 아름다운 풍경과 근사한 영어를 쓰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환상이 현실과 부딪혀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파리와 뉴욕이 다시 방문하는 대신 화면으로 즐기기로 했다. “넷플릭스의 다큐 <도시인처럼>도 봤다. 프란 레보비츠라는 멋진 할머니가 나오는데, 그녀가 평생 겪었던 뉴욕을 주제별로 7회에 걸쳐 이야기해준다. 이런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위트 있게 풀어줄 수가 있나 감탄하며 봤다. 만약 내가 실제 뉴욕에 가서 그녀를 만난다고 해도 그녀가 구사하는 유머의 한마디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러니 역시 뉴욕은 자막이 달린 화면으로 만나는 게 좋다. 그 날 이후 나는 뉴욕이 나오는 영화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은 은퇴한 부부가 엘리베이터 없는 5층에 살기가 힘들어 집을 내놓고 이사하려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브루클린의 집, 맨해튼의 집 등 뉴욕의 수많은 집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영화 <프란시스 하>에서는 불안한 청춘들이 세 들어 사는 원룸과 주말 파티, 뉴욕의 거리들이 흑백 화면으로 펼쳐진다.” [pp. 57~58]
물론 이런 여행은 책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정승호의 <가보지 않은 여행기>처럼. 하지만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려면 아무래도 직접 가보는 것이 좋다. 날것의 감성을 느끼기 위해 공연을 보러 가는 것처럼. 여행도 마찬가지다. “소설을 읽고서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적이 많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여행도 꽤 있다. <바람의 그림자>를 읽고 총알 자국이 나 있는 바르셀로나 산 펠립 네리 광장에 가보았고, 김영하의 <당신의 나무>를 읽고서는 앙코르와트 따프롬에 가서 뒤얽힌 나무뿌리와 성벽을 봤다.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읽고 간 제주는 그전까지 갔던 제주와 느낌이 달랐다.” [p. 70] 김영하가 말했듯이 “ ‘세상 최고’의 사치스러운 독서는 소설의 무대가 된 그곳에 가서 소설을 읽는 것” [p. 72]이니까.
여행 같은 일상을 위해
여행은 숨막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숨돌릴 틈을 얻기 위해 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여행을 앞두고 빠듯한 일정을 짜면서도 막상 여행지에 가면 상황에 따라 일정을 무시하고 여유로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런 것이 여행의 묘미이고, 본질이 아닐까?
“흔히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돈과 시간을 펑펑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돈과 시간을 써도 목적이 생기면 힘들어진다. 뭔가 꼭 경험해야 할 것 같고, 놓치지 않고 즐겨야 할 것 같은 불안함. 그걸 벗어나야 여행은 즐거워진다. 결국 여행이 가져오는 여유로움은 ‘목적 없음’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러니 여행 같은 일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끔 동네를 배회할 필요가 있다. 살 것도 없는 시장을 기웃거리고, 빠르게 걷는 사람과 자전거를 피해 강변도 어슬렁거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풀 더미 사이로 새들이 떼로 옮겨 다니는 모습도 지켜본다. 그러다 보면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은 예쁜 순간을 만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목적 없는 여행자의 기쁨이다.” [pp. 189~190] ‘이사’를 여행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이사를 소재로 한 일상 여행을 얘기하는 매옥의 글을 읽다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낯선 곳에서 언제든 목적지가 정해진다면 바로 떠날 준비가 된, 가벼운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아볼 수 있는 시간이니까. 물론 언젠가는 이사간 집과 동네도 익숙해져 진부한 일상이 되겠지만.
유튜브, 브랜드, 공부, 맛, 영화&드라마, 처음, 책, 낯섦, 플랭크, 만 보, 자전거, 묘지, 무술, 시장, 서점, 모임, 다리, 달리기, 여유, 기념품, 이사, 전망, BGM, 노을, 사진이라는 25개의 키워드 가운데 여행을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여행과는 거리가 먼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그 미묘한 어긋남은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런 것도 여행이라고 할 수 있구나’하는 느낌과 함께 사그라든다. 그렇기에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에서 색다름을 느끼면 그게 곧 여행이 된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 프롤로그의 마지막 말로 나의 짧은 감상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우리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에 비빔밥처럼 함께 섞이고 김밥처럼 함께 말리며 조금은 신이 나면 좋겠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진부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말이 아닐까. 다음 여행을 다 같이 기다린다. 반드시 찾아올 여행을.” [pp. 8~9]
*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좋은습관연구소’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
|
좋은습관연구소의 열세 번째 책이다. 내가 세 번째 책부터 읽었는데 벌써 열한 권을 읽었다. 이번 신간은 이전에 나온 경제, 자기계발 등의 책들과 달리 감성이 느껴지는 여행에 관한 에세이다. 코로나 시대는 2년이 다 되어가고, 여행길이 막혀 점점 정신이 피폐해지는 상황이라 ‘여행’이란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술렁술렁하다.
