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뜻한 표지 사이로 데이비드 보위 사진이 있다. 전위적이면서도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술가의 일>이라는 제목, 예술가라는 이미지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 천재이면서 괴짜고, 불꽃 같지만 고독한 이미지, 한편으로 예술가 따위, 라는 지긋지긋함도 있다. 천재라는 허울 속에서 가볍게 소비되는 문화 같아서 씁쓸하기도 했다. 어쩌면 소비라는 것도 예술가의 일 중에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
|
예술가란 어떤 사람일까? 물론 사전적으로야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겠지만, 다시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면 다시 막힌다. 예술을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것처럼 예술가란 정의 내릴 수 없다. 조성준의 《예술가의 일》은 그렇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준다.
조성준의 《예술가의 일》은 33인의 예술가(모두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이다)의 삶을 조망하고 있다. 우선 그가 예술가라고 지목한 이들이 활동한 분야 자체가 다양하다. 일단 미술 쪽이 가장 많다. 조지아 오키프, 마르크 샤갈, 프리다 칼로, 천경자, 장미셸 바스키아, 나혜석, 주잔 발라동, 에드워드 호퍼, 에드바르 뭉크, 르네 마그리트와 같은 회화 분야가 많긴 하지만,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같은 조각가도 있고, 가쓰시카 호쿠사이와 같은 우키요에 화가, 다니구치 지로와 같은 만화가도 포함한다. 음악도 대중음악 쪽이 많지만, 데이비드 보위, 어리사 프랭클린, 빌 에번스, 존 레넌, 글렌 굴드, 커트 코베인, 이런 이름들에서 알 수 있듯 그 안에서도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클래식 쪽도 배제하지 않았다(구스타프 말러).
오즈 야스지로나, 박남옥, 조지 로메로와 같은 영화 감독, 장국영, 버스터 키튼과 같은 영화 배우도 당연히 예술가로 그들의 삶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다이앤 아버스와 비비안 마이어와 같은 사진가(비비안 마이어는 죽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그 이름이 사진가로 불려지지 않았지만)의 삶도 예술가의 삶이며, 바츨라프 니진시키, 피나 바우슈와 같은 무용가도 있다. 안토니 가우디, 자하 하디드, 이타미 준과 같은 건축가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가이며, 페기 구겐하임과 같이 어떤 작품도 스스로 만들지 않은 이도 조성준은 예술가의 삶으로 대접하고 있다.
그러니까 예술가란 우리 삶과 세계에 무언가의 영감을 불어넣는 이들 모두를 일컫는지도 모른다. 특히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예술가란 특히 그러하다. 그런데 여기의 예술가들의 삶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을 고상한 무언가로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든,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든, 혹은 출세하기 위해서든 자신들이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어떤 목적을 위해서든 자신들의 일에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들이 바로 예술가였던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여성 예술가들이 많다는 것이다(우리나라의 예술가로 다루는 인물은 모두 여성뿐이다. 이타미 준을 제외하면. 그는 재일 한국인이다). ‘여성’이라는 라벨을 붙이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지만, 화가라고 하면, 혹은 작곡가라고 하면 여성 자체를 찾기가 힘들었던 게 (그리 멀지도 않은) 과거의 일이다. 이만큼의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책도 드물고, ‘여성으로서’ 이룬 일에 더 큰 방점을 두는 게 아니라, 그들이 이룬 예술 자체에 방점을 두는 책도 많지 않다(물론 나혜석이나 박남옥 등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여성’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지만).
다 읽고도 여전히 예술이 무엇인지, 예술가란 어떤 사람인지 한 문장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예술가의 일이 세상에 어떤 자국을 남기는지에 대해선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 |
|
예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아마도 살아가는 내내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예술이 궁금하다.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채 바라보는 그림, 웅장함에 놀라는 건축물, 어떻게 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감탄하며 보는 영화, 끌리는 자꾸만 생각나는 연주와 그림들. 그것들이 있기에 팍팍한 우리네 삶은 작은 여유로 느슨해질 수 있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싶어서 작품을 통해서 예술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닿을 수 없어 매력적이다.
