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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을 추천 받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서인지 선정적이고 자극적 소재의 글이 피로감을 더하더라고요. 그래서 청소년이 읽기 좋으면서 산뜻하고 청량감이 느껴지는 책을 골라 보았습니다. 표지의 삽화도 따뜻하고 정세랑 작가님만의 독특한 소재,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가 기대되었답니다.
가정 내 맏이인 재인은 부모와 형제의 눈치를 살피고 잘 해내야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 속에서 지낸 듯 합니다. 이 압박의 긍정적 작용으로 학업 능력이 꽤 괜찮았던 듯 싶어요. 재인의 고백과도 같은 이야기가 왠지 정세랑 작가를 투영한 듯 했습니다. 스무살을 지나 사회라고 하는 곳에 발을 딛게 되는 20대와 30대 초반. 어른의 티를 내려고 무던히 애쓰던 시기였던 듯 싶습니다. 직장 내에서는 신입이기에 업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당연하고 학교보다는 더 짙은 이해관계로 얽혀 있기에 또다른 인간관계 방식에 낯설었던 것은 당연하지만 짐짓 아닌 척, 서툴지 않은 척 했던 듯 싶습니다. 재인의 고백은 사회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이야기이고 오히려 1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해서 차석 위치에 있을 법한 시기에 겪는 고민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자기 불안을 사방팔방에 던져놓지 않고 숨길 줄 알고 태연하게 사회생활을 해내는 그때가 어른일 것이라는 재인의 생각이 문득 와닿습니다.
작가는 세 남매가 차례대로 초능력과 같은 비슷한 능력을 갖게 되고 감지하게 되는 시기를 그려냅니다. 재욱은 도면과 설계 사이의 간극으로 인한 트러블을 눈으로 읽어내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이 부분을 탄복하며 읽었습니다. 재욱의 능력이 현재 우리 사회에 있다면, 얼마전 붕괴된 아파트 사고, 조직 내 사람들 사이의 이기심에 의한 균열 등 물질적 혹은 정신적 영역의 균열을 찾아 붕괴하지 않도록 막아보고 싶었습니다. 트러블 감지기가 감지되었다는 재욱의 고백은 사회에서 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타성에 젖어서 대충 살아갈 것인지, 타성을 깨는 아방가르드한 전위대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갖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문명과 최첨단을 자랑하는 곳은 서울일 것입니다. 그곳을 떠나 살 수밖에 없지만 그곳이 좋은 이유에 '조도가 낮은 도시'라고 말합니다. 도시 공간 안에 공백이 많고 도시의 볼륨이 낮으며 눈 앞의 시야는 낮게 만들어질 것입니다. 도시를 그려내는 표현이 정세랑 작가님만의 시선으로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재인의 초능력은 손톱이었습니다. 손톱이 강해서 손톱깎이로는 잘라낼 수 없고 오히려 기계가 망가졌습니다. 하지만 손톱하면 강하지만 손톱을 쥐고 양쪽으로 누르면 둥글게 눌리기도 합니다. 아마 손톱의 성질을 위하여 '웨어러블 디바이스'라는 소재를 사용하신 듯 한데 전형적인 문과생은 작가님의 상상력에 탄복합니다. 시적인 표현이 덜한 것도 아니고 서정적인 표현이 글을 훑고 가는데 이과생이나 주목할만한 소재까지도 자연스럽게 녹아내서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과거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그 영역이 방대해져서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렵습니다. 한편 자신이 쉽게 접할 수 없고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재인의 방탄 유리 회사 홍보용 영상을 떠올리며 자신과 전혀 다른 영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세상은 넓지만 이런 관심의 영역이 세상을 또한 가깝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영상을 실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세 남매와 엄마, 아빠의 관계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재인은 자신이 싫어하는 아빠와 자신이 닮아 있다는 것에 싫은 감정을 표합니다. 또한 아들들을 향한 엄마의 무한 사랑에 모난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어릴적 자신에게 좋은 양말이 생겨서 신고 벗어 놓으면 빨래가 되고 나서는 꼭 아들들 양말통에 가져다 놓는 엄마에 대한 불만을 표시합니다. 다 큰 성인이 되어서 엄마와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가 이 이야기는 엄마가 새 양말을 사다 놓으면서 화해 분위기를 타게 됩니다. 사회 분위기와 정서가 그랬는지 과거의 엄마들은 성별에 따른 차별, 아들에 대한 집착을 쉽게 놓지 못했습니다. 닿을 것 같지 않는 간극이 아직 우리 사회에도 남아 있는데 가족 안에서는 열 켤레의 양말로 그 사이가 메워집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세 남매가 어느날 각자 자신만의 초능력을 갖게 되고 인지하게 되면서 각기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게 됩니다. 거창한 히어로 소설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가까운 인물 혹은 가깝게 생긴 일 가운데 사람을 구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가족이지만 살짝 불편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한발짝 다가서는 노력으로 메꿔가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세 남매 외에 엄마, 굉장히 직설적이고 정없이 이야기하는 엄마의 대사가 참 찰집니다. 살이 찌니 적당히 먹으라는 말을 '돼지 된다, 살빼는 것도 돈 드니까 적당히 먹어'라고 표현합니다. 정세랑 작가님의 유머에 젖어 듭니다.
