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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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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경, 갑작스럽게 지구를 뒤덮기 시작한 ‘더스트’라는 물질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가 파괴되고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고통받고 죽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인류는 무너진 것들을 일으켜 세웠고 새로운 평화를 되찾게 된다. 소설은 지구가 재건의 시기를 거친 2129년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 더스트 생태연구센터에 보내진 식물 샘플. ‘모스바나’라고 불리며 ‘악마의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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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경, 갑작스럽게 지구를 뒤덮기 시작한 ‘더스트’라는 물질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가 파괴되고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고통받고 죽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인류는 무너진 것들을 일으켜 세웠고 새로운 평화를 되찾게 된다. 소설은 지구가 재건의 시기를 거친 2129년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 더스트 생태연구센터에 보내진 식물 샘플. ‘모스바나’라고 불리며 ‘악마의 식물’이란 별칭을 가진 이 식물은 더스트 시대에 번성하다가 근래에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자취를 감추었는데, 최근 특정 지역에서 이상 증식 현상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극한의 환경을 지나 평화를 되찾은 지금, 이 식물은 왜 다시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모스바나라는 의문의 식물과 푸른빛의 관계, 이희수라는 사람의 정체와 행방, 더스트 시대에 대한 호기심과 프롤로그에서 들려준 사람들의 뒷이야기까지. 소설은 초반부터 궁금한 점들이 계속 흘러나와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 “그건 생존과 번식, 기생에 특화된 식물이지요. 더스트 시대의 정신을 집약해놓은 것 같다고 할까요. 악착같이 살아남고, 죽은 것들을 양분 삼아 자라나고, 한번 머물렀던 땅은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한자리에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멀리 뻗어나가는 것이 삶의 목적인······ 그 자체로 더스트를 닮은 식물이지요.” 】 (p. 106)

 

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한 답답한 하늘을 보고 있던 어느 날, 인류의 종말이 미세먼지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소설 속 ‘더스트’가 공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고, 팬데믹을 겪고 있어서인지 세계적 재난 상황을 그려낸 이야기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오직 생존만이 목적인 시대. 여차하면 맞이하는 개인의 종말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덕적 가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살아남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소설은 재미있는 스토리와 함께 철학적인 고민도 넌지시 던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이 작품은 대부분이 기계로 교체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의 마음이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지 그리고 인간적인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도록 만들기도 했고, 식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에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다른 종들을 내려다보는 오만한 인간의 생각을 반성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돔을 없애는 거야. 그냥 모두가 밖에서 살아가게 하는 거지. 불완전한 채로. 그럼 그게 진짜 대안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 똑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 거야.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뭔가를 해야 해. 현상 유지란 없어. 예정된 종말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해서 벌이는 것 자체가 우리를 그나마 나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거야.” 】 (p.277)

 

이제 아영은 이곳에 있었을 누군가의 안식처를 그려볼 수 있었다.

해 지는 저녁, 하나둘 불을 밝히는 노란 창문과 우산처럼 드리운 식물들. 허공을 채우는 푸른 빛의 먼지. 지구의 끝도 우주의 끝도 아닌, 단지 어느 숲속의 유리 온실.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깊도록 유리벽 사이를 오갔을 어떤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 (p. 385)

 

하. SF 소설이 이렇게나 아련할 일인가. 이번에도 김초엽 작가님 덕분에 머나먼 세계로 흥미로운 여행을 즐기고 돌아왔다. 예상외로 식물이 주연급으로 등장하여 더욱 즐겁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재난과 관련된 SF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김초엽식 감성이 녹아 있는 흥미진진한 SF 소설을 찾고 있다면 <지구 끝의 온실>을 추천하고 싶다.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도 들리던데, 더스트 시대, 모스바나, 프림 빌리지와 온실을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매우 궁금하고 기대된다.

 

온실의 모순성을 좋아한다. 자연이자 인공인 온실. 구획되고 통제된 자연. 멀리 갈 수 없는 식물들이 머나먼 지구 반대편의 풍경을 재현하는 공간.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 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 (p. 389, 『작가의 말』중에서)

YES마니아 : 골드 c********i 2022.03.23. 신고 공감 34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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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하게 아름다웠고 위태로웠던, '지구 끝의 온실'
"아득하게 아름다웠고 위태로웠던, '지구 끝의 온실'" 내용보기
뭐가 옳은 건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세계를 말하는 것이 이상했다. 프림 빌리지 바깥의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인류 전체의 재건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 그들은 우리를 착취하고 내팽개쳤다. 그 사실만은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버려진 우리가 세계를 재건해야 할까.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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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옳은 건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세계를 말하는 것이 이상했다. 프림 빌리지 바깥의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인류 전체의 재건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 그들은 우리를 착취하고 내팽개쳤다. 그 사실만은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버려진 우리가 세계를 재건해야 할까.

어디선가 거센 바람이 불어올 때면, 빼곡한 나무들 사이의 작은 공백이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그 풍경을 볼 때면 이곳이 투명한 스노볼 안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아득하게 아름다웠고, 당장 깨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p215

 

지수는 자신이 조금씩 사람들이 가진 어떤 활력에 물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수년 뒤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삶만을 생각하는, 그러나 그 내일이 반드시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데에서 오는 매일의 활기에.

