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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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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주제로 한 책은 무조건(?) 도서관 희망도서 1순위다.^^  올해는 유난히 처음 알게된 여성 화가들이 많았던 탓에, 표지와 제목만 보고 냉큼 희망도서로 신청해두었다. 알게 되는 기쁨이 분명 있을것란 확신도 있었고. 그런데, 생각 보다 훨씬 더 신기한 일이 하나도 아닌 두 가지가 내 앞에 선물처럼 등장해서 신기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을 보는 순간 내가 알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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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주제로 한 책은 무조건(?) 도서관 희망도서 1순위다.^^  올해는 유난히 처음 알게된 여성 화가들이 많았던 탓에, 표지와 제목만 보고 냉큼 희망도서로 신청해두었다. 알게 되는 기쁨이 분명 있을것란 확신도 있었고. 그런데, 생각 보다 훨씬 더 신기한 일이 하나도 아닌 두 가지가 내 앞에 선물처럼 등장해서 신기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을 보는 순간 내가 알고 있었던 그림은,오스카 슐레머의 그림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며..두 그림의 차이를 생각하고 있던 순간 <완전한 이름>에서 바우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거다. 로이의 그림에서 여인들이 사진과 같은 느낌이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슐레머의 그림은 바우하우스에 관한 풍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여성들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다고..그러나 빛좋은 개살구였던 거다, 작가는 그렇게 역사속에서 사라졌던 프리들 디커브란다이스의 짧은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나역시 처음 들어본 이름이다. 그런데 그녀에 대한 이야기보다 개인적으로 바우하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았다.아마도 슐레머의 그림을 보면서도 깊이 들여다 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성일수도 있겠고."바우하우스의 이상이 미완에 그친 것은 전쟁 때문이다.좀더 안정된 상태였다면 분명 달랐을 것이다.그러나 '말로만 이상' '말로만 평등'을 앞세우며 세상의 편견을 그대로 답습한 한계 탓도 있지 않을까(...)첫해 남녀평등을 부르짖었지만 실제로는 여학생의 등록금이 더 비쌌다.그리고 직조공에 머물렀다"/26쪽

이름은 낯선데..풍월당에서 출간되는 예술서는 믿음이 가는 지라 급 일고 싶은 마음이..그런데 가격은 또 호락호락하지가 않아...이런 책을 출간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 냉큼 주문해야 하는데..망설여지는 건 또 어쩔수 없더라는...그런데  <완전한 이름>에서 힐마 아프 클린트의 이름을 보고 말았다.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랠수 있을 것 같아 읽던 중..그녀에 관한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사실도 알았다..영화의 제목은 '미래를 위한 그림' 언제가 기회가 찾아와 볼 수 있게 되기를...칸딘스키 보다도,몬드리안 보다도 먼저 추상을 시작한 최초의 화가라는 말이 호기심을 자극한 건 맞다.그런데 짧은 분량임에도 그녀에 관한 이야기와 구글링을 통해 찾아본 그림들은, 내게 최초라는 수식어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고 싶을 뿐이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고.이미 잭슨폴락, 로스코의 그림에서 조차 낯설지 않다 보니,그녀의 그림들은 추상이라기보다 sf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책에는 소개되지 않은 '원초적 혼돈' 같은 그림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폴락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건 머리가 아주 복잡했던 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처럼, 힐마 아프 클린트의 '원초적 혼란'을 보고 있노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담고 싶었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되었다. 머리가 복잡한 마음을 그림 한 점으로 명쾌하게...설명을 해 주었니 말이다. 그러나 언제나 앞서가는 화가일수록, 여성이면 더더욱,살아온 시대로부터 온전하 평가를 받기도 어렵고, 고행이 수반되는 지라..그녀역시 살아서는 그림에 대한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201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회고전이 열리게 되었는데,'먼저 온 미래'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영화 제목을 '미래를 위한 그림'으로 정해진 이유를 알겠다. 여전히 역사 속에 뭍혀 있는 화가들도 분명 있을게다. 23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름이 알려진 유딧 레이스터르 와 같은 여성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가격이 호락하지 않다며 망설였던 힐마..의 평전부터 구입해야 겠다. 온전히 이해하며 읽을 자신은 없겠지만..그녀의 이름이 세상으로 나오기까지도 힘겨웠고..누군가 계속 사라지고 잊혀진 이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w*******i 2021.11.25.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지워진 이름이 아닌 '완전한 이름'의 여성 예술가 - 권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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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렸을 적... 무엇을 잘 했더라?... 얇은 나무 끝에 붙은 황을 마찰시키면 불이 붙는 성냥이 있었다. 그것을 정교하게 쌓아 올려 여러가지 문양을 만들어내고 색을 입혀 정사각의 모자이크를 만들어 나름 미술활동이라고 놀았던 시절이 있다. 혼자있는 시간에 성냥 한 박스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시간가는줄 몰랐는데, 그때문에 부모님께 엄청 매를 맞았던 기억도 있다. 공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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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렸을 적... 무엇을 잘 했더라?...

얇은 나무 끝에 붙은 황을 마찰시키면 불이 붙는 성냥이 있었다. 그것을 정교하게 쌓아 올려 여러가지 문양을 만들어내고 색을 입혀 정사각의 모자이크를 만들어 나름 미술활동이라고 놀았던 시절이 있다. 혼자있는 시간에 성냥 한 박스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시간가는줄 몰랐는데, 그때문에 부모님께 엄청 매를 맞았던 기억도 있다. 공부나 하지 쓸데없이 살림살이를 낭비하고 못쓰게 만든다고 말이다. 그때는 종이인형도 사주지 않으면서 그깟 성냥 한 박스때문에 혼이 났다는 것에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가난탓에 무엇하나 허투로 낭비를 할 수 없었기때문이었다. 그건 그렇다쳐도 늦둥이 남동생의 학업도 걱정해야 했던 내 삶은 매일이 전쟁과도 같았는데, 일찌감치 취업해서 살림에 보탬이 되야 했던 나는 나중에 남편 잘 만나 살림이나 하며 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

 

<완전한 이름>과 함께 기름종이에 새겨진 글귀는 여전히 불투명한 여성의 자리를 보여주는 것 같아 뭉클한 감정이 앞섰다. 저자가 말했듯이 여성 미술가에겐 거장이나 철학자란 호칭보다 살림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취미삼아 그림을 그린다는 말에 여성은 지금도 세상과 대면하여 편견과 싸우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럼 책 속의 여성 화가의 작품 속에 그녀들의 삶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만나보도록 한다.

