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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의 고수 및 일황가 그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맞서는 주인공의 내용이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가의 내공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결말전까지 상품권으로 구매하여 계속해서 읽어볼 예정이다. 귀환지존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내용이며 궁금하다면 반드시 구매해서 읽어보길 바란다. 적어도 실망은 하지 않을테니 책을 추천하면서 리뷰를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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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룡에게 갑자기 우화등선의 기회가 찾아왔는데 하늘에 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찾은 가문이던가. 어떻게 맺은 인연이던가.' 운룡 스스로 하늘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린 것이다. 다시 기회가 찾아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운룡은 비록 우화등선은 하지 못했지만 경험할 수 있었다. 거의 마지막 순간에 돌아섰지만 이미 신의 영역에 한 발을 내디뎠다. 우화등선 중에 보았던 한 인물을 떠올렸다. 당금 무림을 암중에서 쥐고 흔드는 인물이 보였다. 모든 일의 원흉이나 다름없는 자를 세상과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적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자신이 이제는 확실히 상대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네 놈이 감히 나와 내 친인들을 건드리고 내가 사랑한 무림을 어지럽혔구나. 네 놈의 죄를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 물을 것이다." 화악! 고오오오오오! 운룡의 두 눈에서 혈광이 폭사했다. "기다려라. 네놈의 흉계. 내가 모조리 부셔주마. 나 일황의 이름으로 말이다." 결국 오랜 세월 중원을 괴롭혔던 주구들이 운룡의 손에 모두 제거되었다. 아직 원과 혈교의 잔당을 일망타진한 건 아니지만 구심점을 잃은 원과 혈교는 지리멸렬했다. 중원에 숨은 자들이 있겠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운룡을 대신해서 원무독이 모든 일의 중심에 앞장서 운룡의 제자들과 무림맹을 비롯한 중원세력을 이끌고 잔당 소탕을 벌였다. 운성 백가장 내원에 자리한 운학정에서 운룡은 남궁상아와 마화와 함께 다과를 들면서 오랫만에 여유로움을 찾았으나 백가장 문턱이 닳아 없어질 만큼 사람들이 몰려왔다.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부인이 된 두 여인을 데리고 훌쩍 떠날 입장도 아니라 운룡은 자신이 다시 은거를 한 것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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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라의 잔당 세력은 백 년 동안 중원 각지에 세작을 심어놓았다. 다시 백 년을 기다렸다간 신하들의 충성을 기대할 수 없었다. 너무 긴 세월 왕좌를 내려놓으면 변절자가 발생하게 된다. 내부 분열도 피할 수 없다. 원나라의 책사 태사는 동남동녀 일천씩을 준비해서 천도제를 지내 청양진인이 펼친 천기를 걷어내려고 금지술법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청성산에 오르면서 느꼈던 거대한 힘의 존재를 이제야 느낄 수 있었다. '동남동녀 일천으로 부족하면 만 명을 제물로 바칠 것이다. 그래도 안되면 십만 명이라도 제물로 삼을 것이다.' 중원에 드리워졌던 원나라의 잔당 세력과 혈교의 존재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거대세력이 돕지 않고서는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이 남기고 간 상처의 흔적은 너무도 깊었다. 문화유적이 대거 파괴되었고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수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으며 그들의 재물이 사라졌다. 곳곳에서 약탈과 방화가 일어났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자는 없었다. 힘없는 백성이 떠안아야 할 슬픔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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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는 망자의 세계가 있고, 산 자는 산 자의 세계가 있는 법이다. 인간의 형상을 지니고 있지만 혈강시들이 세상을 돌아다녀서 좋을 게 없었다. 살아 있어 봐야 인세에 해만 될 마물인 혈강시를 보면서 운룡은 마음을 굳혔다. 유리신검을 살며시 말아쥐면서 슬쩍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몸을 띄웠다. 슈욱! 한 줄기 가느다란 붉은 검강이 쏘아졌다. 운룡을 덮치려고 날아오른 혈강시들의 몸을 쓸고 지나갔다. 쩌저적쩍! 후두두두둑! 혈강시들의 몸에 가느다란 선이 그어지더니 쩍 갈라졌고 수십 구의 혈강시가 토막 나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설 노야는 쩍 벌어진 입을 닫지 못했다. 당금 무림에 누가 있어 이런 신위를 보일 수 있겠는가? 