-p304

 

온실의 모순성을 좋아한다. 자연이자 인공인 온실, 구획되고 통제된 자연. 멀리 갈 수 없는 식물들이 머나먼 지구 반대편의 풍경을 재현하는 공간.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p389

 

 

 

 

 

요즘 읽는 책들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인지 바이러스 등,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무언가와 사투를 펼치는 이야기들이 꽤 등장한다. 평범한 삶이 불가능해져 바이러스가 유입하지 못하는 돔을 지어 산다거나, 피할 수 없는 바이러스에 목숨을 잃는다거나,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싸움을 하는 등의 그림이 그려지는 책을 읽을 때마다 괜시리 마음이 불안해진다. 언젠가는 다가올 것 같아서. 픽션을 픽션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다.

 

더스트 폴 이후 더스트 생태에 대해 연구하는 아영은 해월 지역에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모스바나 식물 조사 요청이 들어와, 그 지역으로 출장을 간다. 엄마의 직장 때문에 온유라는 지역에서 잠시 살았던 아영은 어릴 적 아영에게 돔 시티에 살았던 이야기를 들려줬던 이희수씨를 기억해냈다. 이희수씨의 정원에서 봤던 푸른 빛의 식물 때문이었다. 아영이 더스트 생태학을 공부하게 된 데에는 이희수씨가 들려준 식물 이야기 때문이기도 했다. 돔 밖에서는 더스트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다 죽어갔던, 더스트 폴 시대의 이야기.

 

더스트가 지구를 휩쓸면서 사람들도 다 휩쓸어버렸다. 더스트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내성종으로 분류되었고 내성종은 사냥꾼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하고 연구실로 끌려가 실험 대상이 되었다. 나라, 인종 구분없이 더스트가 가득한 곳에서 살아남을 어딘가를 찾아다녀야만 했다. 아마라와 나오미도 온갖 위협을 어렵게 피해 살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도착한 곳이 프림 빌리지였다. 프림 빌리지에는 그들만의 질서가 있었다. 외부인은 경계하는 마을이어서 아마라와 나오미는 마을 사람들의 회의 끝에 어렵게 프림빌리지 거주 허가를 받았다. 당장 내일을 살아가는 데 급급한 더스트 폴 시대의 사람들은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는 데에 만족했지만 점점 삶이 안정을 찾아가자 내일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방향이 각기 달랐기에, 프림빌리지 또한 불안전한 곳이었기에 사람들은 결국 프림빌리지의 최후를 마주하게 됐다.

 

삶과 죽음이 공존했던 더스트 폴 시대였기에 죽음을 목전에 앞둔 사람들의 일상은 두려움과 극도의 긴장감, 불안정함으로 휘감겼을 테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삶을 지배당하고 잠식당하는 기분은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프림빌리지 속 은은한 빛을 뿜어냈던 온실은 더스트로부터 프림빌리지 속 사람들을 지켜냈다. 온실 안에서 식물만 들여다보고 연구하는 레이첼 덕에 더스트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프림빌리지 안의 온실은 희미한 반짝임을 낼 수 있었다. 레이첼이 만들어낸 식물들은 더스트 폴 시대의 사람들을 구해냈지만, 이 식물이 보다 더 넓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길 바라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온실을 지켜내지 못했다.

 

레이첼이 만들어낸 모스바나는 더스트 시대 생태학을 연구하는 아영에게까지 이어진다. 모스바나와 이희수씨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아영은 돔 시티에 살았던 아마라와 나오미를 만나게 되고, 그녀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녀들이 말하는 사람과 이희수씨가 동일 인물이라는 강한 끌림을 받게 된 아영은 이희수씨를 찾아 나선다.

 

김초엽 작가가 더스트 폴 시대의 이야기와 그 이후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식물'과 흥미롭게 연결시킨 점이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정적인 이미지인 '식물'이 지극히 동적인 '사람'과 만나는 김초엽 작가의 이야기는 '식물'이 단지 정적인 대상이 아니라는 걸 각인시켜준다. 인간과 로봇이 결합된 시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생존의 위협을 움켜쥐는 시대에도 자연의 터줏대감인 '식물'이 갖고 있는 힘을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다. 느끼지 못했던 '식물'의 힘 때문에 이야기가 내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s*****5 2022.08.30. 신고 공감 23 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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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지구 끝의 온실 리뷰
"[도서] 지구 끝의 온실 리뷰" 내용보기
아영은 그렇게 느리고 꾸물거리는 것들이 멀리 퍼져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천천히 잠식하지만 강력한 것들,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정원을 다 뒤덮어버리는 식물처럼. 그런 생물들에는 무시무시한 힘과 놀라운 생명력이, 기묘한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영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 p.82 “좋아요. 딱 한 번만 더 이야기를 해볼게요. 어쩌면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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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은 그렇게 느리고 꾸물거리는 것들이 멀리 퍼져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천천히 잠식하지만 강력한 것들,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정원을 다 뒤덮어버리는 식물처럼. 그런 생물들에는 무시무시한 힘과 놀라운 생명력이, 기묘한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영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 p.82

“좋아요. 딱 한 번만 더 이야기를 해볼게요. 어쩌면 당신이 말한 정원의 주인은 제가 아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당신은 답을 아직 알지는 못하지만, 답을 찾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지요. 그곳으로 가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 p.109

“지금부터는 실험을 해야 해. 내가 가르쳐준 것, 그리고 우리가 마을에서 해온 것들을 기억해. 이번에는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알겠지?”
--- p.242

어떤 기묘하고 아름다운 현상을 발견하고, 그 현상의 근거를 끈질기게 쫓아가보는 것 역시 하나의 유효한 과학적 방법론일지 모른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대부분은 실패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가보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할 놀라운 진실을 그 길에서 찾게 될지도 모른다고, 아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 p.257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재앙이 발생한 지구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재앙은 '더스트'로 먼지, 안개. 공기 중으로 호흡할 수 있는 오염 물질이다. 즉 완벽히 외부와 차단되지 않으면, 혹은 내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모두가 죽을 수 밖에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설정이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가장 최근인 코로나가 떠오른다. 공기중으로 감염되는 호흡기 질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모두가 코로나를 경험해 봤기때문에 이 책을 그저 판타지가 아닌 현실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이 있다. 

