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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의 정원에서 사계절을 보내다 [산문-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에밀리 디킨슨의 정원에서 사계절을 보내다 [산문-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내용보기
에밀리 디킨슨도 모르고, 영시에 대해서도 모르고, 정원에 대해서도 아는 게 도무지 없는 내가 선물처럼 받고 즐거워하며 본 책이다. 무엇이라도 알고 있는 게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훨씬 좋았으리라는 정도는 짐작이 되었는데, 그렇다고 모른 채 읽는 일이 힘겨웠거나 답답하지는 않았다. 이 또한 만남의 인연이 된 것이고, 나는 또 먼먼 땅에 있을 어느 시인의 정원을 품에 안을 수 있게
"에밀리 디킨슨의 정원에서 사계절을 보내다 [산문-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내용보기

에밀리 디킨슨도 모르고, 영시에 대해서도 모르고, 정원에 대해서도 아는 게 도무지 없는 내가 선물처럼 받고 즐거워하며 본 책이다. 무엇이라도 알고 있는 게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훨씬 좋았으리라는 정도는 짐작이 되었는데, 그렇다고 모른 채 읽는 일이 힘겨웠거나 답답하지는 않았다. 이 또한 만남의 인연이 된 것이고, 나는 또 먼먼 땅에 있을 어느 시인의 정원을 품에 안을 수 있게 되었으니. 

 

정원이라는 게 어떤 공간인지 자꾸자꾸 생각해 보게 된다. 오롯이 내가 머물 공간? 남에게 보여 주고 싶은 공간? 그러면 정원에서 할 일은, 할 수 있는 일로는 무엇이 있을까? 꽃을 가꾸고 나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에는...? 글쓰기? 그림 그리기? 또 무엇이 있을까? 그리하여 마침내 정원을 갖게 되면 그때부터는? 여기서 혼자 하는 것? 아니면 남들에게 자신이 한 일들을 보이고 싶은 것? 이렇게 양극단을 오가며 나는 내 속마음을 자꾸만 헤집어 본다. 에밀리 디킨슨의 정원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겠다 싶어지는 것도 있고.

 

"책의 1부는 1년 동안 일어나는 정원의 변화에 맞추어 정원사 에밀리 디킨슨의 삶에 주목했다. 2부에는 에밀리 디킨슨 박물관을 포함하여 지난 20년간 큰 변화가 있었던 디킨슨 저택의 풍경을 실었다.(11쪽, 개정판 서문에서)" 1부는 '일 년의 이야기'로 2부는 '시인의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원이라면 모름지기 사계절을 보낸 모습을 갖고 있어야 하나 보다. 정원에 관한 어떤 책에서 본 적이 있다. 계절마다 다르게 피는 꽃들을 어떻게 배치해서 심는가 하는 점이 정원사의 주요 임무 중 하나라고.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떤 건지 알기에 그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겠다. 다만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게 있으니 정원의 규모다. 마당 정도로 여기는 우리네 정원과 달리 미국이나 유럽에서 말하는 정원의 크기는 이를테면 과수원이나 농장 수준에 이른다는 걸 몰랐다는 것. 에밀리 디킨슨의 정원도 얼마 전에 읽었던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도. 그래서 꽃만 피고 있는 게 아니라 엄청 많은 수의 나무들도 제각각 자리잡고 있다는 것.   

 

정원의 규모가 과수원 정도라면? 농사를 지어 팔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꾸고 거닐면서 충분히 누리기만 해도 괜찮은 일상을 보장받았다면? 글이든 그림이든 돈을 위해 하는 작업이 아니라 자신이 서 있는 정원의 분위기에 젖어 흘러 넘치는 감성따라 저절로 하게 되는 일이라면? 그래서 어느 것도 팔아야 한다는 강박 없이 정원에서 살고 정원에서 시를 썼는데, 그러다가 세상을 떠나고 남은 가족인 여동생이 언니가 쓴 시를 모아 출판하게 되었다면? 시인은 알까? 자신이 살면서 했던 모든 일들이 시간을 넘어넘어 이렇게 우아하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꾸었던 정원과 작업실을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좋아할까 어쩔까? 부끄러워할 듯도 한데.

