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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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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삶의 감각을 배우고,개인의 책임을 깨달았다" 문어는 지루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지루하게 있느니 어렵사리 돌려 닫은 병뚜껑을 능숙한 솜씨로 열며 노는 걸 더 좋아한다. 그 솜씨가 얼마나 능숙한지 주방 보조원으로 두고 싶을 정도다. 수족관 벽에 빨판을 붙여 좁디좁은 수족관 뚜껑 틈새로 몸을 비집고 빠져나가기도 한다. 사람을 알아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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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감각을 배우고,
개인의 책임을 깨달았다"

문어는 지루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지루하게 있느니 어렵사리 돌려 닫은 병뚜껑을 능숙한 솜씨로 열며 노는 걸 더 좋아한다. 그 솜씨가 얼마나 능숙한지 주방 보조원으로 두고 싶을 정도다. 수족관 벽에 빨판을 붙여 좁디좁은 수족관 뚜껑 틈새로 몸을 비집고 빠져나가기도 한다. 사람을 알아보기도 하고, 호불호도 아주 분명하다. 신이 나면 친구의 얼굴에 물을 분사하기도 한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나는 문어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녀석은 그저 놀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오징어류는 더는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놀이를 즐길 줄 아는 존재 앞에서 나는 무장해제되고 만다.

복어는 독성이 매우 강하다. 일본에선 매년 복어 독에 사망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식당에선 복어 살로 만든 요리, 특히 복어 간肝 요리가 별미로 손꼽힌다. 복어 요리는 ‘푸구’라고 하며, 복어 조리사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은 그 전에 복어 전문 식당에서 2년간 요리 수업을 받아야 한다. 복어는 비교적 자기 자신을 잘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인간을 셈에 넣지 못했다. 그사이 품종 개량이 돼서 독성이 없는 복어가 나온 것이다. 불쌍한 복어. 그렇다고 해도 나는 복어를 먹지 않을 것이다. 복어가 그토록 공들여 만들어내는 그 무의미한 아름다움 때문에.

한국에선 누구나 지구상이든 아니면 다른 행성이든 간에 김치 없는 삶은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거의 3천 년 전부터 그래 왔다.근래에 김치는 한국의 문화재로 격상되었다.집마다 대대손손 내려온 김장 비법이 있다.그리고 다 함께 모여서 김치를 만들다 보면 정이 생기게 된다.
교감,감정,나눔 등 모든 인간적인 것 말이다.
어쩌면 김치야말로 정치적인 긴장 상태에 필요한 레시피가 아닐까?그냥 다 함께 모셔 김치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이 책에서 저자의 어린 시절 경험한 신기하고 다채로운 추억을 맛깔나게 꺼내놓는다. 방과 후 마구간에서 훔쳐 먹었던 딱딱한 빵 조각들, 행복한 닭이 낳은 달걀,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송아지 뇌 요리, 한여름에 먹던 붉은 과즙이 가득했던 수박,등 우리가 누군가의 음식에 얽힌 추억에 매혹되는 이유는, 그 경험 어딘가에 자신의 추억 또한 포개둘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인이 감자에 대한 추억 하나쯤 있듯, 멕시코인이 아보카도에 대한 추억 하나쯤 있듯, 우리에게도 자신을 위로하고 일상을 돌봐주었던 음식 하나쯤 있을 테니 말이다.
또한 저자는 단순히 식도락의 경험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먹는 행위’가 단순히 쾌락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이며 날것의 생을 감각하는 일임을, 더불어 개인의 책임과 생존의 무게를 실감하는 일임을 환기한다.



#음식에세이 #에세이추천 #책추천 #신간에세이 #에세이 #샘터 #샘터사




p*******9 2021.09.1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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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 도리스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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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변한다. 아름다운 변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어떤 변화는 하루 빨리 일어나길 고대하지만, 변할까 봐 두렵기만 한 변화도 있다. 그러나 변화를 피할 길은 어디에도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p.43)     초콜릿이 주는 위로 덕분에 우리는 때때로 실패와 좌절, 근심을 잊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삶의 모든 좌절과 고통을 예방하는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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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변한다. 아름다운 변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어떤 변화는 하루 빨리 일어나길 고대하지만, 변할까 봐 두렵기만 한 변화도 있다. 그러나 변화를 피할 길은 어디에도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p.43)

 

 

초콜릿이 주는 위로 덕분에 우리는 때때로 실패와 좌절, 근심을 잊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삶의 모든 좌절과 고통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미리 초콜릿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초콜릿을 먹고 마시는 것에 더는 제한을 두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너무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은 곤란할 테지만. (p.89)

 

 

자기 앞에 놓인 그릇 위에 음식이 담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동물, 식물의 수고와 협력, 희생이 있었는지 식사 때마다 들려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과 단절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이제 나는 정말로 식탁에서 팔을 떼고 내 안에 있는 아주 약간의 우아함을 찾아 꺼내어 놓고, 음식을 가득 채운 접시를 앞에 두고 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주 잠깐. 그렇지 않으면 유별나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p.300)

 

 

 

