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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쓸모 - 나와 가족, 이웃의 '허기'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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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족, 이웃의 '허기'를 돌아보다    '집밥'이라는 말이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때만해도 지금처럼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집밥과 구별된 집밖의 음식, 외식 문화가 그리 발달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나에게 '밥'이라 하면 그저 의례적으로 삼시 세끼 집에서 먹는 밥이 전부였다. 어린이날이나 졸업식처럼 특별한 날이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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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족, 이웃의 '허기'를 돌아보다 

 

'집밥'이라는 말이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때만해도 지금처럼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집밥과 구별된 집밖의 음식, 외식 문화가 그리 발달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나에게 '밥'이라 하면 그저 의례적으로 삼시 세끼 집에서 먹는 밥이 전부였다. 어린이날이나 졸업식처럼 특별한 날이 되어야 짜장면을 시켜먹거나 경양식 함박 스테이크 정도를 먹은 게 '집 밖' 음식의 전부였다. 일 년에 한 두번, 삼 년에 한 번 정도 가뭄에 콩나듯 먹었던 외식의 기억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의 허기는 95%정도는 집밥으로 채워졌다는 뜻이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내 한창 성장기 때 매일 매일 손수 밥을 지어주신 엄마를 생각했다. 그 밥을 먹던 시절엔 그것의 귀함을 모르고 당연한듯 받아 먹기만 했다. 엄마의 수고와 땀, 정성의 가치를 한 번 가늠해보지도 않았다. '배고파 본 적 있나요?'라는 1장 제목의 물음에 나는 마음이 숙연해진다. 동전을 넣고 누르기만 하면 음료수가 나오는 자동판매기처럼, 내 어린 날의 집밥도 그렇게 자동으로 나오는 줄 알고 살았다. 결혼을 해보니 남편과 아이들 끼니 챙기는 일은 집안 살림 중에 가장 어렵고도 힘든 일이란 것을 실감했다.

 

'삶을 빛나게 하는 건 어떤 지위가 아니다. 누군가의 삶이 빛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결국 그 삶을 살아내는 사람의 태도에 달려 있다.'(p.180 '부엌데기라는 말 대신')

책을 읽으며 작가의 표현처럼 '부엌데기'가 아닌 '부엌지기'로 사는 일은 마음과 태도의 문제였다. 엄연히 부엌의 주인이요, 주방 살림을 관장하는 엄마임에도 지레 겁을 먹고 한 발 물러선 태도로 식사를 준비할 때가 많았다. 집밥 만드는 일이 지치고 힘들게 느껴졌던 것은 집밥을 그저 열량을 채우는 끼니 정도로 생각하고 도리어 소홀히 여기는 마음 때문은 아니었나 돌아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가족들의 입맛 뿐만 아니라, 몸이 필요로하는 '몸맛'을 따라 건강하고 안전한 집밥은 무엇일지 더 고심하게 되었다.

 

호기심과 기대로 식재료를 고르고 다듬으며, 때론 아이들과 '까기 놀이'처럼 즐기며 집밥을 만들어간 작가는 말하고 있다. 집밥은 생각만큼 버겁거나 어려운 게 아니다. 다만 '허기'진 마음과 그 마음을 살뜰히 챙길 줄 아는 사랑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면 된다고.

 

'특별한 찬을 만들 요량이 서질 않고, 반찬의 가짓수를 늘릴 기운조차 없을 때는 그저 냄비에 정성 들여 밥을 짓는다. 냄비밥은 그 자체로 정성 음식이다.'(p.137 '토핑 올린 냄비밥')

'허기를 채우는 레시피'(3장)도 하나하나 따라해보고 싶다. 계절에 맞게 완두콩, 팥, 가지, 콩나물, 무 등등 토핑을 올린 냄비밥은 상상만으로도 푸근해진다. 칼칼한 고등어무조림과 구수한 청국장, 직접 착즙한 생강차 한 잔은 몸과 마음의 추위를 단칼에 날려버릴 것만 같다.

 

책 읽기를 마치며 '완벽한 밥상은 없다'(4장)지만, 나의 가족들에게도 힘이 되고 추억이 될만한 집밥을 정성껏 만들고 싶은 의욕과 용기가 생겼다. 팬데믹 시대, 집밥의 중요성은 더 말해 뭐하랴. 이 책은 집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되, 실행에 옮기고픈 마음까지 불끈불끈 솟게 만드는 에세이다.

 

'어쩌면 삶이란 케이크를 한 조각씩 덜어 내는 일과 같을지 모른다. 언젠가 결국 케이크 조각이 남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다. 삶은 어느 날 갑자기 멎지 않고, 다만 서서히 스러져 갈 것이다.' (p.202 '삶이 홀 케이크라면')

또한 저자는 가족과 이웃에게 음식을 나누는 과정,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이 작물을 수확하는 과정 등을 통해 깨달은 인생의 의미도 다정히 나누어준다. 정겹고 따스한 집밥과 음식 이야기만큼이나 작가의 군더더기 없으나 유려한 문장을 읽는 맛 또한 이 책의 큰 매력이다. 

불현듯 마음이 헛헛하고 쓸쓸할 때가 있다. 주부로서 사는 일이 버거울 때도 많다. 삶이 무거워졌을 때 복잡한 생각은 접어두고 잠시 이 에세이를 한 편씩 꺼내 읽기만해도 마음도 몸도 다시 씩씩해질 것만 같다.  

 

b********4 2021.09.17.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