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9)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89%
  • 리뷰 총점8 11%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9.0
  • 50대 10.0

포토/동영상 (3)

리뷰 총점 종이책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내용보기
시인 김수영은 1921년 관철동에서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선린상업학교를 졸업하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길 바랐던 가족들을 외면한 채 1942년 일본 유학을 떠난다. 하지만 일본에서 공부는 포기하고 시와 연극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한국으로 돌아와선 오히려 전쟁을 찬양하는 연극을 연출해야 하는 굴욕을 겪는다. 일본이 패망하고 나서 서울로 돌아온 그는 연희전문학교를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내용보기


 

시인 김수영은 1921년 관철동에서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선린상업학교를 졸업하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길 바랐던 가족들을 외면한 채 1942년 일본 유학을 떠난다. 하지만 일본에서 공부는 포기하고 시와 연극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한국으로 돌아와선 오히려 전쟁을 찬양하는 연극을 연출해야 하는 굴욕을 겪는다. 일본이 패망하고 나서 서울로 돌아온 그는 연희전문학교를 들어가지만 한 학기 만에 자퇴하고 모던보이들과 어울려 다니며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다. 이화여대를 다니던 김현경과 결혼했지만 곧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의용군에 징집되고 만다. 허술한 틈을 타 탈영하지만 경찰에 잡혀 거제포로수용소에서 비참한 전쟁의 실상을 마주하게 된다. 다시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으나 4.19혁명, 5.16쿠데타를 겪으며 그는 참여 시인으로 변모하게 된다.

 

 

모래알 사이에 너의 얼굴을 찾고 있는 나는 인제

늬가 없어도 산단다

너를 잃고 (1953)

책의 맨 처음에 나오는 시다. 너가 없어도 산단다. 그럼에도 그 많은 모래알 속에서 너의 얼굴을 찾고 있다. '늬가 없어도 산단다'는 결코 그의 의지가 아닌듯하다. 그러라고, 누군가 그리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그의 '비애'가 아프게 와닿는다.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 있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 부자연한 곳이 없는

이 가족의 조화와 통일을

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냐

나의 가족(1954)

강한 욕망을 가진 그도 가족 안에선 딜레마에 빠지는가 보다. 순하고 편안함에 안주하는 가족의 모습은 분명 그의 의식 속에선 퇴보일진대도 그는 그 안에서 조화와 통일을 느낀다. 그래서 이 시는 '이것이 사랑이냐/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로 마무리하며 어쩔 수 없는 가족애를 드러낸다.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김일성 만세"(1960)

제목도 놀랍고 담긴 내용도 놀랍다. 4.19로 세상이 달라질 줄 알았건만 표현의 자유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언론의 자유를 빼앗긴 현실에 대항해 과격하게 자신의 뜻을 피력했던 시인의 자유주의 정신이 이 한 편의 시로 대변된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 방을 생각하며(1960)

혁명을 실패하고 난 후 자신을 원망하며 쓴 시 같다. 그 방엔 싸우라는 말을 세 번이나 쓸 만큼 간절했건만, 이젠 그 방을 떠나버려 이젠 그 말이 헛소리가 되어버렸다. 시의 중간엔 '나는 인제 녹슨 펜과 뼈와 광기-'라는 문장으로 혁명의 실패에 좌절하지만, 그 혁명은 새로운 혁명의 가능성을 보는 기대를 갖게 한 것일까. 마지막에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라고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은 김수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시그림집이다. 그의 시에서 뽑아낸 키워드 '비애', '환희', '평온', '고독', '사랑', '존재', '참여', '역사', '현대'로 분류해 그의 시를 분류해놓았다. 이 분류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의 삶이 변하고 그의 시를 관통하는 주제의 변화를 그대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 그의 삶을 읽어보니 그보다 더 자기중심적으로 산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를 참여 시인이 될 수밖에 없게 만든 한국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참 아프다. 이 책은 솔직하고 직선적인 김수영의 시들이 가득 담겨있다. 그리고 그의 시들에 감정이 찢기고 격해질 즈음엔 어김없이 평온한 그림들이 등장해 읽는 이에게 위로를 건넨다. 김수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책으로 손색이 없어 읽는 내내 귀한 시간을 선물받은 느낌이 든다.

