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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완성시키는 가족이라는 완전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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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평범한 사건들이 빚어낸 기적이고 역사다.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삶의 순간 순간들이 누적되어 이루어진 인생은 누구에게나 값지고 귀한 것이다. 그런 순간 순간들이 모여서 시간과 역사를 이루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개별적 세계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지나온 삶의 경험과 기억들은 현재의 우리를 구성한다. 즐거웠던 추억과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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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평범한 사건들이 빚어낸 기적이고 역사다.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삶의 순간 순간들이 누적되어 이루어진 인생은 누구에게나 값지고 귀한 것이다. 그런 순간 순간들이 모여서 시간과 역사를 이루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개별적 세계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지나온 삶의 경험과 기억들은 현재의 우리를 구성한다. 즐거웠던 추억과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아픔들,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시절과 떠올리는 것조차 두렵고 고통스러운 시절들을 거쳐 오늘의 우리가 있다.

 

“자신이 똑바로 설 작은 공간을 만드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된다.“ (p. 105)

 

인생이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위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이를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지나온 삶의 이력을 살면서 거쳐 온 집을 빼놓고 얘기할 수 있을까? 우리가 꿈꾸는 삶에서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은 집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와 같은 노래 가사처럼 저마다 그리는 이상향에는 저마다의 취향과 가치관이 투영된 ‘집‘이 있다. 우리가 집에 가진 고집들은 단순한 취미나 기호에 머물지 않는다. 개인의 가치관과 숨겨진 욕구가 드러난다. 또한, 그것은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 과거에 뿌리내리고 있다. 과거의 지나온 삶이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는 것이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곁에 있어야 아버지죠. 궂은 날도 좋은 날도." (p. 124)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우리의 지나온 삶을 대변하는 건 집이라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그 공간을 매개로 기억 한켠에 놓여 있는 시절(시절)들일 것이다. 현재까지 삶에서 우리가 경험했던 행복했던 기억, 아픈 추억, 낯설고도 친밀한 기억들은 대부분 집이라는 공간과 얽혀있다. 다정한 존재와 함께 한 행복했던 기억, 불현 듯 찾아온 믿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들도 지나고 나면 삶의 한 시절이 된다. 한 시절을 구성하는 건 궂은 날도 좋은날도 변함없이 내 곁에서 기쁨을 나누고 고통을 인내하며 그 순간을 온전히 함께 하였던 삶의 동반자들 즉, 가족이라는 존재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들 또는 딸로 세상에 태어난다. 또 가족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고 마침내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 가정은 정형화할 수 없는 것이기에 형태와 구성은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가정은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이룬다. 살아가다보면 일이란 생기게 마련이고 각각의 가족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로서 그러한 경험을 함께 하며 더 단단해진다.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야말로 가족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가족의 형태가 어떠하든 간에 말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서로 기대어, 또 종종 두 배로 기뻐하며 삶의 굴곡을 함께 헤쳐간다. 가족은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지는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구성원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플라멩코를 추는 남자>를 읽으며 나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의 개념을 사라지고, 원자화된 개인이 새로운 형태의 분자 가족을 형성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반평생을 굴착기 기사로 살아온 67세의 남훈씨는 은퇴를 결심한 뒤 그동안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뒷전에 미뤄두었던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과제들을 실행한다. 이는 과거를 반추하며 더 나은 노년의 삶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남훈씨만의 버킷 리스트다. 리스트에는 ‘청결하고 근사한 노인 되기’ 같은 소박한 것부터 ‘스페인어 학습‘, ‘플라멩코 배우기’처럼 긴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과제도 있다. 어느덧 60대 후반의 노인이 되어 버린 남훈씨에게 흐릿한 기억력으로 낯선 외국어를 학습하고, 좋지 못한 무릎과 체력으로 플라멩코를 배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제들 중에서도 남훈씨에게 남겨진 가장 어려운 과제는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자신의 또 다른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고 진짜 가족을 되찾는 것이었다.

 

"부끄럽지 않으려고요." 청년이 말했다. "부끄럽지 않고 싶어서 그러신 것 같아요. 뭐에든, 누구에게든."

갑자기 몸이 굳어 남훈 씨는 돌처럼 서 있었다. 무슨 일을 하려다 말고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솟으려는 걸 남훈 씨는 꾹 참았다. (p. 86)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남훈씨는 과거 자신의 삶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었다는 걸 확인시켜주고, 또 앞으로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다양한 이들을 만난다. 남훈씨의 굴착기를 빌려간 과거의 자신과 닮은 늙다리 청년은 남훈씨가 아버지로서 딸에게 빚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스페인어 강사 카를로스는 그 빚을 청구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 또한 청구하더라도 그 시기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온전히 딸에게 달려 있음을 인지시켜주었다. 마지막으로 플라멩코를 가르쳐 준 선생은 남훈씨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을 지탱할 든든한 체력을 갖게 해주었다.