예술가를 생각하면 고독한 이미지가 따라온다. 항상 예술 그 자체에 매몰되어 있는 듯한 형상이라고 할까. 조성준이 들려주는 33인의 예술가가 그러했다. 예술과 그들은 하나였고 하나이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세상이 한눈에 알아보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운명처럼 그들은 고난과 시련의 삶을 살았고 작품으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록 가수 데이비드 보위를 시작으로 구스타프 말러, 조지아 오키프, 안토니 가우디, 장국영, 폐기 구겐하임, 수잔 발라동, 에드워드 호퍼, 르네 마그리트,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저자가 선택한 33인의 예술가는 잘 알려진 이들도 있었고 이름만 들었을 뿐 그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름의 예술가는 더욱 반색하며 만났다. 한 명 한 명 그들의 삶을 조명하며 그들의 작품을 해석한다. 그러니 친절한 예술 설명서로 읽어도 좋다.
편애일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여성 예술가를 가장 먼저 읽었다. 고통으로 얼룩진 삶으로 잘 알려진 프리다 칼로, 사진으로 추측하고 증명하는 비비안 마이어의 삶, 아이를 업고 서 있느 사진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박남옥, 화려한 이미지로 각인된 천경자, 묘한 온기를 전하는 수잔 발라동, 이름은 익숙하지만 생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페기 구겐하임이다. 그리고 너무도 좋아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모델인 조세핀.
침대에 누워 그림을 그린 프리다 칼로의 생은 이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멕시코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그녀의 생. 작품을 소개할 때마다 그녀의 비참한 삶이 조명된다. 그건 좀 아프고 슬프다. 그런 아픔은 장국영도 마찬가지다. 거짓말처럼 만우절에 생을 마감한 그.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슬픔이 천천히 쌓인다. 어디 그뿐인가. 32세에 은퇴한 글렌 굴드는 남은 생을 고독 속에서 살았다. 무엇이 그를 고독과 침묵으로 이끌었을까. 영원한 침묵 속으로 향한 그들의 마지막이 평온했을까. 부디 그랬기를 바란다.
우리는 프리다의 삶과 예술에서 숭고함을 느낀다. 이 숭고함엔 진통제 없이 하루도 버틸 수 없었던 한 인간의 고통이 덧칠돼있다. 프리다의 고통은 결고 승화되지 않는다. 아픔을 그린다고 아픔이 사라지진 않는다. 프리다는 폐렴으로 사경을 헤매다 47세에 눈을 감았다. 마지막 일기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생의 끝에서 프리다가 돌아본 세상은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프리다 칼로, 134~135쪽)
예술가에게는 그들을 지지하고 후원한 이들이 존재한다. 처음 재능을 발견하고 세상에 그들을 알리는 이, 예술의 스승이 되거나 경제적 지원을 아까지 않는 이들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과의 불화로 고통을 겪는 경우도 많다. 무용수 바츨라프 니진스키는 러시아 황족의 후원을 받고 예술비평가 댜길레프가 주목한다. 니진스키를 사랑한 그는 자신의 세계에 그를 가두려 했다. 그와의 이별 후 홀로서기를 시도했으나 옛 애인의 영향력은 너무도 컸다. 거리의 화가 장미셀 바스키아도 앤디 워홀이 그의 재능을 알아봤기에 1200억 원에 낙찰된 작품이 되었다. 예술가를 알아보는 예술가, 그들 역시 대단한다. 가장 가까운 후원자는 역시 가족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연인 조세핀은 화가였고 자신의 전시회에 남편의 그림을 걸 수 있도록 힘을 섰다. 결혼과 동시에 조세핀은 화가가 아닌 아내가 되었다. 조세핀은 호퍼의 매니저로 그 역할과 모델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호퍼의 그림을 본다. 그림 속 여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호퍼의 그림 속 적막함에 휩싸인 금발 여성, 다시 말해 조세핀의 텅 빈 표정을 보면 그녀가 반평생 지녔을 고독의 깊이를 막연하게 가늠하게 된다. 예술가라는 꿈을 접게 만든 사람의 꿈이 차근차근 현실이 되는 과정을 지켜본 조세핀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신을 독립적인 존재로 존중하지 않은 자와 수업이 충돌하며 끝내 체념해야 했던 이 여성의 그림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호퍼의 하폭에 담겨 불후의 명작으로 불린다. 조세핀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는 여성, 아내라는 틀 안에서 자신을 상실하는 수많은 여성의 고독이다. (에드워드 호퍼, 315쪽)
예술은 일상을 회복시키고 일상을 치유하는 힘을 지녔다. 그것이 예술가의 궁극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내가 만난 예술의 세계는 작고 좁다. 그 안에서 존재하는 예술가는 위대하다. 시대를 뛰어 너머 역사가 되고 그 자체로 예술이 된다. 우리 곁에 그들이 있기에 세상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영혼을 위로하는 힘, 예술가의 일이다.