“나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감각을 배우고 개인의 책임을 깨달았다.” 영화 <파니 핑크> 감독이자 작가 도리스 되리가 사랑한 재료의 말들. 처음엔 음식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그게 아니네??? 일상의 모든 것들이 책의 소재가 된다. 일본의 녹차와 쌀밥, 오니기리 그리고 매실짱아찌.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크누스트. 베트남의 쌀국수. 순도 100퍼센트의 행복을 안겨다주는 파스타. 오렌지, 일상에서 변화를 실천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인 부엌 ······. 전 세계에서 차곡차곡 쌓인 저자의 이야기 속으로 홀린듯이 빠져든다. 참 맛깔스럽다. 그리고 생생하다. 눈앞에 저자가 말한 음식이 하나둘 놓여져 있는 것 같은 기분! 그 부작용으로 자꾸 입안에 침이 고인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다섯 가지 감각에 살아가면서 마주쳤다가 멀어졌다가 다시 또 마주치고 그 반복의 시간 속에서 그녀가 경험했던 다채로운 추억에 즐거움이 가득 차 있다. 음식 하나에 이야기 하나, 단단하게 내밀어진 그녀의 생각들. 어떻게 보면 꽤나 고집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철학에 웃음이 묻어난다. 이 사람 정말 진심인데?! 그녀는 지금 우리 눈앞으로 보이는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고와 협력 그리고 동물과 식물들의 희생을 진심을 담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반복된 일상 속에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 자신, 개인의 책임과 생존의 무게를 아주 실감나게 그려낸다. 요리 하나에 담긴 마음과 그 마음을 마주하는 태도, 그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것이 없다. 가벼워 보이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

u********0 2021.09.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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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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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감각을 배우고 개인의 책임을 깨달았다." 영화 <파니 핑크>의 감독이자 작가, 도리스 되리가 사랑하는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재료가 되는 음식들 또는 요리로 만든 음식들에 얽힌 이야기를 엮었다.   나에겐 다소 익숙하지 않은 독일 작가였지만, 작가님 고유의 유쾌한 문체 덕분인지 옮긴이가 번역을 잘 해주셔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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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감각을 배우고 개인의 책임을 깨달았다."


영화 <파니 핑크>의 감독이자 작가, 도리스 되리가 사랑하는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재료가 되는 음식들 또는 요리로 만든 음식들에 얽힌 이야기를 엮었다.

 

나에겐 다소 익숙하지 않은 독일 작가였지만, 작가님 고유의 유쾌한 문체 덕분인지

옮긴이가 번역을 잘 해주셔서 그런지 이야기에 빠져들어 막힘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다.

한 편이 길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어서 부담이 없었고,

쇼파 근처 테이블에 올려두고 틈이 날 때마다 한 편씩 읽었더니 금세 완독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들(가끔은 낯선 음식들도 등장!)에 얽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어 흥미로웠다.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먹는 음식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에 대한 인간들의 윤리적 책임에 대해 화두를 던져주어 생각해볼만한 문제도

찾을 수 있었다. '음식'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작가라는 직업의 대단함이 느껴졌다.


또, 표지 일러스트에 실린 완두콩 그림처럼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일러스트가

책 곳곳에 있었는데, 나는 이게 너무 마음에 들었다!!

작가님도 뭔가 귀여우신데 그림도 너무 귀여웡...

따라 그려보기도 좋을 것 같고, 책에 실리지 않은 음식들도

비슷한 스타일로 표현해보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색종이로 오려 붙여도 좋을 것 같고, 판화로 만들어봐도 좋을듯...

(이런 책에서도 미술 수업 아이디어를 얻는중..)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책을 읽다보면 자꾸 배가 고파지는 것만 같고,

자꾸만 뭔가 먹고 싶어졌다는 것이다.ㅎㅎ...

-

* p.83 우리는 직접 요리를 해 먹기엔 너무 피로하다. 하지만 일단 내 두 손을 움직여 요리하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다시 에너지를 얻게 된다. 나는 내 몸으로 되돌아온다. 몸이란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매개체다. 매일 ‘부엌에 도착’하는 일에는 특별할 게 없다. 꿈에 그리던 여행처럼 대단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나의 일상에서 당근과 함께 한다는 건 여행에 준하는 일이다.


* p.302 빵을 굽는 일이 우리 일상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간절한 바람을 담은 주문이 된 것 같았다. 마치 살아 있는 이 작은 균류가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기라도 할 것처럼.

-

V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e***0 2021.09.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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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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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 도리스 되리부제: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먹으려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사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는 ‘먹는 것’에 대한 생각.오늘만해도 외갓집에서 잘 익은 김치를 먹고 할무니네 김치냉장고를 털어 왔지요. 엄마 젖을 떼고서는 분유도 아니고 우유도 아니고 바로 밥을 먹었을 테니, 평생의 입맛이 엄마 손맛일 거예요. 그래서 김치, 장과 같은 한쿡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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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 도리스 되리

부제: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먹으려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사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는 ‘먹는 것’에 대한 생각.