 

“플라멩코를 출 때 말이죠. 가장 중요한 건 사랑입니다. 그건 이성 간의 사랑만 뜻하는게 아녜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거죠.“ (p. 254)

 

플라멩코는 혼자서는 절대 출 수 없는 춤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선율에 맞추어 추는 춤은 아름다운 장면만 담기지 않는다. 때론 춤을 추는 과정에서 상대의 발을 밟기도 하고, 때로는 박자를 놓쳐서 상대가 손을 떨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마치 혼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고,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인간의 삶과 같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형태의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과 삶의 온도를 맞춰가는 것이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 온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인내와 노력을 동반하는 상대적 성숙의 시간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플라멩코를 추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대목을 읽으며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춤>의 가사가 떠올랐다.

 

"우린 긴 춤을 추고 있어. 자꾸 내가 발을 밟아. 고운 너의 그 두 발이 멍이 들잖아. 난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해. 이 춤을 멈추고 싶지 않아. 그럴수록 맘이 바빠. 급한 나의 발걸음은 자꾸 박자를 놓치는 걸. 자꾸만 떨리는 너의 두 손."

 

소설을 읽으며 서로에게 또, 상대방의 삶에 가닿기 위한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한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한 첫번째 단계는 그의 행적과 삶의 궤적을 따라서 걸어보는 것일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삶의 단면들과 불편한 진실들을 만나게 된다. 이는 상대방을 이해해가는 과정인 동시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진실한 삶에 눈을 뜨는 과정이기도 하다. 상대의 마음에 가닿기 위한 방법은 상대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기반 위에서 간결하게 진심을 다해 건네는 한 마디 말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마치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회피하며 에둘러 살아온 남훈씨가 더 이상 변명으로 가득찬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주어 - 목적어 - 동사‘ 로 구성되는 한국어 어순 대신 '주어 - 동사 - 목적어'로 이루어지는 스페인어 어순으로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그동안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 오늘에야 너를 찾았네. 미안하다.' 이라고 에둘러 말하는 대신 '내가 미안하다. 오늘에야 너를 찾아서.' 라고 마음을 담아 건네는 남훈씨의 진심은 딸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은 통하게 되고, 딸도 아빠의 삶과 아빠의 언어를 이해하려 시도하게 된다.

 

“배우기 시작했어. 아빠의 언어“ (p. 267)

 

남훈 씨는 여정의 끝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후 그의 삶에 대한 태도는 가족이 살아온 삶과 가치관에 따라 변하게 되고, 가족 구성원들도 남훈씨에게 영향을 받게 된다. 가족의 소중함, 관계의 각별함을 일깨워주는 남훈씨의 놀라운 여정은 우리가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 동안 얼마나 더 사랑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에게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세상의 흐름에 떠밀리지 말고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비록 속도를 조금이라도 올리는 순간 차체가 덜덜 떨리고, 때론 브레이크도 말을 잘 듣지 않는 오래된 굴착기라 할지라도 그 방향만 정확하다면 말이다.

 

<플라멩코를 추는 남자>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소설이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때로는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되어 삶을 구속하고, 절망에 빠지게 만들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힘든 현실의 일렁임을 극복할 때 한층 더 성숙한 삶, 사랑이 충만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걸 우리는 남훈씨의 여정을 지켜보며 깨닫는다. 굴곡진 삶을 견뎌내야 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묵묵히 지켜봐 주고 지지해 줄 가족의 따뜻한 관심과 조언 아닐까? 세월의 일렁임을 힘겹게 견뎌내야 할 때 내가 살아 있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묵묵히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즉, 가족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이것 이상의 응원이 있을까? 각자가 가진 삶의 조각들이 가족의 사랑 안에서 하나의 완전한 조각으로 완성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행복 아닐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존재가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한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동반자와 나누는 몇 마디 대화로 울적함이나 불안은 어느 순간 털어버릴 수 있고, 사랑스런 아이의 미소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부정적 감정을 떨쳐낼 수 있다. 집 안 어디엔가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니, 꼭 집 안에 있을 필요도 없고, 누군가 집으로 항상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큰 위안을 얻는다.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는 존재하는 것일까? 이상적인 가족상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가족의 형태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듯이 이상적인 가족은 획일화된 답지가 아닌 개개인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다른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우리 각각은 불완전한 존재들이고, 우리 각각이 이루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도 완전하지 않지만 가족과 함께 만들어 가는 우리의 삶은 우리를 "좋은 사람"으로 "더 나아진 삶"으로 이끈다.