 

 

<완전한 이름>은 길을 떠나다, 거울 앞에서, 되찾은 이름들...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열 네명의 여성 예술가의 삶을 보여준다. 그녀들의 삶이 순탄치 않았음을 예상했지만 현실은 더욱 가혹하기만 했다. 자신의 위치에서 매일의 삶을 살아낸 그녀들은 편견이란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이 하고자했던 이상과 꿈을 좇았고 지금에야 누군가의 기록을 통해 이름이 새겨졌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누구나 입학 가능했던 바우하우스, 당시 남성보다 더 많은 여성이 입학하면서 인원을 제한하는 할당제를 도입해 정상적 교육보다 직조공법을 가르치는 차별을 두기도 했다. 후에 유대인 탄압이라는 절망의 시대를 보낸 프리들 디커브란다이스는 수용소에 수감되면서도 아이들의 그림을 만들고 지켜냈다고 한다. 어쩌면 이는 목숨을 건 사투였을지 모른다. 열정이 인간을 지배 가능하다고 하면 강압과 탄압은 죽음이 아닌 이상 인간을 지배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빈곤을 얘기해도 남루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는 정직성의 삶이 가장 인상 깊었다. 어렸을 때 공장 지대를 전전하며 살았다는 그녀, 두 번의 결혼은 가정폭력에 의해 무너졌고, 세 아이의 육아는 작업에 전념할 수 없는 주부란 이름의 삶에 가려졌다. 다행히 자신의 힘으로 땅과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직접 주문한 문패와 그의 옆을 지키는 자화상이 그녀에게 뿌듯하다고 했지만, 독자인 나는 마음이 시렸다. 쉽지 않았을 그녀의 삶이 머릿 속어 그려졌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그녀의 시간은 허투로 쓰이지않았기에 조용히 응원의 메세지를 남긴다. 또한 정직성의 작품, 서울 변두리 동네의 연립 주택은 내가 쌓아올린 성냥개비처럼 네모반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빛이 보이는 듯 하면서도 그늘진 창문은 왠지 여전히 가명을 쓰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대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그녀들의 이름이 완전하고 짙게 새겨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잘 했고 지금도 잘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잘 될거니까 말이다. 위대한 그녀들의 <완전한 이름>

 

 

 

 

 

완전한이름, 권근영, 아트북스, 여성화가, 여성미술가, 여성예술가, 예술도서, 미술관련도서, 오늘의책

h********9 2021.10.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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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 『완전한 이름』
"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 『완전한 이름』" 내용보기
'다가가 들여다보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 이들의 삶 속에서 그저 자기 자신이 되고자 했던 빛나는 영혼의 아름다움을 본다. - 김보라(영화감독)여전히 까마득한 밤에 가리어진 그녀들.그럼에도 그녀들의 남긴 예술 작품들은 오롯이 빛을 내었고 우리도 이제서야 그 빛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이제는 그녀들의 '이름'을 외쳐보려 합니다.지워진 이름을 대신해 '먼저 온 미래'라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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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 들여다보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 이들의 삶 속에서 그저 자기 자신이 되고자 했던 빛나는 영혼의 아름다움을 본다. - 김보라(영화감독)


여전히 까마득한 밤에 가리어진 그녀들.

그럼에도 그녀들의 남긴 예술 작품들은 오롯이 빛을 내었고 우리도 이제서야 그 빛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들의 '이름'을 외쳐보려 합니다.


지워진 이름을 대신해 '먼저 온 미래'라 불리던 여자들,

예술로 스스로의 이름에 완결성을 부여하다


완전한 이름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미술과 문화에 관한 글을 쓰는 '권근영'씨.

과거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할 때는 여성 예술가들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점에 크게 의문을 갖지 않았지만 사회인으로 문화예술계를 취재하고 소식을 전하는 전달자가 된 후 한쪽으로만 치우친 예술가들의 성별이 차츰 이질적으로 느껴졌고, 


#1. '<축제전>여는 규수화가 황주리 씨'

1984년 개인전을 소개한 이 기사 제목에, 당시 스물일곱의 작가 황주리는 속이 상해 잠을 못 이뤘다고 돌아봤다. '규수'라는 예스러운 말을 사전은 이렇게 설명한다. '남의 집 처녀를 정중히 이르는 말' 혹은 '학문과 재주가 뛰어난 여자', 나쁜 뜻 하나 없지만 당사자가 질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야심만만한 신진 예술가를 '누구의 딸'이나 '젊은(어린) 여자'로만 봤기 때문이다.


#2. 대범하고 활달하게 휘두르는 붓질에는 '남성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마치 남성 화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정직성의 기계추상은 짧은 시간 밀도 있게 그려야 하는 아기 엄마의 삶에서 나온 것이라는 반전이 있다. 두 번의 결혼에서 얻은 세 아이를 키우며, 작업에 전념할 수만은 없었던 주부의 삶...... 그런 와중에 붓을 휘둘러 우리 시대의 풍경을 그린 것이 경쾌한 추상화로 이어졌다.


학문으로 접하던 미술세계와는 전혀 달랐던 이들의 이야기.

