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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니콜라이 고골(1809~1852)의 단편(단편치곤 조금 긴? 중편이라기엔 짧은?) 5편을 수록한 단편선이다. 지은이 소개에 고골이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솔직히 나는 이 단편선에 실린 소설들이 사실주의 소설이라기보다는 판타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록된 다섯 작품은 '코', '외투', '광인의 수기', '소로친치 시장', '사라진 편지'이다. 다섯 작품 모두 비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코'는 사람의 코가 구운 빵 속에 들어갔다가 사람 행세를 하며 돌아다니기도 하고 나중에는 코의 주인에게 되돌아간다는 내용이, '외투'에는 죽은 사람이 유령이 되어 나타난다는 내용이 있다. '광인의 수기'에는 집에서 기르는 개가 글을 알고 편지를 쓴다는 내용이 있으며, '소로친치 시장'과 '사라진 편지'에는 악마가 등장한다. 이처럼 다섯 작품 모두 비현실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작품의 비현실성에 대해서는 작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다음 글처럼. 바로 이것이 광활한 우리나라의 북쪽 수도에서 일어난 사건의 전모이다! 지금은 그냥 생각만 해봐도 이 사건에 부자연스러운 것이 수두룩함을 알 수 있다. 코가 초자연적으로 떨어져나가는 것, 그것이 5등관의 모습으로 여러 곳에 나타나는 것이 기이한 현상임은 차치하더라도 (중략) 그리고 또 하나, 어떻게 코가 구운 빵 속에 있게 되었고,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또 어떻게...? 아니, 난 이를 도무지, 결단코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가장 이상하고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 작가들이 이와 같은 사건을 주제로 삼을 수 있나 하는 것이다. (중략) 그런데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물론 하나, 둘, 셋 고려해나가다 보면 아마도 심지어... 허황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하여튼 잘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이야기 속에는 확실히 무언가가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곤 한다. 드물지만 일어나는 것이다. - 단편 <코> 57~58쪽 부분 인용한 부분은 단편 <코>의 결말 부분이다. 여기에서 작가는 소설 속 사건에 대해 "지금은 그냥 생각만 해봐도 이 사건에 부자연스러운 것이 수두룩함을 알 수 있다.", "기이한 현상", "허황된 일들"이라는 식으로 서술하며 사건의 비현실성을 시인하고 있다. 작가의 시인이 아니더라도 단편 <코>가 판타지적 요소가 다분함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편 <코>를 판타지로만 볼 수는 없다. 그것은 왜일까? 그건 인용된 글의 진한 글씨 부분때문이다. "허황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하여튼 잘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이야기 속에는 확실히 무언가가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곤 한다. 드물지만 일어나는 것이다." 이 소설속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정말로 세상에서 드물지만 일어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어떻게 코가 신출귀몰하듯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드물지만 일어나는 일은 팩트로서가 아니라 상징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이야기 속에는 확실히 무언가가 있게 되는 것이다.
만년 9등 문관인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라는 인물의 외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단편 <외투> 역시 작품의 결말부에서 비현실적 사건이 발생하긴 하지만, 여타 작품에 비해서는 리얼리티가 강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인물의 처지나 사건 등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장과 해학의 표현 기법이 눈길을 끌었으니, 마치 판소리 사설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나머지 40루블을 어디서 가져온단 말인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최소 1년만이라도 평상시의 외출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저녁에 마시는 차를 끊고, 저녁에 촛불을 켜지 않고 만약 필요하다면 여주인의 방에 가서 그녀의 촛불 근처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거리를 걸을 때 가급적 더 가볍게 조심히 자갈길과 포장길을 밟기로, 거의 발끝으로 걷다시피 하여 신발 밑창이 빨리 닳지 않게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속옷이 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세탁부에게 속옷을 가급적 덜 맡기기로 했고 집에 오면 속옷을 아끼기 위해 아주 예전에 아껴둔 오래된 면직 할라트 하나만 걸치기로 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처음에 그는 이 제한에 익숙해지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그 후엔 어찌어찌 적응하여 순조롭게 되었다. 심지어 완전히 저녁을 굶는 습관도 들였다. 그 대신 자신의 영원한 이상인 미래의 외투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것을 정신적 자양분으로 삼았다. 그때부터 그의 존재는 어쩐지 충만해졌다. - 단편 <외투> 부분(83~84쪽) 가난한 주인공이 새 외투를 장만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내용이다. 돈을 모으기 위해 세은 계획의 열거를 통해 인물의 곤궁한 처지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단편 <코>와 <외투>에는 공통적으로 하급 관리가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관료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말단 관리가 등장하고 역시 관료 사회를 풍자한다는 점에 주목하면 단편 <광인의 수기>도 앞의 두 작품과 같은 범주로 묶을 수도 있다. 