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김경빈 작가의 전작인 <서른이 벌써 어른은 아직>을 읽었을 때, 우리가 쉽게 느끼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통찰력 있고 쉬운 말로 표현하는 작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 전작을 읽었을 때 뿌리와 기둥이 튼실한 나무가 떠올랐다면, '이까짓 민트초코'를 읽으면서는 풍성하게 잎사귀를 틔워낸 나무가 떠올랐다. 작가의 글이 더욱더 풍요롭고 다채로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어떻게 이렇게 못 먹는 음식이 많을까 싶었는데, 읽다보니 어떻게 이렇게 못 먹는 음식 하나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낼까 감탄하게 되었다.
또 하나 재밌었던 부분이라면 작가 못지 않게 센스 있는 작가 아내와의 에피소드였다. '순대' 에피소드에 나오는 '순대 모양 순대'의 어원(?) 격인 작가 아내의 센스에 감탄하며 알콩달콩한 작가 부부의 모습에 엄마 미소 짓기도 했다.
누구나 하나쯤은, 못 먹는 음식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편식하면 빠지지 않는다. 물론 김경빈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사실 '내가 안 먹겠다는데 어쩔테냐 세상아' 하는 배짱으로 편식을 콤플레스라고 여기지 않았는데, <이까짓 민트초코>로 더욱더 당당해졌다. 그 대신 다른 사람의 '취향'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본다. 저도 편식하는 주제에 남의 편식은 고깝게 보고, 조금이라도 내 상식을 벗어난 취향에 대해서는 '아니 근데 나만 이해가 안 돼?' 라는 말로 폄하하기도 했다. '각자의 취향을 아낄 줄 알면서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친절하고 당당한 어른의 태도를 갖추는 데에 이 책이 도움되면 좋겠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타인의 취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친절하고 배려심 있는 사람이 되자는 다짐을 새겨본다.
작가의 바람대로 이왕이면 더 많은 독자에게 이 책이 읽히길 바란다. 두께는 얇아도 내용은 풍성한, 재미있고 유쾌한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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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맛있는지, 왜 먹어야 하는지는 각종 매체를 통해 지겹도록 들었다. 나는 가리는 것 없이 책에 열거된 모든 음식을 잘 먹지만 이 책은 '왜 맛이 없는지', '왜 먹기 싫은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쓴이가 싫다고 늘어놓은 이유들을 읽고 있으면, 아이러니 하게도 그 음식이 더욱 당긴다. 여기서 편식은 취향이라는 작가의 주장에 동의하게 된다. 그에게는 싫은 이유가 나에게는 좋은 이유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나에게 좋은 것이라고 남이 반드시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편식자들은 우리가 그 음식을 싫어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간단하다. 우리도 그들이 이 음식을 좋아하도록 강요하지 않으면 된다. '존중'이 많이 부족한 시대에, 우리 생활의 작은 것에서부터 연습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창하게 썼지만, 가볍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예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