 

y****7 2021.09.29.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다시 김수영 시를 읽었지만
"다시 김수영 시를 읽었지만" 내용보기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이다. 오래전 시화전을 몇 번 본 적은 있다. 시그림집은 처음이다.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시그림집이 아니고 김수영 시인의 시들이다. 예전에 한 번 도전한 후 이해하지 못해 포기했던 시들이다. 김수영을 인용하고 찬양하는 작가들을 자주 보다 보니 그의 시에 대한 관심이 늘 있었다. 강신주의 <김수영을 위하여>를 구해 놓고 오랫동안 묵혀 두
"다시 김수영 시를 읽었지만" 내용보기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이다. 오래전 시화전을 몇 번 본 적은 있다. 시그림집은 처음이다.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시그림집이 아니고 김수영 시인의 시들이다. 예전에 한 번 도전한 후 이해하지 못해 포기했던 시들이다. 김수영을 인용하고 찬양하는 작가들을 자주 보다 보니 그의 시에 대한 관심이 늘 있었다. 강신주의 <김수영을 위하여>를 구해 놓고 오랫동안 묵혀 두고 있는데 이 관심 때문이다. 그의 시전집도 사 놓은 것 같은데 찾지는 못하겠다. 이번 시그림집에는 <김수영 전집 1 시>와 다른 편집을 한 시들이 상당히 나온다. 단어나 행구분이 대표적이다. 시를 읽을 때 늘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행 구분이 의미하는 바이다. 아직도 잘 모른다.

 

80편의 시를 열 개의 꼭지로 나누었다. 해설을 보니 그의 마지막 시가 <풀>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가장 강렬하게 남은 김수영의 시다. 다른 곳에서도 자주 본 시다.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풀> 부분) 이 낯익은 시어들을 다시 만난 시들은 거의 없다. <거대한 뿌리> 같은 경우는 시집 제목으로 기억한다. 이 시를 읽으면서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것은 판타지 소설 속 세계수 같은 이미지다. 그런데 그냥 굵은 뿌리만 그렸다. 서로 다른 시각을 경험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시가 어려웠다. 나의 한계다. 철학자나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그의 시집을 얼마나 열심히 읽었는지 봤기에 이 부분은 상당히 아쉽다. 아마 다음에 또 한 번 더 도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간이 된다면 <김수영을 위하여>를 먼저 읽을지 모른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사실 나의 기억을 상당히 조정하게 되었다. 그의 너무나도 직설적인 시어들이 아주 낯설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시어들이 욕과 함께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때도 이런 시어들을 썼다는 사실에 놀란다. <“김일성 만세”> 같은 시는 현대 한국 정치를 생각하면 정말 발표하기 어렵다. 실제 이 시는 21세기가 되어서 발표되었다.

 

참여를 다룬 시는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김수영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아 새까맣게 손때 묻은 육번전서가 / 표준이 되는 한 / 나의 손 등에 장을 지져라 / 4.26 혁명은 혁명이 될 수 없다 / 차라리 / 혁명이란 말을 걷어치워라”(<육법전서와 혁명> 일부)고 말하는 대목을 보면서 그 날카로운 통찰력에 놀랐다. <“김일성 만세”>에서 이 단어를 한국 언론자유의 출발로 인정하라고 한 부분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 시대 이런 시가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실제로는 이 시가 사후에 알려졌다.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시집의 제목은 이 시그림집 마지막 시인 <눈>의 마지막 행이다. 이미지를 떠올리면 황량한 폐허 하나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 책에 담긴 시그림집들은 개인적으로 나의 이해와 취향과 많이 다르다. 직관적으로 그린 그림들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야 하는 그림도 많다. 시와 그림을 다시 한 번 더 봐야 한다. 역사, 생활고, 사회문제, 희망, 기대, 자기반성 등을 그는 어떤 순간에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욕설이 난무한다. 어떤 시는 여성 비하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나의 오독도 있고, 시대의 한계도 있을 것이다. 최근 시를 읽으면서 이제 시가 조금 이해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나의 착각이었음을 이번에 또 확인한다. 얼마 전 한 시집을 읽다가 난해해 잠시 중단한 적도 있다. 다시 또 그냥 계속 읽어야겠다. 

f***2 2021.10.0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김수영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교보문고, 2021)
"김수영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교보문고, 2021)" 내용보기
제가 사랑하는 시인 김수영의 시 80편을 한 권에 담은 시그림집을 대하니 가슴이 설렙니다. 내가 시인 김수영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시 <풀>을 읽고부터입니다.   풀이 눕는다 /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 다시 누웠다 //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 먼저
"김수영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교보문고, 2021)" 내용보기

제가 사랑하는 시인 김수영의 시 80편을 한 권에 담은 시그림집을 대하니 가슴이 설렙니다. 내가 시인 김수영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시 을 읽고부터입니다.

