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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규정이란, 각종 상위법령에 근거해 학생들의 교내외 생활, 징계와 포상에 대한 내용을 규정한 것이다. 요즘은 교사의 '교육적' 지도에 대한 이의제기가 많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이나 관행, 상식에 근거해 아이들을 대하다가 다치게 되는 교사들이 많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학교생활규정의 중요성이 더해질 수 있다.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지도 방법과 범위를 명문화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도 학교생활규정 개정을 예정하고 있다. 학생부장이라 이 규정의 적용을 직접적으로 담당한지도 이 학교에서만도 벌써 네 해째. 앞장서서 실질적 무력화를 위해 행동했지만 사실 그것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것은 아니라서 제약이 적어진 학생들 외의 외부자들에게-물론, 동료교사들에게도- 많은 질책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내가 내년에 학교를 옮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개정 작업을 시작해놓고 진짜 자리를 옮기게 되면 후임자로부터 무슨 원망을 듣게 될까 염려도 된다. 하지만 어딜 가든 이 터무니없는 과거의 망령들과는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필요했고, 마침 학교생활규정에 대한 일부 선생님들의 논의가 책으로 출간되었다기에 냉큼 사보았다.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권리교육팀' 지음이다. 모임 소개를 보니 꽤 오래 공부를 해 왔고 분야도 제법 세분화되어있지만, 그런것치고는 책을 끝까지 참고 읽기 힘들 정도로 곳곳에 논리 전개의 오류와 감정적인 서술들이 눈에 띄어 내가 필요로하는 책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학교생활규정과 학생들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나와는 국민의 힘과 정의당의 평생선처럼 달랐다. 그래도 무언가 배울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페이지는 넘겼지만 설득해야 할 완고한 동료를 만난 듯 고구마같은 느낌만 잔뜩 남고 말았다. 학교생활규정에 품고 있는 인권 침해 요소에 대해 매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점검해서 개정을 '권고'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들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듯하다. 단순 권고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을 거치면서 그것이 권고가 아닌 지침으로 둔갑하는 실태를 지적하고 있으나 그 대안으로 표준화된 통일안 또는 예시안을 상급 기관에서 제시해달라고 주장하는 자가당착을 범하고 있기도 하다. 저마다 모두 다른 학교 여건과 구성원들의 특성을 무시하고 하나의 틀에 모두 끼워맞추려고 함으로써 자신들이 대단히 전체주의적인 위험한 사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게 무척이나 큰 문제다. 그러니까 학생 지도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교사들은 과연 어떤 방향에서 학생 지도에 접근해야 하는가를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그 성찰의 깊이나 폭은 취지를 따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느껴진다. 그러니까 전국 수만 개의 학교의 규칙을 모두 살필 순 없겠지만 적어도 열 개 남짓의 학교 규정만 봤어도 이런 뻘소리는 못 할 거다. 아마도 자신이 근무한, 또는 같은 연구회에 근무한 이들의 학교에서 벌어진 생활지도 사례들을 바탕으로 썼을 것 같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학교에는 흡연 학생이 많아서 징계의 기준이 적발 5회나 그 이상이 교내봉사 대상일 수 있지만 어떤 학교에는 그렇지 않아서 3회로 하고 있다면 어떨까. 이걸 전국 공통으로 3회로 정해 보자. 그럼 아이들이 금연을 할까, 아니면 안 걸릴려고 학교 밖으로 담을 타넘을까. 아마 특정 학교는 징계가 누적돼 퇴학을 당하면서 학업 중단률이 크게 치솟을 것이다. 원인을 찾아서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외부적인 제재로 현상을 수정하는 건 반드시 한계에 봉착한다는 말이다. 일률적인 법과 규정은 부작용을 양산할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쉽지 않다. 명확하고 상세한 법 규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면 판사나 검사, 변호사의 법리 다툼은 필요없다. 범죄 종류와 규모에 따라 정해진 것을 집행하면 될 따름이다. 이 책에서 주로 논의하고 있는 것은 '교사가 학생의 수업 참여를 강제할 수 있는가?', '현행 복장 규정을 유지해야 하는가?', '학교에서의 휴대폰 사용', '학생 화장', '욕 사용' 등이다. 욕은 명백하게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이므로 공동체 생활을 위해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비교적 쉽게 내릴 수 있다. 수업 참여 강제 역시, 교사는 수업을 통해 학생을 교육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으므로 의무에 충실한 행위라고 어렵지 않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복장, 휴대폰 사용, 화장은 어떠한가. 이러한 일들이 과연 공공복리를 저해하거나, 개인의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가 되는가. 이 책에서는 교육의 목표를 개인의 자아실현이 아니라 공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사회화에만 방점을 찍는 것 같아서 대단히 불편하다. 한발만 더 나가면 온 사회를 순화할 군홧발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무엇보다도, 선거권이 부여되지 않았음을 예로 들며 학생들이 아직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힘든 존재임을 강조하고 일방적인 계몽과 계도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 그럼, 우리나라보다 선거권 제한 연령이 낮은 나라는 아이들에게 판단력이 몇 년 더 빨리 생기는가보다. 그리고 한 인간의 인권을 제한해야 하는 논의에 왜 본인의 참여는 배제하는가. 그리고 교사는 그것을 결정할 권리가 있는 직업인가. "규칙을 잘 지키면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가 줄어들고 구성원이 더 안전하고 평화롭게 생활할 수 있게 됩니다."라는 초등학생들도 도덕 시간에나 선생님의 눈에 들기 위해서나 할 법한 말을 들으면 학교생활규정 강화와 준수를 강조하는 저의마저 의심하게 된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이 학교 현장에 초래한 혼란을 직접 보고도 이런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이 법제화되면서 학생들은 이미 화해했는데 부모 싸움으로 번지는 일, 법적 절차를 지키지 못해 징계를 받거나 고소를 당하는 교사들, 이 싸움에 끼어들어 이익을 챙기는 브로커와 변호사들이 과연 학교를 더 안전하고 평화롭게 만들었는가. 당장 대입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지들끼리 싸워도 쉬쉬하고 학교에 알리지 않으려고 하는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생들도 하지 않을 말을 이렇게 책으로까지 내고 있으니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학교폭력, 교권침해, 생활규정 위반에 대한 것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선도위원회에서 처리하자는 미친 것 같은(?) 소리도 하고 있는데, 법적 절차를 지키면서 이 사안들을 다 처리하려면 아마 담당자가 서너 명은 있어서 학교에 있는 내내 꼬박 그 일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다. 학폭 사안 하나 처리하는데도 작성해야 할 서류가, 선도위원회 하려면 사전, 사후 작업에 작성해야 할 서류가... 아유.. 말을 말자. 그러나. 일부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머리말에서 본 그 말만큼은 십분 동의한다. '눈 감고 싶은 마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그래도 교실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분명 많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는 그 지점에는 박수를 보낸다. 또한, 생활규정을 학생들에게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의무' 뿐만이 아니라 '권리'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부분에도 공감한다. 이른바 '권리교육'이라는 것이다.(물론, 이러한 약속이 토론과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문제를 삼고 있는 규정들은 결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과거에 만들어진 것들이라는 점을 혼동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그래도 수업에서 이런 논의를 실제로 해 본 것인지, 각각의 쟁점을 다룬 토론을 진행하기 위한 실제 학습 자료들이 함께 실려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수업에 활용하고 싶은 교사들은 참고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