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0.0
리뷰 총점 종이책
떠남을 갈망하는 내게 건네는 여행의 마음
"떠남을 갈망하는 내게 건네는 여행의 마음" 내용보기
하나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이 들려올 무렵 부모를 재촉했다. 왠지 우리도 떠나야만 할 거 같다는 조바심이 무척이나 컸던 모양이다. 그렇게 겨우 찾은 장소가 괌이었는데, 시기가 좋지 못했다. 출발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최악의 사건이 터졌다. 모두가 여행을 취소했지만 결단의 시기를 놓친지라 출발했다. 유가족들과 비행기를 나눠 타고는 몇 시간의 비행 끝에 미지의 세계에
"떠남을 갈망하는 내게 건네는 여행의 마음" 내용보기

하나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이 들려올 무렵 부모를 재촉했다. 왠지 우리도 떠나야만 할 거 같다는 조바심이 무척이나 컸던 모양이다. 그렇게 겨우 찾은 장소가 괌이었는데, 시기가 좋지 못했다. 출발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최악의 사건이 터졌다. 모두가 여행을 취소했지만 결단의 시기를 놓친지라 출발했다. 유가족들과 비행기를 나눠 타고는 몇 시간의 비행 끝에 미지의 세계에 도달했다. 어딜 가서 무얼 했는지, 오랜 시간이 지나기도 했지만 나의 기억은 흐리멍덩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에메랄드 빛을 바다가 띠고 있었다는 거 정도만이 마음에 남았다.

너도나도 떠나는 시대다. 저마다 특별함을 털어놓는, 정보의 과잉 시대에 여행 또한 정보 습득의 통로 마냥 여겨지고 있다. 직접 떠나지 못하는 입장이므로 부지런히 책을 읽는다. 내 것이 아닌 것으로부터 얻는 대리만족은 의외로 강하다. 물론 중간중간 ‘떠나고 싶다’는 욕구에 시달리기는 한다.

‘여행’이라 하였으므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제껏 접해온 것들과는 사뭇 달라서, 책에는 여행 장소에 대한 정보나 개개인의 느낌이 많이 담기지 않았다. 굳이 정의를 하자면 ‘인터뷰집’이었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이 단어를 나는 건성으로 보고는 말았다. 그리하여 첫 이야기부터 약간의 당혹감을 느꼈다. 불쾌함이기보단 의외의 즐거움이 가까웠다.

틀에 박힌 삶을 살아온 나는 일명 ‘도전’에 능한 이들을 경외한다. 나는 그들처럼 특별한 용기를 발휘해 온 바 없다. 여행을 하더라도 철저히 일정을 따랐으니, 여행사 일정을 소화하는 게 아닌 혼자일 때도 그래왔다. 내가 세운 계획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두려웠다. 마치 버킷 리스트에서 하나씩 행한 일을 지워나가듯, 나의 여행은 철저히 목표 달성 측면에 치우쳐 있곤 했다. 내 시선에 저자가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다소 무모하게 느껴졌다. 감히 그들을 평가했다기보다는 본능적으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음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삶이라고 했던가!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왠지 그들은 ‘물 흐르듯’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을 듯했다.

우리나라도 아닌 낯선 곳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제 집을 찾은 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심지어 게스트하우스의 이전에 그들이 힘을 보탠다. 주인과 손님의 경계가 무뎌진, 여기서 주인은 온전히 주인인 걸까. 내가 주인이라 부르는 인물 역시도 여행 중이진 않을까. 여행의 중심에 장소 아닌 ‘살사’가 놓인 경우는 또 어떠한가. 길 한복판에서, 그것도 모르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춤을 추는 기분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나는 상황을 상쌍하기가 무섭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남미에서는 그게 가능했다. 기꺼이 스스로에게 자유를 선사한 이다희의 동작에는 어색함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시베리아 벌판의 날카로운 바람을 온몸으로 느꼈던 조경국, 낯선 이의 차에 오르고 그들이 제공하는 집에 머무는 다분히 의외성에 기댄 여행에 나선 이꽃송이 등이 들려준 이야기는 그간 내가 여행이라 여겨온 범주를 크게 벗어난 것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사회가 중시하는 생산성과는 마치 담을 쌓은 듯해 보였다. 매인 직장이 없어 여행할 수 있었겠지만 대신 돈을 벌지 않았다. 그들이 여행하는 동안 남들은 취업하고 가정을 꾸리고, 이른바 스펙이라 하는 것을 쌓았다. 어이 아니 불안할 수 있었을지. 물론 게중에는 인지도 높은 방송 프로그램의 작가도 있긴 했다. 그렇다고 생계 걱정으로부터 약간이나마 빗겨 있는 삶이 마냥 이상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저마다의 마음에 불안이 아예 없지는 않을 테지만, 누구도 택하지 않은 색다름 위에 발을 디딘 이들은 꾸준히 자신만의 삶을 살아냈다. 삶 자체가 여행임을 망각하며 스스로를 향해 채찍질하기 바쁜 현대인에게 그들의 여행하는 삶은 그리하여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실제 떠나면야 물론 좋겠으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못하다. 내 안에 떠나고 싶은 마음의 싹이 고사하지 않도록,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물을 주어야겠다. 그러다가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한 바람이 불어닥칠 때면 기꺼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바람 타고 씨앗이나마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의외의 순간 찾아올 의외의 기회들을 학수고대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내게 주어진 하루를 살아야겠다.

q*****2 2026.08.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