하얀 표지 디자인에 포물선을 그리며 점점 멀어지는 비행기 그림만 보아도 설렘과 그리움으로 일렁인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어서 바이러스 깨끗이 사라지고 다시 창공을 날아오르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이 책은 ‘섬북동’이라는 독서 모임의 구성원인 이유정, 서미현, 김경영, 김주은, 박재포, 이승은, 차매옥 7명의 작가가 풀어놓는 이야기다. 이들은 카피라이터, 드라마 작가, 영화 마케터, 번역가, 디자이너 등의 직업으로 살고 있다.
총 스물다섯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1부 방구석 생존 여행, 2부 집 밖 일상 여행 3부 기억에 기댄 여행 이렇게 세 종류 이야기다.
1부의 이야기에는 브랜드 관련 일, 외국어 공부, 여행지의 현지식, 소설책 여행, 왼손잡이의 낯섦으로 여행기 분을 맛보는 여러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나는 유튜브를 즐기며 여행의 상실감을 달랜 이야기와 영화&드라마로 뉴욕과 파리를 만나는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다. 나 또한 작년 2월 나고야 가족 여행 이후 여행이 고픈 1인이라 여행 기분으로 일드를 가끔 보면서 그리움을 달래기 때문이다. 요즘 일드 <방랑의 미식가>를 보고 있는데, 축 처져 있다가도 이걸 보게 되면 저절로 화색이 돈다.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재밌기도 하지만 20분 정도라 부담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껴가며 보다가 이 책을 읽고 나머지 3편을 모두 보면서 행복감 작렬이었다. 또 여행에서 먹었던 현지식을 요리해 먹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문득 16년의 교토여행에서 먹었던 야키소바가 생각났다. 그곳 음식은 아니지만, 큰아이가 직접 만들어주었는데 얼마나 맛있었던지, 그리움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좀 한가해지면 만들어 먹어야겠다.
2부 이야기는 플랭크부터 만보 걷기, 자전거로 출퇴근, 공동묘지 답사기, 무술 까뽀에이라 동작을 하며 매일 브라질을 느낀다는 이야기 등 ‘나의 시간’을 살기 위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바깥 여행 이야기다. 특히 플랭크라는 운동에 푹 빠진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우연히 단톡방에서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코어 체력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플랭크 동작 인증샷을 올리다가 어느 날, 다른 멤버의 해외 인증샷이 날아든다. 관광명소를 찾아 플랭크 스팟을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남기는 열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동유럽 여행 때 다녀왔던 부다페스트의 어부의 요새,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비롯한 명화를 보고왔던 벨베데레 궁 이야기가 정말 반가웠다. 3초의 인증샷을 만들기 위해 평평한 바닥을 두리번거리며 찾는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었다. 습관의 힘이란 이런 거겠지. 무언가에 몰입하고 있으면 부끄러움은 잠깐일 것이다. 남들에겐 별것 아닌 것이 누군가에겐 의미가 되고 여행이 된다.
교통비를 줄이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자건거 출퇴근 이야기도 좋았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과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4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며 몸은 점점 건강해지는 많은 이점을 가진 자전거 사랑 이야기. 그것을 5년이 넘도록 계속한 한결같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습관이란 사람을 열정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코로나 시대의 일상은 인터넷에 의지하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더 길어진 것 같아 피곤하고 지칠 때가 있다. 이럴 땐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기분전환을 하려고 애쓰게 된다. 작가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일과를 마치며 걷다가 마주한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잘 보낸 뿌듯함을 말하고 있다.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여행처럼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 얘기를 읽으며 오랫동안 가지 않았던 천변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저쪽 동네에 살 땐 천변을 걸으며 4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꼈었는데 이사 오고부터 멀어졌다.
3부 이야기에는 여행지에서 사오는 기념품 이야기부터 BGM, 노을, 단톡방 추억 여행까지 기억을 되살리는 여행 이야기다. 아, 기념품으로 사온 덧버선을 10년이나 신으면서도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구나. 내가 마지막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품이 뭐였더라. 작년 1월 나고야 여행을 갔다가 기후현 시라가와고(白川鄕) 갓쇼무라合掌村)에 갔다가 뭔가 사오긴 했는데... 어딘가 고이 모셔두었는데 기억이 없다. 꺼내보고 여행기분을 느껴봐야겠다.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사진을 공유해 본다.
언젠가 다시 가서 볼 수 있으려나...
이제 사용하면서 여행기분을 느껴봐야겠다.ㅎ
카피라이터 이승은은 첫유럽 여행을 소환하며 아름다운 노을에 감탄하며 그 여운으로 하루를 충실히 살아낼 각오를 다진다. 이렇듯 소소한 일상을 여행하듯 살아가는 이들이 사실은 여행 고수였다. 출장을 위한 여행, 여행을 위한 여행, 바르셀로나 몬주익 묘지를 둘러본 이유정, 320일간 23개국을 여행했다는 차매옥 등 여행 고수들의 여행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도 여행 心을 자극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여행이 사라진 일상에서도 여행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설렘을 배울 수 있다.
