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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갑작스럽게, 그 여름에 늙음을 보았다. 제일 먼저 나 자신의 늙음을, 그리고 주변 곳곳에 널려 있는 다른 사람들의 늙음을.” -본문 75페이지 중 "늙음에 대한 깊고 명료한 접근"이라는 띠지 문구가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고,문장도 길지 않고 짧게 짧게 끊어지는 편이다. 죽음과 늙음에 대해 다루고 있으나 저자의 솔직하고 재미있는 표현 덕분에 내용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간접 경험을 위해서는 독서가 최고라는 말을 믿는편이어서, 내가 많이 생각해보지 않은 늙음과 죽음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한 이 책을 골라 읽었다. “그 아이들은 나와 같은 세대 사람들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세상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유유자적 활보한다. 나는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기가 몹시 힘든데 말이다. … 요즈음 그 아이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나를 보긴 하는지조차도 모른다. 나는 그 아이들이 자기들 방식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만큼은 전혀 의심하지 않지만, 그것만으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본문 51페이지 중 우리 집은 할머니와의 교류가 잦은 편이어서,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책에서 이 문구를 보니까 할머니가 며칠 전 내게 물어오셨던 일이 생각이 났다. 휴대폰을 가져오시며, 카카오 톡을 어떻게 여시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그 때 알려드리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던게 떠올랐다. 어렸을 때는 할머니가 정말 커보였고, 꼬꼬마를 벗어난 후에도 내게 할머니는 지혜롭고 침착하신 분이었다. 지금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너무나도 쉽게 다루는 메신저를 다루시는 방법을 몰라 가져오시는 모습을 보니 뭔가 마음이 찡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게임을 하실 때 캐릭터가 잘 보이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시거나, 손이 게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농담처럼 말씀하시는 걸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적해진다. 할머니의 세월이 점점 흘러가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기분이 자꾸 싱숭생숭하다. 우리 할머니도 저런 생각을 하고 계실까. 시간과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 변해가고 당신께서는 따라가지 못한다고, 우리 손자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모르는 상태로 외로움을 느끼고 계실까? 나는 할머니가 당신을 ‘별 볼일 없는 여자’로 느끼는 것이 싫다. 다른 건 못해드리더라도 할머니께서 해주시는 옛날 이야기를 더 귀기울여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렇지만 내가 확신하는 한 가지는, 우리 앞엔 아직도 순수한 웃음,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아무도 쓰러뜨릴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연대의식, 늘 함께한다는 암묵적인 동조 의식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운명이 우리를 영원히 떼어놓기 전까지는.” -본문 160페이지 중 아직 나이가 어린편에 가까워서 그런가, 내가 나이가 든다면 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은 있으나 정말 나이가 7~80세가 된 노인이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늙었을 때”를 상상해보았는데,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디가 많이 아플지, 얼마나 건강할지 등이다. 내게 늙음이란 신체적 변화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데, 특히 건강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젊었을 때처럼 몸이 빠르게 낫는것도 아니고, 조심을 해도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병들이 있다.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몸에 무언가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자는 그런 것들 또한 같이 늙어가는 친구들과 나누는 일상의 주제로 받아들인다. 나도 이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같이 늙어가고 몸이 아픈 친구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병원을 추천하고 약간은 슬퍼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이며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지금은 너무 먼 미래같아서 상상이 잘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마음 상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지금 아무리 이런 다짐을 하고 생각을 해도 내가 ‘늙는다’라는 자각을 했을때는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한동안은 우울해 할지도 모른다. 