이 세 작품을 통해 볼 때 고골은 당대의 관료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풍자, 비판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창작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작품 속 비현실적인 사건은 풍자의 효과를 노리기 위한 의도적 설정이라는 의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면, 고골의 소설을 사실주의 소설이라 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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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써내기 위해 작가가 들였을 노고와 하얗게 지새웠을 수많은 밤들을 떠올리면 모든 작가들이 위대하게 느껴지며 존경심이 일어난다. 특별히 작가의 창의력에만 오롯이 의지를 하며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싹을 틔워 긴 호흡을 이끌어 나가는 문학소설작가들이 쏟아 붓는 노력과 재능은 감히 상상하기가 어렵다. 여기 "가장 불가해한 러시아 작가 중 하나" "그 누구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라는 평을 듣는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1809~1852)이 있다. 그의 단편 소설 다섯 편을 새롭게 엮어 출간된 「니콜라이 고골 단편선 코(새움)」을 읽고 나니 왜 그가 이러한 평을 듣는 위대한 작가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고골은 소설 쓰기에 진심이었으며, 하얗게 밝힌 수많은 밤들과 육체적 에너지를 가차 없이 쏟아붓는 차원을 넘어, 자신의 영혼까지 갈아 넣어 작품들을 써내려 갔다. 해학과 풍자로 웃고 있는 글자들 뒤로 고골이 삶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았고, 인간이란 존재를 얼마나 깊이 있게 고찰했는지가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진다. 재치와 유머로 독자들에게 웃음을 던지고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니콜라이 고골의 환상적인 단편선으로 이제 함께 승선해 보자. 총 다섯 편의 작품 「코」, 「외투」, 「광인의 수기」, 「소로친치 시장」, 「사라진 편지」가 차례로 실려있는데, 작품이 쓰여진 순서대로 새롭게 차례를 구성해 보니 「소로친치 시장」, 「사라진 편지」가 1831년, 작가 나이 22세에 가장 먼저 쓰여졌고, 「광인의 수기(1835년, 26세)」, 「코(1836년, 27세)」, 「외투(1842년, 33세)」의 순으로 세상에 나왔다. 작품 활동 초기에 쓰여진 「소로친치 시장」의 경우 함께 실린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작품의 배경 묘사에 충실하며 글을 시작한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작가가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우크라이나의 시골 마을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하는데, 어쩐지 그 표현이 진부하고 '고골스럽'지가 않다. 아마도 이제 막 소설가의 세계에 진입하며 본격적으로 본인의 작풍을 찾기 전, 기성 문학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거나 흉내낸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걸작에 대한 열망으로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단어를 선택하며 글을 써 내려갔을 청년 고골이 애잔하여, 지루하지만 대충 읽고 넘기기 미안해진다.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배경이나 인물 묘사는 간략하게 처리하고, 바로 스피디하게 사건을 전개 시키는 변화를 보인다. 「소로친치 시장」과 「사라진 편지」는 공간적 배경이 우크라이나로 도깨비, 악마 등이 등장하여 농군, 집시, 시골마을 사람들인 주인공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내기를 하며, 다툼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나 귀신들처럼 두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도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존재가 아닌, 어설프고 빈틈이 많은 친근한 캐릭터다. 예전에 외상술 담보로 인간에게 맡겼던 자신의 상의를 찾기 위해 소로친치 시장에 등장하는 악마, 여왕에게 전달할 편지가 숨겨진 모자를 지옥으로 가지고 간 악마가 일으키는 한바탕 소동은 오히려 시끌벅적한 축제판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작가가 이 작품들을 쓸 당시에 처한 상황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했을지 감정이입을 하며 작품을 읽어가는데,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작가가 적어도 이 두 작품을 쓸 당시에는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희망을 걸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고골은 아직 22세이다. 희망과 따뜻함을 노래하던 고골의 시선이 「광인의 수기」에서부터는 조금씩 어두워지고 그로테스크해지기 시작한다. 작품의 배경은 이제 유년 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시골 마을을 벗어나 칼바람이 부는 러시아 페테르부르크로 넘어온다. 고골은 아주 잠깐 하급 관리로 관료 사회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이 때 현실의 벽에 크게 부딪히며 일종의 '현타'를 세게 맞은 것처럼 보이고, 인간 내면의 위선적이고 부조리한 모습에 큰 실망을 느끼게 된 듯하다. 페테르부르크에서 하급 관리로 일하는 주인공들( 「코」의 코발료프, 「외투」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 「광인의 수기」의 포프리신)은 나이가 많거나, 가진 재산이 없거나, 타인에게 호감을 주기에는 부족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등 선망의 대상과는 거리가 먼 군상들이다. 아마도 고골이 잠깐 몸담고 일했던 관직에서 만났었을 법한 인물들일 것 같은데, 그 인물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를 투영해 보고는 좌절했을 수도 있고, 안타까워했을 수도 있겠다. 전체 작품에서 딱 한 번 고골이 직접 등장하여 목소리를 낸 부분으로 추측되는 부분이 있다.