그래서 저자는 더 여성 예술가들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그 이름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부 「길을 떠나다」 에서는 

100년 전 진보적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성별 불문 입학 조건을 내건 바우하우스가 결국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남성의 그늘 아래 놓이게 한 '흑역사'를 지적하며, 그럼에도 아동미술에 선구적 역할을 한 '프리들 디커브란다이스'

서양인의 눈으로 바라본 조선 여인의 삶을 기록한 '엘리자베스 키스'

현 함부르크 국립조형미술대학 교수이자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그림 철학자 '노은님'

소재와 매체를 확장하며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경쾌하고 세련되게 전하는 '정직성'

2부 「거울 앞에서」 에서는

인상파의 여성 멤버였고, 출산을 했던 한 해를 제외하고 인상파 전시회에 빠짐없이 출품했던 '베르트 모리조'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딸도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화가 자신이 되고자 분투한 '파울라 모더존베커'

가족을 추스르는 고된 생활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고 누구보다 오래 살아남아 예술적 발자취를 남긴 '버네사 벨'

한국의 현대미술가 '천경자', '박영숙'

3부 「되찾은 이름들」 에서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에 프란스 할스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녔던 '유딧 레이스터르'

최초의 추상화가였으나 이름 대신 '먼저 온 미래'라 불린 '힐마 아프 클린트'

조선의 알파걸 '나혜석'

18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화가이자 스승으로서 일찍이 여성 연대를 꿈꿨던 '아델라이드 라비유귀아르'

바로크시대 유럽 무대를 종횡무진했던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까지 사회적 그늘 혹은 가문의 이름에 가려졌던 여성들이 어떻게 예술로 자신의 이름에 완결성을 부여했는지 그 당찬 행보를 되짚어가고 있었습니다.


저에겐 이 책에 나온 이들 중 위대했던 '프리들 디커브란다이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프리들 디커브란다이스.

격동의 시대였던 그 시기에 프리들은 오스트리아 공산당의 선전 포토몽타주 제작에 관여한 혐의로 1년 남짓 옥살이를 했고 이후 프라하로 이주, 빈 출신의 전쟁 피난민 아이들을 가르치며 프라하 정신분석학회와 교류하며 아동심리와 미술치료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나치의 탄압이 거세지면서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웠지만, 남편의 비자가 거절당하자 함께 남아 테레진 수용소에 수감됩니다.

이곳에서 프리들은 아이들에게 드로잉을 통해 상상하고 표현하며 그림에 자기만의 느낌을 담도록 독려했습니다.

1944년 9월, 남편이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자 프리들은 다음 열차로 아우슈비츠행을 자청하고 도착 직후 가스실에서 살해됩니다.

이때 아이들의 그림 4500장을 두 개의 여행가방에 담아 감췄는데 훗날 프리들이 감췄던 여행 가방은 프라하 유대인박물관에 기증되는데...


홀로코스트 시기 최대의 아동 미술 컬렉션이다. 프리들의 수업에서 아이들은 집, 꽃과 나비, 태양을 그리며 희망을 부여잡았다. 마르기트 코레초바의 「나비들」이 그렇다. 마르기트는 이 그림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됐다. 그때 나이가 열한 살. 미래가 보이지 않는 거친 수용소 생활에서 그림은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으며 아이들을 치유했다. 살아남은 한 학생은 프리들의 수업에 대해 "모든 사람이 우리를 상자 안으로 밀어넣었지만, 그녀는 우리를 그 상자에서 꺼내주었다"고 돌아봤다. - page 25


그리고 '천경자'.

꽃과 여인으로 남다른 정한을 화폭에 풀어낸 한국 근현대 화단의 여걸 천경자.

의사가 되라는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화가가 되겠다며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로 진학한 그녀.

화가로 이름을 알린 건 스물일곱 되던 1951년에 그린 초록 뱀, 빨간 뱀, 갈색 뱀 등 서른다섯 마리의 뱀이 스멀스멀 뒤엉켜 있는 묘한 분위기의 그림 「생태」였는데...

어렵던 시절, 돌파구가 된 그림.


"그런 속에서 누이동생이 죽고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다. 의학을 공부 못한 까닭으로 오만 가지 저주를 받은 것이고 두 사람을 저세상으로 보낸 나는 악이 받쳤던가, 꽃향기 찾아 스치는 뱀 두 마리로는 마음이 차지 않아 수십 마리의 무더기 뱀을 그림으로써 살 용기와 길을 찾으려고 몸부림쳤다."


천경자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53세에 돌아본 스물두 살 때.

결혼 이듬해였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첫째 딸이 태어나던 해.

비련의 신부, 결핍의 모성, 슬픈 마녀 같은 자화상.

보고 있노라면 넋두리가 들리는 것 같아 한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이면 사랑, 그림이면 그림, 글이면 글, 여행이면 여행, 그렇게 한 시절을 불태우고 간 여걸.

외출했다 돌아오면 작품을 향해 "잘 있었는가?" 하고 말을 걸기도 했다는 화가.

이제는 죽음 또는 위작 이야기 말고 천경자의 한 생애가, 작품이 보다 입체적으로 기억되길 바라봅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

여성 예술가들의 이름은 안녕한가...

책은 우리에게 또다시 묻고 있었습니다.


a*****6 2024.06.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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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 - 그들의 이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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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아니 애초부터 기억되지 않는 이름들이 있었다. <완전한 이름>을 찾기 위해서 길을 떠나며, 거울 앞에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14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여정을 쫒아가는 과정은 단지 그들의 이름만을 알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살던 시대의 불평등한 상황은 물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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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아니 애초부터 기억되지 않는 이름들이 있었다. <완전한 이름>을 찾기 위해서 길을 떠나며, 거울 앞에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14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여정을 쫒아가는 과정은 단지 그들의 이름만을 알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살던 시대의 불평등한 상황은 물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무지와 편협한 시선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완전한 이름>속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중에 딱 두 명의 예술가만을 안다.
그들은 엘리자베스 키스와 천경자이다.