재인이 구하게 되는 인물은 가장 가까운 친구, 경아입니다. 데이트폭력의 위험으로부터 재인의 손톱이 무기 역할을 하여 구하게 됩니다. 재인이 가장 싫어하는 가족 인물 중 아빠, 끝까지 이해했다는 표현없이 아빠와는 결별의 과정을 겪습니다. 아마 이에 대한 표현이지 싶습니다. 형편없는데 굳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마무리 짓고 포장하면 결국 불행을 끌어 안는 것 밖에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니까요.
정세랑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 남매가 이끌어 내는 세 장소에서 여러 이야기를 듣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각 인물의 생각과 대화가 각인되어서 참 오래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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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랑 작가님 책을 도장깨기하듯이 하나씩 사 모으고 있습니다. 이 책은 표지가 너무 아름다운데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이목을 끌었습니다. 표지 후가공이나 내지디자인도 맘에 들더라구요. 이런 깜찍한 점이 내용에도 플러스를 해주는 것 같아요. 정세랑 작가님 책 대부분이 Sf장르인데 인물간의 대화나 관계속에서 피어나는 우정들이 참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이번에는 세 인물의 이름이 제목으로 적혀있는 게 흥미로워서 구입을 했습니다. 이번책도 그렇게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작해주시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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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의 재인, 재욱, 재훈은 본인들조차 깨닫지 못할 만큼 아주 자그마한 염원이 각자의 초능력으로 발현이 된다는 설정에서 출발하게 되는 소설로, 제게 있어서는 덧니가 보고싶어와 이만큼 가까이 그리고 피프티 피플 및 옥상에서 만나요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만나보게 되는 정세랑 작가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같은 작가의 작품을 여럿 읽어 나가다 보니, 재인, 재욱, 재훈을 읽을 때에도 제가 앞서 읽었던 정세랑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계속해서 비교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요.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기는 했으나 이 작품 또한 앞서의 작품들에서 보여주셨던 정세랑 작가님만의 매력과 메시지가 잘 담겨 있었다 보니 책의 분량만큼 가볍게 읽기는 좋았으나 그 여운은 상당히 오래 남아 있을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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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어쩌면 구해지는 쪽은 구조자 쪽인지도 몰라. / p.163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과 유행어처럼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을 자주 나누고는 한다. 상대의 호감을 사기 위해 단시간의 다정함은 꾸밀 수 있지만, 오래 이어진 인연에게 지속적으로 다정하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는 뜻으로 사용하게 된다. SNS에서는 많이 사용하기도 하던데, 나 역시 이 문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책은 세 남매에게 생긴 초능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정세랑 작가님의 소설을 그렇게 많이 읽지는 못했으나, 작년에 피프티 피플이라는 작품을 읽게 된 이후로부터 손이 닿을 때 조금씩 읽고 있다. 일상적인 사람들에 대한 따뜻함을 알려 주는 소설. 개인적으로 정세랑 작가님의 소설 하면 떠오르는 문장이다. 이 소설도 그 문장에 일맥상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소한 다정함을 지닌 세 남매의 이야기.
주인공인 재인, 재욱, 재훈 남매는 재욱의 외국 근무를 앞두고 만나 이동하던 중 지나가다 볼 수 있는 작은 칼국수 가게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칼국수 안에 들어있는 바지락이 형광색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맛은 괜찮다고 하는 재훈이의 말에 세 남매는 칼국수를 먹었고, 이내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각자에게 맞는 소포와 함께 재인은 Save 1, 재욱은 Save 2, 재훈은 Save 3 이라는 편지를 받게 된다.