예민하고 예리한 고골은 인간 내면의 저열함과 위선을 낱낱이 고발한다. 작품 「코」에서는 코를 잃고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한 사람이 의지하기에는 지나치게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이름만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서장을 등장시킴으로써 상류사회의 위선과 기만을 고발한다. 그렇다고 주인공인 코발료프가 순수한 피해자인 것만은 아니다.
자신이 받은 모욕과 무시를 본인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 대한 업신여김으로 되갚음으로써 정신 승리를 하고 삶을 계속 살아갈 동력을 잃지 않는 입체적인 주인공의 모습에서 어쩐지 우리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는 듯하여 씁쓸하다. 「외투」에 등장하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조금 다른 결의 인물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때로는 서로를 의지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시기하고 질투하는 일반 사람들과는 달리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하지만 결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세속적인 욕심을 모르고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는 삶을 몸소 실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검소함을 넘어 궁상스러운 주인공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페테르부르크의 혹한에 어쩔 수 없이 인생 최초로 사치를 부리며 고가의 외투를 맞추게 되고, 새로 바뀐 외투를 걸친 후 처음으로 세속적인 욕망을 품어본다. 아주 잠깐 욕망에 찬 시선으로 세상을 한 번 바라봤을 뿐인데, 운명은 그에게서 전부인 외투를 앗아가고 결국 비극적 결말을 선물한다. 역시 삶은 부조리하다. 「광인의 수기」 속 하급 관리 포프리신은 내성적이고 소심하다. 그는 상사인 국장의 서재에서 깃털 펜을 깎는 심부름을 하는데, 이것을 굉장히 영예롭게 생각한다. 국장의 총애를 받는다는 착각보다 그를 더욱 기쁘게 하는 것은 '백조'처럼 고고하고 아름다운 국장의 딸을 가끔 볼 수 있고, 그녀도 자기에게 반했다는 망상 덕분이다. 스스로를 지적이며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포프리신이 그녀와 이어질 수 없는 단 한 가지 이유는 직급이 낮은 것 뿐이라고 자위하지만, 신분에 대한 콤플렉스는 점점 그의 영혼을 갉아먹고 정신은 쇠약해져 개와 대화를 나누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며 유쾌하게 작품 활동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고골은 지나치레 진지하고 예민했으며, 날카로웠다. 만족스럽지 못한 작품을 불태우고, 다시 작품을 쓰고, 또다시 불태우기를 반복하며 아슬아슬하게 창작활동을 이어나간 고골. 끝까지 정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성지 순례까지 떠났던 그이지만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의 정신과 영혼까지 갉아먹으며 작품을 쓰느라 본인의 삶은 위태롭고 힘들었지만, 우리는 그의 환상적이고 훌륭한 글들을 읽을 수 있기에 미안하고도 감사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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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러시아 문학이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너'라고 정의할 수 있다. 수없이 변형되는 등장인물의 이름과 낯선 배경과 문화는 러시아 문학을 읽고 싶지만 금방 포기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만나게 된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집 <코>는 러시아 문학을 읽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고골의 "외투", "광인의 수기"는 워낙 유명하여 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다만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번 서평단에 참여하면서 리뷰를 위해 끝까지 읽어내보자 다짐을 하며 시작했는데, 단편이어서 서인지 몰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단편집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코", "외투", "광인의 수기"였다. 이 소설들의 공통점은 러시아 공직자 계급 사이에서 발생하는 위계, 힘의 논리, 개인의 절망, 사회의 부조리함 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코"에서는 자신의 코지만 자신 보다 높은 관직을 가진 코를 바라보며 느끼는 좌절감을 보여주고, "외투"에서는 부족하지만 자신의 재산에 만족하며 살던 아가키가 새로운 외투를 무리하며 맞추고, 그 외투를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에 대한 욕구, "광인의 수기"에서는 자신의 위치보다 더 높은 이상을 꿈꾸다 미쳐버리는 하급 관리의 이야기이다. 1850년대 소설이지만 현재의 사회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어서 공감을 하며 읽었다. 