오늘만해도 외갓집에서 잘 익은 김치를 먹고 할무니네 김치냉장고를 털어 왔지요. 엄마 젖을 떼고서는 분유도 아니고 우유도 아니고 바로 밥을 먹었을 테니, 평생의 입맛이 엄마 손맛일 거예요. 그래서 김치, 장과 같은 한쿡 음식을 좋아하지요. 맛있는 반찬 앞에서는 밥도 두 그릇이니 탄수화물 중독자구요.

그런데 이 책 읽는 내내 생각난 건 낯설게 다가왔지만 입맛에 맞아 좋은 추억으로 남은 것들이었어요.
무언가를 맛있게 먹었던 추억들은 사진으로 남아 있네요.

블라디 해양공원에서 먹었던 샤슬릭,
타슈에 처음 갔을 때 공원 근처에서 먹었던 라그만,
누쿠스에서 홀로 먹었던 국시,
김치와 먹으면 더더더 맛있는 쁠롭,
처음 뵌 고려인 선생님 집에서 먹은 수북한 밥과 장국,
낯설고도 흐린 핀란드에서 유로를 셈하며 먹었던 연어 수프,
탈린 여행길에 달달한 위로였던 진한 커피와 밀푀유 한 조각,
뻬쩨르에서 먹었던 쁘쉬키, 쩨레목의 블린,
고잘이 싸온 흰 쌀 밥에 생선 커틀렛,
아이다울롓이 만들어 준 키위 바나나 케이크,
누쿠스 사람들이 겨울에 먹는 카박(호박)쌈싸,
피망 안에 고기 소를 넣어 찐 갈룹찌,
여름에는 마른 살구를 넣은 녹차,
사계절 내내 먹어도 좋았던 카라차이까지.
요리는 참 못하지만 어디선가 먹고 사느라 열심히였어요.


여행길에 큰 힘이 되어주었던 든든한 먹거리들. 이렇게 맛있게 먹었던 느낌으로도 추억과 기억이 살아나곤 하네요. 그리고 아직도 먹지 못한 음식이 많다는 걸 깨달아요. 먹는 즐거움과 기쁨이 너무나 큰 1인.

독일 사람인 저자는 다양한 요리에 대한 자기의 생각과 가치관을 썼어요. 가독성이 너무 좋고. 신간인 만큼 우유와 환경,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는 ‘문어’에 대한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어요. 꼭 만들어 먹고 싶었던 ‘우메보시’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요. 양배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아요. 색이 변해가는 양배추를 살리려고 버터 넣고 ‘양배추 스테이크’를 만들어 혼자 만족해하며 먹던 기억도 나더라구요. 버터로 구우면 뭔들 안 맛있..

이 책은, 정말 그런 책이에요. 음식과 요리에 대해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음식을 즐겁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영감을 주기도 해요.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라는 부제처럼요.

공감한 이야기 중 하나는, 조리 기구들이 점점 간편해져서 손으로 만들어가는 재미가 사라지고 있다는 부분이었어요. 요리를 즐기는 분이니 손이 가는 시간이 단축되는 것이 얼마나 아쉬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음식은 손맛이다.는 말에 공감하지만 취미가 아닌 이상 바삐 돌아가는 식당 안에서는 편리한 도구에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자기가 먹었던 음식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눌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누들 다큐멘터리를 보고 자야겠어요!

l******6 2021.09.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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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풍미를 발견하는 맛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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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영화를 찾아서 보는 나에게 '파니핑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영화이다. 그 시절 감성과 스타일 그리고 유럽 영화의 독특한 연출이 깊은 여운을 남게 한다. 그런 영화의 감독이자 작가인 도리스 되리가 쓴 책 <미각의 번역>.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자와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주제인 '요리'. 그저 하나의 맛있는 음식이 탄생하는 과정으로만 생각된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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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영화를 찾아서 보는 나에게 '파니핑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영화이다. 그 시절 감성과 스타일 그리고 유럽 영화의 독특한 연출이 깊은 여운을 남게 한다. 그런 영화의 감독이자 작가인 도리스 되리가 쓴 책 <미각의 번역>.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자와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주제인 '요리'. 그저 하나의 맛있는 음식이 탄생하는 과정으로만 생각된 단어가 저자를 만나 새롭게 재창조 되었다. 요리가 주는 영감이라니.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감각을 배우고 개인의 책임을 깨달았다는 도리스 되리. 효모, 문어, 아보카도, 자두 케이크, 꽈배기 식빵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재료와 음식들이 다 하나의 소소하고도 유쾌한 이야기가 되어버리니 쉽게 공감이 되면서도, 음식에 대한 적응과 이해를 다시 생각해봐야 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마냥 재미난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음식 하나에 윤리적 책임과 희생이 너무나 컸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며, 그것을 불편하지 않지만 폐부를 찌르듯 날카롭게 비판 아닌 비판도 담겨있었다. 꼭 맛있는 요리 레시피가 아니더라도 아주 색다르게 요리와 음식에 고나한 글을 (그것도 유쾌한 문체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도리스 되리. 영하도 영화지만 그녀가 글을 더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문체라면 어떠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을 테니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b***********6 2021.09.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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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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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요리는 허무한 일이다. 엄마가 해주시던 맛있는 음식은 손이 빚어내는 예술이었다. 계량화시킬 수 없었지만 각종 양념들이 배합되어 마지막 손맛이 첨가되었을 때 요리는 정점을 찍고 가족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마술을 부렸다. 엄마는 식탁에 올라온 반찬들을 모두 다 먹어주길 바라며 눈을 반짝였고 혹시 손이 가지 않는 반찬이 있다면 꼭 한마디를 곁들였다. "이것도 먹어봐,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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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요리는 허무한 일이다. 엄마가 해주시던 맛있는 음식은 손이 빚어내는 예술이었다. 계량화시킬 수 없었지만 각종 양념들이 배합되어 마지막 손맛이 첨가되었을 때 요리는 정점을 찍고 가족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마술을 부렸다. 엄마는 식탁에 올라온 반찬들을 모두 다 먹어주길 바라며 눈을 반짝였고 혹시 손이 가지 않는 반찬이 있다면 꼭 한마디를 곁들였다. "이것도 먹어봐, 맛있어."