 

풀이 눕는다 /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 다시 누웠다 //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시인에 대한 아무런 선지식도 없이 이 시를 읽었을 때, 왠지 시인의 삶이 파란만장했으리라 추측했습니다. 나는 고단한 삶을 산 시인의 시에 마음이 끌렸던 것입니다. 이 책에는 이 시를 소개하고(p. 126), 옆 페이지에 바람에 눕고 일어나는 풀을 그린 화가 이광호의 작품, <이 실려 있습니다(p 127). 덕분에 이 시가 시각적으로 살아나면서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이 책은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입니다. 이 책 한 권이면 김수영에 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며, 그의 작품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책 뒤편에 김수영의 생애를 세 장에 걸쳐 소개합니다. 시인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굴곡을 그대로 겪으며 그것을 시로 표현했습니다. 그는 식민지 시대에 일본 유학과 만주 이주를 경험했습니다. 육이오 때는 포로수용소에서 지냈고, 4.19 혁명에 희망을 걸었지만 5.16 쿠데타로 인해 좌절합니다. 독재 억압 시대에 민주주의에 대한 큰 외침을 시로 토해냈습니다. 시인에게 있어서 시는 곧 자유입니다. 시대적 상황에 눈치 보지 않고 그는 자유롭게 시 쓰는 일을 끝까지 밀어붙였습니다. 1960106일 작인 <“김일성 만세”>는 지금 읽어도 조금은 과격해 보입니다.

 

김일성 만세” / 한국의 언론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 인정하는 데 있는데 //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 시인이 우겨 대니 / 나는 잠이 올 수밖에 // // 나는 잠이 깰 수밖에 (pp. 142~143).

 

삶의 현실과 문학의 현실에 대해 시인은 불만이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시의 온전한 자유를 갈망한 시인입니다. 그러하니 5.16이후 반공을 국시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는 점차 냉소적 시인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의 의지와 힘을 믿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믿음이 의 다음과 같은 구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p. 126)

 

이 책 마지막에 있는 문학 평론가 박수연의 작품 해설도 시인 김수영과 그의 시들을 이해하는 데 훌륭한 가이드가 됩니다. 이 전집의 제목,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도 마음에 듭니다. 김수영의 시를 읽는 독자의 눈앞에는 눈이 내릴 것입니다. 그 눈은 울음이며 웃음이며 좌절이며 희망입니다. 삶이 팍팍할 때 자주 집어들어 읽고 싶은 시그림집입니다. 자신의 삶과 시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김수영의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을 권합니다.

 
l******y 2021.10.0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내용보기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는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이에요. 이 책에는 김수영 시인의 작품 중 80편을 뽑아 엮은 시선집으로, 문화그림전에 참여한 화가들 (김선두, 박영근, 서은애, 이광호, 이인, 임춘희)의 작품이 실려 있어요. 교과서에 수록된 시 <풀>은 민중의 저항성을, <폭포>는 부정적 현실을 타개할 고매한 정신을 노래한 것이라고, 그래서 김수영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내용보기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는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이에요.

이 책에는 김수영 시인의 작품 중 80편을 뽑아 엮은 시선집으로, 문화그림전에 참여한 화가들 (김선두, 박영근, 서은애, 이광호, 이인, 임춘희)의 작품이 실려 있어요.

교과서에 수록된 시 <풀>은 민중의 저항성을, <폭포>는 부정적 현실을 타개할 고매한 정신을 노래한 것이라고, 그래서 김수영 시인은 현대문학에서 저항시인으로 불린다고 배웠어요. 시 한 편을 제대로 음미할 새도 없이 그저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들을 요약 정리하여 외우던 세대였던 터라 시인을 안다고도, 그렇다고 모른다고도 할 수 없어서 약간은 망설이듯 조금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어요.

어릴 때는 시(詩)를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삶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인은 그저 그 삶을 노래했을 뿐.

 

이 책의 제목이 된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는 <눈>이라는 시의 마지막 행이에요.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시인은 남은 삶을, 현실을 생각했겠지요. 비애, 환희, 평온, 고독, 사랑, 존재, 참여, 역사, 현대, 시로 쓴 시... 모두 10장으로 구성된 시를 읽다보면 질곡의 세월이 느껴져요. 머리로 읽을 때는 당최 알 수 없었던 시의 언어들이 어느덧 세월과 함께 제 안에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달나라의 장난>이라는 시에서 '소리 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 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라는 구절이 마음을 울리네요. 어린아이가 팽이를 돌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시인은 달나라의 장난 같다고 표현했어요. 무엇을 위하여 서서 돌고 있는가...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가혹한 운명 앞에 놓인 작은 팽이. 그럼에도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시인은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네요. 그것은 혁명.

