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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를, 우리는, 우리 중의 누군가는 벗어날 수 있을까. 여기를 떠나서 세상 어디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을까. 글쎄, 나는 상상으로도 못 갈 것이라고 여기고 사는 사람인데 나와 달리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아니, 또 글쎄. 그런 사람들, 이 책의 작가처럼 그들 역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나만큼이나 잘 알고 있기에 이런 바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떠날 수 있을 것처럼.
실린 소설은 모두 7편. 눈에 드러난 것만으로는 우리네 현실과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한 겹만 더 들어가면 사는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게 나는 좀 많이 아프다. 달랐으면 좋을 세상이 어딘가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세상은 앞으로도 옆으로도 저 멀리멀리 시간으로도 공간으로도 찾아낼 수 없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똑같은 세상, 똑같은 슬픔, 똑같은 절망, 똑같은 한숨, 희망마저 똑같을 것이라는 게 더없이 맥빠지게 만든다.
내가 응원하는 작가이므로, 응원하는 작가의 글이므로, 시작부터 끝까지 옹호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낯선 요소들은 신선하다 하며 받아들이고 익숙한 장치에서는 노련하다 하며 끌어당긴다. 어느 한 편 내 기대에서 떨어지는 작품이 없다. 나로서는 한번도 가정해 본 적 없는 세계의 모습들이, 그 세계를 이루는 요소 낱낱이 그럴 듯해진다. 의심이 되지 않는 가정,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의 실현, 작가의 도움으로 내 상상력의 폭을 넓힌다. 현실이 구차할수록, 끔찍하게 여겨질수록 상상은 숨쉴 틈을 만들어준다.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장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건 너무도 중요하다. 삶과 죽음이 어떤 이들에게는 같은 선에 서서 이름을 부르고 있기도 하니까.
SF 장치와 소재들로 입혀 놓은 상징들이 온통 뜨끔뜨끔한 자극을 준다. 약자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 살아가기도 힘든 세상,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음에도 저는 아닌 척, 강자로 군림하는 이들의 허상이 애달프다. 후회할 때는 이미 늦었을 때일 텐데. 조금만 더 빨리 알아챌 만큼 지혜로우면 좋을 텐데. 그릇된 편견과 아둔한 고집으로 놓치는 진실이 얼마나 많은지, 놓친 진실 때문에 아픔을 겪게 되는 이들이 또 얼마나 많은지 알면 좋을 텐데. 작가가 7편의 작품에서 그려 보이는 특수 상황에 처한 이들과 닮은 사람들을 우리네 현실에서 끌어내다 보니 고단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나 또한 거기에 뻔뻔하고도 어리석은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니.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보는 일은 언제나 흐뭇하고 또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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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않은 이야기를 꾸며낸 글이란 면에서는 SF나 판타지, 무협소설이 다 비슷하지만, SF는 과학적으로 있을 법한 내용을 소재로 글을 엮었다는 게 다른 점이라고 할까? 하여튼 모든 소설은 픽션이니까 지어낸 이야기다. 인간이 하늘을 날거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과 사건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은 상상이나 꿈에서 봤을 법한 일들을 소재로 한다. 무협소설도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나름 일가를 이루고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무협소설로 따로 분류해도 좋겠다. 재미로 치자면 내가 읽은 모든 책 중 가장 으뜸이 고등학교 때 읽었던 영웅문이니까.(지금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일 테지만, 아마 훨씬 재미없게 느껴질 것 같기는 하다.)
