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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단편 소설을 읽고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지만 모호하거나 너무 재미있어서다. 다음 이야기라고 해서 반드시 단편의 확장을 말하는 건 아니다. 이 작가가 들려주는 다른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뜻이다. 내게 이유리 작가의 「빨간 열매」가 그러했다. 자신의 유골로 화분을 만들어달라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인 「빨간 열매」에서 아버지는 진짜 화분이 되고 식물로 되살아나다. 어디 그뿐인가. 식물이 된 아버지는 말을 건다. 물을 달라고 산책을 나가자고 딸을 귀찮게 한다. 딸은 순순히 아버지를 데리고, 그러니까 화분과 함께 산책을 나선다. 아버지는 산책에서 만난 다른 화분과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해서 결실은 빨간 열매로 이어진다.
그래, 소설이니까. 소설에서 상상과 환상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기한 건 그 환상이 너무 좋다는 거다. 그 환상이 아름답고 신비해서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사는 현실에서 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전혀 이상하지 않게 다가온 것이다. 이유리의 환상은 첫 단편집 『브로콜리 펀치』에 가득하다. 이유리가 그린 환상은 우울하고 답답한 현실의 도피처가 아닌 즐거움과 치유의 세계라고 할까. 그러니 자꾸만 그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단편집에 수록된 8편 가운데 단연 최고는 표제작인 「브로콜리 펀치」다. 복싱 선수인 원준의 오른손이 하루아침에 브로콜리로 변한 것이다. 세상에나 손이 브로콜리로 변하다니. 놀라운 건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빨간 열매」에서 딸이 화분이 된 아버지를 무시하고 방관하지 않고 인정한 것처럼. 그러니까 이유리의 소설에서는 기이한 현상이나 환상은 낯선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당연한 일이라는 게 기조라고 할까. 그러니 당황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병원에 가니 의사는 아무렇지 않게 약과 물을 마시 마시고 푹 쉬라고 처방한다. 이미 많은 이들이 경험한 일상, 누군가는 손가락이 강낭콩이 되고 고추가 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소설을 읽으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다. 마음이 힘들면 그런 현상이 나타나니 신나게 놀고 노래 부르면 좋아질 거라는 소설 속 어른의 말대로 원준의 손은 나아진다. 회복의 과정은 브로콜리가 꽃으로 피어나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그 모습은 무척 묘한 감동을 안겨준다. 상대 선수를 때려야만 했던 복싱 선수 원준이 쌓아둔 지치고 아픈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할까.
모든 봉오리가 저마다 한껏 피어나 가장자리의 꽃은 축 늘어지고 가운데의 꽃은 곳곳이 하늘로 뻗어, 마치 화려한 샹들리에를 뒤집어놓은 것 같은 모양이었다. 손끝으로 꽃송이 하나를 살짝 쥐어보니 깜짝 놀랄 만큼 맵싸한 향이 물큰 퍼져 나왔다. 평범한 꽃향기와는 다른, 훨씬 강렬하고 정신을 청량하게 해주는 향이었다. ( 「브로콜리 펀치」, 109~110쪽)
우리의 마음속 어떤 미움과 분노가 브로콜리의 꽃처럼 터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말할 수 없었던,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마음의 힘듦이 소설처럼 브로콜리나 다양한 채소로 나타난다면 어떨까. 내가 이렇게 아프구나 돌아보고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유리의 재밌고 신나는 환상은 우리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하나의 신호가 된다. 그런 신호는 죽은 연인이 유령으로 돌아온 『손톱 그림자』, 옛 남자친구가 버리고 간 이구아나가 말을 하는 『이구아나와 나』에서도 만난다.
『손톱 그림자』에서는 5년 전 버스 사고로 죽은 연인 용준이 수정을 깨운다. 용준은 수정과 작년에 결혼한 남편 석기에게도 보인다. 수정과 석기는 무섭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용준과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묻는 용준에게 사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석기와 어떻게 만나 결혼했는지도 알려준다. 심지어 석기가 출근하고 함께 밥을 먹는다. 용준은 자신이 죽은 후 수정이 어떻게 자신을 조금씩 잊었는지 듣는다.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었던 수정의 마음이 드디어 상대를 찾았다고 할까.
오후에 돌아온 석기는 용준을 돌려보낼 방법으로 용준이 죽은 장소를 제안한다. 버스가 전복된 장소에서 용준은 사라진다. 용준이 나타난 건 자신을 잊어도 괜찮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한 사람을 잊고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걸까. 처음부터 잊히는 건 아닐 것이다. 누군가 떠나도 남은 이의 삶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니까. 『이구아나와 나』의 ‘나’가 남자친구가 남기고 간 수조 안 이구아나를 선뜻 버리지 못하는 심정도 비슷하다. 그런 이구아나가 멕시코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니 수영 강사이 나는 특훈을 시작한다. 싱싱한 채소를 먹이고 커다란 고무대야에서 수영을 가르친다. 한국에서 멕시코까지 수영을 해서 가겠다는 이구아나나 이구아나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나 황당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유리의 소설에서는 이상하기는커녕 그들을 격려하게 된다.