내가 요리를 허무하게 느낀 건 분명 결혼 후에 벌어진 일이다. 그전엔 직장생활하느라 라면도 직접 끓여보지 못했으니까. 네이버도 없던 시절, 엄마의 짧은 훈수를 전화기 너머로 듣고 밥을 하고 반찬을 하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두 시간 가량을 조리대 앞에서 서성거려야 반찬 서너개 만들고 국을 끓인 식탁이 마련되었을 정도이다. 결혼 당시 몸무게는 38kg 정도였으니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나 있는 상황이었다. 남편은 건설회사 말단 직원이었다. 퇴근하면 또 얼마나 식욕이 왕성했겠는가. 맛없는 음식도 맛있게 먹어치우는 남편이 고마웠다. 그러나 먹는 시간은 5분~! 체감상 5분이었을까? 너무 빨리 먹어치웠고, 맛있다, 수고했다 말 한마디 없고 식탁 교제도 없었다.(남편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한다.) 남겨진 빈그릇을 설거지하느라 또 서있어야 했다. 계속되는 요리에 관한 부정적 피드백이 요리에 관한 나의 정서를 만들었다. 요리는 허무해...

[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 도리스 되리 지음

생각해보면 누구 탓도 아닌 것이다. 내가 조금만 더 진지하게 요리에 접근했다면, 요리가 이렇게 숭고한 일이라는 걸 알았었다면 절대로 허무하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으리라.
이 책은 내게 요리는 허무하다는 생각을 무너뜨렸다. 저자는 고향 독일의 음식과 세계 곳곳의 음식을 맛보며 그 안에서 깨달은 영감을 신나게(!) 표현했다. 육지와 바다 많은 음식 재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것들의 심오한 변화, 혹은 각각의 아름다운 개체가 되어가는 과정인 요리에 대해 들려준다.

음식을 어디에서 먹는지, 누구랑 먹는지, 어떻게 먹는지, 무엇때문에 먹는지, 어떤 상황에서 먹는지는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하는지다. 그에 따라 음식의 맛은 완전히 달라진다. 요리는 그저 단순히 삶고 튀기고 익히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주 섬세하고 오묘한 과정을 거친다. 과학적이고 정서적이며 예술적이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음식이다.

재료와 요리에 관한 이야기들이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한다. 요리와 음식을 마주하며 삶의 의미를 발견해 낼 줄 아는 안목이 있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놀이하는 인간, 놀이하는 문어>라는 챕터에서 문어에 반해 더 이상 오징어류를 먹을 수 없게 된 저자의 이야기는 재미있기도 하고 음식 재료에 대한 자세도 다시 살펴보게 한다.

(139p) "문어는 지루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지루하게 있느니 어렵사리 돌려 닫은 병뚜껑을 능숙한 솜씨로 열며 노는 걸 더 좋아한다. ㆍㆍㆍ 수족관 벽에 빨판을 붙여 좁디좁은 수족관 뚜껑 틈새로 몸을 비집고 빠져나가기도 한다. 사람을 알아보기도 하고, 호불호도 아주 분명하다. 신이 나면 친구의 얼굴에 물을 분사하기도 한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나는 문어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140p) "놀이를 즐길 줄 아는 존재 앞에서 나는 무장해제되고 만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아주 약간의 우아함> 챕터에서 저자는 식탁에서의 태도에 관해 말한다. 아주 약간의 우아함을 찾아 꺼내어 놓고 음식을 가득 채운 접시를 앞에 두고 절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300p) "자기 앞에 놓인 그릇 위에 음식이 담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동물, 식물의 수고와 협력, 희생이 있었는지 식사 때마다 들려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과 단절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마지막 챕터 <효모가 우리 일상에 거는 주문>에서 저자는 효모 반죽에 찬사를 보내며 우리 내부를 짚어보게 한다.

