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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철학이자 이념이요 진리이자 사랑이다
최신의 장편소설 <도피와 회귀>, 제목부터가 사색적이다. 작가의 말도 어렵다. 읽다보면 뭔말인지 알게 되겠지만(물론 끝내 모를수도 있겠다), 소설과 철학, 이념과 진리, 소설과 철학이 만나서 이념이 되고, 철학과 이념이 만나서 진리를 만들고, 또다시 이념과 진리를 만나 사랑을, 진리와 사랑이 만나 소설이 되니, 소설은 곧 철학이자, 이념이며 진리이자 사랑이라는 말인가, 도입부부터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할 의도가 있었다면 꽤 성공적인 머리글이다. 이 소설은 구성 자체가 독특하다. 15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1장 고독으로부터의 탈출에서 15장 도피와 회귀를 주제로 이를 월일별로 1월 1일에서 12월25일까지 세계사 오늘의 역사처럼, 그날 일어난 사건이나 화제를 두고 풀어낸다.
1월 1일 “행동은 자유를 지향하는 적극적 의사표시다”는 제목 아래 남북 전쟁이 북부에 유리해지자 링컨(중략) 노예해방선언…. 1863년 1월 1일 정식으로 포고….
1월 7일 “잠은 이성의 일시적 탈출 상태이다”, 1949년 1월 7일 이승만…. 개헌, 남북통일, 3 영수 합작, 대일 강화회의 등 당해연도 중대 시책을 발표했다. 는 식으로 그날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써놓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일상과 연결 짓는 방식으로…. 오늘 세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과 풀어내는 이야기의 내용이 어떻게 연결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구성 자체의 낯섦 때문인지 몰라도 신선하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는 이렇게도 말이 되는구나, 이른바 서사란 이렇게…. 활자가 조밀해서 눈에 힘을 주고 읽어야 하는 수고가 있기는 했지만, 이만한 고생을 하지 않고 읽는다는 게 조금은….
철학자인 주인공, 그의 생각과 세상의 일들과의 연결, 그리고 자신의 삶을 주제어로 풀어낸다. 소설과 철학, 이념과 진리, 철학으로, 사랑인지, 성적 취향인지…. 여러 여성이 등장하고
도피와 회귀
도피란 현실도피가 아닌 그 무언가로부터 도피, 원죄인가 아니면…. 사고방식의 문제인가, 12월 3일 “한 체제로부터의 도피는 또 다른 체제에는 회귀가 된다.” 1970년 12월 3일 하오 2시 15분 북한 공군 824군 부대…. 박 소좌가 동해상을 통과해 자유대한 품으로 귀순해 왔다. 박 소좌는 미그 15 전투기를 몰고(중략). 박 소좌는 귀순 소감을 김일성의 세습 독재정치와 전쟁 준비에 광분하는…. 염증을 느껴 오래전부터 월남을….
한 체제로부터의 도피는 또 다른 체제에는 회귀가 된다. 영원히 홀로일 수 없다. A로부터의 도피는 B로의 회귀, 에리히 프롬의<자유로부터의 도피> 는 어디로 회귀한단 말인가? 그의 말에 따르면 인류가 자유에 내재해 있는 책임을 질 수 없다면 권위주의에 의지하게 될 것이란다. 자유로부터의 도피의 중심 사상은 불안한 인간은 온갖 부류의 독재자들에게 자신의 자유를 넘겨주거나, 스스로 기계의 작은 톱니가 되어 호의호식하지만, 자유로운 인간이 아니라 자동인형 같은 인간이 되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힌다고 보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그런 유혹을 떨쳐버리려는 모습이 보인다. 도피와 회귀가 아닌 다른 새로운 길로…. 아마도 등장인물 “화니” 주인공과의 이별 후에 어떻게 될는지는 모른다. 짐작도 할 수 없다. 다만, 도피하려 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일 뿐, 그 후의 내 세상은 내가 알아서 열어나갈 것이기에….
이어서 12월 8일의 글은 앞에서 말한 “화니”는 “인간은 동물의 위치를 초월해 스스로 삶을 창조해 가는 능동적 존재다” 석가모니는 BC565년 인도…. 80세 나이로 입적해 불멸의 세계로 회귀했다. 꽤 괜찮은 소설이다. 마치 화두를 던지고, 오늘 이 화두를 던지는 것은 세계 역사 가운데 이날 이런 일이 벌어졌답니다. 여러분, 나는 이 역사적 사실을 읽고 이렇게 생각해봤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 생각과 내 주변, 또 현실을….
12월 11일 편견에 의해 축출당한 인간은 편견을 가진 또 다른 집단에 소속된 다음에야 비로소 자시의 정체성을 발견한다. 1884년 12월 11일 이 날은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 박영효 등은 일본 정부가 추방하려 하자, 또다시 미국으로의 도피를…. 멀리떨어진 섬에 억류됐다가…. 일본 정부에 간청하여 동경으로 돌아와 궁핍한 생활을…. 조선 정부에서 밀파한 자객 이일식과 홍종우를 따라 상해로 건너간 김옥균은 그곳에서 홍(종우)의 총격을 받고 파란 많은…. 12월11일은 바로 그런 날이었다.
