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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라고 하면 전쟁터에서 군사들을 이끌고 앞장서 싸우는 장군이 먼저 떠오른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나가는 전투마다 뛰어난 지략과 타고난 리더십으로 백전백승을 거듭하는 영웅의 모습.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영웅의 이미지는 이런 모습이었기에 플루타르크스 영웅전 1권을 읽었을 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영웅전이란 말인가?
플루타르크스 영웅권 1권에서는 흔히 떠오르는 영웅들은 나오지 않는다. 1권에서 다루는 영웅들은 그리스 로마 시대에 법의 기초를 다진 행정가들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인간의 사법 제도 역시 발전해왔지만 아직도 사법 처리 과정은 지난하고 복잡하기만 하다. 기초가 탄탄히 다져진 현대의 법 제도도 이러한데, 아무 토대가 없는 상태에서 법의 기틀을 다지는 일은 얼마나 어렵고 지지부진 했겠는가. 그래서 1권에 나오는 영웅들의 일대기에서 통쾌한 부분은 찾기 어렵다. 적을 향한 통쾌한 한 방이 나올 자리를 대신하는 건, 새로운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결국 뜻이 좌절되고 마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영웅전이라 하면, 그 영웅이 세운 찬란한 성과와 성취에 대해서 집중 조명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플루타르크스 영웅전은 영웅으로 앞세운 자들을 마냥 찬양하는 책이 아니었다. 작가가 선택한 영웅들의 단점과 실수에 대해서도 빠짐 없이 서술하고 있다. 특히나 이 책은 비슷한 인생 곡선을 가진 두 영웅을 소개한 뒤, 이들의 성과를 비교 분석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각 영웅들의 아쉬운 점이나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까지 낱낱이 까발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는 강력한 스파르타를 만드는데 공헌한 입법가 리쿠르고스다. 리쿠르고스는 토지의 재분배를 시행한 인물이다. 고대에도 부는 소수의 몇몇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당시에 부를 가늠하는 척도는 땅이었다. 소수의 사람이 스파르타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소시민들은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받았다. 이쯤 되면 부동산 문제는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어 인간의 소멸 때까지 같이 가야할 동반자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리쿠르코스는 나라의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전 국토를 하나로 합쳐서, 스파르타 국민들에게 똑같이 배분했다. 토지 재분배를 실시한 리쿠르고스의 철학은 이러했다.
스파르타인들이 토지 재분배를 수월하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리쿠스코스는 아예 시민들의 더 갖고자 하는 욕망마저 제어하려고 했다. 사치품으로 여겨지는 물건들을 수입하거나 생산하는 것을 중단시키거나, 엽전을 아주 크게 만들어서 엽전을 갖는 것이 아주 번거롭고 힘든 일이 되게 만드는 등의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말이다. 요즘에는 독재 정권에서조차 감히 시행할 수 없을 것 같은 정책들을 리쿠르코스는 스파르타에서 실현했다. 이 제도가 국가 내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음으로써 스파르타가 우리가 아는 강력한 전사들의 나라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리쿠르고스의 사례로 미루어 볼 때, 현대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거의 수학의 7대 난제를 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욕망을 통제될 때 불평등 또한 통제가 가능하다. 그의 시대에는 직접적이고 단순한 방법으로 인간의 욕망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인간의 욕망이 첨단 기술과 결합되면서 통제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부탄은 2010년대까지는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손 꼽혔지만, 부탄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점점 증가하면서 그 나라의 행복지수는 밑바닥을 찍게 되었다. 아무 비교 대상이 없을 때에는 욕망의 통제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무엇을 먹는지, 입는지, 즐기는지를 볼 수 있게 되면서, 현대인의 비교 대상은 끝도 없이 증가했다. 인스타그램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기 때문에, 리쿠르고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걸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촉매제라고 하여 파괴하는 일은 영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많은 정치인들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회 불평등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그 문제는 인간의 손을 떠나버린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통쾌한 구석은 없지만, 맨 땅에서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책 속 영웅들의 모습은, 영웅이 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탁월한 성과보다는 어떤 마음을 갖고 사느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영웅들은 어떤 제도와 체계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더 나을지 열심히 고민했던 이들이었다. 이들의 마음은 자기자신에게 쏠려 있지 않고, 타인을 향해 열려 있었다. 영웅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날카로운 창과 방패가 아니라 나를 뛰어넘을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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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들의 업적뿐 아니라 그들의 약점과 사소한 습관까지 기록해, 역사가 단순한 승리의 서사가 아닌 인간 본성의 드라마임을 보여준다. 플루타르코스는 인물의 성취보다 삶의 태도와 선택에 주목하며, 독자로 하여금 오늘날에도 통찰을 얻게 만든다. 이 책은 단순한 전기집이 아니라 인간과 권력, 도덕에 관한 성찰의 보고라 할 수 있다. |
| 고전에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인생의 큰 가르침들을 배워 나갔을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영광과 명예도 언젠간 한 줌의 모래로 사라지리라는 걸. 지혜는 시대를 막론하고 늘 어디엔가 존재했었다는 걸 이 책을 읽을수록 묘한 기분으로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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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들어보았던 때가 언제 였는지 모르겠다. 그냥 마음속 어딘가에 담아두고 있다가 우연히 민음사에서 나온 책을 보게 되었고, 너무 예뻐서... 샀다. 우선은 1권. 리쿠르고스편 이야기를 하나 적어본다... 소년들에게 식사를 넉넉히 주지 않는...이유는 그들의 키를 크게 만들고자 함이었다. 영양소를 마음껏 받아들이면 몸이 옆으로 퍼지지만, 영양소가 부족하여 몸이 가벼워지면 쉽게 키가 크고 몸매도 더 아름다워진다. 야위고 빈약한 아이들은 관절이 뿜어내는 힘을 더욱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습관을 갖게 되지만, 영양을 너무 많이 섭취해서 몸이 무거워지면 그럴 수가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임신한 여인이 설사약을 먹으면 몸은 여위지만 몸매가 빼어난 아이를 낳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보모가 물려주는 영양이 적을수록 아기의 골격이 잘 잡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 그렇게 되는지는 다른 사람들이 탐구할 몫으로 남겨 두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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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는 서기 45-50년 무렵에 태어난 그리스 사람이고, 서기 100년쯤 (1900년전)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우국심을 가진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한편으로는 우국심을 가진 자만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전제가 있기도 하다. 정치에 관심이 많지만, 그것은 이기적인 인간들을 관찰하는 재미이지 (근데 요 몇년은 혈압이 오를정도로 화만나서 관심을 끄기도 했다), 우국심때문은 전혀 아니었다. 국가에 대한 기본인식이 매우 희미했다. 한국을 떠난지도 오래되었지만,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겠고, 국적은 내가 원하면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외국인, 이방인으로써 여기 저기를 떠돌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로나로 인해 국경이 닫히면서, 나의 나라와 나의 관계는 가족과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 태어난 나라를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공동의 운명체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시간 (서기 100년과 지금 2022년) 과 공간 (서양과 동양)을 뛰어넘는데, 옛날 사람들 이야기라던가, 남의 이야기처럼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고결한 인간에 대한 정의는 그런 것을 뛰어넘나보다. 왜 이런책을 아직도 읽지 않고 있었는지 모를일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따위가 아니라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읽었어야 했다. 번역하신 신복룡 교수님의 철저함이 느껴졌다. 어떤 번역본으로 살 것인지 고민했었는데, 좋은 선택을 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