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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를 쓴 배윤민정 작가의 두번째 책, [아내라는 이상한 존재]를 드디어 읽었다. 첫번째 출간된 책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이틀만에 정신없이 다 읽었던 터라, 배윤민정 작가의 두번째 책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굉장히 반가웠다. 그리고 이번 책도 역시나 빨려들어가듯이 몰입해서 읽었다.
책을 받고 나서 특이했던 점 두가지는, 책갈피로도 쓸 수 있는 넉넉한 뒷표지 커버. 이런 구조의 책은 처음 보아서 신기했고 책 자체가 포장이 잘 된 예쁜 선물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종이책이 오톨도톨한 감촉이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표지의 배경이 이혼장! 와우... 이렇게 따뜻함과 서늘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책 디자인이라니 신선하고 재미있다.
책은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이혼을 결심하고, 마침내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그리고 있지만 사실 이혼이란 것은 기혼 페미니스트가 겪는 혼란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위한 소재일 뿐, 이혼 자체가 책의 중심주제는 아니었다고 느껴진다.
탈코르셋, 섹스, 이혼에 대하여 라는 소제목처럼 작가는 ‘아내’라는 존재가 이 세가지 주제에 대해 얼마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이상한 존재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책을 쓴 것 같다. 그러고보니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
한국에 살면서 차별구조에 괴로워하고 상처 입었던 사람이, 그 구도 안에서 강자의 위치를 차지한 사람을 과연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의 가장 친밀한 친구이자, 남성을 대표하기도 하는 남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작가는 이 양가감정을 다음의 문장으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145쪽) 민정은 이 무해한 적이자 유해한 동지 앞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이러한 고민들을 똑같이 했고 답을 찾을 수 없어 답답해 했던 나에게 한줄기 오아시스처럼 느껴진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180쪽) 나는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제시하는 정답을 거부할 자유만이 아니라, 동조와 거부라는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싶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선택지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싶었다. 이 선택하는 자유야말로 남성에 비해 여성이 가장 적게 누리는 행복이었다.
동조와 거부, 두가지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 그리고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한 쪽을 배신하는 것 같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퍽퍽하고 긴장된 삶. 모순되어 보이는 선택지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나 가혹하게 몰고 가게 되는 것 같다. ‘다양한 스펙트럼’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콕 와서 박힌다.
이 책을 읽고 스스로에게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택할 자유를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삶은 결혼/이혼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질 수 없는 관계들의 연속인데, 나에게 너무 힘들게 선택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졌다. 작가의 다음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생각할 거리를 풍부하게 던져주는 책,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