숭고한 인간이든, 고독한 인간이든 모두 걷는다. 이 세상에 내던져진 이상 누구나 걷고, 걸을 수밖에 없다. 종착점이 어떤 풍경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373쪽)
|
|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망설여진 이유도 있었다. 내가 만나고 싶었던 예술가들로 가득했지만..그런만큼 한 명의 예술가에게 할애된 내용이 적을거란 생각.읽기 전부터 망설여진 이유다.지난해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를 본격(?)적으로 듣게 되면서,사람들이 데이비드 보위에게 환호했던 이유를 알것 같았고(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데이비드 보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졌다. 그가 음악을 하게 된 이유, 노래가 만들어진 에피소드...등등 그리고 제일 먼저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던 데이비드 보위..이야기가 가장 먼저 있어 반가웠다.^^
여러 버전으로 녹음되어 있는 'Space Oddity' 중에 74년 Live 버전을 특히 좋아한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톰소령과 교신하던 상황을 상상하며 들었다.^^ 그런데 이 곡이 소위 뜨게(?) 된 사연은 몰랐다 아폴로11호 발사 배경음악으로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이 등장(?) 했는데...아폴로11호의 무사귀환을 바랐다면 이 음악을 틀어서는 안되는 거였다. 톰소령은...우주 미아가 되니까말이다. 아주 짧은 지면임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사가 정리된것도 놀라웠다.(팬들의 입장에선 한없이 아쉽겠지만..가수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전혀 아쉽지 않다) 게다가 나는 그가 퀸과 함께 작업했다는 사실도 몰랐다.종종 듣고 있는 'Under Pressure' 에 보위 목소리가 담겨 있었을 줄이야.... 영화 바스키아에서 앤디워홀 역활을 했다는 사실도 몰랐고..3페이정도 밖에 허락되지 않은 공간이었지만..내가 궁금했고,몰랐던 사실을 알아서 좋았다. 그러나 또 몰랐던 사실을 알아서 다당혹스러운 예술가도 있었는데 에드워드 호퍼 다. 호퍼라는 화가 이름도 잘 몰랐을 때 우연히 보게 된 바다 그림이 좋아..호퍼라는 화가를 찾아보게 되었고..마음에 드는 그림들이 참 많아서..<빈방의 빛>이란 책도 챙겨 읽었는데...정치적이념(열혈공화당지지자라고 했다) 이야 무어라 할 수 없지만..아내를 향한 그의 행동은 예술가가 보이는 괴벽으로 보기에는 불편했다. 호퍼의 예술가로서의 재능을 알아보고,헌신한 아내가 마냥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예술가를 지켜내야 할 숙명이 자신에게 있었다고 생각한 건 아니였을까...호퍼의 조세핀에게 한 행동은 거의 폭력에 가까운 것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건 그런 이미지를 그리고 싶어 일부러 아내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했을까...라는 물음인데,실제 성격이 그러했던 것 같다. 그림속 여인은 대부분 조세핀이었는데..그녀의 표정이 밝을수 없었던 이유가 너무 현실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편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당분간 호퍼의 그림 속 고독을 고독 자체로 바라보지는 못할 것 같다.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까..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피카소가 애증의 관계 1순위였는데..호퍼도 이제는 애증의 리스트에 담길 예술가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신기한 건 알고 싶어 했던 예술가들의 리스트가 보이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수많은 그림을 알고 있지만 정작 화가에 대한 책은 많지 않아 늘 답답증을 갖고 있었던 마그리트, 르누아르의 모델이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고 수잔 발라동 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있는 중에 그녀에 관한 책도 출간되어 반가웠고, <예술가의 일>에서 한 번 더 만나 또 반가웠다. 사생아가 사생아를 낳았다는 사실과 그녀가 그림을 그렸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는데..