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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헤르만 헤세, 정신의 파괴적인 고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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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등학교 때 입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다. <데미안>의 경우 선과 악이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뉘던 기독교적인 세계관 속에서 살던 주인공이 차라투스트라와 데미안, 데미안의 엄마를 만나면서 선과 악은 하나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선악이 두개로 나뉘어지지도 않을 수도 있다는 주인공의 자아 성장을 보여줬었
"제목을 헤르만 헤세, 정신의 파괴적인 고백록" 내용보기

 

 

1. 고등학교 때 입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다. <데미안>의 경우 선과 악이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뉘던 기독교적인 세계관 속에서 살던 주인공이 차라투스트라와 데미안, 데미안의 엄마를 만나면서 선과 악은 하나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선악이 두개로 나뉘어지지도 않을 수도 있다는 주인공의 자아 성장을 보여줬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입시 공부에 시달려 총기와 자유분방함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생각의 자유를 찾아 떠난 친구를 따라 엘리트 코스를 벗어나게 되었으나 결국 가족과 주변의 기대, 생계에 짓눌려버려져 자살하는 이야기었다.

 

 

2. 두 이야기는 결과는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주인공이 답답하고 고지식한 세계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생동감에 눈 뜬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보통은 헤르만 헤세가 엄하고 기독교적인 교육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결국 부모의 기대와 달리 신학의 길을 포기하고 방황의 길을 거쳤던 경험을 투영했다고 해석하는 듯 하다. 이번에 <황야의 이리> 또한 전작에서 느껴졌던 공통점을 느낄 수도 있었는데 그와는 다른 맛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3. <황야의 이리>는 지식과 고풍스러운 음악을 숭상하지만 사회와 소시민적인 삶에 대한 냉소를 품은 할리 할러 - 스스로를 고독하고 난폭한 황야의 이리로 비유한다 - 가 광인의 세계로 가는 '마법 극장' 주변에서 <황야의 이리 논고>를 받아 읽고 극장으로 가기로 결심한 뒤, 극장에서 여러 만남을 통해 춤과 섹스, 마약 등을 배우며 인생의 생동감과 자신이 여태까지 우월하다고 생각했던 지식들과 음악들이 헛된 것이라고 느끼는 작품이다.

 

 

4. 처음에는 할리 할러가 자취를 한 숙소의 조카의 입장에서 할리 할러에 대한 논평이 서술되었다. 이어서 할리 할러의 관점에서 그의 내적인 괴로움 - 소시민적 삶과 어울릴 수 없다는 - 을 토로하다가 <황야의 이리 논고>를 읽으며 본격적인 방황을 시작하고 '마법 극장'에서 고급 매춘부 헤르미네, 마리아 와 색소폰 연주자 파블로와 교류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법 극장 이야기부터는 할러의 자아가 여러개로 구분되고 한 인물이 다른 인물로 금방 변하는 등 현실과 상상이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마지막에는 할러가 헤르미너를 살해하는 것으로 끝난다.

 

 

5. 책을 읽으며 어려움이 몇가지 있었다. 첫 번째 난관은 초반부의 하리 할러의 만연체의 독백을 읽고 그 독백만큼 긴 <황야의 이리 논고>를 읽어야하는 점이다. 대화는 없고 전부 독백으로 약 60page 정도 내용이 진행되는데 의미를 알기 어렵고 사건도 없어서 솔직히 재미는 없는 부분이었다. 두 번째 난관은 마법 극장 이야기에서 기괴한 이야기들의 종을 잡을 수가 없음에도 따라가야한다는 점이다. 죽었던 괴테와 모차르트가 살아서 나오고 고급 매춘부인 헤르미네는 어릴 때 동성 친구로 변하기도 하며 갑자기 고고한 지식인에서 호색한으로 변한 주인공의 심리도 따라가기 어려웠다. 마치 조현병에 걸린 사람이 쓴 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6. 위와 같은 어려움을 이겨내 보니 헤르만 헤세가 쓴 작품의 공통점인 '답답하고 고지식한 사고에서 벗어나 생동감을 찾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 보였다. 하리 할러는 취미가 책 쓰기와 읽기, 클래식 음악을 듣기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천착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극장에 간 후 그가 싸구려라고 생각했던 대중 음악을 좋게 느끼게 되었으며 춤과 황홀경, 섹스의 쾌락을 통해 삶의 생동감을 찾고 분열된 자아를 통합하기 시작한다.

 

 

7. 그러나 헤르만 헤세의 이전 작품과 다르게 사회와 사람과 인생을 보는 시선에서 굉장한 독기가 느껴진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나온 작품이라 그런지 하리 할러의 독백에서 사람의 지식(이성)에 대한 깊은 불신이 느껴진다. 마치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은 소년과 청년의 시선에서 작성됬다면 <황야의 이리>는 인생의 쓴물을 크게 삼키고 이상이 처참히 깨진 중년이 쓴 작품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한 만큼 충격적인 작품이었고, 해석하기에도 어려운 작품이었다.

 

 

뱀발) 작품이 나온 순서로 보면 <수레바퀴 아래서> -> <데미안> -> <황야의 이리> 순이다.

뱀발2) 이런 만연체의 문장을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한 번역자들을 존경합니다.

#열림원 #열림원클래식완독챌린지 #열클챌

 

r******3 2021.10.11.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