앞으로 주인공의 이름과 명칭이 좀 더 익숙해지면 영미 문학을 읽듯 재미있게 러시아 문학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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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고골 단편선 < 코> 우리가 타인을 쳐다볼때 무심코 시선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누군가에겐 마음의 거울인 눈이 될수있고, 다른 누군가에겐 코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코는 우직하게 얼굴의 중앙을 차지하고 , 그 사람 만의 고유한 인상을 만들어 내는 언제나 주목 받게 되는 신체 기관의 하나이다. < 코>라는 인체 기관을 제목으로 쓰여진 이 단편집은 독특하고 신비로운 이야기 뿐만 아 니라 내겐 너무 낯선 이름의 작자 니콜라이 고골이라는 러시아 대문호의 작품을 만날 기회 또한 가져다 주었다.
지은이 니콜라이 고골, 옮긴이 김민아 , 발행처 (주)새움출판사 2021.08.10
가받고 있는 대문호이다. 그는 재정 러시아 시대의 사회상을 사실적이고 비판적으로 그려낸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으며, 극작가 이기도 하다. 니콜라이 고골의 등장이후로 부터 러시아 문학 단편소설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그의작품은 이후 러시아 중단편 소설이라는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코>이외에 <외투>,<검찰관>,<광인의 수기>,<초상화>등 의 많은 작품을 발표 하였으 며, 이후 톨스토이, 도스토엡스키,푸시킨등 많은 후세의 문학가들이 그의 노력과 정신을 이어 받아, 러시아 문학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단편선 <코>는 니콜라이 고글의 많은 작품중 대표적인 작품인 <코>, <외투>,<광인 의 수기>, <소포친치 시장>,<사라진 편지>등의 순으로 5개의 작품을 선정하여 단편집으로 엮어 놓았다.
<코> 어느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코발로프. 전날 코위에 솟아나 있던 뾰루지를 살펴보고자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본다. 그런데 세상에나!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코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엄청난 충격에 빠진 코발료프는 사라져버린 자신의 코를 사방 팔방으로 찾아 헤매게 되는 데........
<코>는 주인공인 코발로프가 자신의 사라진 코를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 해 , 밑바닥에 감추어진 인간의 원초적인 권력과 재물에 대한 욕망,집착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또한 허세와 체면 지키기에만 급급한 속물적인 인간의 행태를 날카롭지만 풍작적이고 유머 러스 하게 그리며 부끄러운 우리 인간들의 자화상을 가감없이 들추어 내고 있다.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눈에 띠는 몸의 일부가 없는 제 심정이 어떨까요? 코는 부츠를 신으 면 아무도 보지 못하는 새끼발가락 같은 게 아니라고요. 저는 목요일마다 5등관 부인 체흐타 료바를 방문합니다. 포드토치나 팔라게야 그리고리에브나, 이 영관급 장교부인과 그녀의 아주 예쁜딸 역시 저와 매우 친하단 말입니다. 그러니 당신 스스로 제가 지금 어떨는지 생각해보세 요 ..........저는 이제 그들앞에 나타날 수가없다고요" p30
"세상에나! 이럴수가! 어떻게 이런 불행이 있을 수가 있지? 팔이나 다리가 없는게 더 나을 텐 데. 두 귀가 없으면 추할 테지만 어쨋든 견딜 만해. 그러나 사람이 코가 없으면 그게 뭔지 누 가 알겠어. 새라고 할수도 없고 시민이라고 할수도 없어." p37
8등관 코발료프는 높지도 않은 지위의 관직에 있으면서도 , 마치 자신이 상류층의 특권을 가 진 인물인 양 거들먹 거리며 살아가는 자이다. 상류층에 닿아가고 싶은 그는 권력과 재물을 욕심내고, 약자들에겐 강하고, 강한자에겐 아부하는 전형적인 세속적 인물이다. 이런 부류의 인간에게 코라는 신체 기관이란 이미 숨을 쉬고 냄새를 맡기위한 삶의 영위를 위 한 필요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코>란 누군가의 앞에서 내세우고, 보여주기 위한 기 관일 뿐이다. 거만한 얼굴에 권위있어 보이고 픈 이들이, 그저 얼굴 한가운데 지니고 다니는 일종의 콧대높은 고급 악세서리에 더 가까워 보인다. 권위와 자만심의 상징인 코가 사라진다는건 주인공인 코발로프와 같은 부류의 인간들에 겐 아마도 자기자신을 송두리째 부정당할지 모르는 위험에 처한것과 다름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절제절명의 상황속에서 펼쳐지는 위선적인 행위를 그려내며 ,고골은 적나라한 인 간의 본성을 실랄하게 비판하고 , 조소를 보내고 있다. 조금은 허황되고 당황스러운 상상력에 아연실색 하다가도 , 어느덧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고 뼈때리는 원초적 속물근성과 허세에 자연스레 공감하다보면 , 어느새 그들의 모습속에 투영 되어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부끄러움에 오금이 저려오게 된다. 자칫 무겁고, 지루해 지기 쉬운 주제지만,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유머와 풍자가 적절히 더 해지자 어렵게만 느껴지던 러시아 문학이 조금은 친숙해지는 마법이 일어난다.