그렇다. 일상에서도 호기심을 갖고 낯섦을 발견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나 우리는 일상이 여행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책 제목처럼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 그것을 잊고 살았을 뿐이다. 시간을 쪼개고 계획하고 준비하는 동안 여행의 설렘은 시작된다. 아직 언제인지 기약할 수 없지만, 우리에겐 약간의 활력소가 필요하다. 바로 ‘여행’이란 단어를 떠올리며 엔돌핀을 돌게 해야 한다.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다면, 나도 몰랐던 여행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우리 안에서 여행을 발견하고 하루하루가 조금 더 의미 있고 행복해질 것이다.
** 이 리뷰는 좋은습관연구소 대표님이 보내주신 책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
『하나, 책과 마주하다』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한 것을 보니 이제야 조금씩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 같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여행의 욕구를 해소시키고 있었을까?
저자, 섬북동은 2011년 11월 서울 출생으로 양손잡이다. 실제로 만난 사람들은 이십 대로도 보고, 오십 대로도 보는 신기한 외모다. 사정상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전국을 떠돌며 자라 딱히 서울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힘들다. 카피라이터, 드라마 작가, 영화 마케터, 번역가, 디자이너 등의 직업으로 밥벌이를 한다. 책을 좋아한다. 아니, 그보다는 책을 읽고 나서 떠드는 걸 더 좋아한다. 그렇게 10년째 격주 토요일마다 떠들어댄 결과물은 브런치 ‘뒷book’에 기록하고 있다. 애인과 나란히 캠핑 의자에 앉아 책 읽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지만, 까뽀에이라로 몸을 만들고 시장이나 온라인에서 구입한 식재료로 요리하는 것도 즐긴다. 주말에는 따릉이를 타고 한강을 달리며 노을 지는 하늘을 구경하기도 한다. 다양한 부캐를 품고 살아가는 나를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섬북동 씨~' 참고로, 섬북동씨 안에는 7인의 여행자가 있다.
Ⅰ 방구석 생존 여행
뉴욕의 봄. 드디어 뉴욕에도 봄이 오나 보다. 두꺼운 파카를 벗고 올해 처음으로 코트를 입고 출근했다. …… 퇴근길, 강 너머로 보이는 뉴욕 도심 풍경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 친구와 헤어져 돌아가는 귀갓길, 강 너머로 내다보이는 불 켜진 뉴욕 풍경. 매일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되는 장면이다. 주말 아침. 오늘은 전철을 타지 않고 걸어서 골목 구석구석을 걷다, 다리 건너 루즈젤트섬으로 가본다.
후쿠오카의 여름.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됐다. 커피에 얼음을 잔뜩 넣어 냉동실에 잠시 넣어뒀다. 그 사이 빵을 한 장 꺼내 굽는다. 밤새 더위에 잠을 설친 뒤 조금은 멍한 여름날 아침에는 역시 믹스 커피가 좋다. …… 오늘은 아침부터 미용실에 가기로 했다. 마스크에 양산까지, 요즘은 나가려면 챙겨야 할 짐이 너무 많다. 이 더위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려니 괴롭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게 될까? 이러다 친구들 얼굴도 잊을 것 같다. 커피를 마시며 세계 여행지가 담긴 책을 읽고 있으려니 얼른 여행을 떠나고 싶다. 사우나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푹푹 찐다. 그래도 이제 8월 말이니 이 여름도 어느새 끝나겠지.
에든버러의 가을. 스코틀랜드에 오고 난 이후에는 모든 계절을 사랑하게 됐다. 특히 햇볕이 귀한 나라에 오니 가을 햇살은 더 귀하고 사랑스럽다. …… 토요일이라 외출을 감행했다. …… 제일 자주 사고 또 좋아하는 기념품은 에코백과 책갈피다. 흔해 빠진 것 같아도 오래 그곳을 기억할 수 있는 부담 없는 선물이다. 폐장 시간이 다 되었다. 바깥은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더 해가 짧아지는 계절로 들어서고 있다.
스톡홀름의 겨울. 아침을 먹은 다음 든든히 껴입고 딸, 남편과 함께 산책을 나왔다. 남편은 딸의 썰매에 줄을 매달아 끌고 눈 쌓인 길을 앞서간다. …… 겨울이 길어서 힘들지만 날씨가 좋은 날은 지상의 풍경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눈 쌓인 꽁꽁 언 호수 위로 우리처럼 해를 보러 나온 사람들의 발자국이 길게 찍혀 있다. …… 거의 한 달 만에 해가 뜨는 날, 이런 날을 놓칠 수 없어 온 가족이 근처에서 썰매를 타기로 했다. 도시가 온통 눈 천지다. 양옆으로 늘어선 삼나무 위에도 하얗게 눈이 쌓였다. …… 요즘은 오후 한 시가 넘으면 해가 진다. 그러니 더욱 부지런히 움직여 해가 떠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 다시 어둠이 찾아오기 전에.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스코틀랜드에 살고 있던 <HEYJOO> 남편과 딸과 함께 스웨덴에 사는 <펩선PEPSUN> 뉴욕에서 회사에 다니는 <배배 뉴욕BaeBae NY> 남편과 후쿠오카에 살며 일상을 공유하는 <윗시 wish> 옷도 음악도 취향도 감각적인 뉴욕의 <정윤 UniAvenue> 영국 런던에서 회사에 다니며 집안과 출퇴근 생활을 담아 올리는 <Yookyung's Day유경데이> 앞서 각 나라의 계절을 묘사했던 일상이 바로 위와 같이 나열한 유튜버들의 일상이다.