결국은 모든 변화들을 받아들이면서 그 흐름에 맞추어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당연한 것에 적응해가면서. “지난 70년 세월 동안 나는 그럭저럭 살 생각만 해왔다. 그런데 지금 와서 그 여정의 끝을 상상하려니, 그냥 상상이 안된다. 모든 것의 뒤에 공백만 이어질 거라니. 침묵. 그러면서도 약간의 호기심이 가미된 불안한 마음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어떻게 올까?” -본문 187 페이지 중 이 책에서 가장 도드라지게 눈을 끄는 것은 솔직함이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너무나도 철학적인 성인들의 의견만 접해봐서 그런가, 나이가 들면 나도 자연스럽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어느 순간에는 초연한 감정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다가 깨달았다. 저자가 어느 순간 자신의 늙음을 발견한 것처럼, 늙음은 갑작스레 찾아온다. 그렇다면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20세 젊은이든, 40세 직장인이든, 70세 노인이든 죽음에 있어서는 당혹스럽다. 갑작스럽고 불안하다. 초연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다. 작가는 늙는다는 것을 자각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조금은 불안해하고, 궁금해하며 많은 고민을 한다. 너무나도 솔직한 작가의 심정을 보면서 나도 잠시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를 생각해보게 된다. 죽음을 앞둔 나는 전혀 초연하지 못할 것이다. 담담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하며 나를 달래지 못할것만 같다. 시간의 흐름은 벗어날 수 없으니 나도 언젠가 직면해야 할 일일텐데, 지금은 두려움만 앞선다. 한편으로는 내 주위에 계신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대부분 이런 두려움을 안고 사실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문장 몇개와 책 몇장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세상 전부는 절대 아니겠지만, 조금이라도 그분들의 입장에 다가가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 제목이 ‘내가 늙어버린 여름’이지만, 단지 늙음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작가는 자신이 늙는다는 것을 자각하고 매일의 생활에서 느끼는 것들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서술한다. 분량이 길지 않고, 문장도 짧고 유쾌하지만 작가의 삶이 담겨져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바뀌었던 것들, 주위의 환경 또는 자신의 생각, 가치관의 변화들을 따라가 보며 작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면서 잠시 내가 노인이 되는 상상을 하고, 세월이 지난 후 내 모습을 생각해보며 저자처럼 ‘늙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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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그녀는 더 숨이 찼고 더 빨리 헉헉거렸다.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점점 더 자주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날이면 날마다, 온 사방의 젊은이들이 그녀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 나이를 먹었을 뿐이다. 그 여름에, 그녀는 노인이 되었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은 여행자, 페미니스트, 교사, 학자, 이중 문화 지식인으로 살아온 이자벨 쿠르티브롱이 어느 여름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쓴 에세이다. 몸과 정신이 변화에 맞서 젊은 날처럼 자신있게 이겨낼 마음도 생기지 않고, ‘두려운 것’들이 생겨나는 게 두려운 그녀가 과거와 현재를 다시 돌아보며 그리고 미래를 향한 글을 담았다.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던 학자답게 늙어버린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더 많은 변화를 겪게 될지, 그리고 젊은 시절엔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이겨나갔었는지에 대해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 문학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여성의 나이 듦 혹은 성적 매력이 떨어지면서 겪게 사회적, 개인적 변화와 편견들을 예리하게 표현한 도리스 레싱 『어둠이 오기 전의 여름』, 작가가 우울증 겪으며 학창시절 우울증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실비아 플라스의 『벨자』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대학시절 여성운동 모임에서 읽었던 다양한 책들, 디지털 신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고립무원의 상태를 표현한 아니 에르노의 소설 『세월』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과 함께 한 그녀의 삶을 그려낸다. 이렇게 평생을 함께한 문학이 앞으로도 자신의 삶을 구원하고 고독을 물리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 또한 버리지 않는다.