이 소설의 결말 역시 그러한가, 아무튼 뭔가로부터 도피하는 순간 도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회귀로….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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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와회귀 #최인장편소설 #글여울 저자는 무려 2002년 1억원고료 국제문학상을 수상한 <문명, 그 화려한 역설>을 쓴 작가이다. 이번 작품은 <도피와 회귀>로 제목이 도망보다는 좀 더 몰래하는 듯한 느낌의 도피, 회귀는 한바퀴돌아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꼭 알고있는 단어여도 한번씩 정확한 단어의 뜻을 보고 제목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표지의 그림이나 사진을 보며 책의 내용을 가늠한다. 그리고 책을 펼치며 저자의 이력을 보며 유추해본다. 초반에 이렇게 제목, 표지, 저자의 이력을 보며 가늠해보는 것도 책의 내용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꽤 괜찮았다. 표지의 그림작품이 꽤 알려진 것이라고 하면 무엇인지 찾아봐야 내용과 표지의 상관관계도 알수있고 꽤 괜찮은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제목부터가 뭔가 철학적이고 심오한 책이다. 1월1일부터 12월 25일까지의 일기형식의 소설로 되어있으나 날짜가 완전 빼곡한 것은 아니다. 맨뒤의 참고문헌은 80귄의 철학서를 인용하였기에 책을 읽을 때에 참고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날짜마다 한줄의 포인트 요약이 되어있으며, 한번 쫘악 읽어보면 소설이지만 날짜별로 참고문헌을 참고하며 두번째로 읽게 되면 철학의 챕터마다 있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3월 1일 행복론(알랭, 아리스토텔레스, 달라이라마)의 내용이 참고가 되어 소설이 이루어져있는데 고대철학자와 반대인 불교적 행복론자의 행복을 비교하면서 적힌 글을 보며 철학자의 주장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행복에 대한 생각을 잘 설명해주고 소설에 녹아져있어서 참 자연스럽게 쓰여진 철학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깊이가 있는 소설이지만 흥미를 최대로 끌어올려서 지루하지가 않았고, 철학서 80권중에 읽어보거나 알고 있는 철학자는 누구인가 찾아보기도 하였다. 현실을 도피하려 하지만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오게 되는. 현재 나도 그렇기도 하다. 고통스런 상황을 피하거나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상태로의 도피. 탈출과 복귀의 다른 말, 도피와 회귀. 삶자체로부터의 도피를 꽤하는 주인공(철학교수)는 한순간의 판단미스로 인해 삶이 꼬이고 꼬인다. 이 꽈배기처럼 꼬여버린 삶의 올가미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여러 힘든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제 3국으로의 도피를 결심하게 되는데. 와우.! 정말 이렇게 완전 기존에 읽던 소설이나 에세이와 다른 스타일과 전개가 나오면 너무 흥미롭고 시간가는 줄을 모르겠다. 철학소설이라니...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은 철학소설이었다. #색다른느낌의철학소설 #80권의철학서를한권의소설안에 #흥미롭고재미있으며심오하기도한 #작가의전작도읽어보고싶다 #1억원고료국제문학상수상한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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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와 회귀 저자 : 최인 본명은 최인호다. 경기도 여주시 명성황후탄강구리에서 태어났다.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 「비어 있는 방」으로 등단했으며 2002년 『문명, 그 화려한 역설』로 1억 원 고료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2019년 12년간 ‘최인소설교실’을 운영했다. 인천지방경찰청에서 13년 근무했으며 파출소장과 형사반장을 역임하였다. 저서 『안개 속에서 춤을 추다』, 『킬리만자로 카페』, 『뒤로 가는 버스』, 『장미와 칼날』, 『크리스마스 전야』, 『그 바다엔 낙타가 산다』, 『인베이더』, 『그들 그리고』,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등이 있다.
작가의 말 제 1장 고독으로부터의 탈출 제 2장 존재와 비존재 제 3장 야만적인 너무나 야만적인 제 4장 이데올로기의 부활 제 5장 특화된 다수는 항상 부정하다 제 6장 우연 그리고 필연 제 7장 진지함의 가벼움, 사소함의 무거움 제 8장 선택과 판단 제 9장 모든 사람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제10장 현상과 본질 제11장 군중 속의 고독 제12장 탄생과 죽음 제13장 이것이냐 저것이냐 제14장 가는 자와 오는 자 제15장 도피와 회귀 참고문헌
1월 1일 행동은 자유를 지향하는 적극적 의사표시이다. 현대인은 전개인적 사회가 안정감을 부여하면서 자신을 구속하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 그럼에도 거대사회라는 조직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은 참다운 의미의 자유는 실현하지 못했다. 즉 현대인은 지적, 정서적, 감각적 능력을 표현하는 적극적 의미의 자유를 실현하지 못했다.
1월 7일 잠은 이성의 일시적 탈출 상태이다. 현대 자본주의가 사람 개개인에게 가져다준 현상은 소외감이다. 소외의 결과 사람은 수동적으로 변했으며 더 이상 창조적인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은 자아감 상실과 함께 타인의 기대에 의존해 행동함으로써 불안과 고독에 갇혀 버렸다.