코로나로 인해 국내는 커녕 집에만 갇혀 있다보니 여행을 '낙'으로 살았던 이들에게 특히 유튜브는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낙이었을 것이다. 유튜브 외에도 패션을 통해 현지를 느낄 수 있는 브랜드, 가고 싶은 나라의 특색있는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맛 그리고 화면으로 만나는 영화와 드라마, 글로 만나는 책 등을 통해 방구석에서 여행을 떠났으리라. 나는 여행이 너무 고플 때 어떻게 하더라? 책 중에서도 특히 여행 에세이를 보고 외국 영화 중에서도 「Midnight in Paris」 등을 보고 굳이 드라마나 예능으로 여행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꽃보다 누나」, 「꽃보다 할배」를 보곤 한다. 여행 에세이는 일반 여행서와 달리 저자의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쓴 글이기에 읽다보면 같이 여행하는 느낌이 절로 들게 된다. 글과 그림이 동시에 같이 움직이면서 당시 저자가 느꼈던 느낌들도 함께 느낄 수 있기에 여행 에세이는 특히나 함께 하는 재미가 있다. 영화를 많이 보고 드라마, 예능은 거의 보지 않는 편인데, 여행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는 꼭 「꽃보다 누나」, 「꽃보다 할배」를 본다. 꽤 오래 전에 방영했었던 아임 리얼 시리즈나 잇시티도 어렸을 때 보던 기억이 선명해 가끔 보곤 하지만 그래도 나의 픽은 현지 느낌을 잘 느낄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더 추가하자면, 바로 유튜브이다! 몸이 좋질 않아 어쩔 수 없이 집에 콕 박혀 있을 때 유튜브를 보곤 했는데, 유튜브는 새로운 것을 터득하고 습득할 수 있는 공간으론 최고인 것 같다. 온갖 학습의 장인지라 전문가들의 교육이 담긴 영상과 다큐멘터리 위주로 보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 RECIPE나 DAILYLIFE에 빠져 (해외) 일상, 여행 브이로그를 보다보면 순식간에 1-20분이 훅 지나간다. 책에서 나온 채널 영상을 한 번씩 쭉 봤었는데 저자가 이렇게까지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단박에 알 것만 같았다.
Ⅱ 집 밖 일상 여행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프리랜서 생활로 돌아오면서는 조바심이 났는지 일을 무리하게 받았다가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 정도로 깊이 가라앉았지만, 어떻게든 일어났다. 그러고 무작정 걸었다. 언덕을 넘어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옆 동네 마트라도 갔다.
2만 4,905걸음. 제주에서 돌아온 문언니의 소환에 금요일 밤 공덕역으로 향했다. …… 공덕 꽃길을 걸어 어느새 홍대입구역까지 왔다. 헤어지기 전, 홍대입구역 7번 출구 앞 노점에서 문언니는 한 다발에 5,000원 하는 '옥시'라는 꽃을 하나씩 사서 안기고는 사라졌다. 옥시의 영어 이름은 'starflower'. 별을 꼭 닮아 붙은 이름이란다. 밤 11시에 퇴근하면서도 벚꽃을 보면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는 옥 언니, 제주가 너무 좋다면서도 서울에 오면 외국이라도 온 것처럼 탄성을 질러대는 문 언니. 나와 봄밤을 같이 걸어 주는 별처럼 따뜻한 친구들. 휴대폰을 보니 2년 전에 갔던 부다페스트 여행에서 비틀거리며 걷고 또 걸었던 그 날의 걸음 수가 나왔다.
1만 3,219걸음. 7시에 일어나 30분 정도 걷고 돌아와 아침 글쓰기를 한 뒤 30분 정도 요가를 했다. 달걀 두 개를 꺼내 삶고, 그 사이에 머리를 감았다. 오늘은 연남동까지 걸어가서 일할 계획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좋은 점 한 가지는 평일 오전 시간에 카페를 한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날 저녁에는 합정역에 살다가 얼마 전 우리 동네로 이사 온 친구를 만났다. ……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팔을 휘적대며 꽃잎을 잡느라 분주했다. …… "저기저기, 저거 잡아!" "와앗! 2021년 대애박!" 용케도 내 손 안에 꽃잎이 들어왔다. 우리는 부적이라도 되는 듯 휴대폰 케이스 안에 꽃잎을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에는 꼭 다시 떠날 수 있게 해달라는 소망도 함께 넣었다.