자신의 고향인 프랑스와 성장한 미국의 문화를 경험했지만 결국 마음의 고향으로 선택한 곳은 프랑스였고 퇴직 후에 다시 프랑스로 돌아간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자신의 젊은 날을 되돌아 본다. 아버지의 인생에서 사라진 건, 어린 소녀 시절의 나였다. 나는 아버지의 품에서 떨어져 나왔고, 그건 분명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터였다. 우리는 서로를 오해했다. 그렇긴 해도 나는 나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 이 아버지를 향한 나의 사랑에 뒤지지 않았다는 걸 잘 안다. 늙은이가 되기 전엔 나는 아버지 역시 당신이 버 림받았다고 느꼈으리라는 걸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p.142~143)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부모님의 이혼과 미국과 재혼한 엄마를 따라 미국 생활을 하게 되며 친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결국 나이가 들어 아버지의 변치 않았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이런 부모님들의 관련 이야기에 뭉클해지는 건 이제 나도 부모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부모님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의 문장들# 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판단 따위의 노예가 되지는 않겠다고 다짐해왔다. 젊었을 땐 사회가 강요하는 명령 같은 건 거부하겠노라고 맹세했다. 그런데 이제 솔직히 고백해야겠다. 지난 몇 해 전부터인가 나 는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일종의 자기 검열에 해당한다. 정말이지 나는 나 자신에 대해 크게 실망하는 중이다. (p.76)
나는 나 또한 언젠가 감히 아득히 먼 옛날의 모험담을 젊은 사람들에게 떠들어대는 나이 먹은 여자가 되리 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모르긴 해도 그저 단순히 내가 언젠가 나 역시 노인이 되리라는 걸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게다. (p.103)
남들 눈에는 우리가 친한 친구들로 비치기보다 고만고만하게 나이 먹은 여자들로 보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샘솟는 대화와 자주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는 예전과 다름이 없다. 대화 중에 건강 문제나 손주들에 관한 일화가 예전보다 조금 더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p.202)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늙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 늙음을 느끼는 순간에도 자신의 삶은 계속되고 그 삶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과 일을 하며 자신이 제시한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들에게 섭섭함도 느끼고, 친구들과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가 중 건강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백내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등 어쩌면 우울할 수 있는 상황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우리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녀는 뒤로 물러서 의기소침해지지 말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 다짐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유언장 작성을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계속해야만 한다, 나는 계속할 수 없다, 나는 계속할 것이다.” (사뮈엘 베게트의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속의 문장)
책을 좋아하고 평생의 구원자라 생각하는 사람의 늙음 속엔 역시나 책과 함께 할 미래 그리고 늙음에 고개 숙이기보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현명한 자의 마음가짐이 담겨있었다. 그냥 늙어가는 변화에 대한 흔한 이야기가 아닌 여성으로서 작가만이 써내려 갈 수 있는 이야기로 늙어감을 잘 담아내었다. 어쩌면 이렇게 우아하게 늙어갈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 젊은 날 그녀가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젊은 날 여성으로서 열정적인 삶을 후회도 미련도 없이 당당히 살아온 학자의 노년으로 가는 길은 결코 어둡지 않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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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_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 김영사
1. ‘나이 들어감’은 챙겨야할 것보다 버려야 할 것이 많아야 할 때이다.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욱 진지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고 멈춤의 때를 더욱 잘 알아야 할 것이다. 70, 80대에 들어서도 까칠하다 못해 싸나운 이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향하던 시선을 즉시 나에게로 향한다. “너는 어떤 데?”
2. “미래라고 하는 것이 어느 순간 갑자기 짧은 여정만을 남겨두게 되면, 과거가 점차 존재감을 보이면서 자기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떠올려볼 것을 종용한다. 힘들었던 일뿐만 아니라 삶에 의미를 부여해준 순간 같은 것 말이다.” (p.105)
3. 프랑스계 미국인인 이 책의 저자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은 작가이자 학자이다. 미국의 여러 유명대학에서 프랑스문학과 여성 문학, 이중 언어 및 이중 문화 문학을 가르쳤다. 저자는 이 책에 교수생활 퇴직 후 ‘늙어감’에 대한 생각, 노년의 일상을 살아가며 느낀 점들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 퍽 많다.
4. 비트 제네레이션 열차의 마지막 탑승자이기도 한 저자는 그녀의 젊은 날을 돌아보며, 칭찬한 일도 비난할 일도 아니라고 적었다. 그저 하나의 통과의례였다고 생각한다. 문학 전공자답게(저자의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으나 70대 초반으로 추정)나이듦과 노년에 대해 기록한 작가들을 찾아보는 작업도 해본다. 다른 이들은 노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궁금하다는 이야기다.