1월 8일 이드는 모든 리비도의 원천이고 본질이다. 갈릴레이는 18세 때 피사성당 천장의 상들리에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맥박계에 응용하는 천재성을 발휘했다. 또한 목성의 위성 및 태양의 흑점과 달의 표면이 우들두들하다는 것, 유성과 항성은 별개의 별이라는 것 등을 발견함으로써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을 입증해 보였다. 이 책은 저자의 철학소설로 1월 1일로 시작하는 일기형식의 소설로 12월 25일에 끝나는 소설입니다. 날짜별로 상단에 과거의 역사적인 일들을 알려주고 아래에는 주인공인 철학교수와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로 시대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사건과 이야기 전개를 보여줍니다. 삶과 희망 욕구 등 인간이 느낄수 있는 감정이 다 있는 소설입니다. 글여울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도피와회귀 #글여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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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은 1월 1일 부터이다. 행동은 자유를 지향하는 적극적인 의사표현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사회에서 우리는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나? 다른 사람과의 다른 표현은 튀는 행동으로 보여 질 때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p 96 4월 7일 추락하고 잊혀지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추락하는 것은 아름다운 거야. 오히려 날아오르려 하는 의지가 더 추악해 보일 뿐이지" "그렇다면 추락하는 건 모두가 아름답다는 말인가요?" "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야. 단지 가치를 가지고 추락하는 게 아름다운 거지."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은데 솔직하게 잘 모르겠고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다. p 239 6월 29일 이데올로기는 이성에 앞서 인간을 통제하고 억압한다. p 242 하지만 그로서는 체제 존속보다 한 인간의 행복이 더 가치가 있었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희망찬 미래를 향해 뛰어가는 삶.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며 평화롭게 사는 삶.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목숨이나 자유보다도 더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체제가 가로 막는다 해도 그것만큼은 저지할 수 없을 테니까.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본인 개개인의 희망과 가치가 있기 때문에 삶을 이어나갈 수 있으리라. P 312 8월 29일 운명은 시간이라는 베틀에서 신이 짜는 굵은 천이다. P 314 다만 인간의 내부에서 용솟음치는 자유의지만은 포기해서는 안된다. 인간활동의 반을 제어하더라도 나머지는 인간의 의지하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자유의지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나 사회생활이나 단체생활에서는 더욱더 어려운 일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매일 새로운 일들을 겪으며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성장한다고 위로 해야 하는 것일까? P 376 10월 12일 인간은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으로 태어난 자연적 존재이다. P 379 자연적 인간에게는 본래적인 자유가 있었고, 사회적 인간들은 그 사회의 규약과 제도로부터 천천히 노예화되었다. 그가 사회로부터 벗어나고자 할수록 그는 더욱더 사회의 노예가 되어 가는 현상과 마찬가지다. 그 반대로 스스로 얽어매는 사회속으로 뛰어들어 용해시킬 때, 그는 오히려 사회적 자유를 얻게 된다. 멋진 말이면서도 실천하기는 어려운 아이러니한 말이기도 하다. 누구나 이런 삶을 꿈꾸지만 정말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면 자말적 노예가 아닌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나는 어느 쪽에 속한 인간인가? 생각이 많아지는 문장이다. P 431 12월 3일 한 체제로부터의 도피는 또 다른 체제에게는 회귀가 된다. P 433 삶을 선택하는 데 이념과 체제가 무슨 소용인가. 행복을 구하는 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무슨 의미인가. 삶은 삶 그 자체를 열심히 살아감으로 해서 아름다운 것이다. 결국 삶의 문제는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체제와 이념, 제도와 조직, 법률과 가치관을 탓할 필요 없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나 확신이 없기에 고뇌와 번뇌를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삶을 목표를 정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여 살아간다고 해서 고민이 없을까? 또 반드시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도피와 회귀"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메세지가 무엇일까? 책 읽기를 완성하고도 남는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책이었으며그 어느 때보다 생각을 많이 한 책이 었고 마지막으로 최인 작가님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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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도피와 회귀』는 제목에서부터 소설이라기보다 오히려 철학서나 종교서, 혹은 사회학 책으로 보인다. 작품의 줄거리는 소설적 요건인 '허구'이지만 사용되는 단어가 철학 등 학문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말들로 구성되어 있는 특색을 갖고 있다. 제목, 소제목 등도 대부분 학문적 용어들이다. 우선 제목에 있는 '도피'라는 단어 역시 사회적 사건일 때 뜻하는 '범인이 도피(도망) 중이다'는 예처럼 쓰이지 않고, 일상에서 권태로운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뜻의 현실 도피와 어우러지는 단어다. 또 회귀는 종교서적이나 철학서에서 많이 이용된다. 언어가 철학적 단어나 심리학적 단어로 완벽히 구별되어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뜻의 일상 용어가 소설에서 주로 사용되는 반면 학문적인 용어로 사용될 때는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의미의 용어를 쓴다. 각 단어의 뉘앙스 차이로 생각될 수 있지만, 그것은 학자들이 학문을 할 때 정확한 뜻의 단어를 써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전문용어로 점찍어 사용되기 때문이다. 소설가나 시인들이 도피나 회귀의 단어를 몰라 못 쓰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가진 뉘앙스의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독자는 추정한다. 물론 독자가 관련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추정'일 뿐이니 양해를 먼저 구한다. 이 소설은 15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장 「고독으로부터의 탈출」, 2장 「존재와 비존재」, 3장 「야만적인 너무나 야만적인」, 4장 「이데올로기의 부활」, 5장 「특화된 다수는 항상 부정하다」, 6장 「우연 그리고 필연」, 7장 「진지함의 가벼움, 사소함의 무거움」, 8장 「선택과 판단」, 9장 「모든 사람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10장 「현상과 본질」, 11장 「군중 속의 고독」, 12장 「탄생과 죽음」, 13장 「이것이냐 저것이냐」, 14장 「가는 자와 오는 자」, 15장 「도피와 회귀」이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1장의 제목과 15장의 제목이다. 현실 도피와 일상 회귀를 암시하는 듯한 단어들이다. 이 소설의 또다른 특징은 1월1일부터 12월25일까지 주인공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철학적 탐구이다. 탐구의 주체는 저자이자 독자다. 주인공은 철학 교수이다.
이 소설은 다음과 같은 소제목을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행동은 자유를 지향하는 적극적 의사 표시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1장 1월 1일이 소설의 시작이다. 이 장은 「고독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저자의 설명에는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단초가 나온다. 현실 도피, 자유, 해방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현대인은 전개인적 사회가 안정감을 부여하면서, 자신을 구석하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 그럼에도 거대사회라는 조직 속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은 참다운 의미의 자유는 실현하지 못했다." 이 날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저자는 "사람들은 권태로운 현실과 따분한 일상으로부터 끊임없이 도피를 꿈꾼다. 남자나 여자나 청년이나 노인이나 소년이나 소녀를 가리지 않고. 그는 새해 아침, 무위로부터 자신을 탈출시켜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불을 쓰고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p.10) 주인공의 등장을 알린다. 자유는 일차적으로 심리학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 경제적, 정치적, 생물학적 측면에 걸친 다양한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이 소설은 각 장의 소제목 아래 역사적 사건들을 대여섯 줄의 한 단락 분량의 문장을 첨가했다. 저자가 세운 가설에 대해 역사적 사건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다. 1월 1일엔 소제목 아래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노예 해방에 대한 전개 과정을 별도로 부가했다. 노예 해방이 자유를 지향하는 적극적 의사 표시라고 본 것이다. 물론 선언은 당시 링컨 대통령이 했지만 이는 남북 전쟁의 정점에 달하는 도화선이 됐을 것이다. 다음은 1월 7일로 뛴다. 소제목은 '잠은 이성의 일시적 탈출 상태이다'이다. 역사적 사실이 대한민국 1949년 1월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만 대통령의 중대시책 발표날이다. 대일 배상을 요구하는 데 있어서, 피해 기간을 어느 때부터 산정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내용이다.