SF는 판타지와는 다른 게 인류가 발전시켜온 과학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글이 구축된다는 것이다. 물론, 상상력이 확장되고 증폭되어 현실의 과학을 훨씬 넘어서는 비현실로의 도약이 늘 발생하지만, 판타지가 만들어내는 비현실성에 아무런 설명이나 개연성이 없는 반면에 SF는 치밀하고 정교한 논리가 뒷받침된다. 이미 기존에 발견된 이론과 법칙, 현상을 절묘하게 늘어놓거나 엮고 꽈서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숫자와 법칙, 이론이 주는 미적 쾌감도 느끼게 해주는 게 묘미라고 할까. 그래서 과학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나 물리, 천문을 즐겨 읽는 독자가 당연히 SF 소설을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에게도 가끔 읽는 SF 소설은 신선한 청량제와 같은 느낌을 준다. 김초엽의 글도 어느 정도 그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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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님의 <방금 떠나온 세계> 속 일곱개 단편들은 ‘나’가 되고자하는 제 삶의 목적과 통하면서도, 그 삶 전체를 부드럽고 단단하게 애워싸듯이 이야기를 읊어내려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더해져 ‘나’와 수많은 ‘나’들 사이의 관계, 그 간극을 따스히 존중해주고 있어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 “ 용기와 대담함도, 생존 지식도 부족하면서 대체 왜 혼자 오겠다고 우겼던 걸까. 후회하면서도 나는 내가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를 생각한다. 나는 나 자신에게, 그리고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증명하고 싶었다. ” - [ 최후의 라이오니 ] 中 첫 이야기의 첫 문단을 읽으며 나는 원래도 인지하고 있었던 공감의 위대함을 또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 ‘나’가 되고자하는 많은 사람들의 첫걸음이 위 문장과 어느 정도 상통하지 않을까싶다. 나는 ‘나’로서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인정받고자했고, 그러기 위해선 증명이 필요했다. ‘모두의 인정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잘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랬다. “ 네가 떠나면 난 아주 슬플 거야. 너를 사랑하는 일은 나를 기쁘게 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되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어. 나 자신이 되는 일은 인생 전체를 건 모험이야. “ “ 진이 가장 괴로웠던 것은 로라가 애초부터 이해받을 생각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 - [ 로라 ] 中 우리는 서로를 끝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또 다른 나’와 같은 존재는 이상 개념이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를 일부 포개고 살아가는데, 나머지 포개어지지 못한 부분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또 힘들다. 하지만, 존중해주고 믿어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세계에서 개인이 비로소 ‘나’로서 살아가는 방법은 너무나도 다양하며, 도덕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삶이 아닌 이상 모두의 삶은 남에겐 몰라도 자기자신에겐 맞는 것일 테니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게 자아를 위한 것이라면 더더욱. 서로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면 더더욱. 일곱편의 이야기는 사회적 시선에서 ‘결함으로 보이는 것’을 지닌 사람과 다른 사람간의 관계를 인상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나는 이야기를 한 편 한 편 읽으며 ‘결함으로 보이는 것’은 어쩌면 ‘보통 사람들과 다른 특성을 가진 것’에 불과하며, 그로 인한 불행은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한 해프닝인 경우가 꽤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으며 더욱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 우리는 다르게 보고 듣고 인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말로 각자 다른 인지적 세계를 살고 있다. 그 다른 세계들 사이에 어떻게 접촉면이 생겨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지난 몇 년간 소설을 쓰며 내가 고심해 온 주제였다. 그 세계들은 결코 완전히 포개어질 수 없고 공유될 수도 없다. 하지만 안녕, 하고 여기서 손을 흔들 때 저쪽에서 안녕, 인사가 되돌아오는 몇 안 되는 순간들. 그럼으로써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되돌아보게 하고 때로는 살아가게 하는 교차점들. 그 짧은 순간들을 그려내는 일이, 나에게는 그토록 중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 [ 작가의 말, 2021년 10월, 김초엽 ] 中 -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그리고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으며 많이 공감하고 이해하고 깨닫고 위로받았습니다. 각 이야기 속에서 결함이라 불리는 것을 가진 이들은 각자의 분명한 가치가 있었고, 분명히 멋있었으며, 그들을 비로소 이해하는(혹은 이해하지 못함을 이해하는) 이들의 독백은 본인이 괜히 안심될만큼 따뜻해서 좋았습니다. 