<그 방을 생각하며>라는 시에서는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라고 고백하고 있어요. 실패와 좌절을 겪고도, 모든 기대를 잃고도 시인은 뭔지 모를 이유로 가슴은 풍성하다고 위로하고 있어요. 어쩌면 그 절망이 시를 쓰게 하였고, 그 시는 영원한 미완성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시는 곧 삶이니까, 시인은 떠났어도 시는 우리에게 남아 여기 주어진 삶을 살아가라고, 네 방만이라도 바꾸라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우리의 시는 계속 쓰여지고 있으리.

 


 

YES마니아 : 로얄 a*****7 2021.10.0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내용보기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한국현대시 / 김수영 / 교보문고 단행본      시와 함께 살고 투쟁하며, 시와 함께 고난과 역경을 헤처나가다.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올해가 김수영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인가 봅니다. 그래서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시 80편과 그림을 담은 시그림집이 출간되었습니다. 비애 / 환희 / 평온 / 고독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내용보기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한국현대시 / 김수영 / 교보문고 단행본 

 

 

시와 함께 살고 투쟁하며,

시와 함께 고난과 역경을 헤처나가다.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올해가 김수영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인가 봅니다. 그래서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시 80편과 그림을 담은 시그림집이 출간되었습니다.

비애 / 환희 / 평온 / 고독 / 사랑/ 존재 / 참여 / 역사 / 현대 / 시로 쓴 시 .. 총 10장으로 구성으로 시집 < 달나라의 장난 > 수록작과 시집 이후 육필원고로 쓴 작품을 기준으로 김수영의 작품 중 80편을 뽑아 엮은 시선집입니다. 여기에 시를 더 즐겁게 보고 읽을 수 있는 것이 김수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주최한 문학그림전의 도록을 함께 실어 있어서 문학그림전에 참여한 화가들의 작품도 시와 함께 감상 할 수가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평소에 시와 그렇게 가까이 하는 삶이 아니라서 아는 시인과 시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김수영 시인하면은 학창시절 배웠고 좋아했던 < 풀 >이라는 시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당시에 시험을 대비해 시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작가의 삶과 역사에 비추어서 해석하여서 이해를 했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꼭 그렇게 시대적 배경이나 시인의 생애에 비추어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되어지더라구요. 그냥 내가 읽고 받아들여 지는대로 시는 나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시인의 생애가 어떠했는지 역사에 비추어 돌아본다면은 좀더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겠지요. 책에서는 그런 이해를 돕도록 김수영 시인에 대한 삶에 대해서 책 날개에 간단하게 서술도 해 놓았고 책 후반에 가면은 시인 김수영의 생애와 작품 해설을 곁들여 놓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의 생애를 본다면은 식민지 착취의 시대, 6.25 전쟁, 독재 억압의 시대라는 라는 격렬한 역사의 상처들을 겪었더라구요. 그는 식민지 착취의 시대에는 일본 유학과 만주 이주의 경험을, 6.25 전쟁의 폭력의 시대는 포로 수용소에서 보내었으며, 독재 억압과 4.19 혁명 시기에는 민주주의와 민족사에 대한 큰 외침을 시로 토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시간적 전개를 따라 책에 소개된 10장의 언어인 비애, 환희, 평온, 고독, 사랑, 존재, 참여, 역사, 현대 의 언어로 구체화되어 표현되엇습니다.

시인 김수영의 첫 시는 1945년 시 ' 묘정의 노래 ' 로 문예지 <예술부락>에 발표를 했고 그의 마지막 작품은 우리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 풀 ' 입니다. 

 

< 풀 > 은 지금 다시 읽어봐도 좋으네요. 작품에 형상된 풀은 당시의 억압받던 민중들의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석을 해서 읽어도 좋고 그냥 읽어도 좋은 것 같습니다. 좋은 시란 바로 그런것 아니겠습니까..

현실의 억압과 좌절 속에서 일어서고자 했던 그의 목소리가 여러곳의 시에서 발견이 되어서 좋았고 또 책에서 알게 된 그의 첫사랑, 그의 앞집에 살던 여학생을 따라 일본 유학길에도 올랐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ㅎㅎ 사랑으로 인해서 유래되는 모든 피어나는 감정들이 녹아 있는 시들도 읽어보고... 시인 김수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에 이렇게 김수영 시인의 시를 많이 읽어 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은 시간이였습니다. 그리고 국내 대표 화가 6인이 시를 독창적으로 해석하여 같은 제목이거나 소재가 같은 그림을 그려서 시와 함께 실려 있는데 그림들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함께 더해지니 더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

s*******7 2021.10.0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김수영 저의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를 읽고
"김수영 저의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를 읽고" 내용보기
김수영 저의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를 읽고 오랜만에 시집을 대한다. 왠지 시는 나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게 하면서 뭔가를 깨어나게 하거나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요즘에는 에세이나 인문학 계통의 책들을 편하게 읽고 있다. 그런데 손에 들어온 김수영 시인의 시그림집이었다. 김수영 탄생
"김수영 저의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를 읽고" 내용보기

김수영 저의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를 읽고

오랜만에 시집을 대한다.