이날은 역사 속의 장면에 자본주의 속성을 보여준다. 저자의 의식 속에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전쟁 피해를 배상하기 위해 국민들이 36년 간 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 억압과 수모를 어떻게 돈으로 계산해서 받느냐는저자의 저항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현대 자본주의가 사람 개개인에게 가져다준 현상은 소외감이고 주석처럼 설명한다. 소외의 결과 사람은 수동적으로 변했으며, 더 이상 창조적인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고 첨언한다. 이제 소설이 흐름을 타고 본론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그(주인공)는 어느 날 갑자기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괴리된 고독감을 느꼈다. 그것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독감이고 근원을 알 수 없는 무력감이었다. 그는 자신의 내부에서 솟구치는 무력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하루 종일 책을 읽기도 하고, 밤새워 술을 마시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도록 고민도 해 보았다. 하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무력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학기 종강 이후 줄곧 방 안에 틀어박혀 무위도식하며 지냈다. 일은 물론이고 독서, 산책, 헬스, 섹스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행위를 일체 하지 않고 잠만 잤다. 그런 다음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처럼 방에서 기어 나왔다. 그가 방에서 나와 처음 한 행동은 전화를 거는 거였다. 그의 예상대로 미주는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방에 처박혀서 잠만 잤어." "잠을 두 달이나 다 되도록 잔다는 말이야?" 두 사람의 잠에 대한 대화가 이어지다 '잠'에 대한 철학적 생각을 저자는 다시 전개한다. 잠이란 외계와 아무런 관련이 맺지 않으려고 하는 심리적 거부 상태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잠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그 안으로 도피한다. 지친 나 대신 행복한 나를 만들어, 그 안에서 안식하려는 게 잠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의 잠깐의 대화가 이어진다. "우리 만난 지 오래됐잖아." "그건 그렇지만···" 미주는 섹스를 핑계 삼아 사랑 운운하지 않는 여자였다. 또한 몇 번의 육체 관계로 사람을 구속하지 않았다. 그는 자유분방하게 사는 대학 후배와 몇 년간 밀애를 계속해 왔다. 등장한 미주, 그리고 그(주인공)과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다음날 1월 8일이다. 소제목은 '이드는 모든 리비도의 원천이고 본질이다'. 역사적 사실에 갈릴레이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갈릴레이의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에 대한 설명을 한다. 지동설을 입증했지만 16세기 세상의 중심이었던 가톨릭의 교리를 완전히 벗어난 이단아라고 배척된 역사적 사실이다. 그(갈릴레이)는 1642년 1월 8일 78세의 일기로 영면의 세계로 회귀했다. 여기서 저자는 '회귀' 란 단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미주와의 성관계 장면으로 옮겨 간다. 오럴 섹스와 성교 지속시간에 대해 자세한 표현은 독자가 설명하기 조금은 민망해 두 사람의 성관계에 대한 일은 독자들이 직접 읽어야 더 확실한 느낌이 될 테니 직접 읽기를 서평자인 독자는 권한다. 이후 섹스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만 서평자가 역시 독자들이 직접 읽기를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인공 이름은 '명하'라고 밝혀진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다. "명하 씨, 운동 부족인가 봐." 두 사람은 다시 1월 16일 자에 등장한다. 이날은 '현대인은 자유라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존과 굴종으로 도피했다'는 제법 긴 제목이 나온다. 1979년 1월 16일 팔레비 이란 왕은 시민의 반정부 시위에 굴복하고 38년간의 왕정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내용을 소개한다. 소설은 본격 주인공의 뒤를 따른다. 아내가 등장하고 딸도 있다. "그는 한동안 미주 외에 어떤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 이혼한 전처, 하나뿐인 딸아이조차 만나지 않았다. 그는 미주를 만나면서 섹스 이외에 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즉 쇼핑을 하러 백화점에 간다거나, 오페라를 보러 극장에 가는 식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그는 그 정도로 무력감에 빠진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 자폐적 심리 상태를 그는 병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이 도피와 회귀의 법칙으로 진행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즉 선과 악, 생과 사, 이념과 제도, 문명과 역사까지도 도피와 회귀의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의 삶 속에서도 도피와 회귀의 법칙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증오, 긍정과 부정, 탈출과 복귀 등이 그것이다. 이 도피와 회귀는 세계사 속에서 재현되며 문화와 문명을 견인해 왔다. 과학과 철학 속에서도 도피와 회귀는 원리와 이론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즉 에리히 프롬은 인간이 집단에서 도피해 자유롭게 되었지만, 다시 집단을 그리워해 회귀하고자 하는 의지를 '자유로부터의 도피'라고 피력했다. 『자유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freedom)』(1941)는 에리히 프롬(1900∼1980)이 1941년에 쓴 사회심리학 저서로, 오랜 역사 동안 자유를 얻기 위해 싸워 온 인간들이 근대사회에 와서 자유를 포기하고 도망가려는 경향을 드러내는 현상을 해명하려고 한 책이다. 근대사회에서 인간은 거대한 사회ㆍ정치ㆍ경제라는 톱니바퀴의 한 톱니에 불과한 존재이자 자신들이 이룩한 질서에 짓눌린 존재다라고 주장한다. 프롬은 사회 심리학적 입장에서 나치즘(Nazism)이 부각된 원인을 분석하고, 또한 그의 기반이 된 현대문명의 획일성과 인간소외현상을 비판하면서 자유와 인간의 존재양상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 이제 인간은 이전의 '본능과 자연, 신과 권위로부터의 자유'라는 소극적 의미의 자유에서 보다 독립적이고 자발적인 적극적 의미의 자유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S.프로이트와 K.마르크스의 영향하에서 출발한 프롬은, 파시즘의 선풍에 대중이 말려들어가는 것을 목격한 체험을 통해 ‘근대인에게서의 자유의 의미’를 추구하는 데에 그의 사색활동의 전부를 바쳤다. 현대에 와서 일반화되어 가는 신경증상이나 정신적 불안은 개인적인 정신분석 요법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하였으며, 프랑크푸르트학파에 프로이트 이론을 도입하여 사회경제적 조건과 이데올로기 사이에 그 나름의 사회적 성격이라는 개념을 설정하였다.