2만 2,327걸음. 윤문 일을 같이하기로 한 선배와 일을 준 회사의 대표와 광화문에서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동네 친구에게 맥주 한잔하자는 연락이 왔다. 오늘은 어차피 일하긴 글렀다. …… 친구와 나는 어느새 만석이 된 가게를 나와 배도 꺼뜨릴 겸 연남동 카페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아직 밤공기는 쌀쌀하다. 그래도 이 시간에 걸어 다닐 수 있는 계절이 왔다는 게 믿을 수 없이 좋다. 하루 건너 하루 보는 사이인데도 도통 마르지 않는 수다를 떨고 횡단보도에서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섰다. 걸음 수를 확인한다. 또 해외여행 다녀온 기분.
1만 9,878걸음. 다음 날 점심엔 효창공원까지 걸어가 친구와 각자 싸 온 도시락을 나눠 먹었다. …… 카피라이터 생활을 접기로 한 12년 전, 친구가 살고 있던 미국 버클리에 작은 집을 빌려 3개월간 영어 수업과 도서관, 마트만 오가며 한가롭게 지냈던 시간이 가끔 그립다. ……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나이와 시간, 지금 이 시간도 몇 년 뒤에 뒤돌아보면 또 다른 추억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 언제나 지금이 내 인생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1만 6,379걸음. 거의 3년 만에 알고 지내던 편집자에게 연락이 왔다. 마지막에 만났을 때 나는 잡지사에 들어가기 전이었고, 편집자는 출판사를 막 그만둔 뒤였다. …… 새로 작업할 책이 든 가방이 든든하다. 새 책을 번역하는 기분은 새로운 도시에 처음 발을 내딛는 기분처럼 언제나 두근거린다. 이 도시에 내가 모르는 즐거운 이야기가 더 많기를 바랄 뿐.
1만 3,895걸음. 작년에 번역가 작업실에서 나온 뒤부터는 작업하는 공간이 늘 고민이었다. 카페를 가자니 밥 먹기도 애매하고 오후가 되면 사람이 많아졌다. 도서관은 좀 답답하기도 하고 방역 시간이 있어 자리를 비워야 할 때도 있었다. 물론 집은 그보다 더 답답하고 침대가 너무 가까이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 여름처럼 더운 날이다. 날씨가 더워지니 2년 전 가을, 언니네가 사는 캄보디아로 떠났던 날이 떠오른다.
1만 9,883걸음. 작업료가 입금된 기념으로 함께 일한 선배가 밥을 사고 내가 커피를 사기로 했다. 오랜만의 이태원 약속. …… 오후에는 동네 친구의 생일 축하 겸 집들이 모임을 다녀왔다. 이사 당사자이자 생일자인 친구는 어제 미리 봐 둔 장으로 화려한 손님상을 차려냈다. 실컷 배부르게 먹고, 배도 꺼뜨릴 겸 불광천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나는 걸으며 여행의 감각을 기억해내려 한다. 새로운 골목과 나무와 풍경을, 친구와 함께 와야지 어느새 다짐하고 있는 식당과 카페를, 그리고 잊은 줄 알았던 여행자의 기분을.
반복적인 루틴에서 조금의 산뜻한 순간을 더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준다. 이것 또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 집 밖으로의 여행! 누군가는 플랭크를 통해, 다른 누군가는 만 보 걷기를 통해, 또다른 누군가는 자전거를 통해, 달리기를 통해 집 밖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나는 '산책'을 통해 즐기는 편이다. 어느 한 곳에 탁 내려놓으면, 그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적당한 걸음을 유지하며 걷고 있는 그 곳들을 눈에 담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생각이 많을 때, 여유로움을 느껴보고 싶을 때, 새로운 것을 담고 싶을 때,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걷곤 한다.
Ⅲ 기억에 기댄 여행
여행을 통해 남기는 모든 것은 곧 추억이 된다.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은 역시 사진이다. 휴대폰으로, 카메라로 곳곳을 담아내면, 이후 사진을 통해 그곳에서 있었던 일부터 감정까지 순식간에 되새길 수 있으니깐.
그 외에 꼭 챙기는 것이 있다면 엽서와 마그넷 그리고 영수증이다. 엽서와 마그넷은 그렇다치지만 누군가에게 영수증이라고 말하면 갸우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영수증은 최고의 기념품 중 하나이다. 어차피 버리기에 대부분 영수증을 받지 않지만, 나는 다녀온 곳의 영수증을 테이핑처리하여 일기장에 붙여놓고 그 때의 기록을 한다. 기억을 상기시킬 때 영수증은 사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모으고 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진부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말이 아닐까. 다음 여행을 다 같이 기다린다. 반드시 찾아올 여행을.
☞ 나의 활동은 코로나가 딱 터지자마자 멈추었었다. 코로나에 호되게 당했었던 그 날들이 조금은 두렵게 느껴져 아직도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코로나도 잠잠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프기도 정말 아팠었고 지금도 후유증이 심한 편이라 아직은 무섭게 느껴지나 보다.
코로나 터지기 두어 달 전에 갔던 제주도 여행이 마지막 여행이었으니 반년 이상을 집과 병원에서만 맴돌았다. 한 두달에 한 번씩 갔던 미술관이나 전시회 그리고 꾸준히 VIP이었을 정도로 자주 갔던 영화관도 코로나 터지자마자 발길을 뚝 끊었으니깐.
