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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백 세가 넘은 아픈 노인에게 억지로 일을 시키지는 않을 터인데 100살이 넘은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 백운혜가 아픈 몸으로 나무하러 갔다는 손녀 장효란의 말에 운룡의 작은 소망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당장 내 동생 운혜를 데려와라." 운룡의 분노를 잠재워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아미파의 몇몇 비구니가 산으로 달려갔다. 운룡은 과거 아미파의 실전된 비전 두 개를 찾아주었다. 아미파의 자랑이라는 두 신공을 아무런 조건 없이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돌려주었다. 그런데 그 인연이 지금 이 순간 물거품이 되고 있었다. 운룡은 서운함에 입을 열었다. "서운하구나. 장작을 해오는 일은 참을 수 있다. 그런데 백 세가 넘은 노파에게 내공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이유가 무엇이냐? 화장실 청소는 무엇이란 말이냐?" "그건 수련의 일종입니다. 백 세가 넘었어도 제자이니 당연히 윗선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특별대우를 받고 싶었다면 연락을 하셨어야지요. 아무런 말씀도 없으시다가 이제 와서 이러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장문인 월정사태는 오히려 운룡에게 화를 냈다. 기도 차지 않는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어긋난 인연이라면 바로 잡으면 되고 함께 하지 못하겠으면 떨쳐버리면 그만이지. 아무래도 아미와는 여기까지인가 보구나.' 따져서 묻고 싶었지만 상대할 가치가 없었다. 백운혜를 데리러 갔던 비구니들이 백운혜를 업고 나타났다. 운룡이 "이제 그만 가자꾸나. 사문에 졌다고 생각되는 빚이 있다면 이미 이 오라비가 오래 전에 갚았느니라. 그러니 훌훌 털어버리고 집으로 가자꾸나. 내가 아미에 돌려준 무공이 적지 않다. 아미의 물건이지만 내 소유이기도 한 무공이지. 짐은 따로 챙길 필요 없다. 사람을 보내서 가져오라 시키면 되니 말이다." 동생과 손녀를 데리고 물러서려고 하자 앞을 막는 이들이 있었다. "멈추세요. 아무리 일황님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의 무례를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아미파를 이처럼 옥보이다니. 모든 제자는 풍운진을 펼쳐라!" 사방에서 일갈과 함께 병장기를 뽑는 소리가 들렸다. 장문인과 오장로의 명령에 아미의 제자들이 넓게 포진하며 자세를 잡았다. 운룡은 주위를 둘러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문, 지금 무얼 하자는 것이냐?" "네놈이야말로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냐?" 장문인 월정사태가 일갈했다. 그녀에게서는 운룡에 대한 예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운룡은 주위에서 들리는 아미파 제자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아무리 무림지존이라 불리는 일황이지만 이 많은 인원을 혼자서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운룡은 장문인에게 말했다. "잠시 기다려라. 이 아이들에게 못 볼 것을 보일 수는 없으니." 하늘을 향해서 외쳤다. "거기 있느냐?" "존명!" 쩌렁쩌렁한 소리와 함께 수십 명이 산문을 넘어 날아들었다. 백색 복면의 사내들, 전설의 백야였다. 그들 중 넷은 커다란 가마를 들고 있었다. "모셔라." 백운혜와 장효란이 가마에 올랐다. 운룡은 차갑게 명령을 내렸다. "물러나라." "존명! 곧장 백가장으로 모시겠습니다." 백운혜와 장효란을 태운 가마가 하늘로 온전히 사라지자 운룡이 말했다. "정녕 하늘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해 주마. 그 대가는 죽음이다." 운룡은 참을 만큼 참았다. 아무리 막 나가는 집단이라 할지라도 중원 천지에 자신에게 이런 치욕적인 일을 벌일 자는 아무도 없었다. 천마신교의 주인이라는 천마도, 사파의 하늘이라는 사황도, 자신이 적이라 할지라도 항상 공손했다. 그들이 인정한 진정한 하늘이 운룡이기 때문이었다. 여인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아미파의 막 나가는 언행이 놀랍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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