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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식 작가님 소설 「영원히 빌리의 것」이 말하는 ‘희망과 위로’에 대하여
한 사람은 각자가 하나의 집이라는 말을 믿는다. 어떤 집은 문을 열어주지 않기도 하고, 어떤 집은 문만 열고 이야기하다 돌아오기도 한다. 나도 문을 열어주지 않을 수도 있고, 거실까지 들여 한담을 나눌 수도 있다. 가슴에 품은 별 이야기면 더할 나위 없겠다.
삭막한 사막이라는 공간과 먼 미래라는 설정이 낯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대놓고 말하기보다는 독자의 몫으로 떠넘긴 작가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넓고 깊은 사유를 유도하는 작가의 필력이 놀라웠다. 이 소설은 공간이 미국이고, 주인공들도 외국 이름이다. 서사가 우주까지 펼쳐 나가며, 시간이 현재보다 훨씬 미래다. 상상 이상의 서사가 펼쳐진다.
28세기, LA외곽 사막에 사무실을 차린 사람은 매일 몰려 들어오는 모래를 쓸어내는 것이 일이다. 그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마치면 이어서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가 끊임없이 쓸어내야 하는 것은 모래가 아니라, 내 안으로, 나만의 집으로 들어오는 사람들과 이어지는 생각들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 하는 일이거나, 사건들은 아니었을까?
우리의 삶에도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 말고,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만 하는 일들이 껄끄러운 모래처럼 밀려든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건이 생길 때마다 ‘날아드는 탁구공’을 쳐 넘기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모래라고 생각한 작가가 있었다. 그 모래를 쓸어 내느라 빗자루도 닳고, 무릎도 닳은 것처럼 우리의 삶도 알게 모르게 쌓여오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작가는 그 외로운 사람에게 25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별을 선물하기도 한다. 세상 무덤덤하고 심심해서 혼자 생각에 빠진 사내는 눈으로 분간하기도 어려운 점 같은 별을 가슴에 품었다. 그 별을 희망이자 빛으로 삼아 그나마 사막에서 버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주인공의 가장 가까운 곳에 흔하게 널려 있는 모래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별. 극과 극을 소재로 중간에 주인공을 놓고 시공간을 오가는 소재의 글쓰기 방식이 여러 가지로 대치되며 해석된다. 28세기에도 모래를 쓸 때 여전히 빗자루를 사용할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주인공은 “시시하고 하찮고 별 볼 일 없는 일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다가 끝장나는 것”(p13)으로 인생을 규정한다. 인생을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고, 감정의 폭이 크지 않아 반응도 밋밋하다. 서사가 큰 사건에서도 담담하게 펼쳐지는 문체가 왠지 뒷부분에 큰 사건이 터질 것 같아 마음 졸이며 읽게 되었다.
농담처럼 예고 없이 찾아왔던 별은 어느 날 또, 예고 없이 폭파한다. 인생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을 짚어 준다. 마치, 1등을 예감했던 복권 종이가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면 그런 심정일까? 환전해서 돈으로 쓰거나, 직접 찾아가 볼 수도 없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먼지 같은 별을 가슴에 품었다. 그 희망은 확실한 서류까지 보증해 줬다.
그것을 받았을 때는 무덤덤하게 별 감흥이 없었던 주인공이 그 별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왜 눈물이 터져 나왔을까? 상실과 쓸쓸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 부분이 먹먹해서 울어버렸다. 그렇지만, 사라졌다는 그 별이 내 가슴에 박히는 것 같았다. 이 소설이 상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이면에 희망과 위로를 말하고 있는 지점이다.
내 생활 속에 무의미하게 펼쳐진 일상과 손에 잡히지 않는 희망 같은 것, 누구에게 말하지는 않지만 가슴에 품고 있는 반짝임 같은 것. 그 희망만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영원히 나만의 것이 아닐까? 그런 희망을 품게 해 준 소설이다.