 

먼저, 식물 연구원이라는 '아영'이라는 인물이 새롭게 등장한 생명력이 강력한 '모스바나'라는 식물을 연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모스바나가 왜 이렇게 무서운 전파력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식물인지. 과연 이 식물이 이로운지. 해로운지. 미스테리한 느낌을 준다. 

 

이 식물로 출발해 과거 재앙에서부터 선조들이 어떻게 살아갔는가. 극복해 나갔는가하는 의문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이런 선조들의 행적을 쫓아가면 나오는 새로운 절대 공간 '프롬 빌리지'라는 공동체에서 인간들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는지. 잔인한 면모까지 엿볼 수 있다. 

 

여기서 특이점이 하나 더 발생하는 데 정체 불명의 '더스트'에 SF적인 설정이 추가되면서 로봇 '레이첼'이 등장한다. 논리적 사고는 가능하지만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마음'을 가질수 없는 기계에서 인간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는 다소 낭만적인 이야기가 여기서는 인간의 욕망인 이기적인 마음에서 출발한다. 로봇을 고칠 수 있는 '지수'가 뇌의 일부 장치를 조절해 레이첼에게 마음이 생기게 한 것이다.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결국에는 레이첼이 만든 새로운 종인 모스바나가 더스트를 대항하는 식물로서 밝혀지고, 프롬 빌리지 안의 구성원들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며, 온 세상에 이를 퍼트려 모두가 살 수 있는 지구를 만들어 낸다. 지구 끝의 온실이었던 프롬 빌리지 공간이 그들의 노력으로 모든 지구 자체가 생명체가 숨 쉴 수 있는 공간 온실 그 자체가 된 것이다.

 

환경 오염, 인간의 욕망, 이기심, 미래 기술 등 요즘 세대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들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시사점을 준다. 단순한 SF 소설이 아닌 현실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마음에 와 닿는 책이 아닐까 싶다.

l*****7 2023.09.22. 신고 공감 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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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9] 내일의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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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 온실>은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모스바나’와 ‘3장 지구 끝의 온실’의 주인공은 2129년을 살아가는 더스트 생태학자 정아영(이하 ‘아영’)이고, ‘2장 프림 빌리지’의 주인공은 2058년 멸망한 세계를 언니와 함께 헤매는 아이, 나오미 재닛(이하 ‘나오미’)다. 마치 액자소설 같은 구성의 이 소설은 운명에 저항하고 희망을 얘기한다. <지구 끝 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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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 온실>은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모스바나’와 ‘3장 지구 끝의 온실’의 주인공은 2129년을 살아가는 더스트 생태학자 정아영(이하 ‘아영’)이고, ‘2장 프림 빌리지’의 주인공은 2058년 멸망한 세계를 언니와 함께 헤매는 아이, 나오미 재닛(이하 ‘나오미’)다. 마치 액자소설 같은 구성의 이 소설은 운명에 저항하고 희망을 얘기한다. <지구 끝 온실>은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유명한 격언처럼, 시시각각 멸망을 향해 달음박질하는 세상에서 기어이 희망의 씨를 뿌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니까.

 

실질적인 이야기는 ‘유령 도시’로 알려진, 강원도 해월의 복원 사업이 진행되는 중, 세발잔털갈고리덩굴, 소위 ‘모스바나’가 수상할 정도로 빠르게 증식하면서 시작한다. 이에 방제 담당은 더스트 생태 연구센터에 모스바나의 성분 분석을 의뢰한다. 연구센터에서 근무하던 연구원 아영은 이 임무를 떠맡았고, 해월시의 불법 회수 처리업자들이 남긴 제보에서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이희수 할머니의 정원을 떠올렸다.

 

어떤 집의 정원이었다. 아영은 정원을 향해 홀린 듯이 걸어갔다. 정원의 흙이 푸른빛을 가득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허공에도 푸른색을 띤 먼지가 흩날렸다. 마치 푸른빛이 정원에 한 겹 덧씌워진 듯한 모습으로, 자연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것 같은, 으스스하면서도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었다. 가까이 가서야 아영은 그곳이 이희수의 정원이라는 걸 깨달았다. 원래 알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시들하던 나무도 무성한 잡초들도 지금은 그림자로만 존재했다. 푸른빛의 먼지들만이 느린 바람을 타고 흩날리고 있었다. [p. 67]

 

아영은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Addis Ababa)에서 열린 생태학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기회를 틈타,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모스바나의 푸른빛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했다. 그 노력의 결과, 더스트 시대에 모스바나를 약초로 활용하면서 사람들에게 ‘랑가노의 마녀들’이라고 불려진 자매 중 나오미와 만나게 된다.

 

아영이 나오미로부터 들은 것은 먼 과거, 더스트에 의해 멸망을 향해 치닫던 2058년의 이야기였다. 자가증식 나노붓의 크기를 줄이다가 그 나노붓이 통제에 벗어난 상태에서 유출된 결과가 더스트 사태였다. 이후 더스트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둠을 만들었지만 어느새 둠을 유지하기 위해, 아니 둠에 살고 있는 기득권자들을 위해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는 세상이 되었다. 수단이 목적이 된 것이다.