이 소설엔 수많은 철학자, 사상가, 이데올로기, 변증법의 논리 등 등장하지만 저자의 소설을 쓰는 데 큰 힘을 준 아놀드 토인비를 뺄 수 없다. 토인비는 문명이 도전과 응전의 연속 과정으로 탄생했으며, 도전과 응전이 인류를 진화시키고 과학과 문화를 발전시켰다고 『역사의 연구』에서 주장했다. 이와 같이 생성과 소멸, 전진과 후퇴, 진보와 퇴보, 건설과 파괴는 도피와 회귀를 바탕으로 역사를 만들고 문명을 꽃피웠다.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전쟁과 이념의 대립, 종교적 갈등, 문명의 충돌 또한 이 법칙 아래서 발생하고 봉합되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사용한 변증법의 논증과, 헤겔이 현상학적 인식론에 적용한 정립(테제)- 반정립(안티테제)- 종합(진테제)도 도피와 회귀의 틀 안에서 구현되었다. 이와 같이 도피와 회귀의 법칙은 학문과 역사, 종교, 이데올로기를 견인하며 인류를 성장시켰다. 저자가 토인비의 이론을 도입, 소설에 적용한 예이다. 이 처럼 소설 『도피와 회귀』는 위와 같은 현상들에 대해 논증을 해 보이면서 줄거리를 끌고 간다. 저자는 또한 한반도가 처한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도피와 회귀의 법칙을 적용해 분석하고 풀어간다. 소설의 주인공은 남북분단과 좌우 이데올로기의 충돌로 인해 파멸의 길을 걷는다. 남과 북 그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주인공은 결국 제3국으로의 도피를 결심한다. 이는 작고한 고(故) 최인훈 작가의 『광장』이란 소설에서도 다뤘다. 그야말로 주인공의 도피는 이념적 도피가 아니라, 삶 그 자체로부터의 도피이다. 남한당국은 주인공이 북으로 망명할 것을 우려해 방해공작을 펼친다. 남한당국의 시선으로 보면 주인공의 망명은 체제에 대한 불복일 뿐이다. 이처럼 도피와 회귀는 주인공의 삶을 날카롭게 재단하며 그 존재를 드러낸다. 저자 최인은 80여 권의 철학서를 본문 곳곳에 인용하는 한편,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제한하고 결정짓는 중요한 개념들을 소설 속에 등장시킨다. 즉 사랑, 행복, 진리, 진실, 희망, 절망, 슬픔, 고독, 죽음, 삶에 대해 하나하나 정의를 내리면서 독자로 하여금 함께 고뇌할 기회를 선물한다. 일단 용어와 이론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이해한 다음 스토리 과정을 살펴보면 독자들은 놀라운 인간 존재에 대한 숙고와 삶의 원리, 어쩌면 삶에의 활력 있는 투지를 선물 받을지도 모른다.
"(그는) 푸른 하늘을 향해 빨아들인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태초에 남자와 여자는 에덴동산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았다. 거기에는 평화가 존재했으며, 생계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선택이 없었고, 판단이 없었으며, 갈등도 없었다. 그와 같은 것이 없는 대신 그들에게는 선악과를 따먹는 행위가 금지되었다. 그들은 용감하게도 신의 명령을 어기고 자연과의 조화상태를 깨뜨렸다. 선과 진리의 명령에 반항하는 것은 강제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그것은 또한 인간 이전의 무의식적인 존재로부터 인간의 수준으로 나오게 되는 행위를 의미한다. 권위의 명령에 대항하는 행위, 즉 죄를 범하는 것은 최초의 인간적인 행위였다. 신화에서 죄악은 그 형식적인 측면으로 볼 때, 신의 명령에 대항해 행위하는 것이다. 반면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죄악은 지혜의 열매를 따먹는 창조적 시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로운 행위인 불복종은 이성의 시작이고 지성의 각성인 셈이다. 이성의 시작과 지성의 각성.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샤워를 하는 화니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 “역시 그곳으로 가는 게 좋겠어.”