(305p) "'당신이 반죽을 빚는 것이 아니라, 반죽이 당신을 빚는 것이다.' 한 선사의 부엌에 쓰여 있던 말이다. 반죽은 현재의 당신이 어떤 상태인지 그대로 보여준다. 인내심이 없는지, 매사에 정확한지, 산만하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 예쁘게 부풀린 효모 반죽이란 찬사와 같은 것이다."

"나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감각을 배우고
개인의 책임을 깨달았다."
-삶의 풍미를 발견하는 맛의 산책, 책 뒷표지

나는 못 먹는 음식이 좀 있다. 그 외에는 대부분 다 '맛있다!'고 감탄하며 먹는다. 지금도 엄마는 그렇게 말씀하신다. "얘는 뭐든 다 맛있다고 해." 그러면서 좋아하신다. 표현해줘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정말 다 맛있다. 식당 음식도 어쩜 그리 맛있는지... 나는 맛있다는 말을 참 잘한다.
이 책을 읽고 덮으면서도 맛있는 음식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쭈꾸미, 잔치국수, 삼겹살, 상추, 된장찌개, 김치찌개, 피자, 파스타, 냉면도...

맛있는 음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자연에서 제공되는 요리 재료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요리를 하는 분들에게 경외감을 갖는다. 나는 존경한다. 요리에 철학을 가지고 정성껏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예술인과 다름없는 요리사를.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마다 모든 삶에 감사하고 함께 식탁 교제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먹을 때마다 못 먹는 자를 떠올리며 나눌 수 있는 마음을 되새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샘터'에서 도서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각의번역 #음식에세이 #에세이추천 #책추천 #신간에세이 #에세이 #샘터 #샘터사 #샘터물방울서평단
h******2 2021.09.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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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각의 번역 - 도리스 되리 -
"[서평] 미각의 번역 - 도리스 되리 -" 내용보기
안녕하세요. 책 읽는 30대 Faintover입니다. 의식주 중 식에 해당하는 음식, 그리고 요리는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죠. 먹기 위해 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는 즐거움은 생존을 넘어서 행복을 가져다주는 행위입니다. 오늘은 요리 또는 음식과 관련된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신간 도서 미각의 번역을 여러분들께 잠시 소개하고자 합니다. 잠
"[서평] 미각의 번역 - 도리스 되리 -" 내용보기

안녕하세요.

책 읽는 30대 Faintover입니다.

의식주 중 식에 해당하는 음식, 그리고 요리는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죠.

먹기 위해 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는 즐거움은 생존을 넘어서 행복을 가져다주는 행위입니다.

오늘은 요리 또는 음식과 관련된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신간 도서 미각의 번역을 여러분들께 잠시 소개하고자 합니다.

잠시 저와 만나보시죠!

미각의 번역 작가인 도리스 되리는 영화 파니 핑크의 감독입니다.

솔직히 저는 파니 핑크라는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 책의 저자가 영화감독임은 알 수 있었는데요.

영화감독은 다양한 장소를 돌아다니며 촬영을 하기 때문에 그 지역의 음식을 맛볼 기회가 많이 노출된 직업이죠.

그것이 이 작가에게는 이 책을 쓸 수 있는 이유이자 동기가 된 것 같습니다.

영화감독이라는 매력적인 직업을 더해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며 남들보다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기회를 가진 작가가 일단은 부럽네요.

이 책에서 도리스 되리 작가는 다양한 주제를 독자들에게 꺼내는데요.

다양성을 생각하게 하는 각 지역 특유의 음식 재료에 대한 이야기나

우유와 같은 환경적인 이슈가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지곤 합니다.

사실 우유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에 많은 논쟁거리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자 저에게 관심 영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직장 상사분이 시중에 파는 우유는 전혀 좋은 음식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가까운 지인에게서도 비슷한 말을 듣고 좀 더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책에서는 너무나 많은 양의 우유를 생산하는 유럽에 대해서 비판적인 이야기를 꺼냈고, 젖소들의 건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야말로 쥐어짜는 지금의 현실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언급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이 우선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생명체인 동물도 최소한의 존중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결국에는 저희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어떤 사람들은 고통스럽게 쥐어짜낸 우유는 우리가 원래 마시려고 했던 영양 가득한 우유가 아니라 고름으로 점철된 해로운 것이 된다고 하거든요.

이 책을 맛있는 요리 소개나 요리법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결을 가진 책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생각, 태도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도서입니다.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해진 아보카도에 대한 이야기도 역시 빠지지 않고 이 책에 등장합니다.

아보카도는 물 부족 현상을 일으키는 주범이자 탄소 발자국을 많이 남기는 식재료라는 건 최근 매체에서 많이 다루어서 이제 유명해졌죠.