'한국에서 제일 비극적인 존재'라 불리우는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인 '신부'는 우리의
역사를 외국인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일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 또는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며, 어느 순간 그들이 이름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우리도 그들의 이름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얼마 전에 만난 천경자를 다시 만났다. 가족이라는 굴레와 무책임한 남자들과의 관계 그리고 '내가 낳은 자식을 내가 몰라보는 일은 없다'라는 말을 남기게 했던 '미인도'의 위작 파문까지.


어쩌면 우리는 그런 사실들을 하나의 가십거리로 여기며, 그들에 대해 하나씩 잊어가는 듯 하다.


마지막으로 12명의 예술가들의 이름을 만나면서, 또 다른 이름을 부른다.
누구보다 위대한 예술가인 엄마보다는 더 어울리는 그들의 이름을 부른다.




#완전한이름 #권근영 #아트북스 #미술에세이 #에세이 #여성예술가들 #미술사

s*****8 2021.11.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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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이름으로 지워져야 했던 여성 예술가들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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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완전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대상을 부르고 살피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한다. 『완전한 이름』에서 저자는 역사가 제대로 호명하지 않은 예술가들을 무한한 애정을 담아 한 명 한 명 이어 부른다. ‘다가가 들여다보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 이들의 삶 속에서 그저 자기 자신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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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완전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대상을 부르고 살피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한다. 완전한 이름에서 저자는 역사가 제대로 호명하지 않은 예술가들을 무한한 애정을 담아 한 명 한 명 이어 부른다. ‘다가가 들여다보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이들의 삶 속에서 그저 자기 자신이 되고자 했던 빛나는 영혼의 아름다움을 본다. 이름이 없거나 잘못된이름으로 불리기 쉬웠던 여성 예술가들, 그래서 필연적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은 그녀들의 삶과 존재가 이 책에 귀하게 담겨 있다.” 김보라

 

여성의 권리남성과 동등한 직업을 위한 기회, 교육,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 등 평등한 권리를 받아왔는가? 문명이 만들어지고 4,500년의 역사 속에서 이름이 아닌 엄마로서만 불려오진 않았나? ‘메소포타미아고대 수메르 여성들은 재산을 소유하고 상속할 수 있었다. 상업에 종사하고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었다. ‘이집트고대 이집트에서 여성과 남성의 권리는 동등했다. 토지 재산은 어머니에게 딸로 여성 계열로 내려갔고, 재산을 관리한 권리가 있었다. ‘인도베다 초기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가졌다. 교육을 받았고, 자신의 남편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여성 대부분은 정치적으로 평등하지 못했다. 이동의 자유만 있을 뿐, 성별에 의한 권리의 감소가 있었다. ‘로마아테네 법과 비슷한 로마법은 남성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졌다. 여성의 정치권과 대중적 역할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중국고대 중국에서 여성들은 신체적으로 열등하다 여겨졌고, 유교에 근거한 종속적인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인류가 공동체 사회를 이루었을 시기에는 남녀 간의 불평등이 없었다. 문명의 발상지인 두 곳을 살펴보아도 차별의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럼 어쩌다가 이름을 불리 울 권리가 사라진 것일까? 로마는 유럽과 지중해 인근 지역을 모두 점령한 정복국가이다. 로마에서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는 군에 복무하는 의무를 해야 한다. 중국의 역사는 분열과 통합의 전쟁이다. 다양한 민족과 지역은 끊임없이 전쟁으로 합쳐지고 분해됐다. 사람의 생멸을 빼앗는 전쟁에서 여성의 신체적 능력은 남성에게 뒤질 수밖에 없다. 평등하게 이름을 불리던 세상은, 4,500년 전쟁의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결국, 여성의 이름이 사라지게 된 것은, 인류가 그토록 혐오하는 전쟁으로 인한 것이다.

 

완전한 이름19세기 말 20세기 초 여성 인권신장 운동이 일어나기 전 여성들에게 교육받을 권리조차 박탈당한 상태였다. 인류는 여성의 권리에 대하여 진화한 것이 아니라, 무한히 퇴보하였다. 인류 최초의 박물학자로 불리는 마리아 메리안은 그 어떤 교육도 받을 수 없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여성 사제를 본 적이 있는가? 교황, 추기경, 주교, 신부 모두 다 남성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 또한 여성에게 허락되지 못한 시기였다. 서구권에서 여성 인권운동이 시작된 것은 동양보다 더욱 차별이 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그 지독한 차별과 박해 속에서 이간의 근본적인 예술혼을 불태운 여성 작가들의 그림과 삶을 소개하고 있다. 포탄이 날리는 전쟁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고 한다. 어떤 박해에서도 책에 소개된 이름이 없던 여성 예술가들의 혼마저 빼앗지 못했을 것이다. 캔버스에서 지워진 이름을 완전히 되찾은 여성 예술가들과 함께한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a****0 2021.11.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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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으로 호명되어야 할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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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으로 호명되어야 할 예술가들                 완전한 이름 권근영 지음, 아트북스 펴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는 1999년까지 음대와 미대의 남녀 입학생 비율이 정해져 있었다. 여학생들이 너무 많이 지원한다는 이유에서였단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때론 억울하고, 때론 외로운 삶이었을 것이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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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으로 호명되어야 할 예술가들

 

 

 

 

 

 

 

 

완전한 이름

권근영 지음, 아트북스 펴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는 1999년까지 음대와 미대의 남녀 입학생 비율이 정해져 있었다. 여학생들이 너무 많이 지원한다는 이유에서였단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때론 억울하고, 때론 외로운 삶이었을 것이다.

