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국미술 1900-2020 /국립현대미술관/2022 동양미술사를 읽고 나서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일별해 보고자 선택한 책. A4 용지 만큼 넓은 지면에 사전글씨보다 약간 더 클 정도의 작은 글씨에 엄청난 두께에 질겁을 해서 상당기간 이런 저런 다른 책들로 외유를 하다가 더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마침내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종이가 스케치북의 회화용 종이만큼이나 두꺼워서 그렇지 대략 500페이지가 조금 안 되었고 도판이 매우 훌륭하여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총 5부로 각 부마다 짧게는 5챕터 많게는 8챕터 정도로 나누어지며 각 부마다 각기 다른 작가가 쓴 글로 구성되어 있으나 교과서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설명문체로 명조체에 가까운 단정한 글꼴로 빼곡하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연표까지 첨부하여 깔끔한 마무리. 제가 뭐든 통사적으로 보는 걸 좋아해서 이런 교과서 같은 책을 즐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스타일이 싫다면 절대?! 선택하지 마시길^^;; 1부 서화에서 미술로 즉 조선시대 말까지 이어져 오던 시서화 중심의 문인화에서 근대 서구와 일본의 영향을 받아 미술이라는 용어를 받아들이면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대개 구한말 에서 식민지 시대까지의 조선 미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2부 전쟁과 분단 시대의 미술. 625 전쟁 전후와 분단 이후 북한 미술, 재일 조선인들의 미술과 더불한 한국 미술을 다루고 있습니다. 625는 다른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 미술 분야에 있어서도 인적 자원의 갈림이 심했던 시대였으며 어느 곳의 국적도 선택하기 어려웠던 재일 조선인들의 괴로움도 컸던 시기인 만큼 역사적 공백이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는. 3부 근대화시기 전통과 현대의 역학 관계. 전쟁 이후 혼란기를 지나 박정희 정권까지의 미술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분야가 그러했듯이 미술 분야 역시 서구를 쫓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으로 시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팽배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당시 서구 미술이 추상 미술 일변도로 가고 있었고 우리 나라 역시 이 사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었으며 당시 보다 지금 더 각광을 받고 있는 김환기, 박서보 같은 이들의 모노크롬이 유행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판화와 조각이 새롭게 선보이고 실험 미술과 탈장르화가 등장하며 동양화 역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합니다. 김기창 박래현 , 이응노 같은 이들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멋진 작품들을 선보인 시기이기도 하지요. 4부는 민주화와 미술의 다원화. 서구미술을 따라 추상미술을 선보였던 것에서 시대 정신을 담은 민중 미술이 주도했던 시대. 그러면서도 국가차원의 대형 이벤트인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이른바 만들어진 전통과 관이 주도하는 디자인과 건축 사업으로 경제적으로 활황을 누렸던 시대이기도 합니다. 모더니즘이 뭔지도 헷갈리는 상황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이 등장하고 대중은 수동적인 관람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었으며 사진예술이 점차 각광을 받게 된 시대이기도 합니다. 5부 글로벌리즘과 동시대 한국 미술. 한국 현대 미술의 비약적 발전은 사실 관이 주도한 비엔날레가 컸다고 볼 수 있다고. 일단 외적으로는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생긴 것, 그리고 내적으로는 광주비엔날레를 유치하여 성공한 것. 운동권? 중심의 민중 예술을 쇠퇴하고 관이 주도하는 것에서도 점차 벗어서 여러 민간단체에 미술에 대한 지원이 활발해 지면서 다양성이 증폭됩니다. 또 미술 단체도 컬렉티브를 꾸려 스스로 자립하면서도 대중과 소통하는 면모를 보이고 미술 자체가 어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미술 안밖으로 확대되어 이른바 다원 예술을 추구해 나가고 있습니다. 각 시대 마다의 정치 경제적 상황, 주요한 미술 사조와 단체, 그 단체에 속한 개개인 미술가들의 작품들과 그 배경까지 빼곡이 소개하는 알찬 책이지만 그만큼 너무나 방대한 내용에 질식할 것 같은 책이기도. 그간 나름 봤다고 생각했던 여러 전시회들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구나 절감했습니다. 미술 뿐 아니라 에술 전반 그리고 철학과 사회학 에서도 흔히 나오는 전근대와 근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고민 역시 두드려져 보였습니다. 하긴 우리가 뭐든 다 알고 나서 뭔가 하진 않죠. 그랬다가는 아무 것도 되지 않으니. 이래저래 저 나름 가치있는 독서였습니다. 두번 통독하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고, 앞으로 전시회를 갈 때면 한 번 쯤 어느 시대, 어느 사조의 미술가이고 작품인지 한 번 일별할 용도로 잘 소장해야 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