 


 

 

#플라멩코추는남자, #허태연, #혼불문학상, #다산책방

r******2 2021.11.14. 신고 공감 20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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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리뷰가 없지??
"왜 리뷰가 없지??" 내용보기
이 책 완전 재미있는데 왜 리뷰가 없지?난 구매 한 책에 대해서만 리뷰를 쓰는데 내가 읽은 혼불 문학상 중에서, 가장 재미가 있었다 누구나 쉽게, 어떤 연령층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구매해서 보아도 좋을 책이다 추천한다 아버지에 대해서 딸에 대해서 도전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스페인과 플라멩코는 배우고 싶긴 하지만, 내 삶의 우선순위는 아니니 일단, 새우 빠에야나 김치 빠에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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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과 플라멩코는 배우고 싶긴 하지만, 내 삶의 우선순위는 아니니 일단, 새우 빠에야나 김치 빠에야나 만들어 먹을까 싶다 ㅎㅎ
(읽어보시면 알게 된다)
j****k 2022.01.2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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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버킷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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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삶의 형태를 원하지만 그쪽으로 발을 내딛는 일은 어렵다. 섣불리 내밀었다가 깊은 수렁에 빠질까 두렵기도 하고 현재까지 살아온 게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발목을 붙잡기 때문이다. 사소한 취미를 새로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렇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는 이처럼 크다. 하지만 정작 시작을 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안다.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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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삶의 형태를 원하지만 그쪽으로 발을 내딛는 일은 어렵다. 섣불리 내밀었다가 깊은 수렁에 빠질까 두렵기도 하고 현재까지 살아온 게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발목을 붙잡기 때문이다. 사소한 취미를 새로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렇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는 이처럼 크다. 하지만 정작 시작을 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안다.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운전이든, 언어든, 동호회 가입이든 결국엔 깊이 내재된 두려움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의 『플라멩코 추는 남자』의 주인공 67세 남훈 씨도 다르지 않았다. 소설은 현직에서 물러나 자신만의 위한 삶을 살기로 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평생 한 몸처럼 지냈던 중고 굴착기를 파는 일도 주저했고 후회와 실수뿐인 지난 삶에 대해 딸 선아와 아내에게 말하지 못했다. 그래도 혼자만의 기록으로 남긴 버킷 리스트를 실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의 버킷 리스트는 대단한 게 아니었으니까. 아내나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화내지 않기, 백화점에서 명품 정장 사기, 체력 키우기, 외국어를 배우고 해외여행하기 정도였다. 은퇴 후 여유 자금도 괜찮았으니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할 수 있었다.

 

비밀스러운 버킷 리스트는 혼자만의 기쁨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의논할 이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어떤 외국어를 배워서 여행을 떠날까. 남훈 씨가 선택한 나라는 스페인, 그러니 당연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스페인의 광장에서 추는 플라멩코에 빠진 것이다. 스페인어 강사의 말이 이상하게 그를 들뜨게 했고 이상한 확신도 안겨주었다. 진짜 달라진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말이다.

 

“어떤 언어형식을 배운다는 건 새로운 관계를 준비하는 것과 같지요. 이 언어는 미래의 언어입니다. 멋진 기회와 새로운 만남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기억하세요. 새로운 언어형식이 새로운 관계를 만듭니다.” (56쪽)

 

몸도 마음도 따라주지 않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다. 연습처럼 확실한 보답을 주는 것도 없었다. 언어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춤이 문제였다. 아무리 연습해도 원하는 만큼 실력이 늘지 않았다. 해외여행도 중요했지만 그에겐 남은 중요한 버킷 리스트가 있었다.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보연을 만나는 것으로 남훈 씨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보연을 만나는 일 역시 스페인어를 배우고 플라멩코를 추는 일처럼 그에게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다. 남은 삶에 보연이라는 가족이 들어오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전과는 다른 삶, 더 이상 후회로 남겨두고 싶지 않은 삶.