5.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도리스 레싱의 《어둠이 오기 전의 여름》이라는 단편에서 따왔음이 분명하다. 주인공 케이트 브라운은 오십 대(소설은 1973년에 발표되었는데, 이 무렵의 쉰 살이면 요즘의 일흔 살과 맞먹는 나이라고 할 수 있다)가 되어가는 중년 여성으로, 강하고 능력 있으며, 자기 일에서도 성공하고, 아내와 어머니로서도 완연히 무르익은 상태였다. 타국에서 열린 심포지움에 참석 후, 병에 걸린 그녀는 귀국하자마자 집보다는 호텔이 더 편하겠다는 생각에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잠깐 사이에 그녀는 용모의 변화를 겪게 된다. 몸무게가 줄고, 머리털이 빠지고, 두 뺨은 퀭하게 파인다. 길에서 우연히 친구와 마주쳤으나 친구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런던의 한 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먹는다. 종업원들은 그녀를 제일 후미진 테이블로 안내하더니 경멸하는 태도로 대한다. 그래서 그녀는 체험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다음 날 예쁜 옷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입고 허리띠로 허리를 조인 다음, 굵은 머리띠로 숱이 적어진 머리채를 적당히 감추고, 입술에 루주까지 바르고 전날 갔던 식당을 다시 찾아간다. 똑같은 종업원들이 이번엔 예의바르고 주위 깊은 태도로 그녀를 대하며, 심지어 작업을 걸어오기까지 한다. 웃픈 이야기다.
6. 늙어간다는 것은 ‘죽음’에 대해 가끔 또는 자주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저자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죽음을 생각한다. 인생 말년을 양로원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나와 같으나, 어찌 그게 내 마음대로 될 일인가.“사람은 언제나 적시에 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책 끝에는 ‘유언장 작성하기’가 담겼다. 거의 유언장 역할을 하는 글들이다. (한번 결혼에 이혼, 자식 없음. 일가친척도 별로 없음)그녀가 갖고 있던 재산을 자선사업, 내가 귀하게 생각하는 일들에 기부한다가 요점이다. 그러나 그녀의 자살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만히 있어도 죽을 텐데 뭐 그리 수고스럽게? 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다행히 그 뒷장엔 자살 대신에 사뮈엘 베케트가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에 쓴 문장을 끝없이 반복할 것이라고 적어 놨다. “계속해야만 한다. 나는 계속 할 수 없다. 나는 계속할 것이다.” 그녀의 뺑뺑이가 ‘나는 계속 할 수 없다’에 멈추지 않게 되길...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내가늙어버린여름 #이자벨드쿠르티브롱 #김영사 #쎄인트의책이야기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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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늙어버린 여름! 처음 제목만 봤을 땐 어느 순간 노화를 맞닥뜨린 작가가 ‘늙음’을 마주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발견했을 것 같았다. ‘멋지게 늙는 기술을 전수받겠어!’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막상 책을 받아보니, 버터색 표지에 핑크빛이 살짝 도는 금박으로 박힌 글자들. 빨간 립스틱과 노란 셔츠를 입은 여자의 삽화. 노인은 보이지 않고, 여자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책이었다. 젊은 시절 히피를 자처하며 맨발로 전세계를 여행하던 작가는 서른이 되면서 안정적인 삶에 대한 갈망으로 대학으로 돌아가 공부를 시작하고 교수가 된다. 교수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어느 여름. 여지껏 잘 해왔던 요가 동작이 어려워진듯한 느낌을 받고 늙어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백내장 진단, 닳아버린 치아를 치료하며 본격적으로 나이 들었음을 자각하게 된다. 프랑스인이자 미국 이민 2세대로 어느 쪽 문화에도 완전히 녹아들지 못했던 작가는 문학에서 안도를 찾았음을 기억하고 늙음을 사유하는 책을 찾아보지만 마음에 드는 걸 찾지 못하고 본인이 글을 써버렸다. 2021년이 끝나려면 아직 한 달이 남았지만 이 책은 올해 내가 읽은 가장 재미있는 책이다.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이라는 사람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매우 지적이고 위트있는 사람이란건 알겠다. 양영란 번역가의 명품(명품 말고 다른 단어 생각해봤는데 생각이 안난다. 장자크 쌍뻬 책 다 갖고 있어요 번역가님ㅜㅜ) 번역 또한 이 책에 격을 더해준다. 표지 삽화며 편집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 안 드는게 없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책에는 노인도 없고, 멋지게 늙는 기술도 없다. 한 여자가 자기방식대로 멋지게 사는 모습만 있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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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프지만 받아들여야하는것이 나이듦인것 같다. 거부하고싶지만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그 나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게 똑똑하게 나이들어 가는것 같다.