<코>, <외투>,<광인의 수기>가 러시아의 대도시의 살벌한 삶, 욕망과 현실의 괴리속 고뇌 하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비춰 보여주고 있다면, <소포친치 시장>,<사라진 편지>는 우쿠라이나의 시골 마을 , 시장 등의 풍경과 정취등을 손에 잡힐듯 그려내며, 그속에서 인간 과 악마라는 또다른 환상과 수수께끼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책을 읽다보면 이야기 곳곳에서 그려지는 재정 러시아 시대의 복장과 음식, 우크라이나 시 골의 모습, 왁자지껄 펼쳐진 시장의 모습, 전통 요리와 춤 등 타임슬립 해 마치 그 시대를 여 행하고 돌아온 듯한 착각마져 불러일으킨다.
"나는 뭐가 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물론, 하나,둘,셋 고려해나가다 보면 아마도 심지어...허황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하여튼 잘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이야기 속에 는 확실히 무언가가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곤 한 다. 드물지만 일어나는 것이다." p58 <코>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 했다. 니콜라이 고골이 들려주는 이야기 또한 그렇다. 상상과 현실의 구분을 잃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그의 이야기가 들려주는 상상력이 뒤섞인 몽환적이고 허황된 이야기의 이면에는 살 떨리게 리얼한 현실적인 우리들 삶의 이야기가 녹 아있다. 웃고, 울고, 공감하다보면 어느새 별반 이야기속 그들과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살아가 는 나의모습을 , 우리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되돌아 보게 된다. 무엇이 상상이고 무엇이 현실이라 구분할수 있을까. 우리의 삶에 무슨일이든 , 그 어떤 일이든 일어나지 않는 곳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러시아 문학작품이 궁금하지만 대문호들의 장편의 무게로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 가 나지 않는다면, 읽어내기에 부담없는 단편이지만 인간사 부조리의 정곡을 엉뚱하고, 기발 하게 찾아내어 웃고 싶고도 울고싶게 만드는 다채롭고 환상적이며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의 마술사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선을 추천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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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라는 뜻이다. 상식과 지식을 총동원해도 기이하고 이상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그런 일의 대부분은 당사자만이 그 당혹스러움을 느낄 뿐 주변에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 「코」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코가 사라질 수 있을까? 심지어 통증도 없다. 얼굴에서 코만 사라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체면이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의 코발료프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불상사다. 그는 자신이 아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 코를 찾으려 한다. 경찰서에 가고 심지어 코를 찾는 광고를 내려고 한다. 놀라운 건 그의 눈에 자신의 코를 만나기도 한다. 자신보다 높은 관등으로 나타난 코. 오직 자신만이 그가 자신의 코라는 걸 알 수 있다. 코가 없어진 것도 기절할 노릇인데 그런 코가 사람 행세를 하다니. 아, 이런 기발한 상상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허황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하여튼 잘 생각해 보면 이 모든 이야기 속에는 확실히 무언가가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곤 한다. 드물지만 일어나는 것이다. (「코」, 58쪽)
코는 아무렇지 않게 코발료프에게로 돌아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마냥 웃으며 재밌게 읽다가도 헛헛함을 느낀다. 고골이 코로 비유한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명예와 부, 권력 끝없는 욕망은 아닐까. 유머로 세상을 비판하는 고골의 날카로움은 단연 단편 「외투」에서 빛을 발한다. 관청에서 9급 관리로 일하는 아카키 아키키예비치는 서기로 일한다. 관청의 서류를 정서하는 업무를 성실하게 해낸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하며 박봉으로 소탈하게 살아가는 그에게 가장 강력한 적은 페테르부르크의 추위다. 아카키 아키키예비치에게도 그런 시련이 닥쳤다.자신의 외투가 너무 낡아서 도저히 추위를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새 외투를 장만하는 대신 수선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재봉사는 아카키 아키키예비치의 외투를 보더니 절대 수선할 수 있는 상태라 아니라고 말한다. 아카키 아키키예비치는 새 외투를 장만하기 위해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는 돈을 지불한다.