 

돔 시티는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더 자인한 방식으로 침입자들을 학살했다. 작은 마을들도 돔 시티에서 보낸 로봇들에게 파괴당했다. 건질 수 있는 것은 전부 가져가 시체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목격한 사람들의 말이었다. [p. 230]

 

뿐만 아니라 아마라, 나오미 자매는 더스트에 내성을 지녔다는 이유로 사냥감이 되고 실험대상이 되었다. 그녀들이 랑카위(Langkawi) 연구소에서 가혹한 실험에 시달리다가 침입자들의 습격으로 연구소가 무너지는 틈을 타서 도망친다. 그 와중에 유토피아 같은 도피처의 소식을 듣는다. 계속된 도피 생활로 아마라의 건강이 악화되자 마지막 희망을 갖고 그 도피처로 향했다.

그곳, 프림 빌리지는 놀랍게도 실존하는 유토피아였다. 대부분의 유토피아가 사람들의 머리 속을 유령처럼 떠도는 것과 달리 그곳은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는, 실재(實在)하는 공간이었다. 물론 불안요소는 있었다. 프림 빌리지의 리더 지수만이 들어갈 수 있는, 언덕 위 온실 속에 사는 사이보그 식물학자 레이첼이 건네는 작물들과 더스트 분해제에 의해 마을이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힘이 없는 평화가 지속될 수는 없는 법, 평화롭던 프림 빌리지는 침략자들의 습격으로 붕괴된다. 그리고 이를 예상했던 프림 빌리지의 리더인 지수는 나오미에게 더스트 분해제 제조법을 알려주면서

 

떠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만약의 경우를 이야기하는 거지. 이 덩굴은 바깥에 지금 이곳과 비슷한 환경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야. 우리가 혹시 이곳을 더 지킬 수 없게 되더라도, 이게 있으면 또 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 수 있어. [p. 236]

 

라고 한다. 그리고 침략자들이 습격하자, 지수는 이에 저항하는 대신 프림 빌리지 사람들에게 레이첼이 개량한 더스트 대항종인 모스바나 종자를 주며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

 

지금부터는 실험을 해야 해. 내가 가르쳐준 것, 그리고 우리가 마을에서 해온 것들을 기억해. 이번에는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 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 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알겠지? [p. 242]

 

이후 프림 빌리지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모스바나를 세계에 퍼트려, 인류가 재생의 첫발을 디딜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적은 오랫동안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인식되었고, 오히려 더스트를 만들어낸, 솔라리타 연구소가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한 더스트 대응협의체의 대응만 널리 알려졌다. 분명 이들이 거대 흡착 그물 및 다공성 포집 기둥 설치 등의 더스트 제거 작업과 증식형 분해제인 디스어셈블러의 살포를 통해 더스트를 감소[2차 감소]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둠 밖에 살던 이들의 영웅적인 희생이 잊혀져야 할까?

프림 빌리지 사람들의 처지를 보며, 왠지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초개(草芥)같이 던진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오버랩 되었다.

 

아마도 그래서 <지구 끝 온실>에서 화자(話者) 역할을 한 아영을 대신해서 작가가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p 389]

 

라는 말을 남기게 한 것이 아닐까?

w******f 2022.10.01. 신고 공감 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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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도 희망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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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지구에 홍수나 폭설, 폭염이 나타나는 건 지구 스스로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서라고. 최근 몇 년간 바이러스가 발생했지만, 코로나처럼 치명적이지 않았다. 누가 예상했겠는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지구에 많은 사망자를 내고 2년째 팬데믹 현상이 생길 줄은. 처음에 버거웠던 마스크 착용도 이제는 자연스러울 정도가 되었다. 이런 까닭에 작가들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지구 끝의 온실』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도 희망을 꿈꾸다" 내용보기

누군가 그랬다. 지구에 홍수나 폭설, 폭염이 나타나는 건 지구 스스로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서라고. 최근 몇 년간 바이러스가 발생했지만, 코로나처럼 치명적이지 않았다. 누가 예상했겠는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지구에 많은 사망자를 내고 2년째 팬데믹 현상이 생길 줄은. 처음에 버거웠던 마스크 착용도 이제는 자연스러울 정도가 되었다. 이런 까닭에 작가들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리는 것 같다. 디스토피아의 세계에서도 희망을 꿈꾼다. 꿈꿀 수밖에 없다. 희망을 갖지 않으면 절망뿐인 삶일 것이므로.

 

더스트로 멸망한 2050년대의 지구. 두 소녀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도피처를 찾는다. 갖고 있던 호버카를 좌표와 바꾸고 그들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더스트로 황폐해진 이곳에 더스트 이전의 마을처럼 숲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 희망이었다. 더이상 갈 데도 없었으며 그들을 받아줄 장소도 존재하지 않았다. 도피처가 있어야 했다.

 

 

 

2129년 더스트생태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아영은 식물생태학자다. 폐허 도시 해월에서 덩굴식물이 증식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렸을 적 이웃집에서 살았던 이희수 할머니를 떠올린다. 그 집에 덩굴식물이 있었고, 푸른 빛이 났다. 모스바나라고 불리는 덩굴식물이 지구가 재건된 이후에 왜 다시 나타났는지 의문이다.