왠지 시는 나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게 하면서 뭔가를 깨어나게 하거나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요즘에는 에세이나 인문학 계통의 책들을 편하게 읽고 있다.

그런데 손에 들어온 김수영 시인의 시그림집이었다.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그림집 간행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 동안 말로만 귀로만 들어왔던 김수영 시인의 귀한 시집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것도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발행된 특별 시그림집이니 더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에 많은 시인들이 있지만 김수영 시인도 어떤 시인 못지않게 특별한 시대를 안고 살아야 했던 그래서 더욱 더 사회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시인이기에 관심이 더 갔다.

1921년 김수영의 탄생부터 1968년 죽음에 이르기까지 길지 않은 짧은 인생이었지만 그가 살아야 했던 현실은 항상 그의 힘보다 압도적이고 격렬했던 시간이었다.

우선 해방 이전 식민지 착취의 시대를 일본 유학과 만주 이주의 경험으로 통과했고, 한국전쟁 폭력의 시대를 거제리 포로수용소에서 보냈다.

독재 억압의 시대에는 민주주의와 민족사에 대한 큰 외침을 토하기도 했다.

식민지-전쟁-독재라는 역사의 갈퀴가 시간 속에서 삶을 할퀴고 있을 때, 김수영은 결코 그치지 않을 것 같은 역사의 상처들을 자기만의 온 몸을 사르는 언어로 펼쳐놓았다.

“시를 쓰는 마음으로/ 꽃을 꺾는 마음으로/ 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뜯는 마음으로/ 죽은 옛 연인을 찾는 마음으로/ 잊어버린 길을 다시 찾은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는 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기도>의 일부(135p)

“눈이 온 뒤에도 또 내린다/ 생각하고 난 뒤에도 또 내린다/ 응아하고 운 뒤에도 또 내린다/ 한꺼번에 생각하고 또 내린다/ 한 줄 건너 두 줄 건너 또 내릴까/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눈>전문(229p)

김수영은 시와 자신의 삶을 완전히 일치시키려는 열정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시와 함께 투쟁했으며, 시와 함께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간 시인 김수영.

그는 아쉽게도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시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삶과 현실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던지고 있다.

김수영의 시 정신에 우리가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수영 시인은 1957년 한국시인협회상 제1회 수상자가 되었고, 1959년 첫 시집이자 생전에 발간한 유일한 시집인 <달나라의 장난>(춘조사)을 출간했다.

2021년 올해가 김수영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그의 대표적인 시 80편과 국내 대표적인 화가 6인이 시를 독창적인 해석과 다양한 기법으로 풀어낸 그림을 더 극대화 한 시그림집이 간행되었다.

독자들은 시를 읽는 즐거움과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통해 기존에 출간한 시집과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시와 함께 살고 투쟁하며, 시와 함께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갔던 김수영 시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볼 것을 강하게 추천한다.

m***3 2021.09.2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내용보기
이 책은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이다. 이 책을 접하고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먼저 '벌써 김수영 탄생 100주년이 되었다니!'라는 생각이었고, 바로 이어 '아, 이 책 갖고 싶다'였다. 두고두고 읽고 음미하고 갖고 싶은 시집 하나 발견한 것이다. 게다가 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그림집이라는 데에서 오는 호기심에 더하여 결국 이 책을 손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내용보기