아카키 아키키예비치는 한껏 들떠 걷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새 외투를 매 순간 느꼈고, 심적으로 만족하며 미소까지 몇 번 지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러했다. 하나는 외투가 따뜻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멋져 보여서였다.( 「외투」, 88쪽)
새 외투를 입은 그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라는 걸 상상할 수 있다. 관청의 사람들도 그를 다른 사람으로 대접한다. 외투 하나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심지어 상사가 그를 대신하여 축하파티에 초대한다. 관청과 집, 서류 정서로 이어진 단순한 일상이 아닌 특별한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상사가 사는 도시로 가는 그 밤은 아름다웠고 놀라웠다. 모든 게 순탄한 것 같았는데 파티에 참여하고 돌아오는 길에 광장에서 외투를 잃어버린다. 누군가가 그에게서 외투를 벗겨갔다. 전부인 외투를 찾기 위해 아카키 아키키예비치는 경찰서장을 찾지만 헛수고였다. 아카키 아키키예비치는 ‘중요 인사’를 찾아가지만 돌아오는 건 책망과 호통이었다. 외투 없이 추운 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온 그는 열병에 걸려 죽고 만다. 그 후 페테르부르크에는 밤마다 유령이 나타나 사람들의 외투를 빼앗아 간다는 소문이 가득하다.
작은 눈덩이들이 그의 얼굴을 때리며 날라왔고, 그의 외투 옷깃은 마치 돛처럼 펄럭였다. 초자연적인 힘으로 그의 머리에 불어닥치는 이 돌풍은 그를 거기에서 빠져나오도록 부단히 애를 쓰게 만들었다. 중요 인사는 돌연 누군가가 목의 옷깃을 아주 세게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다. 몸을 돌린 중요 인사는 낡고 해진 제복을 입은, 크지 않은 키의 사람을 보았고, 그가 아카키 아키키예비치임을 깨닫고 공포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외투」, 114쪽)
고골이 소재로 한 코와 외투는 같은 듯 다르다. 코발료프에게 코는 신체의 일부지만 없어도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인간의 허영심에 대한 이야기라면 아카키 아키키예비치엑 외투는 생존의 문제였다. 그에게 외투는 가족이었고 삶이었고 자신이었다. 유령이 되어 자신의 외투를 찾으려 할 정도로 간절한 대상이었다. 외투는 우리 시대에 가장 절실한 생존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러니 누군가의 외투를 함부로 대하거나 빼앗아서는 안 된다.
나머지 단편 「광인의 수기」, 「소로친지 시장」, 「사라진 편지」는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동화처럼 다가온다. 「광인의 수기」속 주인공은 개들의 말을 알아듣고 자신이 스페인의 국왕이라고 착각한다. 한 편의 뮤지컬처럼 느껴지는 「소로친지 시장」은 제목 그대로 소로친지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왁자지껄 소동을 벌이고 악마가 등장하기도 하며 그 안에서 누군가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필사의 전략을 짠다. 「사라진 편지」는 화자가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경험담이다. 여왕께 편지를 전하기 위해 떠난 길에서 할아버지가 만난 사람들. 「소로친지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악마가 등장한다. 「소로친지 시장」에서는 술집 주인이 손님이 담보로 맡긴 옷을 팔아버렸고 할아버지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다. 신의를 저버린 인간에게 나타난 악마라고 할까. 그렇다고 해서 악마가 몹쓸 짓을 하거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 일종의 죄에 대한 경고라고 하면 맞을까.