 

아영은 모스바나를 조사하면서 2050년대에 공동체 프림 빌리지에 거주했던 나오미에게 닿는다. 2050년대의 나오미와 아마라는 더스트를 견딜 수 있는 내성종에 분류되어 연구원들에게 실험 대상이 되거나 다른 인간들에게 피를 뽑혀야 했다. 사람들은 거대한 돔을 설치해 그 안에서 생존을 꾀하였고, 돔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그 바깥에서 삶을 영위해야 했다. 어떤 시대든 가진 자들은 가지지 못한 자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자기가 가진 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프림 빌리지는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공동체다. 사이보그 연구원인 레이첼은 더스트에 저항할 수 있는 식물과 음료를 마을 사람들에게 주고, 레이첼의 정비사 지수는 마을 사람들과 레이첼을 잇는 지도자격인 인물이다. 대신 마을 사람들은 레이첼의 온실을 보살피는 거래였다. 프림 빌리지는 나오미와 아마라 자매를 받아들였고, 자매는 그곳에서 비로소 그들의 일원이 된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건 왜 여성들로만 이루어졌는가이다. 아영이 속한 연구소도 거의 여성들뿐이다. 이 때문에 페미니즘적인 소설로 읽힌다. 여성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폭력이 없으며 서로 화합한다. 다만 사냥꾼들로부터 프림 빌리지에 공격을 당하자 분열되기 시작한다.

 

어느 공동체건 늘 끝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였지만 어느 순간에 붕괴될지 아무도 몰랐다. 늘 끝을 생각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지수와 마을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마지막까지 프림 빌리지를 지킬 것인지, 지구를 구할 식물인 모스바나를 퍼트려 더스트를 종식시킬지를 선택해야 했다.

 

 

 

소설 속 여성들은 현재의 삶에 안주하지 않는다. 비록 이별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위한다. 즉 공존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작가가 왜 여성들로만 등장시켰는지 정확한 것은 알기 어렵다. 하지만 비폭력적이고 화합하는 역할로 여성들을 선택했을 것이다.

 

만약 코로나 팬데믹이 페스트처럼 몇십 년 지속된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마스크를 쓰고 모르는 사람들을 경계했던 코로나 팬데믹도 곧 끝날 거라는 희망이 있다. 프림 빌리지에 속해 있었던 사람들이 더스트 종식을 위해 모스바나 종자를 가지고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던 것처럼. 그들이 그것을 잊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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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21.09.30. 신고 공감 1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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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벽 사이를 오간 감정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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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분노 스위치 하나쯤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 켜건, 외부에서 눌러 오건 순간적으로 열등감이 폭발하고 자존감이 손상되는 결정적 포인트 말이다. 사이보그였던 레이첼도 그러했다. 지수를 향한 끌림이 실은 감정 패턴 조절에 의해 유도된 것이란 얘기를 들었을 때 그는 경악했다. 자신을 장난감으로 여겼냐고, 적어도 존중한다고는 생각했는데 그게 심어진 감정이었냐고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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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분노 스위치 하나쯤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 켜건, 외부에서 눌러 오건 순간적으로 열등감이 폭발하고 자존감이 손상되는 결정적 포인트 말이다. 사이보그였던 레이첼도 그러했다. 지수를 향한 끌림이 실은 감정 패턴 조절에 의해 유도된 것이란 얘기를 들었을 때 그는 경악했다. 자신을 장난감으로 여겼냐고, 적어도 존중한다고는 생각했는데 그게 심어진 감정이었냐고 항변한다. 그러면서 냉정하게 선을 그어 버렸다. 그 후론 메신저 로봇을 이용한 간접 소통만 가능했다.

 

레이첼의 분노를 헤아려 보면 그들 사이엔 모종의 설렘이 오갔던 것 같다. 기대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는 표식이 분명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선 이런 격렬한 반응을 보일 이유가 없을 테다. 온실 안 식물을 바깥 세계로 옮기자는 지수의 제안에 레이첼이 건넨 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 넌 어디로 갈 거냐고. 그건 예상 밖의 질문이었다. 과학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일을 물은 것이다. 더스트 자욱한 온실에서 외골수로 식물 연구에만 몰입하던 그에게서 나올 법한 말이 아니었다. 흐트러짐 없는 과학자의 면모를 보여주던 그였으니. 지수도 레이첼을 좋아했다. 대안 공동체를 이끌며 좀처럼 속을 내비치지 않던 냉정한 리더였던 그녀가 갈망으로 두근거렸던 것이다. 급기야 레이첼의 호감을 사고자 조절 장치를 켜기까지 했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미묘한 감정의 결이 교차했다.

 

로봇 정비사와 사이보그 식물학자 사이에 싹튼 이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또 온도는 얼마쯤 될까? 레이첼의 변화는 지수가 감정 패턴을 조절한 후에 일어났다. 아니, 어쩌면 전부터 있어 왔는지 모른다. 지수가 자신을 살려냈을 때부터 남다른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내면에 대한 궁금증은 인간적인 끌림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지수의 안위부터 걱정했던 것이다. 지수는 레이첼과 처음 시선이 마주친 순간부터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뱃속을 긁는 듯한 생경한 느낌이 뭔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확신하긴 어렵고 구체화하기엔 모호한 감정이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진심이란 걸 곧 알아차렸다. 레이첼은 인간보다 더 인간미 넘치는 존재였다. 특정 기능만 편집한 인공 식물 모스바나에겐 딱히 필요 없는 형질을 제거하지 않았다. 더스트 폴로 멸망당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상황인데도 반짝거리며 피어오르는 푸른빛을 감상하는 심미안이라니! 그래서 둘의 마음이 시작된 순간을 특정하긴 어렵겠다. 뚜렷한 계기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뭣하다. 사이보그에게 심어진 감정 때문이라 단정 짓기도 곤란할 것 같다. 어느 순간 자연스레 발화된 감정일 개연성이 크다.