『도피와 회귀』는 작가 최인이 2005년 3월에 집필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났다. 그동안 최인은 도피와 회귀를 108번이나 수정했다고 한다. 그 숫자를 정확히 짚어낼 정도로 도피와 회귀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집필 시작 시점은 오래 전이지만 소설이 가리키는 것은 우리의 ‘오늘’이다. 주인공 최명하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우리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떠나고 싶은 욕구’와 ‘다시 돌아가고 싶은 욕구’를 발견하게 된다. 소설 속에 그려진 1년은 거대한 역사의 축적이며, 최명하의 삶은 도피와 회귀의 굴레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같다. 역사는 반복되며, 우리는 우리가 존재하기 전의 과거까지 돌아봐야 한다는 걸 소설은 알려준다. 『도피와 회귀』는 이 시대를 돌아보고, 가름하고, 통섭(統攝)하는 소설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범국민 교양서이자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철학소설이다. 일반인, 대학교수, 정치인, 종교인, 언론인, 예술가, 공무원, 회사원, 노동자, 학생 모두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미래를 전망하고 통찰할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최인(崔仁鎬)
본명은 최인호다. 경기도 여주시 명성황후탄강구리에서 태어났다.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 「비어 있는 방」으로 등단했으며 2002년 『문명, 그 화려한 역설』로 1억 원 고료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2019년 12년간 ‘최인소설교실’을 운영했다. 인천지방경찰청에서 13년 근무했으며 파출소장과 형사반장을 역임하였다. 저서 『안개 속에서 춤을 추다』, 『킬리만자로 카페』, 『뒤로 가는 버스』, 『장미와 칼날』, 『크리스마스 전야』, 『그 바다엔 낙타가 산다』, 『인베이더』, 『그들 그리고』,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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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도피와 회귀_최인_글여울
웹 소설이 넘쳐나지만 가끔은 문학성을 겸비한 철학적인 소설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학술지나 논문처럼 딱딱한 건 딱 질색이다. 적당히 심오하지만 끝에 가선 무릎을 탁 치며 깨달음을 주는 그런 소설이 좋았다. 우정도 있고 사랑도 느낄 수 있으며 내 인생과 비교했을 때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은 드라마 전개가 좋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읽었던 ‘도피와 회귀’는 아주 훌륭한 했다. 물론 일반적인 소설 보다는 심오했으나 살아가면서 누구나 고민했을 법한 이야기다. 논설문에나 쓰이던 단어들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재미있었다. 에로틱 하면서도 진지한 느낌에 다가갈 수 있다.
“블랙, 너는 인간인 나보다 더 자유롭다.”
책의 디자인이 심플하다. 하얀색 배경 가운데에 있는 추상화는 마치 남녀가 껴안은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쪼그려 앉은 모습이다. 다양한 색감은 이 책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 같다. 그리고 덩그러니 쓰여있는 ‘도피와 회귀’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아담과 이브가 원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면서 인간은 불행에 빠졌다. 인간이 신의 명령에 위반하고 반발함으로써 불행의 씨앗이 싹트게 되었다.’
이 문장에서 벌써부터 소설에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짐작이 갔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실존주의 철학을 추구하는 건 늘 반가우면서 읽고 싶은 이야기다. 소설은 독특하게도 일기처럼 날짜 순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갖가지 짧은 고전 문학을 인용한 듯한 짤막한 분량의 글도 있다. 읽다 보면 주인공은 시작부터 갈등 상황을 겪는다. 이혼한 부인은 경제력을 갖고 있는지 아들을 핑계로 아파트를 빼앗는다. 그리고 애인인 화니과 함께 시골에 있는 펜트하우스에 간다. 그 둘은 스승과 제자였지만 실상은 사랑하는 사이였다. 천천히 자신을 찾아가는 이 소설은 도피와 회귀라는 단어를 계속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내용을 알고 나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그게 매력이었다. 단순히 재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읽고 싶게 하는 매력이 있어서 좋았다. 완전히 이해하는 건 어려웠지만 그냥 덮어두는 소설이 아닌 생각하게 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도피와회귀 #최인 #글여울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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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구애는 암컷 몸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원숭이의 이러한 변화는 생리학적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며, 자동적으로 수컷의 성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즉 원숭이 수컷은 암컷의 몸에 이상한 징후가 나타날 때부터 선택적인 구혼형태에 따라서 구애를 시도한다. 이때 발정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생활하는 수컷 원숭이는 모두 참가하게 된다. 왜냐하면 수컷들은 암컷의 상태에 의해 불가항력으로 끌려오기 때문이다.(-28-)
그는 첫 시간에 인간은 무엇이고, 왜 살아가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가지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강의를 하면서 자신이 내뱉은 말을 꼽씹어 보았다. 과연 이 시점에서 인간은 진정으로 무엇이란 말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존재하고 무엇으로 살아가는 것인가.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대처럼 인간의 본질 자체가 문제시된 적은 없었다. 모든 영역에서 비인간화가 극대화되어 가고, 인간존재 자체가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어떤 사람은 비인간화시대가 왔느니,무인화시대가 왔느니, 하며 떠들어 댄다. (-52-)
아내는 흥분한 나머지 입술까지 파르르 떨었다. 화니가 허리에 두 손을 엊은 채 아내를 노려보았다. 한동안 숨을 몰아쉬던 아내가 어쩔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화니가 입을 한차례 실룩해 보이고는 창쪽으로 돌아섰다. 그는 날카로운 감정을 드러내는 화니를 향해 애원조의 눈빛을 보냈다.그의 진지한 태도에도 화니는 솟구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내가 물을 마신 다음 그에게 구원의 눈빛을 던졌다. 그것은 아내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간절한 눈빛이었다. 그는 아내의 진지한 눈빛을 보고 막 내뱉으려던 말을 삼켰다. 그는 그 순간 아내에게 따지고 싶었던 것이다.어째서 당신이 와이프라도 되는 것처럼 시비를 거는 것이냐고, 그는 아내의 나약해진 모습을 보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138-)
"저 임신했어요. 육개월이에요." 화니가 전화를 걸어 제삼자에게 통보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는 화니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참으로 주체하기 어려운 감정의 분화였다. 전처가 딸아이를 가졌다고 했을 때, 그는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203-)
태종은 즉위 다음 해인 1401년 7월 18일 사대문 안에 신문고를 내밀었다.신무고 운여은 관리들의 권력 남용으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을 단적으로 표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소한 일까지 신문고를 두드려 발고함으로써 일정한 제한을 두게 되었다. 즉 자기 자신, 부자지간, 적첩, 양천,에 관한 일 등 사대사건과 자손이 조상을 위하는 일,아내가 남편을 위하는 일, 아우가 형을 위하는 일,노예가 주인을 위하는 일,그밖에 실제에 있어서 이 북은 서울의 관리들에게만 이용이 부여되었으며, 일반상인이나 노비, 지방관인에게는 아무런 효용이 없었다. (-265-)