르누아르 이전 이미 그림을 그리고 싶은 생각을 했고,르누아르에게서 받은 상처..그런데 본격적인 수업을 드가에게서 받았다는 사실은 또 몰랐더랬다... 그리고 아름답고 행복한(?) 그림을 그린 르누아르는 발라동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여성혐오자로 알려진 드가는 그녀가 전시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그리고,샤티가 발라동을 위해 만들었단 곡을 집중해서 들었다. 발라동을 향한 샤티의 마음이 어떤 마음이었을지..이해할 수 가... 두서 없이 내가 알고 싶어 하는 예술가들을 찾아 읽다 보니 제목을 '예술가의 일' 로 정한 이유가 마침내(?) 궁금해졌다..'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바로 공감이 되었다. 예술가에 대해 잘 모르는 채로,혹은 '예술가' 라는 방점을 찍고 보면 위대한 무언가를 창조한 것으로 보일수 있지만(맞는 말이기도 할테고) 그들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그냥 묵묵히 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만들고 보니,예술이 되었고,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그러니까 때론 의도했을수도 있겠지만,의도하지 않았을수도....있겠다.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호퍼의 에피소드도 한몫한 것 같다. 무튼 몇 페이지도 되지 않는 분량에 담을수 있는 내용이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궁금한 예술가 몇 명을 만났을 뿐인데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쳤다.발라동의 그림도 더 찾아봐야 할 것 같고..^^ |
|
가끔 예술하는 사람들을 보면 타고 난 것인지 후천적 노력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과연 그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일을 아니, 자신의 열정을 불태운 것일까?
예술가의 일
예술가의 일에서는 33인의 예술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형편이 좋지 않은 가우디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생 신분으로 건축사무소를 전전하며 조수로 일했다. 교수들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고, 일을 하느라 학교생활도 충실히 할 수 없었던 가우디는 최하위 성적으로 겨우 졸업장을 땄다. 졸업식 날 학장은 가우디에게 “졸업장을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미친 사람에게 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 이 문제아 학생이 훗날 바르셀로나를 먹여살릴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여전히 사람들이 바스키아의 그림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천재 예술가의 영화 같은 인생 스토리 때문만은 아니다. 바스키아 그림엔 불꽃처럼 타올랐던 그의 삶과 달리 우울함이 감돈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색은 ‘블랙’이다. 다양한 색채로 범벅된 그림 중심엔 ‘검은 사람’(바스키아)이 있다. 이 사람은 종종 장기를 드러내 보여준다. 나의 내밀한 모습까지 봐달라고 말하듯이. ‘검은 사람’은 우울하고, 상처받은 눈을 하고 있다. 여기엔 인생의 최절정에서도 죽음에 사로잡혀 있었던 한 예술가의 황량한 내면이 담겨 있다. 1200억짜리 낙서에서 읽어야 할 것은 화려한 빛 뒤에 가려진 젊은 예술가의 우울한 초상일지도 모른다.
--- p.167 「1200억짜리 낙서_장미셸 바스키아」 중에서
국내의 첫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부터 거리의 어둠을 수집한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 일본 에도시대 우키요에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 글램록의 대표주자 데이비드 보위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시대, 국적을 넘나들며 강렬한 에너지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천경자, 박남옥, 나혜석등의 예술가도 소개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국내의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신선했다.