나에게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까지 든다. 나무가 된 큰언니도 내가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나에게 말을 거는 건 아닐까. 한 번쯤 멈춰서 매만지고 안아줘야 할까. 자꾸만 많아지는 흰머리나 한 번씩 병원을 찾게 만드는 나의 오른쪽 귀는 내 마음이 지쳤다는 걸 확인시키는 신호는 아닐까 싶은 거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에게는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는 그들을 그리워하는 시간과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마음 한 조각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또한 필요하니까.
이유리의 단편집 『브로콜리 펀치』는 모자가 된 아버지와 죽은 자를 만나는 문이 열리는 황정은의 단편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첫 소설집을 생각하며 읽었다. 비슷하게 닮았지만 이유리의 환상은 경쾌한 왈츠처럼 가볍고 빠르게 중독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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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레퍼런스 추천으로 사게 되었는데 행운이네요. 일상생활에 판타지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내었고 표현이 너무 고급스럽고 세련되어 스무스하게 돋우는 읽는 쾌감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전개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고 다양한 인물들에게 몰입하게 만들어 주어 순식간에 빨려들었습니다 이야기 속의 묘한 알 수 없는 분위기와 개성있는 인물들, 엄청난 몰입도가 너무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아니 왜 이 책이 소설1위가 아닌거죠? 세상은 참 모순입니다. 일독을 강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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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터 밑도 끝도 없는, 아니 그렇지는 않고 그러니까 작가가 엉뚱한 상상력으로 세밀하게 구상한 밑과 끝은 분명 있지만, 어처구니없고 그러면서도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오리무중의, 라고 하기에는 그 격파된 차원의 뿔뿔이 흩어진 조각들이 손에 잡힐 듯 천연덕스럽게 펼쳐지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지만 에이 그런 게 어딨어 하기에는 생생한 세계가 펼쳐질 것이니 마음의 준비들 단단히 하시라...
「손톱 그림자」
「왜가리 클럽」
「치즈 달과 비스코티」
「평평한 세계」
이유리 / 브로콜리 펀치 / 문학과지성사 / 304쪽 / 2021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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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를 만날 때 설렘이 있다. 이유리 작가는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당시에는 그 단편을 읽지 못했다. 온라인에서 이 작가에 대한 추천글을 읽고 찾아서 그 단편을 읽게 되었고 이후에 나는 이유리 작가의 단편집을 기다렸다. 단편의 즐거움, 더 알고 싶고 더 궁금한 작가. 이유리의 세계를 기대한다. 발랄하면서도 명쾌한, 놀라운 이야기.
살면서 누군가를 끔찍하게 미워해본 일이 있었고 눈물 나게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한 적도 많았는데 그러고 보니 그것들은 다 어떻게 되었더라. 내 속에서 싫다, 싫다 하며 몇 번이고 되뇌어지다가 결국, 사라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편, <브로콜리 펀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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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첫편 빨간열매 밖에 안 읽어봤지만 정말 내용이 귀여워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송은 문제없이 빠르게 잘 왔어요 통통튀는 상상력으로 읽을때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어요 다른 책도 읽어보고싶어요!! 얼른 읽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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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가르치다가 이 작품이 교과서에서 나와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소재가 너무 독특해서 더욱 기억에 남았어요 ㅎㅎ 후루룩 읽을 수 있지만 또 그 내용이 그저 가볍지만은 않아서 추천합니다 저에게 여운을 준 책이라 다들ㄹ 읽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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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도대로 책을 읽게 만드는 마력의 책. 판타지적 요소를 좋아하는 나에겐 더 할 나위 없이 재밌어서 스토리가 더 길었우면 하는 안타까움까지 느낍니다. 이유리 작가 너무 궁금해서 다른 책도 읽어볼까 해요. 재미만 있는게 아니라 그 안에 깊은 위로와 응원이 보이는 책입니다. 다른 뷴께 적극 추천하고싶습니다. |
| 이상하고 다정한 이유리 유니버스] 이유리의 소설은 능청스러운 상상력으로 현실의 고단함을 무장해제시킨다. 소설에서는 일상의 고통이 환상으로 가시화되는데 긴장도 잠시, 그 끝은 미묘한 따스함을 내포하고 있다.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일까’ 싶을 때 이 소설집을 펼쳐보자. 첫 맛은 떫지만 끝 맛은 달콤할 것이다. |
| 제목부터 톡톡 튀는 이유리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 올해의 문제소설을 읽다가 그 안에 있는 치즈 달과 비스코티를 읽고 완전히 반해버려서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구입했다. 표제작은 브로콜리 펀치인데… 읽고 나서 눈물이 핑 돌았다. 최근에 책을 읽으며 울컥하는 감정을 느낀 책들이 간혹 있었는데 브로콜리 펀치도 당당히 그 목록에 올랐다. 다른 단편들도 다 좋고 공감가면서도 술술 읽힌다. 재치있는 문장 속에 숨어 있거나 대놓고 따뜻한 감성이 드러난 지점들이나 모두 다 사랑스러운 소설 |
| 이유리 작가님의 브로콜리 펀치 리뷰입니다. 리뷰 중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스포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나 스포에 예민하신 분들은 꼭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인 리뷰이기 때문에 말투나 내용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이해해주세요! 한 권 안에 여러 작품이 있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소재들도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ㄴ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