이 책은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이다. 이 책을 접하고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먼저 '벌써 김수영 탄생 100주년이 되었다니!'라는 생각이었고, 바로 이어 '아, 이 책 갖고 싶다'였다. 두고두고 읽고 음미하고 갖고 싶은 시집 하나 발견한 것이다. 게다가 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그림집이라는 데에서 오는 호기심에 더하여 결국 이 책을 손에 넣게 되었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김수영의 시를 제대로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지은이 김수영. 1921년 11월 27일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에서 시와 연극을 공부하던 중 조선 학병 징집을 피해 1944년 귀국했다. 얼마 후 중국 길림으로 건너가 연극 활동을 하다가 해방과 함께 서울로 돌아왔다. 그해 연희전문학교 영문과에 입학했으나 한 학기 만에 자퇴하고 당대의 모던 보이들과 어울리며 '신시론' 동인 활동을 했고 신문과 잡지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1950년 한국 전쟁이 일어나 인민군 문화공작대에 강제 동원되어 군사훈련을 받던 중 탈출했으나 집 근처에서 체포되어 부산 거제리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다. 1952년 석방된 뒤에는 번역 일과 양계장을 운영하며 시를 썼다. 1957년 제1회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고, 1959년에는 첫 시집이자 생전에 발간한 유일한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출간했다. 버스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고 사고 다음 날 1968년 6월 16일 숨을 거뒀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 '비애', 2장 '환희', 3장 '평온', 4장 '고독', 5장 '사랑', 6장 '존재', 7장 '참여', 8장 '역사', 9장 '현대', 10장 '시로 쓴 시'로 나뉜다. 너를 잃고, 구슬픈 육체, 사무실, 국립도서관, 비, 달밤, 거대한 뿌리, 미역국, 풀의 영상, 아침의 유혹, 나의 가족, 여름 아침, 달나라의 장난, 거미, 도취의 피안, 나비의 무덤, 풍뎅이, 사치, 사랑, 사랑의 변주곡, 공자의 생활난, 폭포, 절망, 미인, 풀, "김일성 만세", 연꽃,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가까이할 수 없는 서적, 아메리카 타임지, 병풍, 원효대사, 여름 뜰, 구름의 파수병, 눈 등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김수영 소개, 작품해설, 시그림집 참여 화가들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김수영의 작품 중 80편을 뽑아 엮은 시선집이며, 부록으로 김수영의 시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을 수록하였다. 특히 이 책은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주최한 문학그림전의 도록을 겸하고 있다. '일러두기'에 보면 시 원문에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으나, 오기가 분명한 경우에 한해 바로잡았다고 하며,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과거의 표기법을 현대어 표준맞춤법에 맞추어 고쳤다고 한다. 그 점을 감안하여 읽어나가면 된다.

같은 시라고 해도 어떻게 책으로 엮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은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이라는 설명에 충실한 책이다. 이 책으로 김수영의 시편들을 새로이 접하는 느낌으로 한 편씩 읽어나가는 시간을 보냈다.

 


 

각각의 시는 발표 일자와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언제 세상에 나온 시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시 감상과 더불어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모든 시에 그림이 수록된 것은 아니지만, 곳곳에 꽤나 다양한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서, 그림과 함께 읽으니 시를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시와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의 시는 '묘정'의 울음에서 시작하여 '풀'의 울음으로 돌아가고 울음의 끝을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시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것이 결국 그의 시의 생애가 되었다. 그래서 이것을 우리는 시인의 운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운명에 드리운 그림자를 읽고 덮는 사람의 눈앞에 매번 눈이 내릴 것이다.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 것이다. (253쪽, 박수연 문학평론가의 작품 해설 「아홉 개의 언어, 그리고 시로 쓴 시」 중에서)

학창 시절에 접하고 외웠던 시들은 익숙한 느낌으로, 이번에 새로이 읽게 되는 시는 또한 새로운 느낌으로 한 편 한 편 감상하는 시간을 보냈다. 학생 때에는 시험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달달 외워야 했지만, 지금은 자발적으로 감상할 수 있으니 시의 절절함을 가슴에 퍼담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시인 김수영의 생애를 이야기하는 「풀잎처럼 살다」와 작품 해설 「아홉 개의 언어, 그리고 시로 쓴 시」가 수록되어 있어서 시인 김수영과 그의 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소장하고 틈틈이 김수영의 시를 감상하고 그에 더해 그림 감상을 이어갈 수 있는 책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s*****a 2021.09.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잦아들지 않는 100년의 외침
"잦아들지 않는 100년의 외침" 내용보기
참여시인, 저항시인으로 불렸던 김수영이 세상을 떠난 지 반 세기가 흘렀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더니 그는 이름과 더불어 생명력 있는 시로 우리 곁에 남았다. 여느 이들과 마찬가지로 교과서에서 그의 작품을 접한 나는 학창 시절 오로지 시에 담긴 의미를 외기에 바빴다. 문제 하나라도 더 맞추어야 한다는 그야말로 소시민적인 절박함에 기대
"잦아들지 않는 100년의 외침" 내용보기