주인공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서 대화의 끝에도 뒷이야기를 생각한다. 누군가와 대화하지 않은 시간에도 우리의 생각들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 저 먼 우주에 서류까지 완벽한 나의 별이 있다는 상상이 좋았다. 각자의 집에 갇혀 사는 사람들, 마음을 나눌 가까운 사람이 없는 주인공처럼 내 마음을 속속들이 말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가슴에 별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아무리 힘든 삶을 살아도 가슴에 별 하나는 품고 살면 좋겠다는 작가의 소설이 선물 같았다. 그 작은 반짝임이 내 삶을 버텨줄 것 같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독자에게 희망이 되고, 위로되는 글, 내 글을 읽고 누군가는 가슴에 별 하나 품을 수 있는 글. 이건 영원히 네 것이야! 이렇게 선언해 주는 든든함이 삶을 지탱할 희망과 위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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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식 소설집 『영원히 빌리의 것』(한겨레출판, 2021) 중 「우주비행사의 밤」을 읽고
강태식 작가는 2012년 《굿바이 동물원》으로 제17회 한겨레문학상을, 2018년 《리의 별》로 제4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중편소설 《두 얼굴이 사나이》가 있다. 《영원히 빌리의 것》은 저자의 첫 소설집이다. - 작가소개에서
서유미 소설가는 『영원히 빌리의 것』 발문에서 “강태식 작가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상실을 견디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상실의 순간을 지나가는 나날들 자체가 곧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인물과 함께 어떤 장면에 머물려 그 안에서 정서를 끌어낸다.”라고 적었다.
강태식 작가는 “인물의 정서에 주목한 작가, 특유의 감각적 시선과 만나 어떤 세부가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누락되는 영문학적 깊이로써 작품의 매력을 더 한다.”라는 평을 듣는다.
「우주비행사의 밤」은 찬란했던 한순간, 인생의 내밀한 구석에 응어리진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인생이 알 수 없는 것임을 보여주고, 공간과 시간 배경을 사용하는 방식도 인상 깊었다. 캐릭터 구축에 힘을 쓴 흔적이 나타난다. 소설에서의 비극은 슬프거나 나쁜 일이 닥치는 것, 일상이 무너지는 일, 좋았던 순간이 사라져 버리는 일이 인생의 비극이라고 말하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주인공 캐럴은 일흔여섯 살이다. 50년 전에 우주선을 타고 궤도이탈로 실종되었던 남편이 돌아오고 있다는 전화를 받는다. 50년을 넘나드는 첫 장면부터 인상적이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남편이 탄 우주선의 실종을 알리는 전화를 받으며 주인공이 느끼는 표현할 길 없는 상실감에 낮고 잔잔한 문체로 묘사되어 있어서 마치, 50년 전의 블랙홀로 빨려드는 느낌이었다.
50년 전, 캐럴과 마크는 지인의 파티에서 만났고, 사귀게 되어 결혼한다. 새로 구입한 이층 집에 마크의 동료들을 초대한다. 여섯 명의 우주 비행사들은 우주에 관해서 밤새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의미를 강요하지 않는 농담과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 웃음과 오랜 시간을 두고 단층처럼 쌓인 신뢰가 가득한 밤이었다.” (p94)
캐럴은 우주비행사들과 함께한 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캐럴은 50년째 한동네에 살고 있다. 제시카가 파이를 만들어 왔다. 제시카는 캐럴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위로해 주는 5살 위의 친구다. 매기는 캐럴에 전화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해댄다.
50년 만에 만나는 우주비행사들과의 재회를 사이에 두고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의 이야기들을 펼쳐 놓음으로써 긴장감을 조성하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인생은 많은 공간을 차지했다. 남은 인생이 많을수록 더 그랬다. 딱 자기 한 사람 누울 수 있는 공간에서 시작됐다가 딱 자기 한 사람 누울 수 있는 공간에서 끝나는 것이 인생 같았다.”
인생을 공간에 대비해 이렇게 정의하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캐럴은 마크를 만나려고 버스 승강장에 도착해서도 쉬이 버스를 타지 않고 계속 보낸다. 마크가 우주에 떠돌게 되면서부터 자신의 삶도 함께 우주를 유영하는 것 같았고, 지구에서의 자기의 삶이 진짜 같지 않았다는 주인공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이제 캐럴은 세 번째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곳에 앉아 나이를 먹은 사람처럼.” (p105)
마지막 문장이 5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았다.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큰 사건을 겪은 주인공이 인생이 더욱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주인공의 상실과 쓸쓸함이 온전히 전해지는 마지막 문장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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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식 소설집 『영원히 빌리의 것』(한겨레출판, 2021) 중 「영원히 빌리의 것」을 읽고
『영원히 빌리의 것』 작가가 만든 캐릭터에 대해 파악하고, 그 캐릭터를 통해 인생과 상실에 대해 어떻게 보여 주는지 소설 속에서 미래라는 시간을 작가가 어떻게 활용하고 소설 속 공간이 인물과 서사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생각하며 읽으라는 설명을 들었다.