이처럼 우리는 이제 나의 식생활이 나의 생활 반경의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거창한 환경 운동가나 계몽가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만큼 생활 밀접한 곳에서 혹은 내 이웃이 겪을 일들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어렵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미각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도서 미각의 번역을 한 번 읽어보시면서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 물방울 서평단 14기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k***5 2021.09.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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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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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음식과 관련한 책들이 꽤 있다. 음식 책 하면 단연 떠오르는 레시피 북도 있고, 음식의 역사에 대한 책도 있고. 한마디로 ‘음식’이라는 거대한 카테고리에서 세분화된 여러 장르의 책들이 있다. 그 여러장르 중에서도 없는 장르가 바로 ‘철학’인데, 이 책으로 하여금 음식에 대한 철학 책까지 내 책장에 꽂히게 되었다. 음, 맞다. 이 책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음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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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음식과 관련한 책들이 꽤 있다. 음식 책 하면 단연 떠오르는 레시피 북도 있고, 음식의 역사에 대한 책도 있고. 한마디로 ‘음식’이라는 거대한 카테고리에서 세분화된 여러 장르의 책들이 있다. 그 여러장르 중에서도 없는 장르가 바로 ‘철학’인데, 이 책으로 하여금 음식에 대한 철학 책까지 내 책장에 꽂히게 되었다. 음, 맞다. 이 책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음식의 사유와 철학’ 이 정도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음식과 철학’이라고 하니, 이 책이 뭔가 무겁게 느껴지는데? 하지만 전혀 그렇지않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무거운 철학이 아니라,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법한 그런 생각이 담겨있는 것 뿐이다. 예컨데 이 음식은 어떻게 내 밥상 위에 올라왔을까? 이 음식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뭐 이런 생각들이라고나 할까. 

 

 

일상에서 변화를 실천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바로 부엌이다. 얼마나 기적적인 일이 거듭되는가. 볼품없는 감자 한 알이 감자퓌레가 되고, 뇨키가 되고, 감자수프, 포테이토 수플레로 변신하는가 하면, 밀알은 빵과 파스타가 되고, 크로와상과 피자가 되며, 돼지고기는 베이컨과 돼지고기 구이, 테부어스트가 된다. 우리 아이는 특히 동물이 살코기가 되어 접시에 오르는 변화에 엄청나게 몰두했었다. 

 

“이건 전에 뭐였어?”

 

아마도 우리가 보다 더 자주 물었어야 할 질문이 아닌가 싶다. 너무도 많은 고통이 그 변화 과정에 숨어있으니까. p 044

 

 

“이건 전에 뭐였어?”

 

밥상위에 올라온 음식을 아무생각없이 먹어재끼던 내 3n년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 아이의 질문이다.

 

 

내가 먹는 육고기의 시작은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숨 쉬던 소, 돼지, 닭같은 동물들이다. 태초에 이 동물들이 처음부터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난것은 아닐진데, 인간보다 약하다는 이유로 어느순간부터 인간에게 가축화되어,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나기 시작했다. 말이 쉽지, 이 동물들을 인간이 먹으려면, 동물들이 죽어야 한다. 칼로 목을 치든, 약으로 죽이든, 죽이는 방법은 다양할거니 패스하고. 문제는 이 동물들이 죽어가며 겪는 그 고통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생각해보았을까 하는 점이다.

 

 

난 인간들에게 먹히기 위한 동물들의 죽음에 대해, 단연코 생각해본적이 없다. 심지어 어렸을 때 시골 한 읍내 시장에서 살아있는 닭이 한 기계에 들어가 순식간에 털이 다 뽑히고, 죽어서 나온 것까지 보았음에도 말이다. 그 모든 일을 당하는 닭에겐 엄청난 고통이 있었을 것이며, 엄청 잔혹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는 그 상황을 개의치않게 보았다. 그저 ‘저 닭은 누군가가 먹기 위한 치킨이되겠구나!’ 싶었을뿐.

 

 

적어도 내가 요리를 하는 재료들이, 내 밥상위에 올라오는 음식들이 그냥 쉽게 생겨나는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내 밥상에 올리온 모든 음식들이 내 피가 되고 살이 됨에 감사하며 먹어야지.

 

 

우리 모두에게 뇌 요리는 색다르면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음식으로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해도 믿기 어렵다. 정말로 네 명의 아이를 위해 송아지의 뇌가 네 개나 있었나고? (……) 우리가 송아지의 뇌를 앞에 두고 역겨워했다면, 송아지 뇌 요리의 광팬들은 스파게티를 보면서 역겨워하지 않았을까? p 059

 

 

나라마다 소비하는 음식들 중에서 유독(!!!) 살고 있는 문화나 종교에 따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음식들이 있다. 내 기준에서 보면, 중국에서 먹는 박쥐나, 동물의 뇌 뭐 이런 것들. 반대로 외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들을 보면 역겹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 모든 걸 문화의 차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지만, 그래도 역겨운건 어쩔 수 없지않나. 하지만 그렇다고 “왜 이런걸 먹어? 역겨워! 이런건 먹으면 안돼!” 라고 말하면, 그건 오지랖중에서도 대형 오지랖이랄까. 그냥 ‘아, 저 나라는 저런것도 먹는구나’ 하고 넘어가면 될일이다. 그저 서로 취향존중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

 

 

개인적으로 이해안되는 부분중 하나가 ‘식용 개고기’에 대한 논쟁이다. 개를 아낀다는 사람들은 식용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야만인 취급하며, 좁은 사육장에 있는 개가 불쌍하다며 반대한다. 근데 그들이 반대하는 사유가 오롯이 ‘개’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이 참 그렇다. 닭이나 돼지들도 대부분 좁고 더러운 사육장에서 살며, 때에 맞춰 도축되고, 사람들의 밥상에 오르는데 왜 이에대해선 반대하지 않는걸까? 개, 돼지, 닭 모두 다 같은 동물인데, 개는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이 많으니 먹으면 안되고, 상대적으로 식용가축에 속하는 소, 돼지, 닭은 어떤 환경에서 키우든 먹으면 그만이라는 걸까? 참 이중적인 마인드다. 