참여시인, 저항시인으로 불렸던 김수영이 세상을 떠난 지 반 세기가 흘렀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더니 그는 이름과 더불어 생명력 있는 시로 우리 곁에 남았다. 여느 이들과 마찬가지로 교과서에서 그의 작품을 접한 나는 학창 시절 오로지 시에 담긴 의미를 외기에 바빴다. 문제 하나라도 더 맞추어야 한다는 그야말로 소시민적인 절박함에 기대어 나는 그를 이해했고 동시에 오해했다. 한 인간이 감당해야만 했던 거대한 흐름을 읽어내기보다는 단어가 품은 미세한 어휘에 집착했고, 그 결과 내 안의 김수영은 한없이 작아지고야 말았다. 2021년 시인은 탄생 100주년을 맞이했다. 비극적인 교통사고가 아니었어도 100년 안팎의 삶을 영위한은 인간의 생을 고려한다면 지금까지 시인이 살아 있기는 쉽지가 않을 듯하다. 허나 과거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오늘날을 시인이 노래한다면 과연 어떠한 모양새일지가 사뭇 궁금해지는 건 사실이다.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는 100주년을 기념하는 시그림집이다. 생전 시인은 단 한 권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책으로 엮이지 못한 글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 또한 한 권의 책이므로 김수영의 모든 걸 담아냈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시인의 삶과 시를 보듬는데 이보다 더 좋은 시도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총 10장으로 나누어진 시들의 향연을 접하는 내내 복잡한 사고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무래도 가장 우선적으로 나를 지배한 건 그의 삶이 걸쳐 있는 시대와 연관된 무언가였다. 수록된 작품은 주로 1950-60년대에 쓰였으나, 그의 삶은 그보다 훨씬 앞인 1921년에 출발했다. 한 국가가 망하고 다음 국가가 들어서기까지의 시간, 비어 있는 편이 차라리 나았을 수도 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일제가 강요한 건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의미의 폭력이었고, 심지 곧은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는 이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굴욕 또한 버티는 한 방법일 순 있겠으나 시인의 성정으로 짐작컨데 아마도 심히 불편했을 듯하다. 이후의 시간 또한 바람직하지만은 않았다. 왕조로의 회귀와 민주주의를 향한 부르짖음이 오묘하게 충돌했다. 서로 다른 입장은 모두 ‘애국’이란 단어로 묶이었고, 여기에 결코 가까이할 수 없는 공산주의까지 더해졌다. 나 아닌 남은 모두 위험하단 평을 받았고, 모두가 ‘우리’의 범주에 들고자 애쓰는 광경은 기이함을 자아냈다. 이런 시대를 잘 살아갈 방법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가. 그가 남긴 시는 이와 같은 시간을 머금으며 여문 결과였다.

다분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그는 절망하면서도 희망을 부르짖었고, 마침내 가능성을 발견했다. 교과서에 수록된 강건한 그리하여 어떠한 흔들림도 허락지 않을 법한 언어에 도달하는 일은 결코 자연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었다. 겉이 단단해진 후로도 속에서는 고뇌와 번민이 계속됐을 터이지만 나와 같은 입장에서는 여기까지 주목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굳셈이었고, 어떠한 불의에도 맞서 싸우는 투사였다. 그가 내면의 소시민적 사고에 때론 굴복하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모습은 애써 외면 당했다. 인간다운 면모는 여림으로 여겨졌고 배척 대상으로 군림했다.

그의 시는 매끈하지 못하다. 애써 예뻐 보이려 들지 않은 작품의 투박함에 한 때는 놀랐다. 시라면 으레 아름다움을 담아내야 한다는 식의 사고에 사로잡혀 있던 시절인지라 더욱 그러했다. 절망의 시대에 시인은 노래하지 못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서, 차라리 침묵함으로써 굴욕을 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많은 이들이 언어를 멀리하는 순간에도 그는 언어를 포기치 않았다. 끊이지 않은 그의 언어에, 그 언어가 품은 날카로움에 경의를 표해본다.

q*****2 2021.11.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시인 김수영의 시그림집
"시인 김수영의 시그림집" 내용보기
“시의 특징을 얘기해봐” “시의 3요소가 뭐지?” 작년 여름 제가 중학생 아들의 국어 공부를 봐줬는데요. 아이가 제일 힘들어한 것이 바로 ‘시’였습니다. 아들만 그런건지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그런건지 알 수 없지만 깊은 생각이란 걸 하지 않는 모습에 그야말로 제 머리의 뚜껑이 열릴 정도였지요. 맘 같아선 그래, 시는 읽어서 느끼면 되는 거지 ‘그냥 되는대로’ ‘니가 느끼
"시인 김수영의 시그림집" 내용보기

시의 특징을 얘기해봐” “시의 3요소가 뭐지?”