강태식 작가는 2012년에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2년에 첫 장편소설 『굿바이 동물원』을 펴냈다. 2015년에 중편소설 『두 얼굴의 사나이』를, 2018년에 장편소설 『리의 별』을 2021년에 첫 소설집 『영원히 빌리의 것』을 펴냈다.
「영원히 빌리의 것」 빌리 발렌타인에게 남은 것은 여전히 모래일 테지만, 그 모래를 바라보는 마음은 행성에 대한 기억으로 이어져 영원히 빌리의 것으로 남게 될 것이며 인생과 존재에 깊이 천착하면서도 우리 사람의 모습을 어떤 흐트러짐 없이 담백하게 간추렸다는 해석을 읽었다.
LA 외곽 사막 지역이 묘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척 앤드 빌리’ 중고 자동차 매장을 운영하는 빌리 발렌타인은 예순다섯 살의 홀아비다. 동업자 ‘척 베리’는 빌리 발렌타인이 보기에 어린애처럼 잔소리를 많이 해야 할 사람이었다. 빌리 발렌타인의 사사건건 잔소리를 웃어넘기는 친근한 사람이다.
빌리 발렌타인은 척 베리가 외근을 나간 사이 사무실 바닥에 쌓인 모래들을 쓰는 일이 중요한 업무였다. 어느 날 로펌의 팀 추이가 2753년형 벤츠를 타고 나타났다는 장면에서야 이 소설이 SF 설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인물 묘사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봐서 캐릭터를 만드는데 공력이 많이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호사는 빌리 발렌타인의 먼 친척인 몽키 D 발렌타인 박사가 발견한 생성 ‘발렌타인-96419d’를 상속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지구에서 4.5광년 떨어져 있고, 지구보다 11배 큰 암석형 행성이란다.
척 베리와 빌리 발렌타인은 오랫동안 동업하면서도 서로가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LA 사막 빌리의 사무실에 모래가 계속 들어와서 누군가는 종일 사무실에 남아서 모래를 계속 쓸어내야 했는데 척 베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고 빌리의 몫이었다.
빌리 발렌타인은 1년 전에 팀 추이가 찾아와 건넨 서류에 사인을 하고 받은 ‘발렌타인-96419d’을 찍은 사진을 액자에 두고 사무실에 놓았다. 사무실에서 자주 그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 별이 주인공의 소유라고 해서 변한 것이 무엇일까? 속물적으로 해석해서 환전되는 것도 아닐 테고, 직접 가 볼 수도 없는데 말이다. 먼 곳에 있는 별 따위가 빌리의 생활에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평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거나 그곳에 그런 것이 있다고 믿어야 아주 희미하게 보이는 게 고작이었지만 어쩌다가 한 번씩은 깜짝 놀랄 만큼 크고 뚜렷하게 보이기도 했다.” (p28)
어쩌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먼 곳에 있는 그 행성을 인간이 삶에서 보고 싶은 살아가는 “희망” 같은 것은 아닐지 생각되었다. 빌리 발렌타인에게는 그렇지 않았을까? 얼굴도 모르는 친척이 자기에게 유산으로 남겨 준 것이 삶을 살아가는 기둥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척 베리는 외근을 나갔다가 별 쓸데없는 소식 같은 것을 뉴스라고 들고 온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콜만 부부의 이야기는 콜먼이 부인을 학대해 부인이 집을 나갔는데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났던 부인을 잊지 못하고 슬퍼하며 늙어 간다는 이야기도 한다.
일상이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던 어느 날, 팀 추이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다. 빌리 발렌타인 소유의 행성 ‘발렌타인-96419d’가 폭발했다는 소식이었다. 거대 운석이나 다른 행성과의 충돌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 소식을 들은 빌리 발렌타인은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고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빌리 발렌타인은 자기가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했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었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자기가 울고 있고 울음이 그치려면 한참 걸려야 한다는 사실을 빼면 그랬다.” (p37) 마지막 문장이었다.
이 소설은 독특한 방식으로 묘사되고 있다. 단정적인 서술이 아니라 “이렇다. 또는 아닐 수도 있다.”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한다. 작가가 독자의 몫을 남겨 두기 위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서 대화의 끝에도 뒷이야기를 생각한다는 부분도 많다.
누군가와 대화하지 않은 시간에도 우리의 생각들이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인생의 불확실함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사람들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소설이다. 저 먼 우주에 서류까지 완벽한 나의 별이 있다는 엉뚱한 상상이 재미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