 

 

 

마녀, 미친년으로 불리던 이들이 있다. 역사에서 치워지기까지 한 이들이 있다. 오랜 세월 외면받은 그들, 존재감 없고 추방당하기도 한 그들은 그러나 결국 그 와중에 살아남아 그림을 남기고 이름을 남겼으니 모두 여자들이다. 여자들, 완전한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 인류의 반쪽들.

 

 

남녀차별의 대표적 기관으로 독일의 바우하우스가 꼽힌다. 연령과 성별을 불문한 '재능 있는 인재들의 집합소'라는 수식어를 내세웠던 바우하우스는 그러나 여성 입학생이 남성 입학생을 넘어서자 학교의 신뢰도를 우려했고 여성들을 금속이나 가구 혹은 건축이 아닌 직조 공방으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역경 속에서도 날개를 펼친 여성들이 있었으나 대부분 남자들보다 더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학교에 실질적 수익을 남겨줄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때마침 벌어진 전쟁으로 바우하우스의 이상은 그저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100년 전, 한일합병 후 9년이 지난 조선땅을 여행했던 스코틀랜드의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결혼식 날의 신부를 그리고는 '한국에서 제일 비극적인 존재'라고 썼다. 이 그림이 탄생한 배경에서 보이는 가부장적 문화는 사실 지금도 정도가 약해졌을 뿐 지속되고 있음에 한숨이 나온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한국 여자들이 빨래하고 다듬이질하는 모습에서 백의민족의 문화를 찾아냈고, 타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여자들이 빨래하는 모습을 호기심과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키스의 그림 <원산>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을 뚫고 머리에 한 가득 나뭇짐을 인 여성이 보인다.

 

 

 

 

 

 

여자들, 예술로 스스로의 이름에 완결성을 부여하다!

 

 

 

 

 

 

서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미학을 전공하고 기자로 활동하던 권근영 저자는 기자를 하면서 만난 미술가들, 대학과 미술관 강의 때 만난 사람들, 취재 활동으로 만난 세계 곳곳의 명작들을 "완전한 이름"에 녹여냈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그림 철학자 노은님의 작품들이나 자개장을 수집하는 취미에서 결국 '자개 그림'을 그리기에 이른 화가 정직성의 작품들은 이름도 작품들도 낯설지만 썩 맘에 들고 거부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후 우리에게 제법 알려진 작가들이 작품들이 등장한다. 인상파의 여성 멤버인 베르트 모리조라든지 천경자 화백이라든지, 신문 광고란에 공개 결혼 청첩장을 올려 세상 떠들썩한 결혼식을 올린 조선의 알파걸 나혜석이라든지... 그리고 잘 몰랐던 사람들의 이름도 불린다.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딸도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화가 자신이 되고자 분투한 파울라 모더존베커, 정치감각은 뛰어났으나 작품도 후계자도 남기지 못한 아델라이드 라비유귀아르,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라는(아, 이러지 말랬는데) 버네사 벨, 최초의 추상화가였으나 이름 대신 ‘먼저 온 미래’라 불린 힐마 아프 클린트...

 

 

저자는 기자로서의 삶에 문득 덧없다는 생각이 들 무렵 그녀들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고 밝히고 있다. 어쩌면 힘겨운 삶을 이겨낸 그녀들의 삶과 작품에서 저자 자신의 정체성을 느꼈을까. 기자이자 한 사람의 여성으로 연구하고 취재한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 남자 예술가들이나 직업인 앞에는 붙지 않는 '남'이라든지 '남류'라는 어색한 수식어에 비해 정당한 이름 앞에 붙는 '여'라든지 '여류'라든지 하는 익숙하지만 불필요한 호칭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게 만든 에세이 "완전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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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 2021.10.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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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이름에 완결성을 부여한 여성 예술가들, 「완전한 이름」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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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제대로 호명하지 않은 예술가들을  무한한 애정을 담아 한 명 한 명 이어 부른다.    - 김보라(영화감독)       완전한 이름 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권근영 지음 아트북스     「완전한 이름」 은 <길을 떠나다>, <거울 앞에서>, <되찾은 이름들>. 이렇게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장의 소제목과 어울리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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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제대로 호명하지 않은 예술가들을 

무한한 애정을 담아 한 명 한 명 이어 부른다. 

 

- 김보라(영화감독)

 

 

 

완전한 이름

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권근영 지음

아트북스

 

 

「완전한 이름」 은 <길을 떠나다>, <거울 앞에서>, <되찾은 이름들>. 이렇게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장의 소제목과 어울리는 네 명, 혹은 다섯 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되찾은 이름들> 편이 가장 궁금하고 흥미로웠다. 완독을 하고 나서는 <거울 앞에서> 편이 가장 묵직하게 남았다. 

 

  ‘마녀’ ‘미친년’ 으로 살아남았다. 박영숙  

 

정신에 이상이 생긴 여자를 욕하여 이르는 말인 미친년을 붙잡고 이 말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품으며 작업을 해온 박영숙 작가. 도발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절박함이었다. 박영숙의 ‘미친년’은 인고의 모성, 온순한 여성이라는 우리 사회의 성 역할 고정관련에서 일탈한 여성을 뜻한다.

 

- p113

 

박영숙 작가의 '미친년 프로젝트' 에 대해 더욱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주방에서 고등어를 토막내고 있는 한 여성의 사진. 처음에는 어떤 사진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갇힌 몸 정처없는 마음」 이라는 제목을 읽고, '광주민주화운동 때 잃은 딸을 문득 생각하는 여인' 이라는 스토리를 읽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사진은 시선의 감옥, 모성애.현모양처 되기의 감옥에서 문득 저 너머를 바라보는 순간을 포착했다. ‘갇힌 몸, 정처없는 마음’ 연작은 일상 공간 속 여자들에 주목했다. 가족들에게는 쉼터이지만 여자들에게는 일터이고, 때론 지겹고 무섭고 끔찍하지만 탈출할 수 없는 그 공간 말이다. 