요즘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예전에 쉽게했던 모든것들이 예전에 비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하긴하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이혼한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저자는 어릴적 향유했던 거대문학세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며 이중문학과 여성문학, 페미니즘학자로 미국유수대학의 교수로 활동했고, 특히 MIT에서 그녀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해 매년문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에게 상을 수여할 정도로 인정받는 학자였다.
어느여름 '늙음'을 체험한순간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마주한 이야기를 덤덤하게 써내려갔다. 저자는 '늙음'을 '재난'에 비유하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회와 관계로부터 배제되는 일상의 분노와 서운함,자괴감을 느낀 이야기를 읽으며, 아직 그 나이는 가보진 않았지만 감정이입이 되었으며, 여자로써 동질감 마저 느껴졌다.
남들이 보기엔 부러워하는 이들도 나이듦에서는 모든인간과 같고, 처음겪는 허둥지둥에 자기의 성찰까지 바라보게된다. 또한 저자또한 책에서 위로받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통해 자신이 나아갈길을 발견하며 우직하게 장애물들을 넘을수 있었던 이야기에 역시 책이구나하는 것도 새삼 한번 더 느꼈다.
그리고 책에 우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에, "우리앞엔 아직도 순수한 웃음,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아무도 쓰러뜨릴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연대의식, 늘 함께한다는 암묵적인 동조의식이 굳겆히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운명이 우리를 영원히 떼어놓기전까지는 (161쪽)
나도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중엔 어느병원이 좋은지에 대해서 공유하겠지만 같이 늙어간다는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하기도 하다. 늘 함께할 친구들이 있어서 말이다. 책을통해 자연스럽게 나이듦에 대해 받아들여야 한다고 더 절실히 느껴보았다.
<이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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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늙어버린 여름] _ 이자벨 드 크루티브롱
시간을 멈출 수 없고 내가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 어느 날이 있었다. 나를 비롯하여 내가 사랑하는 것 들이 모두 변한다면, 변하는 모습도 아름답기를 바랐다. 그런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부분도 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책임은 오롯히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가족이 명을 다하여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그녀가 얼마나 찬란하고 고된 인생을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당신께서 죽음에 가까워 지는 순간까지 또렷하게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의 발자취에는 늘 땀이 흥건했다. 그렇게 치열한 인생을 살아갈 자신도 없는 내가 멋진 노년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의 어르신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고 스스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는가. 이런 고민에 대학교 교양 수업으로 ‘노인을 위한 나라’라는 강의를 들었다. 노년기의 특징이 이론적으로 드러나고, 도망칠 수 없는 현실들이 펼쳐졌다. 철저한 약자의 삶. 나는 그것이 두려웠다. 과거 그리스에는 노인들이 지혜의 상징이자 길잡이였다고 한다. 모두의 존경을 받는 시기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총명함을 잃을 만큼 장수를 하게 하는 의료기술과 너무도 빨리 변하는 트렌드가 그들의 앞을 막는다. “어른들께 물어봐.”, 라는 말 보다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말이 더 와닿는 것이다. 뭣 모르는 어른이 되는 일은 공포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어른에게서 지혜를 찾기로 했다. 당신이 겪은 일을 듣고 싶었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은 제목 그대로 내가 늙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을 기록한 이자벨의 저서이다. 모두의 존경을 받고 박식한 삶을 살아가는 한 여성학자가 통제할 수 없는 노년기를 맞이하며 쓰는 회고록이다. 내가 꿈꿀 수 있는 가장 멋진 모습의 노인인 저자 이자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지 못한 노년기를 마주한다. 이자벨 같은 여성은 노년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노년기의 결핍이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 했으나 오산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불평이 아닌 고찰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노년기가 올 수록 내게 부족해지는 역량들과 가지지 못한 환경, 선택에 대한 댓가 등 언젠가 마주해야할 이야기들을 고민하게 된다.