그러다 6월 첫째주부터 조금씩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외식을 하고, 외출다운 외출을 하고, 여행을 하고, 극장을 가고. 원래의 일상인데 이 모든 것들이 올해 처음으로 한 일이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 어디에 감금되어 있었던건가 싶을 정도로 헛웃음이 난다. 그런데 갇혀있었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는 않았다. 저자들처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나만의 방법들을 통해 답답하고 지친 마음을 나름 위로해줬었으니깐.
일상을 여행처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습관을 잘 습득한다면 단순히 코로나때문만이 아니고 지친 일상 속에서 한 줌의 위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가 끝나는 시점에서,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던 것들이 오프라인으로 다시 전환되면서 이전에 빡빡하게 느껴졌던 삶을 다시금 느껴야 할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생각해보라. 이전의 삶이 평범한 우리네 일상이긴 했지만 단점도 있지 않았던가!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면서 본인에게 정신적으로 이로웠던 점도 있었을 테니깐.
책상에 잔뜩 쌓아놓고 공부할 수 있었고, 책도 잔뜩 읽을 수 있었고, 그간 봤던 영화와 미드들을 다시 볼 수 있었고, 피아노, 가야금 외에 하프와 기타를 시작할 수 있었고, 마스크 꼭 쓰고 늦은 저녁 산책을 할 수 있었고, 마당 한 켠에 나만의 조그마한 텃밭이자 식물원을 만들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사진으로도, 글로도 남겼으니 나는 이미 여행자가 아니겠는가!
|
|
침묵하고 막막한 내 삶에 있어 여행은 가끔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작년부터 갑작스럽게 지구가 한 바이러스에 온통 거리두기의 삶을 살아야 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런 시국에 제목부터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위로가 될 거 같아 서평단에 지원, 운이 좋게 좋은 책을 선물받아 읽었다. 읽어보니 기대이상으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다양하게, 여러가지 스토리를 일게 되었다. 여러 저자가 섬부동이라는 독서모임을 통해 느꼈던 경험과 각자의 책과 여행에 대한 생각들이 다시 똑같은 책을 읽어도 읽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독서의 가치는 달라진다는 걸 확인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여러 저자가 여행에 대한 추억, 생각들을 멋진 필력으로 써서 책에서 시선을 붙잡아 놓는 힘도 있고, 여행이 생각나고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어지고, 더욱 여행이 그리워지게 하는 책, 여행을 좋아한다면 부담없게, 소소하게, 유쾌하게 마음을 위로받을 책이었다. #우리는이미여행자다 #교보북살롱 #좋은습관연구소 #여행 #좋은책 #에세이 |
|
코로나19로 인해 여행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주는 대체여행 이야기다. 일단 저자 섬북동이 누구인? 사람은 아니다. 그냥 이책을 쓰기 위해 모인 7명의 독서모임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7명에 대한 간단한 약력은 책의 말미에 소개된다. 일단, 1부 1장은 유튜브 여행기로 시작된다. 저자가 다녀온 여러 나라들이 소개되고 눈에 선하도록 설명을 이어가지만, 마지막에 가면 실제의 여행기가 아닌 유튜브로 본것에 불과하다. 나는 여기서 책의 차례부분으로 다시 돌아가 차례를 살펴보았다. 이 책은 실제로 여행을 하기 어려운 코로나19의 지금 같은 상황에 할수 있는 대체여행에 대한 책이였다. 책은 크게 3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1부는 방구석에서 할 수 있는 여행, 2부는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할 수 있는 여행, 3부는 예전에 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는 여행이다. 읽다보면 이걸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많다. 특히 1부의 4장인 방구석에서 현지식을 즐기는 부분이다. 집에서 여행을 가고싶은 곳의 현지식을 먹는게 과연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뭐 먹는것도 여행의 일부니까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이것도 여행으로 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여행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여행법을 많이 알게되었지만, 실제로 좋은 여행을 하게된다면 이 책이 있는 걸 그 여행 한번에 얻을수도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도달하자, 마음대로 여행을 못하게 변해버린 현실이 아쉬워졌다.