각기 다른 예술적 분야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꾸준히 만들면서 성장하는 과정은 어땠는지 그들은 어떤 삶의 철학으로 세상을 바라봤는지, 그리고 그 삶의 철학이 어떻게 예술적으로 반영되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과연 어떤 마음으로, 또 어떻게 삶을 바라봐야 예술적 감성을 발산할 수 있는지 변하지 않는 그들만의 철학고 본질을 볼 수 있었고 또 배울 수 있었다. 특히 33인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은 더 공감하며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알고 있었던 예술가도 있고, 새롭게 접하게 된 예술가도 있는데 그들의 삶은 한결같이 더 나은 삶을, 세상을 꿈꿨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경이로운 예술가의 재능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한다.괴짜, 이단아, 추방자에서 한 시대를 빛낸 아이콘이 되기까지 이름이 곧 예술이 된 33인의 숨겨진 이야기 표지에서 주는 강렬함이 내용에서는 더 강렬함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한 시대에 이름을 빛나고 사라짐이 아닌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게 된 예술가의 이야기다. 예술의 길을 걷는 자체가 험난한 삶이었음에 알게 되지만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영혼을 담아 예술이 우리곁에 숨쉬게 만든 과정을 알게 되니 작품 하나하나가 더 귀하고 소중함을 알게 된다. 소중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한명 한명 알면 알수록 빠져들게 한다. 천재는 태어나고, 전설은 만들어진다. 천재이면서도 그것만은 아닌 니진스키는 자신을 전설로 만들었다( 바츨라프 니진스키 무용수. 안무가) 어떤 예술가는 오로지 예술만을 위한 최대한의 삶을 살다가 떠나기도 한다 (가쓰시카 호쿠사이) 경이로운 예술가의 재능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한 어리사는 마땅히 누려야 할 존경속에서 떠났다( 어리사 프랭클린 가수)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진정한 의미를 주는 단 하나의 색은 바로 사랑의 색이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마르크 샤갈 화가) 여성도 영화라는 도구에 어떤 이야기든 마음껏 담는 세상을 꿈꿨다. 박남옥은 떠났지만, 그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박남옥. 영화감독) 마지막 영혼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예술을 사랑했고,예술 안에서 살다가 떠났다(페기 구겐하임 .미술 컬렉터) 스타는 사라졌고, 누군가는 무심코 체코의 한 장벽에 레넌을 그리며 추모했다. 이 작은 우연은 그 나라의 역사까지 바꿨다. 오늘 날 레넌 벽은 평화를 갈망하는 곳 어디에든 등장한다.( 존 레넌 가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식상한 표현입니다.그런데 이 상투적인 문장을 피해서 '예술가의 일'을 살명하려니 그게 또 쉽지 않습니다.예술가들 역시 제각각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들입니다.누군가는 고독하게 일했고, 누군가는 시끌벅적하게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예술가의 결과물은 결국 인류의 유산으로 남았습니다.(작가의 말) |
|
예술가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어떤 답변들이 나올까? 독자는 '창조자'란 말을 자주 쓴다. 그들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니까 그렇다. 창의, 창조란 말은 말 그대로 없는 것(보이지 않는 것)에서 있는 것(보이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표현해준다. 보이지 않는 것은 대부분 사람의 생각이나 정신, 의식 혹은 무의식이다. 이런 것들은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표현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예술가들은 표현해낸다. 그림으로, 악보로, 문자로 인간의 감정이나 의식, 정신, 생각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간에 통하는 것은 있다. 스위스의 화가 파울 클레(Paul Klee)는 그래서인지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독자도 클레의 이 말이 좋아서 곧잘 인용한다. 예술을 말로 표현한 말 중 가장 적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작업이 예술가들에게는 '일'이다. 어떤 이는 동서고금의 인류에게 모두 인정받는 작품을 남기기도 하고 어떤 이는 단 하나의 작품도 남기지 못하고(인정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하나의 작품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그를 예술가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 그가 평생 예술 작업을 했다면 그를 예술가로 이름을 남기는 데 인색할 필요가 없다. 그가 인정받지 못한 작품들이 후세에 훨씬 인정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을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로 칭하기도 한다.
미술, 음악, 건축, 영화 등 여러 예술 장르에서 예술적 영감과 재능을 발휘하여 자신의 이름을 곧 예술로 만들어낸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화폭 앞에서, 무대 위에서, 그리고 거리를 누비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실현한 사람들이 남긴 것들은 바로 예술이 되기도 하고 당대엔 빛을 못 보다 후세에 인정을 받는 경우도 많다. 이들 대부분은 평생 예술을 창조하다 생애를 마친 사람들이다. 그들의 작품은 인간들에게 커다란 위안을 주기도 하고, 용기를 주기도 한다. 또 때론 개개인의 감정과 함께하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한다. 예술가로서의 삶과 일반 사람으로서의 삶은 분명 다를 것이다. 일반 사람처럼 평범한 삶에서 위대한 예술 작품이 나오기는 어렵다. 그들의 혼이 실리고 영감과 혼신의 노력이 더해져야 탄생되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삶이 평범한데 작품이 위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능은 타고난 것이어서 많은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정이나 노력은 모든 예술가들에게 모두 충분히 일반 사람들의 눈에도 보인다. 그들의 삶을 예술적이냐, 평범하냐의 가름은 보통 사람들이 한다. 조금 모순된 듯하나 그럴 수밖에 없다. 위대한 작품으로 인정해주는 일은 일반 사라들의 몫이다. 예술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예술적 재능, 영감, 열정에 혼신의 노력을 더할 뿐.