 

 유리벽 사이에 오간 감정의 온도를 짚어본다. 레이첼에게 지수는 세상을 향해 열린 유일한 창구였다. 둘은 상호 조력자이자 동반자로 우정 어린 관계를 이어갔다. 그에 더해 지수는 레이첼의 호의를 얻고 싶었고 시선이 자신에게 오래 머물기를 원했다. 레이첼은 내면에 대한 궁금증을 넘어 그리움으로 나아갔다. 평생을 견딜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될 어떤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로 미뤄볼 때 우정과 애정 사이 어디쯤에서 뿜어져 나올 온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애정이 아니었다고, 그렇다고 오롯이 사랑의 감정이었다고 단언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고온의 애정이라고 좌표 찍기엔 망설여지는 구석이 있다. 과열된 감정이 아니었고 농도도 짙지 않았으니. 그랬기에 사랑에 눈이 멀고 복수심에 불탈 때 내리기 쉬운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않았다. 서로의 안전과 바깥세상의 평화를 위해 단호한 선택을 했던 것이다. 후회와 그리움에 휩싸일 걸 알았지만 고통과 원망에 젖어 있지는 않으리라 확신하면서. 애틋하면서도 담담했던 그들의 눈빛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결국 그들을 일으킨 건 온기 어린 마음이었다. 불가항력적 재앙과 극단적인 배제를 견딜 수 있었던 힘은 따뜻한 선의에서 나왔다. 그것은 가치중립적 과학자와 냉정한 리더의 역할 행동보다는 인간적인 우정에 더 기대고 있는데 들여다보면 애정의 결도 여러 가닥 섞여 있었다. 사랑과 우정이 배려를 낳고 희생을 감수하며 그예 더스트 폴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이다.

a*****7 2021.09.30.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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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남은 이들이 전하는 삶의 이유--- [한국소설-지구 끝의 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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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그럼에도 어떤 소설은 읽고 있는 동안 실제 있었던 일처럼 느끼도록 해 준다. 더 나아가서는 그럴 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 가진 큰 특징 중 하나이다.      김초엽의 소설 ‘지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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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그럼에도 어떤 소설은 읽고 있는 동안 실제 있었던 일처럼 느끼도록 해 준다. 더 나아가서는 그럴 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 가진 큰 특징 중 하나이다.   

 

김초엽의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을 읽으면서 이 유쾌한 특징을 만난다. 먼 미래의 이야기, 지금의 이야기도 아닌, 30년이나 뒤에 또 그보다 더 멀리 있는 이야기인데, 이 거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내가 그 시기 동안 그 모든 독한 ‘더스트’ 상황들을 겪어 낸 뒤 끝내 살아 남아서, 나오미처럼 아마라처럼 그 먼 날에도 다행스럽게 살아 있어서, 아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우리의 만남이 참으로 축복이라는 듯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적 배경을 상상하는 재미도 특별했다. 먼 미래의 우리나라만 나오는 게 아니다. 에티오피아와 말레이시아가 등장한다. 지구 위 수많은 나라들 중에 작가가 왜 이 두 나라를 골랐을지, 우리나라와 삼각형으로 이어지는 구도에 읽는이는 저마다의 의미를 보탤 수 있을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지구 위 세상은 더 이상 조각난 게 아니라는, 지금부터 30년이나 50년이나 100년 정도 지나고 나면, 지금의 국가별 싸움이나 대륙별 또는 인종별 갈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작가의 바람을 담은 게 아니었을까 하고.    

 

삶은 누구에게나 거대하면서 동시에 사소한 의미를 준다. 지상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니 생명을 지닌 개체가 모두 다 소중한 생명체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또 어느 하나 빠뜨림없이 다들 피었다가 스러지고 마는 존재들이다. 어떤 이는 위대한 업적을 세울 것이고 또 어떤 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겠지만. 그러나 그 중에 위대한, 위대하겠다는, 위대하고 싶다는 인간들 몇몇이 저지른 잘못으로 지구 위 생명체들을 온통 위험한 상황에 빠뜨린 일들이 인류 역사상 얼마나 많았던가.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저 잘난 목숨만 믿고, 제 이익만 추구하며 오만하고 그릇된 판단으로 정책을 시행하는 이들이 있을 텐데, 그들로 인해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어떤 의도도 없이 제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수많은 생명체들은 어디에 하소연할 수 있을 것인지, 남은 삶에 그럴 시간이나마 주어질 것인지. 생략되어 있으나 짐작하기에 전혀 어렵지 않은 이 모든 경고와 교훈과 위로가 소설 속 인물들의 입을 통해 곳곳에서 울려나오고 있다.    

      

역사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만 기록하고 기억한다지만 기록되지도 기억되지도  않는 이들의 삶이 이어져 역사가 된다는 것도 우리는 안다. 내가 어쩌다가 이 세상에 태어났으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모른다고 해도, 우리 모두는 다들 살아 있는 것만으로 이 세상에 기여하는 존재임을, 오직 평범한 삶을 바라고 실천하는 올곧은 의지 하나만으로도 살아가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아닐까. 세상을 구원하는 일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며 엔지니어로 제몫을 다하겠다던 지수와 식물 연구자로 충실하며 만족한다던 레이첼이 하고 싶었던 말, 이들을 대신하여 온마음과 정성을 다해 기록물로 전하고자 한 아영의  당부에 이 모든 소망이 담겨 있었던 게 아닌지.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 곧 세상을 구원하는 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자만이 이를 믿을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가득 담은 글로서. 