|
|
여행 대신 마스크를 쓰고 작은 모니터에 의지해 실내에서 지낸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백신으로 끝이 보일 거 같던 긴 터널의 끝은 계속해서 멀어지고 답답한 일상을 바꿔보고 싶어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를 집어 들었다.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업무 스트레스, 관계의 어려움, 미래를 걱정하는 것 당장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움켜쥐고 전전긍긍하는 염려를 잠시 내려 둘 수 있다. 조심스러운 나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가볍게 도전하는 나여도 된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도 새로운 음식도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경험도 모두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할 수 없는 것을 그리워하지만 말고 우리의 일상에 이토록 매력적이 여행을 초대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이 시작됐다.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의 매력은 우리도 이미 여행을 통해 생각해 보거나 경험한 것을 아름다운 글로 풀어내고 각자의 삶에 어떻게 초대해서 함께 지내고 있는지 소개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그 말이야! 내가 이미 경험한 것도 있고, 스치듯 생각에만 머문 것도 있다. 7인의 여행자(글쓴이)가 쓴 글은 대부분의 공감과 약간의 듣고 싶은 새로운 시각과 의견으로 가득 차 있다. 시칠리아를 여행할 때 들은 'We don't talk any more'은 더운 지중해 열기와 약간은 촌스러운 시외버스 커튼 사이로 보이는 이오니아 해를 떠올리게 한다. '사. 계. 한'은 중국에서 친구들끼리 놀러 갔던 선양의 이름 모를 분봉을 떠올리게 한다. 너무 짧은 여행이 아쉬워 유튜브로 여행자의 영상을 찾아본다. 가봤던 곳이 나오면 생생한 기억이 떠오르고 가보고 싶은 곳이 나오면 코로나가 끝나면 가봐야지 하면서 마음에 담아둔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대신 친구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현지인이 운영하는 국내 식당을 찾아간다. 동대문 '사마르칸트'에서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먹으며 친구의 중국 유학시절 이야기와 우즈벡 여행 이야기를 듣는다. 시칠리아가 그리워 성수 '푼토돌체'가 가서 로마 사람이 만든 카놀리를 먹고, 해외 직구로 그때 사 온 빌라레알레수프림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사 먹는다.
여행과 일상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가 아닐까? 그렇다면 일상에서도 열린 마음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하루를 보낸다면 나만의 당일치기 여행이 끊임없이 이어지지 않을까? P. 63 처음 - 평소와는 조금 다른 길, '오늘이 처음' 중에서
일상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여행과는 전혀 달랐다. 익숙한 집, 익숙한 사람, 익숙한 동네, 한정된 공간이었지만 잊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됐다. 자주 가던 종각에 있는 보신각을 한 번 더 눈여겨보고, 광화문에 있는 고종 즉위 40년 칭경 기념비를 멈춰서 바라봤다. 사실 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존재도 희미한 유적이었다. 단청 끝에 그려진 무늬를 유심히 본 적이 있을까? 돌계단의 해태를 누가 조각했을까 하는 생각하며 외국에 나갔을 때 수많은 성당과 궁전을 감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언제든 볼 수 있는 우리 것을 유심히 본 적은 없구나 생각했다.
어릴 적 자주 다닌 골목길로 가봐야지. 많은 시간 동안 건물도 가게도 달라져 처음 방문한 사람처럼 두리번거리며 느린 발걸음을 옮겼다.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넓던 길은 이제 골목이 되었고, 골목은 차가 다닐 만큼 넓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식당이 생겨서 나중에 가봐야지 하고 마음에 담아두었고, 잠시 살던 빌라의 현관 방향이 달라진 것도 발견했다. 이탈리아의 골목보다 깨끗하고 익숙하지만 새롭다.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지나오면서 본 것을 신나게 이야기했다. 동네라서, 익숙해서, 빠른 길을 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러 돌아가면 새로운 만남이 있다.
노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노을 - 노을을 보려고 하루를 산 것 같았다>는 한 번은 노을을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글이었다. 주어진 하루의 마감을 알리는 노을은 나에게 막연한 우울감과 내가 원하는 하루를 살지 못한 아쉬움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았다. 글쓴이에게 노을이란 퇴근길 한강 다리를 지나며 보는 유일한 탁 트인 공간이었고, 여행지의 아름다운 추억을 더 멋지게 만들어주는 조명이었다. 매일 그 충실한 업무를 다하는 노을이지만 날씨에 따라 내가 볼 수 있을지 말지 운이 갈리는 도박 같은 기회에 감사하기도 한다. 노을을 보는 것을 마치 다시 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여행지를 눈으로 마음으로 담는 심정으로 보기에 자신만의 매일 반복되는 여행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름다웠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여행을 일상으로 가져올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사실 나의 여행이 특별했으면 해서 특별하게 대했다. 귀한 기회를 더 오래 강렬하게 기억하고 싶어 일상이라는 누추한 곳으로 초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역병으로 특별한 기회가 잠시 사라졌기에 생각을 달리한 글쓴이들을 따라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삶의 소중한 부분을 상기하려고. 매일을 사는 우리의 일상이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음을 이제 알았다. 이 소중함이 쌓여 나를 이루고 있고 여행도 그 일부를 조금 특별하게 한 것임에도 나도 모르게 특별한 여행은 가치 있고 무던한 일상은 '가치가 없다'라고 생각하게 됐나 보다.
평소에 스치듯 드는 생각들을 누군가도 하고 있었으며 나의 표현 보다 더 정확하고 더 세세하게 것이 마음에 든다. 친구와 이야기하듯 가볍게 그리고 마음을 열고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를 읽으면 좋겠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기 마련이니까 7인의 여행자와 수다를 떨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재밌게 읽은 <팬츠 드렁크>를 번역한 김경영님도 7인의 여행자 중 한 명이라니 신기한 인연이 여기도 있다.