이 책 『예술가의 일』(조성준 저)은 예술가 33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 실린 예술가들은 '미치광이', '괴짜', '이단아', '이방인' 등의 다른 이름들을 하나 이상씩 갖고 있다. 이 단어들은 모두 한 시대를 빛내고 인류사에 위대한 유산을 남긴 예술가들이 당대에 들었던 평가다. 미치광이라 불리며 건축학교를 꼴찌로 졸업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기행을 일삼았던 클래식계의 이단아 글렌 굴드, 발레 공연을 하다가 외설죄로 체포된 무용수 바츨라프 니진스키. 하지만 안토니 가우디는 성스러운 건축물로 바르셀로나를 세계적인 도시로 우뚝 세웠고, 글렌 굴드의 음악은 지구를 대표하는 음악이 되어 무인탐사선 보이저호에 담겼으며, 바츨라프 니진스키는 발레라는 장르를 현대예술 영역으로 이끌었다. 세계의 일반적인 흐름과 형태와 다르다는 이유로 저평가되기도 했던 이들은 이제 한 예술 장르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어 예술사에 이름을 새겼고, 그들의 삶은 전설이 되었다. 그들이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예술가의 일』은 예술가의 세계가 탄생하는 과정과 여전히 그 세계의 영향력 아래 살게 하는 주요 작품들을 통해 예술가의 일과 삶을 생동감 있게 담아냄으로써 ‘한 예술가의 세계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예술가의 일』은 매경 프리미엄에 인기리에 연재 중인 예술 에세이 ‘죽은 예술가의 사회’를 수정, 보완하여 묶은 책이다. 매일경제 신문사 기자이기도 한 저자 조성준의 필치는 읽기 쉽고 담백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길지 않은 분량 안에 사회와 문화, 역사와 정치를 통해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보위, 구스타프 말러, 장국영, 마르크 샤갈. 이들 또한 이름이 곧 예술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가 아폴로 11호의 달 탐사를 생중계하며 배경음악으로 깔렸다는 사실을, 구스타프 말러가 당대 최고의 정신과 의사이던 프로이트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다는 것을, 마르스 샤갈이 히틀러의 숙청 대상이었다는 점은 좀처럼 알지 못한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들의 삶의 에피소드는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얘기들이었고, 작품에 영향을 주는 일이었을 뿐이었다. 개인적 삶에서 '특별한 일 만 책을 읽거나 미디어 매체를 통해 배워 알았다. 『예술가의 일』은 이러한 이면의 이야기들을 통해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단편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 ‘왜 이러한 작품을 창조했는가’를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 독자에게는 예술가들의 '신세계'를 접한다는 느낌에 한없이 신비롭고, 기행이라고 하지만 예술가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부럽기조차 하다. 단순히 재능이나 영감, 열정만으로는 위대한 예술이 탄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책은 글로 보여주고 있다. "당신이 편안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당신이 죽었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말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오로지 예술만을 위한 최대한의 삶을 살다가 떠나간 예술가의 모습, 삶의 풍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밀고나간 예술가의 모습에서 우리는 삶을 대하는 불굴의 의지를 읽는다.
