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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겨레 신문에 김수영이 연재되고 있는데 정신이 없다 보니 자세히 읽지를 못한다. 그래서 빚진 것도 없는데 괜히 그분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마침 카스 친구 신새벽님이 시집을 내셨기에 시집 파랑 아카이브와 함께 겸사겸사 김수영님의 책도 살겸, 더불어 김형경, 파울로 코엘료, 줄리안 반즈까지 몇 권을 주문했는데 김수영과 코엘료는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어차피 한꺼번에 읽을 것도 아니잖아. <파랑 아카이브> 시집이 도착하기 전 아카이브란 말을 검색해 보고야 그 의미를 겨우 알았다.(이런 덴장)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파랑으로 가득찰 줄 누가 알았겠는가. 처음 카스에서 봤을 때 제목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온통 푸른 표지가 와락 강력하게 시각을 지배해 버렸기에 겨우 한참만에야 제목이 눈에 들어왔었다. 몇 편을 우선 훌쩍 둘러 보는데 이건 온통 색 천지다. 그래서 천천히 색을 살펴 보니 56편의 제목 중에서 8편에 색깔의 언어가 등장하는데 푸른 색이 4개 검은색이 1개 붉은색이 3개다.하지만 시를 읽다 보니 이건 약과다. 색이 등장하지 않는 시가 거의 없다. 으잉?하고 세어 보았다.(시간이 많다 보니 쓸데 없는 곳에 정력을 쏟는다.) 5편을 제외하고 모두 색이 등장한다. 그것도 구체적인 색명을 제시하는데 푸른색(초록 등을 포함)이 가장 많이 등장하고 다음은 흰색 붉은색 검은색 순인 듯하다. 처음엔 푸른과 그밖은 색을 긍정과 부정, 자연과 인공의 대비 방식일까 했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푸른빛 서슬' 이나 '푸른빛 가면' '시퍼런 서슬' 등에서 햇갈려 버린다. 그래서 분석하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더 든다. 내 머리로는 시인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없음을 진작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시를 만나다 보면 그것을 잊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 실수를 저지르는데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 못한다는 것이 크나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며칠 간 입 조심해야겠다. 파란 말들이 쏟아질지도 모르니까. 마침 공감을 느끼는 시 하나가 눈에 쏙 들어 온다. ---------------------------------------------------------------
내가 나에게 보내는 안부
지구의 숨소리마저 빈 접시처럼 고요해지는 오후
알전구 무료하게 흔들리는 나른한 카페
커피 잔을 잡은 손을 물끄러미 헐렁해진 살갗에 내려앉은 검은 점들
이젠 얕은 물웅덩이에 걸려 넘어지는 허술한 몸뚱이가 되었다. 안아 주기도, 매만져 주기도 안쓰러운
검은 봉투에 담겨 있는 붉은 원피스는 누굴 위해 샀는지 슬픔이 함께 구겨져 있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은 흐려지고 내가 모르고 있는 것들이 점점 어두워지는 고양이 눈으로 밝힌 등대 빛처럼 지척에서도 가늠할 수 없다
어디에나 기대고 싶고 아무 곳이나 밀착하고 싶은 오후 왼손을 오른손이 가만히 쓰다듬는 시간
----------------------------------------------------------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