이자벨은 거침없이 솔직하다. 자신의 실수들과 겪은 고난을 가감없이 이야기하며 독자를 자극한다. 태생적으로 우울증을 가졌던 그녀의 노년기 우울증과,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발언이 동의를 얻지 못한 순간들, 가지지 못한 손주들에 대한 아쉬움과 ‘늙고, 마르고, 옷 맵시도 나지 않는 (p.31)’ 노인이 되어버린 순간들 말이다. 그녀가 한 일이라곤, 나이를 먹었을 뿐이다.
노인은 곧 역사의 산물이라고 할까. 이자벨은 시대의 변화 중 수 많은 사회적 아젠다의 당사자였다. 페미니스트이자 이민자, 학자이자 정치 참여자이다. 페미니즘, 이중언어, 다문화, 정체성에 관한 저서들을 써내려왔다. 늙음을 찾기 까지 이자벨은 이 아젠다들 속에서 고뇌하고 문제를 맞닥뜨린다. 페미니즘은 발전하는 트렌드라 선구자에서 구시대적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보일 때도 있었고, 청소년기의 혼란처럼 태어난 국가 프랑스와 이민온 미국 사이에서 붕 뜬 느낌을 받기도 한다. 부모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인상깊었다. ‘그 나이가 되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라는 알쏭달쏭한 말들이 어떤 마음으로 발설되는지 알 수 있었다. 나의 부모가 나를 얼만큼 사랑했을까. 이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자벨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멋진 어른이 되어 줄 수 있을까. 타인에게 유용한 삶으 살아가고자 하는 이자벨의 고민들은 대학교에서 처음 선배라는 호칭을 들은 나의 스물 한 살과, 학원 아르바이트에서 선생님으로 불리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연장자이거나 내가 가진 지위를 가졌다는 이유로 나는 알 수 없는 책임감을 느꼈다. 부담스럽지는 않았으나 걱정되었다. 나는 충분히 본받고싶은, 아니 적어도 되새기고 싶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젊은 나의 고민에 이자벨은 답장을 보낸다.
p. 178. ‘나는 과연 쓸모 있는 사람이었던가? 나는 누구에겐가 영감을 주고, 그를 도와주었으며, 그를 변화하게 했는가?’ 이 고통스러운 질문엔 물론, 나를 기쁨으로 충만하게 해주는 졸업생들의 이메일 몇 통 외엔 똑 부러지게 구체적인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윽고 불과 몇 년전에 학생들에게서 선생님으로서 받은 사랑이 떠올랐고, 어제 새벽에 늘 언니에게 기대고 싶다던 동생들과 힘든 일을 기꺼이 털어놓던 친구들의 신뢰가 마음에 자리잡았다. 지금의 내 모습이 나쁘지 않다면, 이뤄낸 것들을 성장시켜가며 또 다른 내가 되어야할테다. 좋은 것은 안고, 나쁜 것을 버려가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멋진 노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상담을 받으러 가서 최근 읽는 책으로 이 책을 언급했다. 선생님은 늙음을 준비하는 젊은이가 얼마나 생소하고 근사해보이는지 한참을 얘기하셨다. 어린 어른으로 근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노년기의 어른이 되었을 때도 “그녀는 참 근사한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듣고 싶다. 이자벨의 이정표를 흘긋거리며 오늘도 현재를 과거로 밀어보낸다. 내일로 발을 내딛으며 나이가 들어 간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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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할머니 되는거 아니야?” 나는 시간의 덧없음을 느낄 때마다 이 말을 뱉곤 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나이가 들어버린다는 것의 두려움으로 나는 ‘할머니가 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니까 나는 은연중에 여성노인이 된다는 것은 무력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개인이 된다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 말을 나는 서슴없이 사용해왔고 내 말을 들은 친구들도 곧잘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우리 모두 여성노인이 된다는 것을 두려워하고 경계했다. 요절하지 않는 이상 나를 비롯한 모든 여자 아이들이 도달할 곳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노인이 된다는 것을, 특히 여성으로서 늙어버린다는 것을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의 저자인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할머니보다는 요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튜버 밀라논나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젊은 시절을 페미니즘의 열풍 속에서 보내고 대학에서 문학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며 열정적인 직업 생활을 했으며 이혼한 독신 여성으로서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여성.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은 다복한 가족들 사이에서 손자, 손녀들을 온화한 미소로 지켜보고 있는 할머니와는 상당히 대비되는 사람. 그녀는 나와 내 친구들이 한 번쯤은 꿈 꿔 봤음직한 독립적이고 능력있는 여성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의 역할 모델이 되기에 손색없어보이는 그녀도 자신이 노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당황한다. 그녀는 자신이 노인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 이후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외로움, 자신감 하락, 혼자됨의 두려움 등을 겪는다.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이 겪은 ‘늙어버림’ 은 자신이 속해 있던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는 것이었다. 