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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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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다 『말썽꾸러기 토츠와 그의 친구들(원제;Kevade)』을 읽고     책의 제목은 사람의 첫인상과도 같다. 제목이 ‘말썽꾸러기 토츠와 그의 친구들’인데 ‘말’과 ‘들’의 받침 리을(ㄹ)이 거꾸로 뒤집혀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심코 지나쳤겠지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바르지 못한 글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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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다

말썽꾸러기 토츠와 그의 친구들(원제;Kevade)을 읽고

   

책의 제목은 사람의 첫인상과도 같다. 제목이 말썽꾸러기 토츠와 그의 친구들인데 의 받침 리을()이 거꾸로 뒤집혀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심코 지나쳤겠지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바르지 못한 글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인 저학년 학생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인데, 이 책은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제목으로 장난스러운 아이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목만으로도 토츠의 활약상이 기대가 되었다.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흔히 들어보던 영어권 이름들이 아니기도 하고, 아직 인물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은 터라 공책에 이름과 인물의 특성을 적으며 읽어나갔다. 하루 만에 다 읽으면 이런 과정이 필요치 않은데, 생각보다 책이 두꺼워서 여러 날에 걸쳐 읽었다.

 

이야기의 장소적 배경은 파운베레 마을이다. 등장인물은 새로 전학 온 아르노, 장난꾸러기 토츠, 라야 농장 주인집 텔레, 칸넬을 연주하는 이멜릭과 학교친구들인 페테르손, 키르, 캐릭, 트니손, 비페르, 비삭, 케사마, 예르베오츠, 쿠슬랍, 토밍가스가 있다. 아이들은 라우르 선생님과 장로님이 있는 마을학교에 다닌다. 집에서 통학하는 학생들도 있고, 집이 먼 아이들은 기숙방에서 생활한다. 베레 인근에는 농장들이 있고 그 곳에서 일하는 마르트, 리블레, 마리, 리사 등의 인물들이 아이들과 엮이며 일어나는 일들이 흥미진진했다.

 

처음에는 아르노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점차 토츠가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하루라도 장난을 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치는지 그의 장난은 끊임없고 또 기발했다. 토츠는 허풍과 거짓말을 능청스럽고 유창하게 하는 이야기꾼이기도 했다. 토츠가 학교를 떠나기 하루 전 뚱땡이 장로에게 복수하려고, 씨앗을 몽땅 다 섞어서 텃밭에 심은 부분을 읽고 집 안 가득 하하하!!” 소리가 울리도록 웃었다. 마지막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토츠였다. 외국이름이라 성별 구분이 제대로 안되어서 처음에는 이멜릭이 여자아이인줄 알았다. 그러다 아르노가 텔레와 가까이 지내는 이멜릭을 질투하는 것을 보고 남자아이인 걸 알아챘다.

 

책의 원제는 Kevade로 에스토니아어로 이라는 뜻이다. 아르노의 텔레를 향한 마음을 눈치챘을 때 사춘기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사춘기(思春期)의 뜻이 이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춘정(春情)을 느끼는 시기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러한 시기를 으로 표현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소설 속 에스토니아의 상황이 정치적으로는 제정 러시아의 지배하에 있으면서 독일 문화에 예속된 상황이었다. 작가는 그 시기를 겨울이라 생각하고 독립을 꿈꾸며 을 기다리고자 했던 것 일수도 있다.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담은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라는 시가 생각났다. 에스토니아도 우리나라처럼 다른 민족에게 지배를 받은 아픈 과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동병상련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마을학교 아이들이 성당학교 아이들과 싸워서 이길 때는 통쾌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한국 최초로 소개되는 에스토니아 문학작품이다. 책을 읽기 전 에스토니아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나라였지만 그 위치는 정확히 모르는 생소한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에스토니아로 가서 팔라무세 학교의 의자에 앉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멜릭이 연주하는 칸넬이라는 악기소리도 궁금해졌다. 한 권의 책을 읽은 것뿐인데, 그 나라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K-pop을 좋아하게 되면 대한민국도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문화의 힘을 몸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덮고 다시 표지를 찬찬히 보았다. 이제는 그림 속 아이들이 누구인지 눈에 들어왔다. 트니손, 키르, 이멜릭, 텔레, 아르노, 토츠.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지만 며칠간 이 친구들과 함께 교실에서 러시아어도 배우고, 진흙탕을 뛰어다녔다. 책을 읽는 동안 이상하게 흙과 나무 냄새가 진하게 났다. 마치 내가 실제로 겪은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이 책에 푹 빠져 살았다. 실로 오랜만에 날 것 그대로의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가까이 두고 장난꾸러기 친구들이 그리울 때마다 펼쳐봐야겠다.

n*****8 2023.06.2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