 

 


 

낯선 언어를 배우고 낯선 리듬을 타며 몸을 움직이는 일은 그것들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맞추어가는 것으로 보연을 향한 마음도 그러했다. 보연을 아이가 아닌 한 사람의 어른으로 대하면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가 있기 마련이지만 때를 놓쳤다고 포기하고 단념한다면 삶은 어떻게 될까. 67세 남훈 씨는 지금 보다 늦은 때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이는 아버지를 떠올릴 것이고 어떤 이는 가족을 생각할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단순하게 ‘플라멩코 추는 남자’만 보고 춤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분명 소설 안에는 그 모든 것이 있다. 쓸쓸하고 작아진 모습의 아버지, 사느라 바빠 돌보지 못한 가족의 마음, 그리고 나만의 시간.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소설은 그것들과의 관계, 사랑에 대해 말한다. 정열적인 플라멩코에 담긴 사랑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라고.

 

굴착기의 기본 작업은 땅을 파고 메우는 것. 그것은 불도저처럼 한 번에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다. 바닥을 다기지만 하는 롤러처럼 작업자를 지루하게 하지도 않는다. 보드라운 땅에서 쓰레기나 암석을 골라내고, 수도관 따위를 교체하느라 파헤친 땅을 되메우는,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일이다. 그가 버킷으로 땅을 덮고 다지면, 그 뒤에 도로가 깔리고 집이 생기고 아름다운 공원이 들어섰다. (258~259쪽)

 

지금의 시간을 보내는 일은 땅을 파고 메우는 단순하고 지리멸렬한 반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버킷 리스트처럼 나중에 분명 단단하고 아름다운 무언가가 자리할 거라는 걸 믿는다. 남현 씨와 소설 속 인물들이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면서 소중한 이들과 단단한 끈으로 연결된 사랑처럼.

 

그러므로 67세 남훈 씨의 버킷 리스트는 우리의 그것이 된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보통의 삶, 그 안에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우리들의 이야기. 편안하고 따뜻하고 까칠한 유머를 지닌 우리네 모습을 발견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삶은 지속되고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고. 하루하루 코로나19시대를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허태연의 소설이 밝고 환한 감동을 안겨주는 이유다.

 

#플라멩코추는남자 #혼불문학상 #다산책방 #허태연 

r*********s 2021.11.13.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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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연 작가님의 [대여] 플라멩코 추는 남자 책에 대한 감상 리뷰입니다. 흥미로운 주제를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너무 잘 풀어내고 흥미진진하게 끝까지 긴장감을 주는 좋은 책입니다. 이런 주제를 좋아해서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정말 작가님 최고라고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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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7 2025.05.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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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연 작가님의 [대여] 플라멩코 추는 남자 책에 대한 감상 리뷰입니다. 제목만 보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까 많이 고민 했었는데 막상 읽어보니까 지루하지 않고 술술 잘 읽히고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소재도 좋고 너무 재밌습니다. 이런 소재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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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 2025.05.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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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2025.05.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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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 2025.05.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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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 출판사에서 출간한, 허태연 작가의 플라멩코 추는 남자 리뷰시작합니다. 이벤트 덕에 좋은 금액에 대여할 수 있어서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페이백 대상도서여서 산거라 크게 기대는 안 했는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재밌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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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 출판사에서 출간한, 허태연 작가의 플라멩코 추는 남자 리뷰시작합니다. 이벤트 덕에 좋은 금액에 대여할 수 있어서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페이백 대상도서여서 산거라 크게 기대는 안 했는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재밌었어요ㅎㅎ
o*******6 2025.05.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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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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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 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주가 다니던 직장을 정리한 노년의 얘기를 담고있는데 그동안 혼자만의 버킷리스트로 간직했던 미뤄놓은 작고 평범한 일들을 이뤄나가면서 느껴지는 그런 부분들을 소설로 써놓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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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 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주가 다니던 직장을 정리한 노년의 얘기를 담고있는데 그동안 혼자만의 버킷리스트로 간직했던 미뤄놓은 작고 평범한 일들을 이뤄나가면서 느껴지는 그런 부분들을 소설로 써놓은 작품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w***h 2024.06.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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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오랜시간 다닌 회사를 퇴직 후 자신만의 버킷리스트같은 것을 작성해서 소소하지만 비밀스럽게 리스트를 이뤄가는 얘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여느 보통 사람의 얘기라서 연령과 상관없이 누가 읽어도 생각해볼만한 지점이 있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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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오랜시간 다닌 회사를 퇴직 후 자신만의 버킷리스트같은 것을 작성해서 소소하지만 비밀스럽게 리스트를 이뤄가는 얘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여느 보통 사람의 얘기라서 연령과 상관없이 누가 읽어도 생각해볼만한 지점이 있어 좋았어요.
YES마니아 : 로얄 c*******e 2024.06.3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