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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와 보리 잘 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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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오래 살면 스무해까지 살기도 하던가. 열다섯해가 가장 많을지도. 제주도에 사는 풋코 생각나는데 풋코는 열다섯 넘었다. 지금은 어떨지(풋코는 스무살에 무지개다리를 건넜구나). 이 책 《세 발로 하는 산책》에 나온 달마와 보리는 살아 있을까. 책이 나왔을 때 둘은 열다섯살이었다. 보리는 건강했지만, 달마는 잘 걷지 못하고 누워 있을 때가 많다고 했는데. 책이 나왔을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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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는 오래 살면 스무해까지 살기도 하던가. 열다섯해가 가장 많을지도. 제주도에 사는 풋코 생각나는데 풋코는 열다섯 넘었다. 지금은 어떨지(풋코는 스무살에 무지개다리를 건넜구나). 이 책 《세 발로 하는 산책》에 나온 달마와 보리는 살아 있을까. 책이 나왔을 때 둘은 열다섯살이었다. 보리는 건강했지만, 달마는 잘 걷지 못하고 누워 있을 때가 많다고 했는데. 책이 나왔을 때가 아니고,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볼 때는 책에 나온 동물이 살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구나. 지금도 살아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보리는 살아 있을 것 같다. 달마는 모르겠다.

 달마와 보리는 진돗개다. 진돗개는 진도에만 산다고 한 듯한데, 그러지 않는 진돗개도 있구나. 문소리는 아는 사람이 백양사 스님과 알아서 함께 백양사에 다니곤 했단다. 백양사에는 진돗개 덕구가 있었다. 덕구라고 하니 수컷 같은데 덕구는 암컷이었다. 덕구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다. 문소리는 식구들과 마당이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둘레에는 다른 집이 없어서 밤엔 좀 무서운 느낌이 들어 집 지키는 개가 있었으면 했다. 그때 생각난 게 덕구가 낳은 새끼였다. 스님은 건강한 개와 막내를 함께 데려가기를 바랐다. 개 이름은 스님이 지어주었다. 달마와 보리. 보리달마는 깨달음을 뜻한단다. 스님이 지어준 개 이름 멋지구나.

 처음엔 달마와 보리를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달마와 보리는 마당에서만 지내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 뛰어다녔다. 그러다 쥐 새 뱀을 잡아왔다. 고양이도 그런다는데. 진돗개는 야생성이 남아서 훈련이 잘 안 된다. 그래도 문소리는 달마와 보리가 자라자 반려견 훈련센터에 보내서 예절을 배우게 했다. 문소리 어머니 아버지는 비싼 돈 내고 학교에 다니고 배워 온 게 ‘앉아, 일어나, 기다려’ 세 개뿐이냐고 잔소리를 했단다. 개를 훈련 시킬 때는 개만 하지 않고 함께 사는 사람도 하는가 보다. 훈련을 받고는 목줄을 매고 산책을 시키려 했다. 달마와 보리는 산책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문이 제대로 닫혀 있지 않으면 밖에 나갔다 왔다. 어릴 때 자유롭게 돌아다녀서 늘 그러고 싶었을지도.

 어느 날 달마가 집을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여러 날이 지나고 문소리는 전단지를 붙이고 멀리로 가서 찾아보기도 했다. 달마는 개를 풀어 놓고 기르는 집에 있었다. 거기에는 암컷이 있었다. 달마, 재미있구나. 언제 그런 곳을 찾아내고 갔을까. 달마를 집으로 데리고 오자 밥을 잘 먹지 않았다. 얼마 뒤 달마가 집 밖에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집 앞에 쓰러져 있었다. 다리를 다쳤는데도 집을 찾아오다니. 달마를 병원에 데리고 가니 교통사고 같다고 했다. 큰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했지만 부러진 뼈는 붙지 않았다. 앞다리를 자를 수밖에 없었다.

 함께 사는 동물이 아프면 마음 아프겠지. 다리 하나 없는 개를 보는 마음도 아프겠다. 의사는 개 모습이 달라졌다 해도 전과 똑같이 대하라고 했다. 다리 하나가 없는 개를 불쌍하게 여기면 개는 그 마음을 안단다. 동물도 감정이 있다. 문소리는 처음에는 달마와 보리가 집을 잘 지켜주는 개가 되기를 바랐는데, 함께 살다 보니 달마와 보리가 그저 건강하게 살기를 바랐다.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비슷하구나. 문소리와 식구가 사는 마당이 있는 집과 둘레를 개발한다면서 그 집에서 이사하라고 했단다. 한국은 어디든 개발하는구나. 그냥 놔두면 안 되나. 문소리와 식구는 낮은 아파트를 구하고 4층에 살게 됐다. 4층 사람은 옥상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달마와 보리는 아파트에 사는 데 빨리 적응했다. 문소리 식구들이 달마와 보리한테 마음을 써줘서 그랬겠지.