작년 여름 제가 중학생 아들의 국어 공부를 봐줬는데요. 아이가 제일 힘들어한 것이 바로 였습니다. 아들만 그런건지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그런건지 알 수 없지만 깊은 생각이란 걸 하지 않는 모습에 그야말로 제 머리의 뚜껑이 열릴 정도였지요. 맘 같아선 그래, 시는 읽어서 느끼면 되는 거지 그냥 되는대로’ ‘니가 느끼는대로’ ‘니 맘대로 해봐!’ 외치고 싶지만 막상 시험, 점수로 연결되니 생각처럼 되질 않더군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세기에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국어 시간에 주제, 제제, 소재, 시의 운율이 어쩌구, 이 시에 드러난 심상이 무엇인가...등등 시를 완전히 분해한 다음 씹어먹듯이 외우고 시험까지 쳤는데요. 성인이 되고 보니 무엇 하나 남는 게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답니다. 하지만 이제 그걸 다시 아들에게 강요해야 하다니...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아니? 작가의 생각? 작가의 의도? 물론 중요하지.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출제자가 이 문제를 왜 냈는지 생각해봐야 해, 학습목표를 니 머리에 빡! 넣어두고 유추를 해봐. 그래야 문제가 풀려”...이러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올랐던 건 김수영은 제목에 왜 폐허에를 두 번 넣었을까였습니다. 분명 이유가 있을텐데 말이죠. 김수영의 시를 모두(아니 솔직히 거의 모른다는 게 맞을 겁니다. 예전에 김수영 시집을 구입했지만 읽다가 도중에 덮어버렸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더라구요) 알지 못하는지라 짐작만 했지요. 강조하는건가? 하고요.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시그림집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를 손에 들고 이번엔 예전과 다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아무리 무심하고 둔해도 세월을 그냥 날로 먹지는 않았을테니 이전처럼 김수영 시 한 편 읽으면서 머리 싸매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런데 웬걸요, 그다지 달라진 게 없는 거예요.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도 덮어버려? 하지만 이번엔 정말 그냥 덮고 싶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김수영의 생애에 대한 정보를 입력한 다음 시를 읽으니 그나마 조금 낫더군요.

 

음악은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자

저무는 해와 같이

나의 앞에는 회색이 뭉치고

응결되고

또 주먹을 쥐어도 모자라는

이날 또 어느 날에

나는 춤을 추고 있었나 보다 - [음악 /1950.2]

 

서울에서 지주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식민지 조선에서 집안은 결국 몰락했고 일본 유학길에 오릅니다. 일본에서 김수영은 학문보다 시와 연극에 몰두하는데요. 일본에서 학병 징집을 피해 만주로 이주했다가 광복을 계기로 귀국합니다. 그러다 6.25 전쟁으로 때 서울을 점령한 북한국에 징집되었다가 탈출에 성공하지만 경찰에 체포되어 거제 포로수용소에 갇히고 마는데요. 당시 수용소는 반공 포로와 공산주의 포로들이 매일 패싸움을 벌이고 수시로 유혈사태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런 공포 분위기 속에서 고초를 겪던 김수영은 3년 후 민간인 억류자로 석방되는데요. 이후로도 그의 삶은 여전히 고달픔의 연속이었습니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 가야 할 운명과 사명이 놓여 있는 이 방에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 [달나라의 장난 / 1953]

 

식민지-전쟁-독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은 김수영에게 무척 힘겨운 나날이었습니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식인이자 예술가로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함, 무자비한 권력의 압박을 무심히 넘길 수 없었던 그는 당시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끊임없이 추구하게 되는데요. 어렵사리 4.19 혁명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이승만 독재 정권처럼 인간의 자유를 무시한 채 반공법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자 [“김일성 만세”]라는 시를 써서 신문사에 보냅니다. 북한과 남한 따로 정부가 꾸려졌으니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외친다면 김일성 만세를 인정하면 되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걸 비판하는 시인데 당시 문단이 시의 문맥이 아니라 시의 김일성이란 단어에 치중한 탓인지 그의 사후에야 발표되었습니다.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

나는 잠이 깰 수밖에 - [“김일성 만세”/ 1960.10,6]

 

4.19 혁명이 어떤 것도 변혁하지 못하고 그래서 사회를,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자 안타까운 마음을 시에 풀어내기에 이릅니다. 마치 혁명의 실패를 예감하기라도 한 것처럼.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운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 [그 방을 생각하며/ 1960.10.30.]

 

권력으로 사람들을 짓누르는 현실에 좌절한 그에게 마지막 해방구는 술이었다고 합니다. 술에 취해 쓰러져있는 그는 종종 경찰서 신세를 지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서라도 잊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가 꿈꾸었던 건 어떤 세상일까.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그가 남긴 마지막 시에서 그가 염원했던 것, 그가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제아무리 권력이 억압을 가해도 결코 그들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약하고 힘없는 풀일지언정 언제나 그들보다 먼저 움직이고 말겠노라고.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 1968.5.29.]

 

우리 역사의 칠흑 같은 어두운 시대를 걸으면서 길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던 시인 김수영. 날카롭고 거칠고 힘찬 그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기엔 아직 소양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언제든 펼쳐볼 수 있도록 가까이에 두고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제목에 왜 폐허에를 두 번 넣었을까하는 의문은 책의 마지막에 풀렸습니다. 궁금하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h*******8 2021.10.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