이 책에 담긴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다. 바로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술가와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만, 동시에 이 평가는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필립 로스의 책 『아버지의 유산』을 읽던 중에 그의 부고 소식을 접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밝힌다. 병든 아버지를 관찰, 기록하며 죽음에 골몰했던 아들도 결국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접한 작가는 한 인간이, 한 세계가 소멸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고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필립 로스처럼 이미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의 사연이 궁금했다고 언급한다. 그들은 어떤 일을, 어떠한 마음으로 하였을까? 이렇듯 『예술가의 일』은 우리에게 예술가의 대표 작품만이 아니라, 일생을 바쳐 한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의 삶부터 먼저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이 책에는 오늘날 ‘전설’이라 불리는 예술가 33인의 이야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독자는 국내의 첫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의 아기 업은 사진을 본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우리 영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첫 여성 영화감독의 모습이 예전에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이어서 놀랐다. 단순히 놀라는 정도에 그친 게 아니라 숨이 멎을 뻔했다. 충격이었다. 꽤 서구적 모습을 하고 사진을 찍고 남겼으리라 예견한 독자의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또 거리의 어둠을 수집한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 일본 에도시대 우키요에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 글램록의 대표주자 데이비드 보위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시대, 국적을 넘나들며 강렬한 에너지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예술가들의 삶을 면밀하게 들여다본 이 책이 준 충격은 놀라움 자체였고, 독자에게 예술가의 삶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마르크 샤갈의 〈도시 위에서〉, 프리다 칼로의 〈엘뢰서 박사에게 보내는 자화상〉. 이 작품들은 모두 예술가의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대표 작품들이다. 독자 개인의 입장으로는 직접 본 것도 있고 사진을 통해 본 작품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이 왜 유명해졌는지, 어쩌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 작품이 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은 이 책을 읽고서부터 알게 됐다. 이 답을 알기 위해선 예술가의 ‘삶’과 ‘일’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이 책은 한 예술가의 세계가 탄생하는 시점부터 그들의 인생사는 물론, 당시의 문화·정치·사회적 흐름까지 담아냈다.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가 서양의 일본풍 찬양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뭉크는 어떠한 상태에서 〈절규〉처럼 강렬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나?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안에는 당시 칼로가 느꼈던 아픔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었을까? 샤갈의 그림에서 엿볼 수 있는 사랑과 희망의 색채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던 걸까? 그 밖에도 화성에서 온 외계인 록스타로 불리던 데이비드 보위, 1200억원짜리 낙서의 주인공인 그래피티 아트의 개척자 바스키아, 당대 최고의 명성을 누렸던 피카소도 경계했으며 “아무도 그보다 멀리 갈 수 없다”고 사르트르가 평했던 조각가 자코메티 등... 이 책은 예술가와 그의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작품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한 예술가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그리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을 읽고서부터 작품에 대한 감상법도 바뀔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여전히 사람들이 바스키아의 그림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천재 예술가의 영화 같은 인생 스토리 때문만은 아니다. 바스키아 그림엔 불꽃처럼 타올랐던 그의 삶과 달리 우울함이 감돈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색은 ‘블랙’이다. 다양한 색채로 범벅된 그림 중심엔 ‘검은 사람’(바스키아)이 있다. 이 사람은 종종 장기를 드러내 보여준다. 나의 내밀한 모습까지 봐달라고 말하듯이. ‘검은 사람’은 우울하고, 상처받은 눈을 하고 있다. 여기엔 인생의 최절정에서도 죽음에 사로잡혀 있었던 한 예술가의 황량한 내면이 담겨 있다. 1200억짜리 낙서에서 읽어야 할 것은 화려한 빛 뒤에 가려진 젊은 예술가의 우울한 초상일지도 모른다." p.167, 「1200억짜리 낙서_장미셸 바스키아」 중에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식상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상투적인 문장을 피해서 ‘예술가의 일’을 설명하려니 그게 또 쉽지 않습니다. 예술가들 역시 제각각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한 사람들입니다. 누군가는 고독하게 일했고, 누군가는 시끌벅적하게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예술가의 결과물은 결국 인류의 유산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이 유산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작가의 말’이라는 주제로 써 내린 지금 이 글도 제게는 일입니다. 저는 ‘예술가의 일’에 대해서 썼고, 이것은 제가 지난 3년 동안 매달린 일이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 조성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부터 매일경제 신문사 편집부에서 근무했다. 온라인 뉴스플랫폼 매경프리미엄에 칼럼 ‘죽은 예술가의 사회’를 연재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