 

작가는 기록하는 사명을 가진 이다. 어떤 모습으로 기록하든 그건 작가의 고유한 영역일 것이고, 과거를 기록하든 현재를 기록하든 아직은 알 수 없는 미래를 기록하든 그 어떤 모습이든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람직한 사회일 것임은 분명하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후손들에게 이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일은 앞서 사는 이들의 책임이자 의무다. 이 작가가 이것을 이 책으로 보여주고 있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21.09.23. 신고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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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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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이야기할 때 빼 놓지 않는 단어 중 하나가 ‘디스토피아’아닐까? 유토피아의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의 픽션을 그려 내면서 현실을 비판하는 문학작품이나 사상을 말하는 것(네이버 사전). 이런 세상이 온다면 나는 굳이 살고 싶지는 않다. 그냥 모두가 죽어갈 때 같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렵고 무섭고 잔인한 미래의 어느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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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이야기할 때 빼 놓지 않는 단어 중 하나가 디스토피아아닐까? 유토피아의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의 픽션을 그려 내면서 현실을 비판하는 문학작품이나 사상을 말하는 것(네이버 사전). 이런 세상이 온다면 나는 굳이 살고 싶지는 않다. 그냥 모두가 죽어갈 때 같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렵고 무섭고 잔인한 미래의 어느 도시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역경을 이겨내며 그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지만, 미래의 내가 아니 다른 생의 내가 어떻게 다시 태어날지 모르니 이 또한 장담할 수 없겠다.

 

김초엽 작가. 이름을 알고 있었고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녀가 다루는 이야기가 SF소설이라서 굳이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소설을 좋아하는 나지만 SF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로 쫀쫀하고 긴박한, 혹은 호기심을 일으키는 소재가 아니면 읽으려 하지 않는다. SF 소설은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속 상상해야 한다. 현실에서 없는 세계이기에 묘사하는 글을 머릿속에서 만들어야 하니 피곤해서 잘 읽지 않게 되는데 리뷰가 좋아 읽기 시작했고, 그녀의 글에 열광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2129년 더스트생태연구센터. 이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식물생태학자 아영이 주인공이다. 그녀는 느린 것 같지만 그 안에 깃든 놀라운 생명력에 매료되어 일을 시작했다. 어느 날 폐허 도시 해월에서 덩굴식물 모스바나가 빠르게 증식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 식물에서 알 수 없는 푸른 빛이 보였다는 제보. 아영은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노인 이희수를 떠올린다. 그 시절 이희수의 정원에서도 보았던 푸른 빛. 이 빛의 정체는 뭘까? 아영은 모스나바를 채집하여 분석을 시작하고 이와 함께 더스트 시대에 모스나를 약초로 활용한 사람들 랑가노의 마녀들이라 불린 자매를 찾게 되는다...

 

전 사람은 누구나, 모두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위치에 따라 좋은 사람인 척 할 뿐이라고요. (76)

나에게 좋은 사람이 타인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고. (193)

인류는 그간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역사만을 써온 걸까요? (364)

식물과 미생물, 곤충들은 피라미드를 떠받치는 바닥일 뿐이고, 비인간 동물들이 그 위에 있고, 인간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반대로 알고 있는 셈이지요.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식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식물들은 동물이 없어도 얼마든지 종이 번영을 추구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은 언제나 지구라는 생태에 잠시 초대된 손님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도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위태로운 지위였지요. (365)

 

우리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모른다. 지금보다 분명 편하고 살기 좋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말하는 살기 좋다는 편리하다는 것일 텐데, 편리하다는 게 다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겨울인 지금도 미세먼지가 장난 아니고, 뿌연 안개로 인해 호흡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이 이 지구를 지키지 않으면 소설 같은 세상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때 결국 이 지구를 지킬 수 있는 건 지금도 어디선가 뿌리를 내리고 있을 다양한 식물일지도 모르겠다. 김초엽 작가가 상상한 이런 모습이 미래가 아니길. 김초엽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22.02.03. 신고 공감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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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 인류의 구원은, 그저 부산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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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SF소설을 읽은 것이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혹평을 한 소설이 있기는 하지만, 논외로 하고 싶다.) 아무래도 어렸을 적, '과학자'를 꿈꾸던 내가 없어졌기 때문일까. 아니, 단순히 그런 이유는 아니다. 예상외로 SF소설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고로, 그런 류의 소설이 흔히 출간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왜 그럴까.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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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SF소설을 읽은 것이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혹평을 한 소설이 있기는 하지만, 논외로 하고 싶다.) 아무래도 어렸을 적, '과학자'를 꿈꾸던 내가 없어졌기 때문일까. 아니, 단순히 그런 이유는 아니다. 예상외로 SF소설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고로, 그런 류의 소설이 흔히 출간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SF소설이 쓰이고 독자에게 읽히기에는 현대 과학 기술이 과도하게 발전한 감이 없지 않다. 웬만해서는 소설이 과학을 바탕으로 작가가 상상해서 구축해낸 이야기라기보다는, 왠지 곧 삼*이나 애*에서 내년 하반기에 출시할 것 같은 기술로 느껴지기 때문이랄까.

게다가 아무래도 이런 SF분야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글로 표현되기보다는 시각화된 영상으로 표현되는 것이 더 선호된다. CG가 부족했던 시절에야, 도트 단위까지 도드라지는 영상을 보느니, 책을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훨씬 흥미로웠지만, 이것이 CG인지 실사인지 헷갈릴 정도의 수준이 된 지금에서야 굳이 에너지를 소비하며 글로 읽고 상상하려는 사람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무엇이 독자가 에너지를 쏟아부어가며 상상을 하도록 만든 것일까.

내가 너희를 구원하리라. 물론, 원치는 않다만.

