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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가슴 곰은 나를 먼저 알아봤다. 며칠 동안 나는 녀석을 목표물로 정해놓고 추격을 벌이던 참이었다. 덩치 큰 곰을 한 방에 쓰러뜨렸을 때의 쾌감은 생각보다 강렬한 것이어서 녀석을 꼭 사냥하고 싶었다. 나이가 든 늙은 곰은 노련하기는 해도 행동이 굼떳다. 하지만 속속들이 자리를 잘 알고 있었고 겁내지 않고 도망치는 요령도 터득한 제법 영리한 놈이었다.
........그 날 나는 녀석을 향해 총을 쏘지 못했다. 목표물이 유유히 내 시야에서 벗어나고 있는데도 나는 얼어붙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붉은 가슴 곰이 너무도 당당히 죽음을 맞이하자 기가 질려버린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죽일 테면 죽여보라는 식으로 청명하게 나를 마주한 눈빛을 향해 나는 총을 쏠 수 없었다. 생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곰의 당당함은 내가 사냥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이 책은 <트로피 헌터>, <부활> <똘뜨> 이렇게 세 개의 소설들이 들어있다. 트로피 헌터는 죽음을 앞둔 어머니와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죽음을 기다리는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찾아온다. 부활은 동물 박제에 대한 이야기다. 이 글을 읽으면서 70년대 80년대 무슨 유행처럼 등장하던 한국영화의 거실에서 연구실에서 보여지던 박제된 동물들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똘뜨는 북한 선교에 대한 이야기다.
참 재미있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