 

 

다 바꾸지 못할거면, 그냥 서로 취향존중하는게 어떠한지-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우유는 지구촌 전체에 걸친 문제이다. 유럽은 지나치게 많은 우유를 생산하면서도 아무런 책임도 지려하지 않는다. 소규모 낙농 농가는 대규모 낙농업자 때문에 허물어지고 있다. 우리는 터무니없이 많은 우유를 생산하려고 젖소의 건강을 해친다. 더는 소를 목초지로 내보내지 않는다. 우리의 전원도 덩달아 황량해지고 있다. 우리가 생산한 우유를 분유로 만들어 수출하는 바람에 다른 나라에서는 낙농법이 파탄 일로를 걷고 있다. p 077

 

 

초콜릿이 주는 위로 덕분에 우리는 때때로 실패와 좌절, 근심을 잊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삶의 모든 좌절과 고통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미리 초콜릿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너무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은 곤란할테지만. 그리고 아동을 노동에 투입하거나, 거대한 코코넛 농장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등 정치적인 이유에서 피해야 하는 특정 제품도 제외해야 할 것이다. 이젠 아무것도 간단하지가 않다. 하다못해 초콜릿 하나 먹는 것도 말이다. p 089

 

 

나는 독일에 있는 모든 닭이 한목소리로 깊은 한숨을 내쉬는 걸 듣는다. 닭의 삶은 소름끼치도록 끔찍해졌다. 우리가 닭의 생육 환경에 무관심해지기 시작한 이후부터. ‘유기농 닭’이라고 해서 크게 나을 것도 없다. 왜 우리는 몇십 년이 흐르도록 칸칸이 쌓아 올린 닭장과 병아리 분쇄기를 두고만 보고 있을까? 뭐가 잘못된걸까? 제정신이긴 한 걸까? p 104

 

 

독일로 돌아온 나는 내 손에 들린 아보카도를 바라본다. 녹색의 황금. 아보카도에 얽힌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웅웅거린다. (……) 아보카도 토스트, 과카몰레에 대한 나의 열정, 아보카도 전쟁, 물 부족, 누구도 이 모든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보카도에 ‘혐오 식품’이라는 뜻으로 ‘Hass’라는 작은 스티커를 붙이는 건 어떨까? p 196

 

 

환경 다큐도 꽤 즐겨보는 나로써, 이런 부분들은 꽤 마음이 아프다. 

 

 

과카몰레를 즐겨먹던 나인지라, 마트가면 아보카도 한 두개씩 꼭 집어왔었는데, 이 아보카도가 물 부족에 엄청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 섣불리 아보카도를 사먹지 못하게 되었다. 조금더 들어가자면, 아보카도는 물 사용량도 많지만 ‘탄소발자국’도 큰 식품중 하나다. 

 

 

‘탄소발자국’이란, 개인이나 국가 또는 아보카도 같은 이런 과일같은 모든 것들이 직, 간접적으로 발생기키는 이산화탄소같은 온실기체의 총량이다. 한마디로 탄소발자국이 클 수록 온실기체 발생량이 많다는 이야기이며, 지구의 기후변화에 엄청나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아보카도는 물 사용량도 어마무시하지만, 탄소발자국도 엄청시리 커서 지구를 점점 망가트리는 대표 과일중 하나라고나 할까. 뭐, 아보카도가 이런 결과를 원하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저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이렇게 된 것일뿐. 아보카도를 사례로 들긴했지만, 대게 먼 외국에서 날라오는 열대과일류는 탄소발자국이 큰 것들이라 할 수 있다(열대과일 농장을 만들기 위한 산림 파괴, 저임금 노동착취도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즉, 우리가 열대과일을 즐겨먹음으로써, 나도 모르게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니 뭐 그렇다고 먹지말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르고 먹는 것보단 알고 먹는게 낫다고 생각하는지라. 뭐, 그렇다.