 

- p112

 

 

'파자마 바람으로 화장실 거울 속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 햇살 쏟아지는 창가 침대 옆에 앉아있다가 문득, 욕탕에서 물을 뒤집어 쓰다가...... 박영숙은 그 평범하기 짝이 없는 장소에서 '유체이탈' '공간이동'의 순간을 잡아챘다. (p112)'. 이렇게 텍스트로만 나와있는 장면이 궁금하여 결국 검색을 해보게 된다. 사진을 찾아보고, 인터뷰를 찾아 읽다보니  ‘미친년 프로젝트’는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박영숙은 인터뷰에서 “미친년을 부계사회의 역사적 산물로 생각하고 미친년을 연기함으로써 현실로부터의 일탈적 해방, 감정이입적 환상의 유희를 감행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색으로 찾아본 사진 속의 어떤 순간들은 내가 경험한 시간과도 겹쳐지며 목이 메이기도.

 

 

출처 : http://news.khan.co.kr/print.html?art_id=201605121142001

 

대상과 공감하고 교감하되 이들을 이미지로만 소비하고 이용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박용숙 사진이 고수하는 윤리학이다. 한탕주의가 아니라 인연과 공감을 밑거름으로 길게 갔다. 생각을 같이하는 동료 페미니스트들은 모델을 서고, 의견을 내며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지인들끼리 사부작거리며 찍은 것 같은 연출 사진들이라고 혹자는 폄하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묵직하다. 

 

다가가 들여다보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이 여성예술가들의 삶은 들여다보는 순간 책의 지면을 떠나 더욱 많은 것들을 찾아보게 한다. 예술가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며 그들에 대해, 그들의 작품에 대해 계속 찾아보느라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다. 덕분에 200여 페이지의 책 한 권을 읽었지만 수십 권의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딸도 아닌 파울라 모더존베커  

 

2018년 2월, 파울라 모더존베커 탄생 142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구글 두들을 가져와 본다. 「완전한 이름」 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예술가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없었을 것 같다. 파울라 모더존베커는 독일의 화가로 초기 표현주의의 주요 대표자이다. 31세의 나이로 산후 색전증으로 사망하면서 짧은 경력이 끝났다. 화가 자신의 누드 자화상을 그린 첫번째 여성 화가로 20세기 초반 모더니즘 예술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녀는 짧은 생을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했다. 

 

 

남성 화가들의 무심한 시선이 아닌, 파울라 모더존베커가 포착한 그림 속 장면은 '진짜 여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저자가 그 장면을 소환하고, 파울라 모더존베커의 삶과 자신의 경험을 엮어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낯설지 않다. 본문에 인용된 글들은 각주로 표시하고 책의 뒷 부분에 참고자료를 정리해두었는데, 파울라 모더존베커의 생애를 다룬 책들은 더욱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기자를 하며 만난 미술가들, 대학과 미술관 강의 때 만난 미술에 대한 열정 가득한 사람들, 또 세계 곳곳으로 취재를 다니며 접한 명작들은 삶의 어두운 순간을 ‘반짝’ 밝혀주는 빛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 책은 바로 그 순간의 나눔이다. 

 

- 작가 소개 중에서

 

 

 

저자가 나누고자 했던 '빛으로 돌아온 순간' 들은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통과하며 '예술'과 '여성의 삶'이라는 두 가지 물결로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어쩌면 이 책은 '존재증명을 위해 가까스로 버텼다' 던 저자의 삶 또한 투영되어 있는 자기고백 에세이일지도 모른다. 

 

 

 

책 속의 여성 예술가들이 예술로 스스로의 이름에 완결성을 부여했다면, 아직 '완전한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문득 '어떻게 살아야할까' 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완전한 이름」 이 툭 던진 작은 돌멩이가 내 마음에 파문을 남기는 듯 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a 2021.10.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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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 - 이제는 노력에 합당한 자부심을 되돌려 주어야 할 때… "완전한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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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해지지 않게 나름 치열하게 살아오며 내 자리에서 잘 해왔다고 생각하고 어느 순간 뒤돌아봤더니 내게 남은 것이 없다고 느껴졌다. 내 삶은 그저 누구나 다 사는 평범하다 못해 눈에 띄지 않는 삶이었고, 나의 이름은 지워져 누구 아내, 누구 엄마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내 삶을 찬찬히 되돌아보니 오롯이 날 위해 살았던 기억이 거의 없다. 아마 대한민국의 아니 전 세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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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해지지 않게 나름 치열하게 살아오며 내 자리에서 잘 해왔다고 생각하고 어느 순간 뒤돌아봤더니 내게 남은 것이 없다고 느껴졌다. 내 삶은 그저 누구나 다 사는 평범하다 못해 눈에 띄지 않는 삶이었고, 나의 이름은 지워져 누구 아내, 누구 엄마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내 삶을 찬찬히 되돌아보니 오롯이 날 위해 살았던 기억이 거의 없다. 아마 대한민국의 아니 전 세계의 엄마들은 거의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나도 꿈 많은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그 꿈은 언제 사라졌을까, 나는 어떻게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할까라는 여러 가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이 『완전한 이름』이라는 책을 만났다. 정말 우연히, 그러나 운명적으로 만난 이 책을 보며 지친 삶에 위로를 받았다.

 

이 책은 권근영 작가가 미술담당 기자를 하며 알게 된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과 삶의 날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은 남성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자라는 이름만으로 폄훼되고 무시당하거나 잊혀졌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여인들은 어땠을까?

100여 년 전 스코틀랜드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외세의 억압에 시달리던 한국에 와서 당시 한국의 풍경과 인물에 대해, 특히 가부장제 아래 억압받는 여성과 여자 어린이에 대한 연민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녀는 가장 행복한 결혼식 날의 한국 신부를 보고 '한국에서 제일 비극적인 존재'라고 평했다. 신부는 결혼식 날 마치 세상에 없는 존재처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앉아 눈 감은 채 온종일 그녀에게 쏟아지는 이야기를 듣기만 하며 밤늦은 시간까지 신랑을 기다려야 했다.