모든 단편들의 모든 인물들이 입체적이어서 더 매력있었고, 단편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캐빈 방정식], [오래된 협약], [최후의 라이오니]가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 같이 받은 종이 방향제는 소설의 분위기와 어울렸고, 표지 디자인도 이야기와 잘 어우러지고, 표지나 종이 자체도 충분히 튼튼했습니다. 작가님의 가치관도 정말 멋있었고요. 글자 하나하나가 진중하고 다정해서 아껴가며 열심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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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월의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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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의 글이 다른 sf글보다 유독 따뜻함이 돋보이는 이유는 항상 소외되기 쉬운 소수를 다뤄준다는 점인 것 같다. 이 소설집도 역시 궤를 같이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해석하면 좀 뻔하고 스토리 흐름이 예측이 된다는 것도 있지만 난 늘 기술의 진보적인 부분만이 아닌 이런 뒤, 그림자를 더 주목해주는 이 소설들이 좋다. 요즘의 세상은 너무... 그렇지 않은 것 같으니까? 항상 이렇게 김초엽 작가의 단편집을 보면 너무너무 김초엽 작가의 장편이 읽고 싶다. 다음 작품은 굉장히 두꺼운 벽돌책을 내주셨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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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이면서 감성적인 글을 가장 잘 쓰는 작가라고 보여진다. 개인적으로 딱딱하게 느껴지는 과학적 소재를 진지하면서도 감성을 놓치지 않고 글을 완성하는 작가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녀의 각기 다른 단편집을 보는 재미가 있었고, 소재도 신선했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잘 완성된 단편을 보는 것이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로라가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다. 오늘날 문제가 대두되는 지점도 있었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존중과 그에대한 배려등 매우 완성도가 높아서 집중하고 읽게 되었다. 다만 다른 작품에서는 여러가지 과학적 소재와 등장인물간의 묘사등 복잡한 부분이 있어서 읽는내내 집중아닌 집중(?)을 해야하는 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신선한 소재와 내용이 많아서 앞으로 기대가 되는 작가이기도 했다. 이미 그런 작가의 위치에 올라 있지만, 그래도 더 성장하고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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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님의 <방금 떠나온 세계> 리뷰입니다. 워낙 좋아하는 작가님이시라 매번 신간이 보이면 구매하고있어요ㅎㅎ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님인데 신간도 금방금방 나오고있는것 같아서 좋아요~ SF소설을 이렇게 따뜻한 시선으로, 또 재밌게 읽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내용들도 단순히 재밌었다 하고 끝나는 게 아니고 여운이 남아서 여러번 곱씹어보게 되더라구요. 이번권도 재미있게 잘 읽었구요 작가님 다른 작품들도 너무 기대가 됩니다.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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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세계를 SF로 구현한,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시선을 보여주는 책이었어요. 작가의 따뜻한 시선에 행복하고 재미있게 읽었어요. 끊임없이 따뜻하게 읽었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되니까, 이 다음 나온 신작도 읽으러 가야겠어요:) 뿅뿅 150자 안써도 되면 좋겠다...................... |
|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워낙 좋아해서 늦었지만 이 책을 구매하였습니다. 다른 단편집과 동일한 기조이면서도 또 색다른 이야기들이 전개되어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과학적이면서도 따뜻한 울림이 있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참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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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한겨례출판에서 출판된 김초엽님의 방금 떠나온 세계 리뷰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장편이 아니라 7편의 단편들이 모여있는 책이어서 읽기 더 쉬웠습니다. SF 소설이면 과학적인 사실이 더 부각되서 약간 차가운? 소설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뭔가 인간적인 느낌이 잘 섞여서 따뜻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나와 다른 점을 배척하는게 아니라 이해하려고 하는 표현이 깔려있어서 그런거 같아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