 

책이 예쁘고 풍성하고 든든하다. 담아 놓은 게 참 많다. 아는 꽃 모르는 꽃 다 예쁘고, 낯설기만 한 애머스트 홈스테드가 퍽 정겨워지게 된다. 다 알아듣지 못해도 시 구절은 흥겹고 흑백사진도 칼라사진도 그림까지도 다 좋게만 보인다. 종합선물 같은 책이다. 아무래도 남에게 보이기 위한 마음으로는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닌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어쨌든 자연스러운 게 아닐 테니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60-161

풀은 할 일이 거의 없다-

단일한 초록의 영역-

오직 나비만 품고,

벌들을 즐겁게 해주며

 

온종일을 잘 저어 예쁜 선율을 짓고 -

미풍이 따라오고,

햇살을 잡아, 자기 무릎에 감싸고

모든 것들에 절하고,

 

진주처럼 밤새 이슬을 꿰어,

그 자체로도 아주 영롱한

공작 부인이 되지만, 그렇게 눈에 띄기에는

너무 흔했고,

 

죽을 때조차,

담백한 향신료 혹은-

시들어가는 감송 같은-

아주 신성한 향기에 싸여 잠들어버렸고-

 

그다음에는 주권자의 헛간에 거주하는,

꿈을 꾸며 하루를 마칠,

풀은 할 일이 거의 없으니,

나도 건초라면 좋겠다-

379, 1862

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YES마니아 : 로얄 j***6 2021.11.27. 신고 공감 6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 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서평] 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내용보기
언젠가 엄마의 시화집을 본 적이 있다. 시화집엔 정성스러운 글씨로 꾹꾹 눌러담은 시들이 있었다. 사랑과 감사의 말들로 가득한 릴케와 에밀리 디킨슨의 시. 지금의 나보다도 어린 시절의 엄마가 애정을 가졌던 시인들이어서일까, 그 시들을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사랑과 감사가 차고 올라왔다. 감정을 이끌어내는 시를 쓰는 에밀리 디킨슨과 그녀가 사랑한 정원에 대해 다룬 책
"[서평] 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내용보기


 

 

 언젠가 엄마의 시화집을 본 적이 있다. 시화집엔 정성스러운 글씨로 꾹꾹 눌러담은 시들이 있었다. 사랑과 감사의 말들로 가득한 릴케와 에밀리 디킨슨의 시. 지금의 나보다도 어린 시절의 엄마가 애정을 가졌던 시인들이어서일까, 그 시들을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사랑과 감사가 차고 올라왔다. 감정을 이끌어내는 시를 쓰는 에밀리 디킨슨과 그녀가 사랑한 정원에 대해 다룬 책이라니. 시인과 정원이 너무도 잘 어울렸다. 

 

 

 저자 마타 맥다월은 ‘비밀의 화원’의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빨간 머리 앤’의 루시 모드 몽고메리 작가와 그들이 사랑한 정원에 대해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이전에는 동심이 돋보인 작가들의 정원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에는 자연과 삶에 대한 순수함으로 가득한 시인 에밀리 디킨스를 담았다. 정원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갖고 다양한 작가들을 연구해온 저자라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대를 위해 나의 꽃을 키우고 있다 ㅡ 
눈부시게 부재한 이여!
내 푸크시아의 산호색 봉제선이 
뜯어질 때 ㅡ 씨 뿌리는 이는 꿈꾸고 있다 ㅡ 
156쪽, 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초봄, 늦봄, 초여름, 한여름, 늦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 에밀리 디킨슨의 심상이 드러나는 시와 편지가 소개된다. 수천개에 이르는 그녀의 글들은 계절의 분위기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기후에 따라 바뀌는 꽃과 식물들에 대해 언급한다. 그녀의 생애와 관련된 일화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관련 사진과 자료들이 이해와 몰입을 돕는다. 에밀리 디킨슨의 이야기를 읽으며 흠칫 놀라곤 했다. 한없이 평화로웠을 것만 같은 그녀가 여러 오명속에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또, 살아생전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던 그녀가 죽기 전 여동생에게 자신의 글들을 모두 없애달라고 했던 것도 놀라웠다. 여동생의 결단이 없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그녀의 글을 음미할 수 있었을까. 