키스는 여성의 예리한 시선으로 이국의 풍속을 화폭에 담으며, 여인들의 삶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색안경을 끼지 않고 올바르게 담아내려 노력했다. 그리하여 오늘날 우연히 발견된 그녀의 작품을 통해 오래전 나라를 잃었던 우리 조상들의 삶, 특히 여성들의 삶이 우리에게 가감 없이 전해지게 되었다.

 

 

독일에 사는 노은 화가의 <빨간 동물>은 프랑스 중학교 문학 교과서에 카프카의 「변신」과 함께 실렸다.

파독 간호사로 갔지만 실제 2년 동안만 근무했고 그 후 병원의 주선으로 대학에 진학하며 그림에 매진하여 함부르크 국립조형미술대학 교수가 된다. 그 후 불탄 함부르크 알토나 성요한니스 교회의 유리 조형물 복원작업에 참여하였고, 2019년 미헬슈타트 시립미술관이 노은 화가의 영구 전시관을 개관하는 등 미술가로서의 큰 족적을 남기게 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파독 간호사였다는 것을 소개한다. 마치 그것이 그녀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는 것 마냥.

 

 

마네 동생의 부인이며 인상파 화가이기도 한 베르트 모리조는 그녀의 뛰어난 예술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서는 마네의 「발코니」에 그려진 모습만 확인되며 책을 통틀어 인상파 화가인 그녀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모리조는 꾸준한 작품 활동에도 남들이 하찮게 여겼던 여인들의 일상을 화폭에 담았기에 비주류 인상파 내에서도 비주류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예술가로서의 활동과 결과에도 불구하고 '무직'으로 세상과 작별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 버네사 벨은 생활의 예술가였다. 부양가족을 돌보는 것과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 작품 활동을 계속한다. 그녀는 큰아들을 스페인 내전으로 잃고 뒤이어 동생 버지니아 울프도 잃지만 꿋꿋하게 삶을 살며 많은 작품을 남긴다. 그리고 그녀는 후대에 자신의 이름 버네사 벨로 살아남았다.

 

아버지의 작품으로 오해받거나 한 수 아래 기량의 남편 이름에 가려졌던 유딧 레이스터르.

성폭력의 피해자였음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고향과 가족을 떠나야 했던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역시 생전에는 성공한 예술가였지만 사후에는 아버지 오라치오의 작품으로 오인받아 이탈리아 바로크 역사에서 이름이 지워졌었다.

그 외에 이름을 찾아가는 수많은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과 이야기가 이 『완전한 이름』에 녹아있다.

 


나는 여자라고 해서 특혜를 바라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라고 해서 똑같이 노력하여 남성과 똑같거나 더 나은 성과를 이룩했음에도 그 노력과 성과가 폄훼되는 것은 더더욱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의 딸,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아내가 아닌 온전한 자신으로 인정받고 자신의 이름이 불리고자 노력했던 그들. 그러나 시대는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갖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들보다 못한 남자들의 이름 밑에 무명이나 조력자로 남기를 요구했다.

여성이 많은 기회를 갖지 못했던 시대…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성과를 이룩한 여성 미술가들.

남자 못지않게 노력했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그들에게 이제는 그들의 이름을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노력에 합당한 자부심을 되돌려 주어야 할 것이다. "완전한 이름"으로…….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고 역사가 한때 부정했었던 여성 미술가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들의 작품과 인생을 통해 현실에서 지워진 오롯한 나의 삶과 이름을 생각하고 불러본다.

 

 

 

g********5 2021.10.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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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이름으로 만난 앞선 시대를 살아낸 여성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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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 권근영 | 아트북스 에세이·미술/p.204 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예술로 스스로의 이름에 완결성을 부여하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완전한 이름」, 표지를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겨 앞뒤 재지도 않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그리고 '놀면 뭐하니'에서 가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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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

권근영 | 아트북스

에세이·미술/p.204

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예술로 스스로의 이름에 완결성을 부여하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완전한 이름」, 표지를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겨 앞뒤 재지도 않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그리고 '놀면 뭐하니'에서 가족과 함께 선택했던 '노은님' 작품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 이렇게도 이어지는구나’ 신기하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들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특정 분야의 여성들이 소개될 때면 유독 ‘여’라는 성별이 붙어 ‘여’가수, ‘여’경찰, ‘여’기자, ‘여성’화가 등으로 불린다. 혹 내가 잘못 알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남기자’, ‘남성화가’를 네이버에 검색도 해보았으나 ‘남기자’는 ‘~을 남기자’라는 뜻이 대부분이었고 ‘남성화가’는 남성화만 주구장창 나온다. 와~ 이 정도일 줄이야...

 

현재 많은 여성 화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누구의 아빠도, 누구의 남편도 아닌 그저 ‘화가’로 살았던 남성들처럼 그림에만 전념했다면, 다른 대접을 받을 수 있었을까?’ p.8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던 바우하우스조차 여학생 수가 학교의 신뢰도를 떨어뜨릴까 우려해 비공식적 여성 할당제를 도입했고 등록금마저 더 비쌌으며 적성이나 관심사와 상관없이 여성 모두 직조 공방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남성 화가의 작품값이 더 비싼 현실에서 의도적인 ‘이름 지우기’가 있었던 그 상황 속에서 ‘미술로 더 나은 세계를 꿈꾸며 나아가길 원했던 많은 여성들이 역사에서 지워졌다.’ p.20

 

인상파 전시에 유일한 여성 화가로 참여했던 베르트 모조리의 사망진단서에는 '무직'이라 적혔고, 1984년 개인전을 열게 된 스무 일곱의 작가 황주리는 ‘누구의 딸’ 혹은 ‘젊은(여린) 여자’로만 봤다. 노은님은 프랑스 교과서에 프란츠 카프카 변신과 함께 ' 빨간동물'이 실렸을 정도로 유럽에서 성공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파독 간호사였다는 것과 아이처럼 천진한 그림을 그린다는 것으로 소개된다.