그는 뜨겁게 달아오른 시선으로 묘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묘애도 붉게 충혈된 눈빛으로 마주 바라보았다. 그는 바지를 내리고 묘애의 머리를 아래쪽으로 찍어 눌렀다. 묘애는 그가 시키는 대로 허벅지 사이에 머리를 박았다. 그는 발기된 페니스를 잡고 묘애의 입 속에 넣었다. 요애가 팽창된 페니스를 입에 문 채 중얼거렸다. "선배를 사랑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 (-333-)
"최명하 선생님입니까?"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 "저는 요시다 후미꼬라는 재일교포 삼셉니다." "요시다 후미꼬?" 그는 수화기를 귀에 댅채 흐릿하게 맴도는 기억을 더듬었다.그는 분명히 요시다 후미꼬라는 재일교포를 만난 기억이 없었다. 또한 그런 이름을 가진 일본인을 아는 바도 업섰다. 그런데 느닷없이 재이교포3세라는 여자가 전화를 걸어왓던 것이다. (-380-)
그는 혀를 빼물고 죽은 강아지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인간이 소외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파괴성을 지향하는 수가 있다. 다시 말해 복종이나 지배와 같은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와 연결된 인간적 위치의 한 측면이 수동적인 피조물의 위치를 초월하고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인가의 모습이다. 이와 같이 능동적인 의미의 창조에 의해, 자기 자신의 삶을 초월하지 못할 경우 인간은 파괴성에 의해서 삶을 초월하려고 발버둥치다. (-435-)
인간은 도피와 회귀의 존재접칙을 산업자본주의에로 지향함으로써 거역하고 말았다. (-442-)
소설가 최인의 『도피와 회귀』는 인간을 동물에 빚대어서, 인간의 본연의 특성과 본성을 탐구하였으며, 내면 속 도피와 회귀 학습을 소설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즉 동물에게 어떤 강한 자극을 주면, 처음엔 도피하려는 성향이 보이게 되는데, 점차 적응하게 됨으로서, 고향이나, 기존에 머물렀던 그 장소로 회귀하려는 성향도 학습하게 된다. 그건 어떤 자극이 일어나기 전에 일어날거라고 예측하는 순간 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되며,학습한 것을 그대로 실습하려고 한다. 인간의 존재를 학습하게 되고, 여성의 몸을 탐하면서,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우 , 우리의 모습과 자화상의 변화와 인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작가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 최명하와 최명하와 이혼한 전처, 그리고 명화와 화니는 사랑을 나누고 임신하는 과정까지 디테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일탈에 대해서, 철학을 전공한 명화가 보여준 지적인 궤변, 소설은 두개의 시간을 교차시키면서, 전체 구서은 기승전결 식의 시간적 구성에 따른다.
소설은 여러가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며, 화니가 명하의 전처를 보면서, 스스로 매력을 명하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질과 페니스의 합곡점에서 사랑이 만들어졌으며, 명화는 자신의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도피하려는 최명하는 회귀하려는 본성도 있다. 영하 앞에 놓여진 절망은 영하의 인생의 윤할유이자 촉매제이며, 삶의 변화를 화니를 통해서, 야기하게 된다.즉 소설에서 작가는 명하를 통해 투영하고자 하는 철학적 메시지, 당돌한 모습의 명화와 애인 관계였던 화니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화니의 당돌하고, 당찬 행동에 의해 최명하의 행동을 하나 하나 본다면, 몸과 마음, 앞과 뒤가 일치하는 동물의 본성과 앞과 뒤가 다른 인간의 본성을 겹쳐 보이게 된다. 인간이 직립보행 하기 전 , 네 발로 걸었던 원시 생명에서 ,도구를 사용하고, 불으 사용하는 과정,세상을 이해하고, 철학적으로 사유하면서 ,삶은 달라지고, 일그러진 그 모습들은 지식인 최명하와 화니의 왜곡된 생활에서 고스란히 답습하고자 한다. 두꺼운 소설 속에서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비추고 있으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동물과 인간의 경계는 무엇인지 존재라는 개념에 대한 철학적인 조건을 하나하나 공론화해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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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각을 통해 바라 본 분단 국가의 현실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단편소설 <비어 있는 방>로 등단한 최인 작가의 장편소설 《도피와 회귀》는 일기 형식으로 새해인 1월 1일부터 시작해 12월 25일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이 다른 소설과 다른 점은 해당 날짜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과 철학적 개념을 인용하여 ‘도피와 회귀’라는 것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었는지 도입부마다 설명하고 있다. ♣ 인간이 최고조로 행복을 느낄 때 오히려 불행의 감정은 다가온다. 즉 행복과 기쁨은 동시에 불행과 불안을 잉태하고 접근한다. 그런 이유로 인간은 최고로 행복할 때 오히려 위기감을 느낀다. 이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안정감에 대한 심리적 반작용이 라고 할 수 있다. <56쪽> ♣ 토인비가 주장한 대로 문명이나 인간이 도전을 받는다고 다 응전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이집트 문명과 수메르 문명의 경우, 아프라시아 지방에 기후 변화가 일어나 열대였던 곳이 온대로 변해 버렸다. 이 기후의 변화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원시인에게는 일생일대의 도전이었다. 그 결과 그들은 중앙아프리카 원시인과 같은 야만생활을 계속해 나갈 수 없었다. 그들은 삶의 장소를 옮기든가 생활양식을 바꾸든가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물론 그 어느 것도 행위하지 않은 자들은 멸망해 버리고 말았다. <88쪽> ♣ 절망과 불안은 인간 삶의 윤활유라 아니할 수 없다. 바로 그것이다. 절망을 끌어안고 절망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만이 절망으로부터 벗어나고 절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그는 흰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을 바라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293쪽> 또한, 《도피와 회귀》는 2005년 3월에 집필을 시작해 총 108번의 수정을 거쳐 16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으며, 이야기 중간 중간 80여 권에 달하는 철학서를 곳곳에 인용하며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고 있어, 가볍게 보기 보다는 조금 더 의미를 되새기며 곱씹도록 만든다. 39세의 철학과 교수인 명하는 15살의 중학생인 딸이 있지만, 아내와의 성격 차이로 인해 이혼 후 27세의 대학원생이자 제자인 화니와 동거를 하며 시골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7개월 전 동료교수들과 중국 동북지방 여행 당시 만취해 자신도 모르게 두만강을 건너 빈집에서 잠이 든 사건이 있었다. 취해서 그만 월경을 하게 되고, 거기서 자신의 첫사랑이자 현재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대남분석팀 간부로 있는 경희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경희와 만났다는 것과 편지를 건네 받았다는 사실을 일체 비밀로 해줄 것을 약속하게 되면서 시골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어느 날 정부기관의 사람들이 찾아와 북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묻기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이 조금씩 순탄치 않게 된다. 