한 사람의 인생이 5-6페이지로 요약될 수 있다면 어떤 문장들로 채워질까? 짧아서 금새 읽었지만 마치 영화 여러 편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는 오래 살아남으며 고요하게 마지막을 맞이했고 누군가는 비운의 천재로 불리며 고통과 외로움 끝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예술가라고 해서 특별한 일들로만 인생이 채워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작품과 흔적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다르다’라는 인상이 남는 것 같다. 여러 명의 예술가가 소개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샤갈, 빌 에번스, 페기 구겐하임, 조지아 오키프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오키프의 마지막 챕터 p. 81 시력이 극도로 나빠져서 그림을 포기해야 했지만,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림 대신 도자기를 빚으며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 오키프는 구도의 길을 걸었고, 스스로 구원을 얻었다. 예술작품을 세상에 나누어준 페기 구겐하임 p. 206 페기는 예술을 돈벌이로 생각하지 않았다. 잭슨 폴록 작품 수십점을 기부한 페기는 “세상에 즐거움을 줬으면 됐지”라고 쿨하게 말했다. 슬프고 아름다웠던 빌 에번스의 피아노 p. 157 인생의 한겨울에서 “봄을 믿어야 해요”라고 말한 빌 에번스의 마음을 쉬이 헤어리긴 어렵다. 영혼마저 소진된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한 조각의 평화는 아마도 사랑하던 사람과 함께했던 봄날의 기억이었던 것 같다.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이 해야하는 예술을 이어나가려고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괴짜, 이단아, 추방자 한 시대를 빛내고 영원한 아이콘이 되기까지 그들을 우리는 예술가라고 부릅니다. 평범하지 않는 생을 살다간 33인의 예술가를 만나는 시간 그들의 빛나는 재능의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지금은 모두 떠나고 없지만 그들의 예술혼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p.121 가우디가 위대한 건축가인 이유는 웅장하고, 독창적이고, 신비로운 건축물을 남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가우디 역시 서두르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벽돌 하나 하나 차곡차곡 쌓듯 설계 했다.
p.181 채플린의 명언처럼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인 장면이다. 채플린은 고아나 다를 바 없었던 유년 기억을 <키드>에 담았다. 그는 빈곤, 소외, 착취로 얼룩진 시대를 배경으로 희극영화를 만들었다. 채플린 영화는 피눈물 섞인 코미디다.
2019년 3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展에 갔을 때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전시도 열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그때 전시를 못보고 온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습니다. <예술가의 일>책에 나온 33인의 예술가 중에 저는 뱀을 그리는 여자 천경자 화백의 글을 제일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마침 천경자화백의 책도 읽고 있던 중이라 눈길이 갔습니다. <예술가의 일>은 시대와 장소, 그리고 장르에 따라 예술가를 분리하지 않고 예술가들이 어떤 태도로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에 따라 여섯 개의 챕터로 분류했다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3년간 저자가 노력한 결과를 오로지 예술만을 위해 최대한의 삶을 살다가 간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가정신에서 지원해 주신 책입니다.
|
|
예술가의 일은 종합선물세트이다.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각 시대를 휘둘렀던 예술가들의 일생은 어떤 특별한 점들이 있는지 기대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이다. 보통 사람들의 인생에서는 가장 빛나는 순간이 희미하거나 알아차리기 어려운 순간들이 많다. 그에 반해 예술가들이 그들의 정점에 서있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이 빛나기 위해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지, 정점의 순간을 지나서 쇠퇴하는 순간까지 이 책에 잘 나와있다. "발 없는 새가 있지.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올 때가 있는데 그건 죽을 때지" 이 말이 아비장전에서 장국영이 한 말이라는 것을 책을 보고 알았다. 사티의 곡 Je Te Veux(난 너를 원해)가 수잔 발라동을 위해 작곡한 곡이라는 사실 또한 이 책으로 알았다. 내가 알던 부분에서는 반가웠고, 몰랐던 부분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했다. 예술가들의 삶이 평범한 나에게 주는 울림은 이렇다. 259쪽 -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 나는 그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모두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도 고개를 돌릴 순 없다. 피나 바우슈처럼 계속 들여다보고, 탐구하고, 헤아려보고, 공감해야 한다.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주위의 평범한 삶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탐구하는 것 자체가 내 삶을 지금보다 나은 어딘가로 데려가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게 한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