 

 

 

 


다소 제한적으로 느껴졌던 ‘정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에밀리 디킨스, 시인의 정원’.

 

 

i********0 2021.12.0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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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내용보기
『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마타 맥다월(지음) | 박혜란(옮김) | 시금치(펴냄)       1800년대를 살다간 에밀리 디킨슨. 미국의 시에서 그녀를 빼놓고 말할 수 있을까? 교회와 관습, 전통에 도전한 에밀리 디킨슨의 삶. 무려 1775편의 시와 1049편의 편지, 124편의 산문을 남긴 작가 에밀리 디킨슨. 평생 고향집에서 삶을 산 그녀가 뛰어난 정원사였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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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디킨슨, 시인의 정원』


 

마타 맥다월(지음) | 박혜란(옮김) | 시금치(펴냄)

 

 

 

1800년대를 살다간 에밀리 디킨슨. 미국의 시에서 그녀를 빼놓고 말할 수 있을까? 교회와 관습, 전통에 도전한 에밀리 디킨슨의 삶. 무려 1775편의 시와 1049편의 편지, 124편의 산문을 남긴 작가 에밀리 디킨슨. 평생 고향집에서 삶을 산 그녀가 뛰어난 정원사였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아름다우면서도 아프다.  스스로 은둔 생활을 한 그녀가 창을 통해 본 세상의 모습이랄까? 그녀가 다룬 많은 주제 중 특히 '죽음'이나 '사랑'같은 주제들이 눈에 들어온다. 책의 저자는 우연히 에밀리 디킨슨의 홈스테드로 발을 들이면서 그녀의 작품세계에 빠져든다. 책에 수록된 사진에서 보는 홈스테드는 단정하면서 기품이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 디킨슨 홈스테드. 그의 집에서 오빠 오스틴과 그의 아내 수전의 집에 잘 보인다. 그녀는 위층 침실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55년 평생을 살며 40년간 정원을 가꾸었고 거기에서 사망했다. 디킨슨 사망 후 세상에 소개된 것도 동생 라비니아가 시인이 숨겨둔 시들을 발견하고 그것이 출판되는 것을 보고자 했던 그녀의 집요한 노력 덕분이라고 한다. 디킨슨은 자신의 글에 식물을 등장시켰는데 그 식물들은 정원에서 자라나는 식물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디킨슨의 정원에서 자라난 식물들이 사진과 그림으로 소개되어 있어 하나의 화보처럼 아름다운 구성이다. 

 

 


 

 

디킨슨은 때로 꽃을 채집하고 말리고 그것을 압화로 만들기도 했다. 디킨슨의 정성이 담긴 편지를 받은 이들을 얼마나 행복했을까! 이름난 꽃이 아니라 정원에 피는 꽃들은 대개 소박하다. 이런 풀꽃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별명을 붙여준 디킨슨. 그녀의 정원은 무척 행복했을 것 같다. 데이지, 버터컵, 붉은토끼풀, 나비풀, 한련 등 무수히 많은 풀꽃들...

식물의 여린 갑옷으로는 간악한 밤을 나기 충분치 않다는 디킨슨의 따뜻한 마음씨. 책을 넘기다 보면 인간 디킨슨의 삶이 보이고 그녀가 살아온 시간이 오롯이 전해진다. 이 감동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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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사락 r******7 2021.11.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