고골의 단편은 유머를 장착한 사회 비평이다. 험한 세상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라고 조언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 1830년대 그의 소설이 21세기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진심을 혹독하게 받아들이고 새겨야 하지 않을까. 고전을 읽고 그것을 통해 지혜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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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고골(1809.03.19~1852.02.21)은 우크라이나 카자크 귀족 가문 출신이었으나 모국어 대신 러시아어로 작품 활동을 했다. 도스토옙스키가 '우리는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고골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이 책에는 환상적인 단편소설 5편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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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편지>
게트만께서 여왕에게 편지를 한 통 보내기 위해 할아버지를 보냈는데 모자 속에 편지를 넣고 가던 중 시장에서 자포리자 카자크를 만나서 잡담에 잡담을 거듭하다 그만 자신이 해야할 임무를 완전히 잊어버리고는 술판이 벌어져서 다음날 일어나 보니 자포리자 카자크와 모자와 말들이 다 사라진거죠. 그런데 악마가 지옥까지 가는 길이 멀어서 그의 말을 훔쳐갔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아버지는 모자를 찾기 위해 마녀들을 만나러 가는데... 아~~ 웃겨. 말이 안되는 것 같으면서도 말이 된단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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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의 수기> = 광인일기
광인=미친 사람 포프리신! 아크센티 이바노프! 9등 문관! 귀족! 그는 왜 미쳤을까? 직업도 있고 배운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국장의 자리가 부러워서? 국장의 딸 소피와 결혼 할 수 없어서?
미친 사람이 일기를 썼다. 신분상승을 노렸으나 무산되니까 9등관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서???
날 구원해주세요! 날 데려가주세요! 나를 이 세상에서 데려가라! 멀리, 멀리, 그래서 아무것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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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단편소설집이다.
<코>에서 여느 아침처럼 아침식사를 하려고 아내에게 빵과 양파를 요구한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아내가 던져준 빵을 먹기 위해 반을 가르고 난 뒤 속에 코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더군다나 그 코는 자신이 면도해 주는 8등관 코발료프의 코였다.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분노한 아내의 성화에 그 코를 처리하러 거리로 나왔고, 많은 사람들의 의도치 않은 방해를 이겨내고 이삭키옙스키 다리에서 코를 버린다. 한편 여느 아침처럼 일찍 잠에서 깨어난 8등관 코발료프는 전날 저녁 코 위에 난 뾰루지를 보기 위해 거울을 보고는 자신의 코가 없어진 것을 알고 매우 놀란다. 그는 자신의 코를 찾기 위한 무언가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어느날 감쪽같이 코가 사라졌는데 그 코가 자신보다 높은 귀족인체 행세하다니. 그러면 그 코는 사람처럼 형태를 바꾼 것일까? 크기는 사람만큼 커진 것일까? 그렇다면 코발료프가 어떻게 자기 코인지 알아봤을까? 코가 처음 발견된 곳이 이발사의 아침식사용 빵 안에서이니 크기가 커진것 같지는 않은데, 사람인 척 옷을 입고 돌아다닌다고 해도 주변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그를 고위 귀족 대우를 해주는 것도 신기하다. 과연 실제였을까 아니면 코발료프의 꿈이었을까?
<외투>에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만년 9등 문관으로 다른 관리들이 즐거운 여가시간을 보낼 때에도 자신의 정서하는 일에 빠져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그를 조롱하며 존중하지 않더라도 온순하게 참고 견디며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지고 살았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바로 다름 아닌 페테르부르크의 혹독한 추위였다. 언제부터인지 등과 어깨가 강렬하게 타는 듯하게 느껴졌고 자신의 외투에 결함이 있음을 발견한다. 이에 재봉사 페트로비치를 찾아가 수선을 의뢰하지만 페트로비치는 수선할 수 없는 상태라며 새 외투를 맞출 것을 권한다.