그녀가 젊은 날을 불태우며 열광했던 페미니즘에서도, 평생에 걸쳐 열정적으로 수업해온 대학에서도, 단순히 식사를 하러 가는 식당에서도 그녀의 존재는 희미해진다. 그녀가 가진 사상은 어느새 낡은 것이 되었고, 매력적인 여성이었던 그녀는 평범한 할머니가 되어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녀는 그 모든 변화의 원인이 자신이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며 자신이 돌이킬 수없는 어떤 수순을 밟고 있음을 자각한다. 그리고 체념한다.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선택했던 혼자 살겠다는 결심이 이제 와서야 외로움과 기댈 곳이 없다는 두려움으로 돌아온다. 친구들과 함께 건강을 염려하고 자신에게 어떤 병이 찾아올지 불안에 떤다. 비슷한 변화들을 공유하고 함께 마음을 나눌 친구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친구들은 언제나 가족들의 품으로 생각보다 빨리 돌아간다. 그녀는 홀로 남은 자신만의 집에서 변해버린 상황과 마음을 고요히 바라보며 자신의 늙음을 사유한다.
사회적으로 능력있고 매력적인 여성이었던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이 자신의 늙음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다양한 층위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을 떠올렸다. 사회적으로 상층부에 속하고 비교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는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같은 사람들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주변 사람들과 정서적 괴리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떨어지며 건강이 악화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보다 못한 삶의 조건을 가진 여성노인들은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며 근근히 살아가기도 한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로 인해 전문적인 능력을 기르지 못했을 뿐더러 여성과 노인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는 취업 시장에서 여성 노인들은 당장 생계의 문제에서 자신의 노화를 체감하게 된다. 또한 가부장제 내에서 부여한 여성의 미의 기준은 여성이 나이가 들수록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기에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외모가 점점 무가치해진다는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 남성 노인들이 그들이 가진 지혜와 연륜으로 평가받는 동안 여성들은 자신의 외모가 추해보이지는 않을지 걱정해야 한다. 나는 이제 더 적극적으로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고 싶다. 지금까지 나는 의식의 저변에 깔린 ‘늙어감’ 에 대한 두려움을 회피해왔다. 나이드는 것에 대한 나의 두려움을 직면하고 무엇이 나를 두렵게 만드는지, 내 잘못인지, 그것이 혹시 사회적 차별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아닌지를 샅샅이 살필 것이다. 그리고 두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나는 나이 드는 것이 두렵다고, 그래서 해결하고 싶다고. <내가 늙어버린 여름>의 저자인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처럼 말이다. 여성의 삶에 대해, ‘늙은 여성’ 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 책의 저자가 있다. 그것을 읽고 다가올 미래를 비춰보기 위해 지금-여기의 여성 노인들에게 고개를 돌려본 내가 있다. 무수히 많은 순간 혼자였으며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 우리는 계속 이야기될 것이라는 것, 어떻게든 함께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한 분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희망으로 삼으려 한다. 두려움을 직면하고 그것을 이야기 나누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를 완전히 혼자인 채로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서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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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노년의 나이대에 접어든 상당히 성공한 여성학자가 쓴, 약 22편의 에세이를 묶어 쓴 에세이집이다. 나는 읽기 시작할 때부터 보통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하여'에 관한 책들이 주는 일종의 위안과 낭만을 기대하면서 읽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시린 겨울바람을 정통으로 맞는 느낌이었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하는 '늙는다'의 의미는 뼈 때리도록 냉정하고 현실적이면서도 담담했다. 