 시간이 흐르고 달마와 보리는 열다섯살이 됐다. 사람이 나이드는 것도 금세일지 모르겠지만, 동물은 더 빠르겠다. 산책 나가면 보리가 잘 못 걷는 달마를 기다려 주기도 했단다. 다리 하나 없이 걷는 건 쉽지 않겠지. 달마는 나이를 먹고는 걷는 게 힘들어졌다. 달마가 아픈 모습 보면 마음 아파도 달마 앞에서는 울지 않는 게 좋겠지. 문소리나 식구들은 그랬을 거다. 달마와 보리뿐 아니라 식구들 이야기도 조금 나왔다. 문소리 딸과 조카인 연두와 수영은 동물에 마음을 썼다. 둘은 유기견 보호소 개 한마리씩을 후원했다. 그런 것도 있구나. 문소리는 달마와 보리와 함께 살고 동물권을 생각하게 됐단다. 고기는 먹지 않으려 했다. 다른 식구도 개를 싫어했는데 달마와 보리와 살게 되고는 개를 싫어하지 않게 됐다. 개가 사람을 달라지게 했구나.



희선


이달의 사락 n***8 2025.01.07. 신고 공감 6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깨달음이고 햇살이고 웃음이고 힘이었을 시간
"깨달음이고 햇살이고 웃음이고 힘이었을 시간" 내용보기
달마 그리고 보리. 조금은 독특한 이름을 가진 개 두 마리의 이야기라기에 마냥 가벼울 줄로만 알았다. 사찰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가족으로 맞이해 보낸 15년의 시간이 얇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배우 문소리 님의 책이라고 해 관심을 가지게 됐으나 어느 시점부터는 오래 전 경험을 떠올리는 매개체로써의 느낌이 강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 또한 강아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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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 그리고 보리. 조금은 독특한 이름을 가진 개 두 마리의 이야기라기에 마냥 가벼울 줄로만 알았다. 사찰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가족으로 맞이해 보낸 15년의 시간이 얇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배우 문소리 님의 책이라고 해 관심을 가지게 됐으나 어느 시점부터는 오래 전 경험을 떠올리는 매개체로써의 느낌이 강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 또한 강아지와 함께한 시간이 꽤 긴 편이었기 때문이다. 가족 모두의 동의는 없었다. 동생의 부추김 탓이 가장 컸다. 갑자기 데려와 놓고 적응을 하라니 쉽지가 않았지만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은 내게 스몄다. 어렸을 땐 온갖 애교로 마음을 녹여주었고, 어느 정도 크고 나선 찰떡같이 내 말을 알아듣는 게 신기했다. 녀석들이 사람과 같아서 똑같이 아프고 괴로워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일을 두 번이나 겪고 나니 더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부모의 의사가 큰 힘을 발휘했다. 그래도 홀로 걷다가 거리에서 강아지들을 볼 때면 시선이 쏠린다. 내게도 있었던 지난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15년이라고 했던가. 노견이 된 달마와 보리의 현 모습만을 모두가 주목할 테지만 그들과 지금도 함께하고 있는 이들은 달랐다. 처음 집에 온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시간이 책을 읽으며 접할 수 있었다.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시골 동네에서의 시간은 천국이었을 것이다. 주변에 이웃이 없어 녀석들은 현관문 밖 세상을 맘껏 탐닉할 수 있었다. 걱정이 앞서면서도 때 되면 어김없이 집 찾아 돌아오니 아니 예뻐하기 힘들었다. 이런 삶이 지속될 줄 알았으나 행복에 유효기간이라도 있는 건지 불행이 달마를 덮쳤다. 사람에게도 중도 장애가 상당하단 말을 들었다. 멀쩡히 길을 걷다가 교통 사고를 겪는 등의 일을 어느 누가 바라겠는가마는, 때론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피할 수 없는 일들이 나를 덮친다. 달마에게 벌어진 일 역시 모두가 간절히 바랐을지라도 다른 결과를 낳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문장으로 상세히 서술된 바는 없었지만 이를 두고 잘잘못을 따지고 자책하기도 여러 날이었을 듯하다. 오히려 담담하게 달마가 세 다리로 일어서는 삶을 받아들였지 싶다. 왜 저 개는 다리가 셋이냐는 말이 잠깐 등장했다. 전에는 주목 받는 일을 즐겼을 수도 있다. 우리 개가 좀 늠름하다며 내심 우쭐함을 느꼈을 수도 있는데, 다리 하나 없는 삶은 다른 차원의 시선을 끌어들였다. 다름이 차별의 기제로 작용하는 사회다. 실제 걷는 게 힘들어진 것 이상의 어려움을 감내해야만 하는 게 이 땅의 장애다. 비록 인간과 다른 언어를 구사한다지만 달마 또한 그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는 달마와 가족들에게 성숙을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조금 느린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주변을 살펴야 한다. 장애 여부를 떠나 원래 보폭을 맞춰 걷는 일은 그러하다. 이 간단한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우리 사회의 병폐일 수도 있다. 그저 자신의 길을 걷기에 바쁜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진 사회는 삭막할 텐데도 우린 기꺼이 그리 굴고 있다.

이 가족은 사랑스럽다. 왠지 그럴 것만 같다. 무지개다리 저편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과 함께했던 시절의 나도 그랬을까. 이 책을 읽는 일은 이제는 그리움이 된 지난날을 들추는 행위와도 같았다.

이달의 사락 q*****2 2021.12.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