 

 

우리에게는 동물의 예술 작업에 대한 심미안이 전혀 없다. 그런 이유로 복어는 알아서 미리 대비했을 것이다. 복어는 독성이 매우 강하다. 일본에선 매년 복어 독에 사망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식당에선 복어 살로 만든 요리, 특히 복어 간 요리가 별미로 손꼽힌다. (……) 복어는 비교적 자기 자신을 잘 보소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인간을 셈에 넣지 못했다. 그사이 품종 개량이 돼서 독성이 없는 복어가 나온 것이다. p 141

 

 

복어 독! 복어요리를 꽤나 좋아는 나인지라, 신랑이랑도 이런 동식물의 심미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했다. 예컨데 복어는 분명 살아남기 위해 체내에 독을 만들었을거고, 매운 고추도 살아남기 위해 캡사이신을 만들어냈을거다.하!지!만!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동식물들의 지혜는 인간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복어에 독이 있어도 인간은 어떻게든 그 독을 제거하고 복어를 먹고, 고추가 아무리 매워도 인간은 땀을 뻘뻘흘리며 먹는 등 인간은 음식앞에선 목숨조차 내걸 정도로 진심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음식을 먹으면서 이토록 식재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 덕분에 내 생각의 폭이 매우 넒어진 기분!

 

c******0 2021.09.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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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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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번역#요리가주는영감에관하여#도리스되리#샘터 도리스 되리...어디서 들어봤나 봤더니..영화<파니 핑크>였다. 아주 오래된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하며,주인공 여자가 잠시 스치듯 떠올랐다.다른 기억은 없고, 주인공 여자가 자신의 관을 집에 사놓고 가끔씩 들어가 누워 중얼거리던 장면은 지금도 잊지 못할 지경이다. 그리곤 당시 웃기게도 영화감독이름이 도리스가 된다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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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번역
#요리가주는영감에관하여
#도리스되리
#샘터


도리스 되리...어디서 들어봤나 봤더니..
영화<파니 핑크>였다.
아주 오래된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하며,
주인공 여자가 잠시 스치듯 떠올랐다.
다른 기억은 없고, 주인공 여자가 자신의 관을
집에 사놓고 가끔씩 들어가 누워 중얼거리던
장면은 지금도 잊지 못할 지경이다.

그리곤 당시 웃기게도 영화감독이름이
도리스가 된다고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띠지의 이다혜 작가말대로 음식이야기인 줄 알고
읽었다. 음식은 먹는 것이든 보는 것이든 이야기 하는
것이든 읽는 것이든 즐거운 상상이니까.

미각이라는 단어때문이었을까 책에 온통 빠져
읽다 어느새 식재료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내고,
그에 얽힌 나의 이야기도 하나씩 추억해보았다.

도리스 되리는 식재료에서부터 그 식재료가 주는
추억, 그 요리의 다양한 시각을 자신만의 언어로
상세하고 재밌게 풀어가는 재주가 있다.
무엇보다 그녀의 글 솜씨가 어찌나 담백한지,
맛있는 쌀국수를 깔끔하게 먹은 느낌이 들 듯
읽는 내내 즐거웠다.

그녀가 독일인임에도 일본음식에 대한 접근은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또한 책의 중간에 나온
김치는 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유명한 감독이 되어 전세계를 다니며 그 나라,
그 지역의 요리를 맛보는 것은 그녀에게 멋진 경험을
선사했다. 부러움이 물밀듯 오른다.

같은 식재료와 같은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가진 다양한 미각의 경험에 따라서 영혼의 음식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친근감을 준다.

가끔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좀 있긴 했지만 편안하게 읽기 좋았다. 요즘은
이렇게 부담없이 편안하게 깊은 쇼파에 앉아서
바람이 넘겨주는 책장을 서서히 읽어가는 여유로움이
가득한 책이 좋다.

신선함으로 따지자면 봄과 닮았고, 추억을 담은
것으로 하자면 가을과 닮은 이 책이 이 가을에
참 잘 어울릴 것만 같다.



o*****6 2021.09.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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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world on a P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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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_도리시 되리/샘터> 원제 : The world on a Plate.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삶의 풍미를 발견하는 맛의 산책“   자신만의 세계관을 타인에게 공유하며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해주는 글들을 만날 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개인적으로 이런 정교한 책을 만나면 출판사와 번역가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고 싶다.   <미각의 번역>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he world on a Plate" 내용보기

<미각의 번역_도리시 되리/샘터>

원제 : The world on a Plate.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삶의 풍미를 발견하는 맛의 산책“

 

자신만의 세계관을 타인에게 공유하며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해주는 글들을 만날 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개인적으로 이런 정교한 책을 만나면 출판사와 번역가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고 싶다.

 

<미각의 번역>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도리시 되리의 작품이다. 그녀는 소설도 다수 출간했으며, 영화계에서도 큰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마주했던 음식들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스페인의 ‘파에야’는 절대 혼자 먹을 수 없는 양의 음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먹여야 하는 요리인 것. 식문화로 인해 스페인의 대가족은 집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를 중요시 여긴다고 한다. 온 가족이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말한다. 이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일을 ‘똘레랑스’(관용)라 하고, 터득하게 된다고 한다.

 

나에게 함께 식사를 한다는 행위는 ‘소중한 시간을 타인에게 내어주고 공감하는 시간’이다. 세계 곳곳에서도 문화는 다르지만 ‘식사’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건 비슷한 것 같다.

 

저자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접하며 얻었던 ‘미각의 영감’은 다양한 맛을 뽐내는 글 로 번역됐다. 정말 맛있는 글을 접한 기분이다.

 

***위 책은 ‘샘터’로 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

k******9 2021.09.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