개인적으로 노년과 늙음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냉소적이면서도 관찰적인, 현실적인 에세이를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앞으로 닥칠 심리적, 신체적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이며, 젊은 사람들 (여기서 젊음은 30대까지)은 자신의 현재에 대해 감사함과 소중함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책일 거라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드는 것, 특히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써 나이가 드는 것은 참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정신적인 충격 및 변화, 불안과 공포 등을 느낄 만한 요소들 중 하나일 것이라는 일종의 예언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강한 여성마저 노년에 대해 이 정도의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은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결국, 이 에세이에 쓰인 모든 이야기들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노년과 늙어감은 오래 사는 모든 인생이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따라서, 이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우리는 그럼에도 "계속해야만 한다, 나는 계속할 수 없다, 나는 계속할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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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진취적이고 자유로운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왔던 저자는 어느 여름, 늙음을 마주하게 된다. 늙어버린 신체를 마주하고, 늙어버린 생각들을 마주하면서 결코 자신의 늙음에 합리화 하지 않으려, 타협하지 않으려 애를 쓰고 또 애를 쓴다
문학과 페미니즘, 그리고 다문화 등 지금껏 구축해온 단단한 본인의 생각이 있으며 변화하는 세상과 시대에서 여성으로서, 사람으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멋진 늙음으로 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진하고있다 나는 그녀와 닮은 늙음이고 싶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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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막연하게 비혼에 아이가 없는 삶을 꿈꾸고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먼 미래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나 홀로 고독사를 하면 어쩌지, 시대 흐름에 뒤따라가지 못하면 어쩌지 등. 많은 생각이 오간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고민과 경험을 차분히 그리고 면밀하게 적고 있다. 나는 이런 고민들을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적었다는 게 더 위로가 되었다.
저자는 젊은 시절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자유롭고 총명한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늙음을 마주한다. 잘 해왔던 요가 동작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며 적절히 살집 있던 몸매가 볼품없이 살이 축축 쳐지고 빠지기도 한다. 또, 사람들이 점점 자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걸 경험한다. 삶의 여러 측면에서 자신이 늙었다는 걸 몸소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겪은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또 그것에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진다. 나는 이 두 특징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모든 사람이 늙음을 두려워하고 낯설어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 또한 그런 모습을 보이는데, 너무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 낯설어하지 않고 초연해 했다면 '우리와 다른 삶'이라는 생각을 하고 거리가 느껴졌을 것 같다. 당당하게 자신의 변화를 마주한 저자의 태도를 통해 늙는 건 당연히 모든 사람이 겪는 일이고 위축되고 좌절하기 보다 그 상태를 받아들이는 겸허한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저자가 남긴 여러 이야기 중 페미니스트에서 관찰자로 변한 저자의 내용이 인상깊었다. 자신을 열심히 살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냈지만 이젠 그럴 영향력이 없다는 걸 인식하는 과정이 씁쓸했다. 또 내가 이런 삶을 누리고 있다는 것의 배경에는 이런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걸 느낌과 동시에 감사했다. 또 과거의 페미니스트로부터 관찰되는 현재의 페미니스트로서 어떤 행보를 해야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 혼자서 늙음을 마주한 경험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나는 늙음은 저자만의 경험이 아니라는 것, 즉 누구든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늙는 다는 건 누구나 자연스레 경험하는 것이고 이걸 어떻게 잘 대처하느냐의 싸움인 것 같다. 누구나 다 늙고 나이가 들기에 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그저 나이가 들어 부족한 사람이 아닌 신체는 비록 쇠약해졌으나 지혜로 가득한 사람이라는 인식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경우 부모님이 아직은 중년층의 성인으로 계시지만 언젠가 저자처럼 노인이 될 것이다. 나 또한 머나먼 미래에 그런 노인이 될 것이고 고령화 사회에서 점점 늙음은 자주 목격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늙어감의 과정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감정과 어려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 부모님과 더 나아가 많은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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