이 책은 좋은습관연구소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우리는이미여행자다 #일상이여행이되는습관 #섬북동 #교보북살롱 #좋은습관연구소 #여행 #에세이 |
|
|
|
여행을 대신 해주는 부러운 직업도 있다고 들었어요.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는 지금은 여행을 가기 힘들어도 일상을 여행처럼 설레게 만드는 여행이야기로 기대했습니다.
|
|
해외여행을 마지막으로 간게 2020년 2월. 퇴사 후 갔던 태국 '방콕'이었다. 그때 막 코로나 때문에 중국이 난리였었고, 아직 한국에서는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만 공항에서 마스크를 대체적으로 쓰는 모양새였다. 내가 너무 경솔했던 건 그저 지구촌 뉴스에서나 보던 우한 폐렴이 설마 나와 관련이 있을까 싶었지만, 혹시 몰라서 마스크는 내것과 동행인 것 딱 두 장만 챙겼던 것이다. 그런데 왠걸! 방콕에 도착 후 얼마나 많은 중국인들이 있던지.. 이들은 거의 마스크를 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우리는 그 곳에 있는 거의 모든 편의점들을 닥치는대로 가보았으나 가는 곳마다 마스크는 동이 나고 없었다. 어리석게 딱 한 장 가져간 마스크를 찝찝하지만 계속 쓰면서 여행할 수 밖에 없었고, 여느 방콕 여행 때와는 다르게 미지의 바이러스가 내 몸속으로 들어갈까봐 마음껏 즐기지도 못한 여행이었다.
여차저차 방콕서 찝찝한 여행을 하고 한국에 돌아온 후 한국에 우한폐렴 확진자가 발생하게 되고 난리가 난다. 그 후 2년이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바이러스는 잠잠해지긴커녕 하루 확진자가 3천명에 육박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정말 남의 일인줄만 알았고 지구촌 뉴스에서 작년 2월에 접했던 이 바이러스에 일주일 전,아빠가 감염되게 되었고, 밀접접촉자로서 우리 가족은 현재 자가격리중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난리 난 이후 사실 그렇게나 좋아하던 여행에세이는 펼쳐보지도 않게 되었다. 마치 SF 소설을 접하듯 비현실적인 내용으로 인한 괴리감 때문이다. (SF 장르 매우 싫어함) 그러나 방구석에 갇혀 있으면서 넷플릭스만 주구장창 보다가 옛날에는 책 없이는 못 살던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책에 손을 놓게 된건지에 대해 자괴감으로 펼쳐 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언제나 그렇듯 어떤 장르인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펼쳐보았다. '여행자'라는 아주 오랜만에 듣게 된 단어가 표지에 나와있는 것 만으로 선택했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독서모임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삶과 여행에 대해 쓴 글들을 엮은 책이다. 공통적인 것은 이들이 모두 여행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글들이 여행과 관련이 있었고, 독서모임의 멤버들답게 취미나 좋아하는 관심사가 나의 그것과 공통점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누구나 그렇듯 전염병이 유행한 후엔 해외에 나갈 수 없어서, 누구는 요리로서 여행을 추억하고 또 누구는 기념품 등으로 추억한다. 나 또한 글들을 한 편씩 읽으며 내가 했던 여행들을 추억해보았고, 눈을 감으면 재작년 이맘 때 갔던 이탈리아의 골목이 떠올라서 괜시리 아련하고 먹먹해지기도 했다.
내가 책을 가까이 하지 않게 된 이유는 딱히 없지만, 혼자있는 시간이 줄어든 이유도 있고 평소의 정신적인 집중이 업무와 인간관계에 치중된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진지한 책보다는 언제든 커피 한 잔의 여유와 어울리는 캐쥬얼한 책에 손이 가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의 내가 그러했다.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갑갑함을 여러 여행자들과 공감하며 잠시 여유로움을 느껴볼 수 있었다. 책을 덮고는 언제 다시 인천 공항 특유의 가슴 뛰는 느낌을 가져보고, 입국 수속 후 다른 나라의 이색적인 공기를 흠뻑 마셔볼 수 있을지 기약없는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오타 : 19쪽에서 해리티지(heritage)를 해리지티라고............ 완성도가 아쉬움) |
|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 책은 직접적인 '여행'이 아닌 방법으로 '여행'을 되새길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섬북동씨 안에 있는 7인의 여행자들'을 통해서 '여행의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여행지에서 들었던 음악을 집에서 들으면서 그때의 여행을 상기하고 음미하는 시간을, 여행지에서 샀던 기념품을 통해서 그곳의 향취를, 여행지에서 맛봤던 음식을 집에서 도전해보면 느끼는 그 향기를, 여행지에서 찍었던 사진을 iCloud에서 내려받아 감상하는 것으로, 그 사진을 함께 했던 멤버들의 단톡방에 올리면서, 그렇게 기억 속의 여행의 기억을 데려옵니다. 그것이 너무 실감 나서 꼭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 그곳 그 시절로 간 듯한 경험은 강렬합니다. 물론 군대 시절 내무반 청소시간에 듣던 대중가요를 통해서 갇혔던 기억으로 강제 소환되기도 합니다. 악몽으로 재소환되기도 합니다. 사람들 없는 곳으로 사진 출사 여행을 떠나는 걸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