먼 미래. '더스트 폴'이라는 재난이 닥치고, 인류는 돔을 짓고 능력이 있는 자들은 그 안에서 생활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붉은 먼지에 내성을 가진 인간들이 있었고, 그들은 밖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인류 멸망의 시기가 눈앞에 펼쳐져 있음에도, 인간들은 그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반목하고 배반하며 약탈하고 파괴했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일련의 시간을 인고한 끝에, 재난을 이겨낸다. 더스트 폴이 결국은 한 연구소에서 개발하려던 나노봇이 그 원인이었다는 것이 밝혀지지만, 정보를 제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디스어셈블러를 개발하여 종식을 선언하면서도 책임에 대한 질문은 없다.

그러던 중, 강원 해월에서 모스바나의 이상 증식이 발생하고, 더스트 폴에 의해 사라진 식물자원을 연구하는 센터에서 일하는 아영은 그 이상 증식에서 묘한 느낌을 받고 추적을 시작한다.

그 추적 끝에 아영이 마주한 것은 조작된 듯 깔끔하게 자라난 모스바나의 DNA와 반대로 추잡하게 생존해 있는 인류의 모습이었다.

레이첼이나 지수 모두, 아마 인류에게서 그 어떤 희망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노봇의 그것처럼, 가끔은 거창하게 인류를 위한다거나 지구를 위하는 것보다 그저 개인, 개인 한 명의 바람이, 마음이, 사랑이 모두를 구원하게 되는 것 아닐까. 뭐, 의도가 어땠는가는 차치하고.

 

인류의 구원은, 그저 부산물일 뿐.

다른 여러 이유에서 이 책이 책장에 꽂힌 지 오랜 뒤에 읽은 것 같다. 꽤나 요란하게 소문이 난 책이라서 되려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너무' 극찬한다라는 느낌. 국내 문단이 여태 그래 왔듯이 문학상 수상작에 따라붙는 여타 찬사들이 출판계에도 따라붙었을 따름이지 않을까라는 의구심.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내 선입견이 얼마나 추잡했는지 깨달았다. 언제부턴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종말과 그것을 견디는 인간들의 이야기. 반목과 이기심. 인류 자체에 대한 불신과 개인의 감성에 대한 믿음이 병존하는 모습. 주인공이 추리를 하는 듯한 형태로 긴장감을 주면서도, 아마라와 나오미의 이야기에서는 탐험이야기를 듣는 듯 흥미진진함이 있다.

게다가 이과계열 전공자라서 그런지 (이 마저도 선입견이겠지만) 과학 지식에 대한 서술이 매우 부드러웠다. 솔직히 읽으면서 작가가 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공부했을지 상상이 갈 정도였다. 반전으로 작가의 부친이 원예학 전공이라는 것이 살짝 배신감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식물이 그 매개가 된다는 부분에서는 식물이 인간에게 위협을 느껴 자살하게 만드는 페로몬을 퍼뜨려 종말 시키려 한다는 내용의 영화가 생각이 났다. 인간이라는 종이 구성한 피라미드형의 생태계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가에 대한 생각과 결국 우리를 구제하는 것이 맨 밑바닥의 식물, 그마저도 식용이나 화훼용도 아닌 잡초라는 사실은 살짝 충격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내가 가장 좋았던 점은 틈 없이 잘 짜인 스토리라거나 잘 서술된 과학지식, 혹은 종말의 현실적 모습들은 아니었다. 되려, 인류의 종말이라는 거대한 문제에서 가장 깊게, 작게, 세심하게 파고 들어가 만난 개인의 모습이 더 와닿았다.

아마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단순히 작가의 상상력에 기댄 처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언젠가 인류는 멸망의 궤도에 오를 것이고, 수많은 소설이 그 멸망을 맞이하고 견뎌내며 이겨내는 이야기를 한다. 그 속에서는 거의 대부분 인류애로 무장하고 정의감에 불타며 박애적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런 주인공은 얼핏 공감대가 생기질 않는다. 그런 주인공과 대치되는 인간 군상이 되려 우리의 삶과 닮지 않았는가. 이 소설에는 그런 영웅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SF임에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인류는 그 스스로 멸망의 길로 몰아간다. 탐욕과 기만과 오만으로. 하지만 절벽으로 향하는 그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것은, 저절로 눈길을 돌리며 선망하게 되는, 개개인의 마음과 사랑의 따뜻함, 아름다움 아닐까.

강철의 팔을 감싸고 휘도는 초록 덩굴처럼, 이 소설은 마치, 한 편의 SF영화보다는 그저 배경을 인류의 종말로 둔, 아름다운 로맨스 같은 느낌이었다. 인류의 구원은, 그저 부산물일 뿐.

r******3 2022.01.24.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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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님의 전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정말 감명깊게 읽어서 이번 <지구 끝의 온실>도 구매해서 읽어보았어요. 평소에 SF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김초엽 작가님이 쓰시는 SF물은 좋더라구요.. 책 페이지수가 줄어드는게 아까워서 한장한장 아끼면서 읽었어요. 작가님이 쓰는 문장들을 읽어보면 왜이렇게 마음 한구석이 찡할까요.,, SF와 감정이 합쳐진 이번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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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님의 전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정말 감명깊게 읽어서 이번 <지구 끝의 온실>도 구매해서 읽어보았어요. 평소에 SF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김초엽 작가님이 쓰시는 SF물은 좋더라구요.. 책 페이지수가 줄어드는게 아까워서 한장한장 아끼면서 읽었어요. 작가님이 쓰는 문장들을 읽어보면 왜이렇게 마음 한구석이 찡할까요.,, SF와 감정이 합쳐진 이번 작품도 역시나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6 2021.10.17.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