명하가 정부기관에 협조하지 않게 되면서 처음에는 자신의 강의가 폐강이 되고, 자신과 함께 하던 화니가 전 부인이 찾아온 후 집을 나오게 되고, 돈이 없어 대출을 알아보지만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은행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등 점점 경제적, 심리적으로 힘들어지게 된다. ♣ 그와 같은 일은 아무도 모르게 일어났으며,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다가 아무도 모르게 매듭지어졌다. 물론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관계기관에 출두해 전후사정을 자세히 진술했다. 그 정도로 그의 행적은 명백할 뿐 아니라. 더 이상 의문을 남길 여지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수사관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그 일을 다시 들춰내고 있었다. <44쪽> ♣ 며칠 전 총무과장으로부터 종강 통보를 받았다. 정부기관의 노골적인 압력으로 강의시간이 사라져 버렸다. 북한 국가안전 보위부 직원을 만났다는 이유로 내사받는 중이다, 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85쪽> ♣ 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것은 캄캄해지는 게 아니라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그는 뚜렷한 직업도 없고 일정한 직장도 없는 사회적 패배자였다. 상담원의 말대로 그는 사업장도 없고, 적을 둔 곳도 없는 무능한 인간이었다. <263쪽> 주인공은 힘든 상황을 어떻게든 견디어 내려고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 보다 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아지면서 고립되고 절망에 빠지게 된다. 한 순간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삶 속에서 모든 것들을 원상복귀 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에 명하는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게 된다. 《도피와 회귀》라는 책의 제목처럼 명하는 파탄 나버린 자신의 삶에서 도망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과연 여기서 의미하는 회귀가 어떤 의미일지는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기 바란다. 철학적 시각이 뚜렷한 이야기로 인해 자칫 어렵고 난해하게 보일 수 도 있지만, 명하의 삶 속에서 발생되는 사건 사고로 때문에 오히려 더욱 명확하게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마치 그러한 사건들이 철학적 메시지를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다소 이색적인 책 구성이지만, 직접 읽어 본다면 신선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도피와회귀 #장편소설 #최인 #한국소설 #추천소설 #철학소설 #글여울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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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동료교수들과 중국 동북지방을 여행하던 중 술에 취해 중국 접경을 넘어 북한지역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비어있는 민가에서 잠을 자다가 국경경비대원에게 연행되어 조사를 받게 된다. 그 우연이 정말 실수였는지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일어난 것인지를 알아보기위해 남한 정보기관에서 그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그의 삶이 복잡해진다. 정말 그가 그 날 거기 있었던 건 우연이었을까?
주인공은 어디서도 완벽한 유토피아를 찾지 못해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그는 남북분단과 좌우 이데올로기의 충돌로 파멸의 길을 걷는다고 나와있는데, 정말 그렇다.
그는 자유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도피하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에 가로막혀 어느 하나도 쉽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 거부하는 반항적 심리도 있고,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불안한 마음이 항상 도사린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전부인과 여자친구 그리고 중간 사이 어디쯤에 있는 자신에 대한 답답함도 계속 느낀다.
나이가 들어도 어려운 것은 계속 어렵다. 어떤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인지, 슬픔과 절망이 찾아올 때마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는 것이 맞는지, 희망은 그 말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인지, 사랑하는 이들과 모두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완벽한 타이밍은 도대체 언제인지 수 많은 인생의 고민을 거듭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주인공은 모든 주변을 정리하고 제 3국으로 떠나려한다. 그에게 낙원이 찾아왔을까. 충격적이지만 현실적인 결말이었다. 평생의 유토피아를 찾아 헤매는 비슷한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남긴다. 나 자신의 선택이 항상 옳으리란 보장이 없고 삶 또한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리란 보장이 없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맴돈다. 나의 인생은 어떤지 돌아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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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페이지가 많고 글씨가 작은 소설을 접하게 되었는데 사실 단순한 소설을 읽은 느낌이 아니여서 그런지 굉장히 생각이 많고 머리가 복잡하네요. 정말 말 그대로 철학과 관련된 글을 읽은 느낌도 강하게 나고 말이죠.
사실 책은 전체적으로 보자면 제목에 잘 부합되는 스토리를 담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볼 거리들을 너무나도 많이 던져준 느낌이여서 편안하게 아무 생각 안하고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이념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제가 벌써 한참 전에 많이 접했던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한 부분이라든지 인간의 존재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설이면서도 책 곳곳에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책의 시작부분마다 날짜와 함께 핵심적인 이야기들을 먼제 제시하고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지식적인 측면에서도 나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책의 내용 중 ‘21세기는 비인간화가 극대화되어 가는 시대’라는 글이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철학의 중요성이 나름 그대로 많이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책에서는 철학을 고리타분한 학문으로 여기고 귀 기울이지 않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요.
인간이란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 자명해보였습니다. 인간은 인간을 신뢰하고 사랑해야지만 좀 더 나은 인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 희망처럼 들리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어렵다는 생각도 동시에 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인간이 인간을 파멸로 이끌기도 하고 문제 역시 인간에게 있다는 점에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책의 주인공을 철학 교수로 설정했기에 들을 수 있었던 철학적인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은 책이였고 소설이긴 하지만 철학을 다룬 교양서를 읽는 것 같은 기분으로 인간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