삶의 굴곡없이 무난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하며 불만없이 살아가던 하급관리인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의도치 않게 맞춘 새 외투라는 작은 물질에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새 외투는 어떤 존재였을까? 새 외투가 그의 인생에서 행복의 대상이 맞았을까? 새 외투로 인해 느끼게 된 인생의 부조리함. 주인공에 대해 연민의 감정이 드는 작품이었다.
<광인의 수기>에서 9등 문관 아크센티 이바노비치는 아침에 늦게 일어난 것을 알고 관청으로의 출근을 서두른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 때 아크센티 이바노비치 옆으로 국장의 마차가 지나가더니 상점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그가 연모하는 국장의 딸 소피가 내렸다. 소피는 상점으로 들어갔지만 그녀의 작은 애완견 멧지는 거리에 남았다. 그런데 그 애완견 멧지가 지나가는 어떤 두 부인의 작은 개 피델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개가 인간처럼 말하다니…. 더군다나 그 개는 자신이 피델에게 편지를 썼다고 이야기했다. 개가 말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까지 쓸 수 있다니…. 그렇다. 아크센티 이바노비치는 얼마 전부터 아무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들을 이따금 보고 듣게 되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아크센티 이바노비치는 멧지가 피델에게 보낸 편지를 가로채기로 결심하는데….
정신분열을 일으켜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아크센티 이바노비치의 상사가 예전부터 주인공의 머릿속이 뒤죽박죽이고 미친사람처럼 뛰어다니거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제목을 소문자로 쓰거나 날짜와 숫자를 기입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으로 보아 원래 정신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었던 사람인 것 같다. 개가 말을 하고 편지를 쓴다고 믿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자신이 사랑하는 상관의 딸이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완전 정신줄을 놓는 것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로친치 시장>에서는 농부 솔로피 체레비크가 그의 예쁜 딸 파라스카와 사악한 계모이자 무서운 아내 히브랴를 데리고 소로친치 시장에 밀 열포대와 늙은 암말을 팔러 온다. 열여덟 살에 처음 시장을 따라 온 파라스카는 자신들의 짐수레 근처에서 수많은 볼거리를 구경하던 중 그녀에게 반해 쫓아 온 흰색 긴 상의를 입은 청년 골로푸펜코의 아들 그리츠코와 사랑에 빠진다. 한편 체레비크는 시장의 도매상인들이 악마의 '긴 빨간 상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가 자신의 딸과 그리츠코가 서로 껴안고 사랑을 속삭이는 것을 보았다. 체레비크는 그리츠코를 예비 사위로 여기고 그의 아내 히브랴에게 이야기하지만 히브랴는 그가 시장으로 오던 길에 자신에게 진흙을 던졌던 불한당이라며 화를 내며 반대하는데….
옛 우크라이나 시장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유쾌하게 적은 이야기이다. 전해지는 괴담과 연관해 꾀많은 집시가 그리츠코의 결혼을 성사시켜준다. 이 단편을 통해 옛 우크라이나 농민들의 모습과 시장의 모습을 알 수 있어 신선했다.
마지막 단편 <사라진 편지>에서는 포마 그리고리예비치가 고인이 된 자신의 할아버지가 마녀들과 두라크 카드놀이를 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 할아버지는 게트만이 여왕에게 보내는 편지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고는 집을 출발했다. 편지를 모자안에 넣어 잘 꿰매어 머리에 쓰고는 열심히 말을 달려 다음 날 일찍 코노토프의 시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잡다한 사람들을 보았는데 그 중 자포리자 카자크를 만나 잡담을 나누다가 자신의 임무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어버리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자포리자 카자크와 다른 한 명의 카자크와 술을 마시며 잡담에 잡담을 하며 들판으로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자포리자 카자크가 자신은 오래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이야기하며 그날 밤 자신을 위해 잠을 자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말을 타고 조금 가다보니 술집이 나왔고 다른 카자크는 그곳에서 잠에 빠졌지만, 할아버지는 자포리자 카자크와의 약속을 지키려 잠을 자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여태껏 접했던 소설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일상적 이야기가 갑자기 현실적이지 않은 유령과 악마같은 환상적 이야기와 결합되는 것을 보여준다. 또, 하급 관리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를 보여주며 불평등한 상황을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등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 문체도 이제까지 접해 본 것들과 달리 특이하며 약간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제껏 접해 보지 못한 신선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많은 독자들이 '가장 불가해한 러시아 작가 중의 한 명'인 니콜라이 고골의 작품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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