재인의 능력은 강력한 손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일반 손톱깎이로 깎으면 기계가 망가질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손톱. 재인의 Save 1은 같이 살던 룸메이트 경아였으며, 남자 친구의 폭력으로 두려워하는 경아를 구해낸다. 또한, 손톱을 활용해 신소재를 만들어 사소하게 도와주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재욱의 능력은 위험을 감지하는 센서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위험이 생기면 빨간 빛이 눈에 들어오고, 위험의 수위가 높을수록 빨간색이 더 강하게 발현되는 눈. 재욱의 Save 2는 레이저 빛을 따라 온 소녀 둘이었으며, 동료와 함께 위험에 빠진 소녀 둘을 구해 무사히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주게 된다.
재훈의 능력은 승강기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원하는 구간에 정리하는 능력. 재훈의 Save 3는 학교를 무단침입한 사람으로부터 구한 친구 세 명이었으며, 오래된 승장기로 친구들을 불러 총기 사건으로부터 구조하게 된다.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물이자 SF 소설이지만 세상을 돌아보면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이 가진 사소한 초능력이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그들이 구하는 사람들조차 거리에 나가면 누구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다. 이들이 세상을 구한 것은 아니지만, 구조자의 세상은 구했다. 이 남매들의 다정함과 능력으로 그들의 인생은 변했다. 결말조차도 너무 평범해서 좋았다.
읽으면서 재인의 마음에 무엇보다 큰 공감이 되었다. 첫째로서 가졌던 생각들이 소설에도 조금씩 드러나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아버지에 대한 애증과 첫째로서의 동생들에 대한 생각, 장녀의 무게감 등 누구나 K-장녀라면 한번쯤 고민하고, 또 느꼈을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가족들에게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행동으로 무심하게 툭 옮기는 다정. 이것이이야 말로 사소한 다정 중 하나가 아닐까.
과묵하나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한 둘째 재욱의 선한 마음씨도 좋았다. 다른 나라에서 온 비정규직 노동자를 챙기고, 그와 함께 소녀들을 구하는 점. 그 역시도 구구절절 남매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나, 자기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함께 위기를 극복한 다른 남자 노동자가 우리라고 표현했다는 것은 그의 다정이 닿았다는 뜻으로 들렸다.
셋째 재훈은 쾌활함이 부러웠다. 세 남매 중에서 유일하게 할 말은 하는 인물. 아마 어머니의 솔직함 유전자가 이 아이에게 내려온 것 같았다. 누구보다 직설적으로 맛을 평가하나, 새로운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노력하는 사람. 겉으로는 까칠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해도 주변 사람을 생각해 위기에서 구출하는 모습 역시 하나의 다정함이었던 것 같다.
이들은 각자의 모습과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구출했다. 여러모로 재미있어 술술 읽혔던 소설. 이런 류의 행복한 SF 소설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백만 권도 읽을 수 있다. 이들을 보면서 다시 생각했다. 과연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다정함을 가지고 살아왔던가.
마블과 같은 히어로도 좋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초능력도 기다리지만, 이렇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히어로가 좋다. 초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아도 좋다. 이웃을 돕는 선한 능력을 가진 작은 히어로. 뉴스에 나오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 사람들은 작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그들을 더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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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 정세랑] 작은 힘의 나눔
한 해가 끝날 무렵에 학교와 자선단체들에서 이런저런 문자를 보내왔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것이 당연한 차가운 서울에서, 아직도 점심을 먹지 못해서 배 곯는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몇년째 한달에 한번 소액을 기부하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기부금영수증 발급 신청 방법과 기부금액 사용내역을 꼬박 꼬박 보내준다. 내가 술값을 몇 푼 아껴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 덕분에 나 또한 늘 위로 받고 구원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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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의 수상 해하는 눈길을 끌지 않고 이 문제에 골몰할 수 있는 시간 말이 다.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딴짓을 할 수 있 을 만큼 느슨한 건 아니었다. 강압적인 야근은 없어도 저녁 시 간이 온전히 재인의 것이라곤 할 수 없었다. 이상한 일을 벌이 다 들켰을 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도록 핑계가 필요했다. 예상 보다 그 핑계는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재인의 고민들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핑계였다. --- p.73
표지가 예뻐서 샀다. 깔끔하게 짧은 이야기일 것만 같아서, 산뜻하게 읽기 좋아보여서 구매!!!! 언제 읽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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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삼남매에게 갑자기 작은 초능력이 생기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얼핏 보면 유쾌한 판타지 소설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친절과 연대, 그리고 누군가를 돕는 마음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피서지에서 우연한 사건을 겪은 재인, 재욱, 재훈은 각자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되지만, 이 능력은 세상을 구할 만큼 거창하지도,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아주 작은 기적을 통해 누군가를 돕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데 쓰인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갈등과 폭력을 자극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서로를 믿고 손을 내미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그려내서, 이야기는 가볍고 경쾌하게 흘러가지만, 읽고 나면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기분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