 

독일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한 건 딱 2년인데 그 2년으로 70년 넘는 삶을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다시 이름을 찾은 여성 화가들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며,

오늘 그림으로 나를, 우리를 다독인다.

p.11

 

많은 화가들이 임신을 하면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될 사항에 놓일까 봐 불안해하며 임신한 상태에서 더 그림에 몰두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은 임신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걱정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갈림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알려주며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줬던 ‘프리들 디커브란다이스’, 몬드리안보다 앞선 최초의 추상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 여성이 그린 최초의 누드 자화상을 그린 ‘파울라 모더존베커’, 천재 문호 동생 버지니아 울프의 명성에 가려져 ‘주부 취미생활’ 정도로 취급받았던 ‘베네사 벨’, 서른다섯 마리의 뱀이 스멀스멀 뒤엉켜 있는 묘한 분위기의 생태로 화가의 이름을 날린 천경자...

 

이제라도 「완전한 이름」으로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찾지 못한 여성화가들 또한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300년도 기다렸는데 반년쯤은 괜찮다.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여자들은 계속 뚜벅뚜벅 걸어 나갈 테니까.

p.178

 

ps. 살아생전 엔 그림 하나 팔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그림을 그린 화가들을 볼 때면 혹 그들이 생전에 인정을 받고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그림들이 어떤 방향으로 달라졌을지 궁금하다. 그 당시의 상황들이 화가들에게 분명 풍부한 영감을 주기도 했을 거란 생각에 그들의 또 다른 그림들이 궁금해진다.

완전한 이름, 인상 깊은 글귀

그림 속 인물들은 당대의 역사를, 풍속을, 관계를 되살리고, 그림 속 풍경과 정물들은 '생활의 예술가'였던 그녀를 다시 보게 한다. 그렇게 그녀는 살아남았다.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가 아닌, 화가 버네사 벨로. p.98

 

성공한 화가의 자부심을 드러낸 자화상 속 그림은 X선 촬영 결과 원래 그림 위에 덧그린 사실이 드러났다. 여자를 그렸다가 남자 바이올리니스트로 바꿨다. 마치 사후에 자신의 존재가 잊히고, 폄하되고, 무시되고, 지워질 걸 예견이라도 한 듯이. p.134

 

대다수 사람들이 글을 모르던 시절 그림은 성서였고 역사 책이었다. p.143

 

 

 

완전한이름권근영아트북스미술사예술가에세이이다랜드

a******2 2021.10.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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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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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닮은 책 <완전한 이름>완독   지난달에 정과 한의 화가 천경자화백의 책을 읽었습니다. 화려한 색체의 작품들을 보면 인생도 화려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대중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반면 화가의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완전한 이름>의 책 표지의 자화상 여인의 모습이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꽉 다문 입술을 보면 차마 말 할 수 없는 여자의 인생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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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닮은 책 <완전한 이름>완독

 

지난달에 정과 한의 화가 천경자화백의 책을 읽었습니다. 화려한 색체의 작품들을 보면 인생도 화려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대중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반면 화가의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완전한 이름>의 책 표지의 자화상 여인의 모습이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꽉 다문 입술을 보면 차마 말 할 수 없는 여자의 인생을 표현하기라도 한 모습입니다.

누구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서만 살려고 태어난 것은 아닐텐데 완전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불가능했을까요? 미술사도 살펴 보면서 여성 화가들의 발자취를 오늘 따라가 봅니다.


 

 

버지니아 울프에게는 언니가 있었습니다. 친언니 버네사 벨[Vanessa Bell] 은 영국 출신의 화가이며 실내 장식가. 20세기 초 영국 예술가와 지식인의 모임인 '블룸즈베리 그룹'을 결성하였으며, 오메가 공방의 책임자로 예술을 실생활에 응용하는 새로운 감각을 보여준 화가입니다. 버지니아는 자기만의 방에서 “이제 나의 신념은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러분 속에 그리고 내 속에, 또 오늘밤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이곳에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속에 살아 있다고 했습니다.” 자매의 일생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버지니아는 거의 평생 글을 쓴 반면에 언니는 자기의 시간을 자유롭게 누리지 못하고 부양가족의 욕구와 잔신의 야망 사이에서 힘겨운 선택을 한 워킹맘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요?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남자가 부엌일을 한다는 건 감히 생각해 볼수도 없는 일입니다. 세월이 지나 똑같이 교육을 받았어도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집안일과 육아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책에는 100년전 스코틀랜드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평생 가장 화려하게 치장한 날 신부는 연지 찍고, 족두리 쓰고 원삼을 걸치고 먹지도 못하고 심지어 걷지도 못하고 앉아 있는<신부>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p.112 사진은 시선의 감옥, 모성애, 현모양처 되기의 감옥에서 문을 저 너머를 바라보는 순간을 포착했다.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 연작은 일상 공간 속 여자들에 주목했다. 가족들에게는 쉼터이지만 여자들에게는 일터이고, 때론 지겹고 무섭고 끔찍하지만 탈출할 수 없는 그 공간 말이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던 여성 미술가들의 흔적을 찾아 보겠다는 작가의 일념으로 소외되고 외로움 속에 예술가의 길을 걸었던 화가들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생전에 작품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남성주류의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나는 누구인지 또 우리는 누구 엄마, 누구 부인이라고 하지 말고 사회에서도 미스xx 라고 하지 말고 당당히 상대방의 아름다운 이름을 꼭 불러주길 소원합니다. 신선하고 참신한 책 완전한 이름이었습니다.

 

 

 

y*****9 2021.10.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