감히 어느 누가 이런 경이로운 광경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혈강시는 금강불괴에 가까운 신체를 지니고 있어서 병장기로는 자르기 쉽지 않고 강력한 내공과 시독마저 품고 있기에 곁에 다가갔다간 중독되어 죽을 것이다. 설 노야는 운룡과 혈강시의 싸움에 절로 이를 갈았다. 머릿 속에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한 인물이 떠올랐다. 너무도 강했기에 신으로 착각될 만큼 거대했던 그의 실력 앞에 무릎을 꿇었었다. '정작 두려운 존재가 지존이라는 것을 왜 의심했지?' 때늦은 후회에 몸이 떨렸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마음 속에서 누군가 외쳤다. 그저 운룡 곁에만 있었던들 그때의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온갖 만감이 교차했다. 설 노야는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부관에게 최후의 명령을 내렸다. "동귀어진을 시켜라! 혈강시를 폭파하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삐익, 삐이이이익! 부관이 품에서 작고 붉은 피리를 꺼내 불었다. 혈적에는 혈강시를 조종할 수 있는 기이한 힘이 담겨 있었다. 혈강시에 대해서라면 운룡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웅, 우우우웅! 운룡의 몸속에서 혈천강기가 거세게 요동쳤다. 혈기가 기이한 음향을 흘리며 혈도를 따라서 거침없이 나아갔다. 한 마리 용처럼 운룡의 전신 혈맥을 따라서 움직이는 혈천강기는 기이한 파장을 만들었다. 찌잉! 찌이이이잉! 자폭을 준비하며 운룡에게 몸을 날리던 혈강시들이 멈춰 섰다. 설 노야의 두 눈이 다시 커졌다. '혈교의 지존심공이 모든 것을 지배하리라.' 혈강시를 만드는 비급의 첫 장에 쓰여 있던 구절이었다. 혈적을 아무리 불며 명령을 내려 봐야 혈교의 지존심공이 펼쳐내는 소리를 넘어설 수 없었다. 운룡이 펼치고 있는 내공은 혈교의 지존심공이 분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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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백 세가 넘은 아픈 노인에게 억지로 일을 시키지는 않을 터인데 100살이 넘은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 백운혜가 아픈 몸으로 나무하러 갔다는 손녀 장효란의 말에 운룡의 작은 소망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당장 내 동생 운혜를 데려와라." 운룡의 분노를 잠재워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아미파의 몇몇 비구니가 산으로 달려갔다. 운룡은 과거 아미파의 실전된 비전 두 개를 찾아주었다. 아미파의 자랑이라는 두 신공을 아무런 조건 없이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돌려주었다. 그런데 그 인연이 지금 이 순간 물거품이 되고 있었다. 운룡은 서운함에 입을 열었다. "서운하구나. 장작을 해오는 일은 참을 수 있다. 그런데 백 세가 넘은 노파에게 내공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이유가 무엇이냐? 화장실 청소는 무엇이란 말이냐?" "그건 수련의 일종입니다. 백 세가 넘었어도 제자이니 당연히 윗선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특별대우를 받고 싶었다면 연락을 하셨어야지요. 아무런 말씀도 없으시다가 이제 와서 이러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장문인 월정사태는 오히려 운룡에게 화를 냈다. 기도 차지 않는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어긋난 인연이라면 바로 잡으면 되고 함께 하지 못하겠으면 떨쳐버리면 그만이지. 아무래도 아미와는 여기까지인가 보구나.' 따져서 묻고 싶었지만 상대할 가치가 없었다. 백운혜를 데리러 갔던 비구니들이 백운혜를 업고 나타났다. 운룡이 "이제 그만 가자꾸나. 사문에 졌다고 생각되는 빚이 있다면 이미 이 오라비가 오래 전에 갚았느니라. 그러니 훌훌 털어버리고 집으로 가자꾸나. 내가 아미에 돌려준 무공이 적지 않다. 아미의 물건이지만 내 소유이기도 한 무공이지. 짐은 따로 챙길 필요 없다. 사람을 보내서 가져오라 시키면 되니 말이다." 동생과 손녀를 데리고 물러서려고 하자 앞을 막는 이들이 있었다. "멈추세요. 아무리 일황님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의 무례를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아미파를 이처럼 옥보이다니. 모든 제자는 풍운진을 펼쳐라!" 사방에서 일갈과 함께 병장기를 뽑는 소리가 들렸다. 장문인과 오장로의 명령에 아미의 제자들이 넓게 포진하며 자세를 잡았다. 운룡은 주위를 둘러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문, 지금 무얼 하자는 것이냐?" "네놈이야말로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냐?" 장문인 월정사태가 일갈했다. 그녀에게서는 운룡에 대한 예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운룡은 주위에서 들리는 아미파 제자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아무리 무림지존이라 불리는 일황이지만 이 많은 인원을 혼자서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운룡은 장문인에게 말했다. "잠시 기다려라. 이 아이들에게 못 볼 것을 보일 수는 없으니." 하늘을 향해서 외쳤다. "거기 있느냐?" "존명!" 쩌렁쩌렁한 소리와 함께 수십 명이 산문을 넘어 날아들었다. 백색 복면의 사내들, 전설의 백야였다. 그들 중 넷은 커다란 가마를 들고 있었다. "모셔라." 백운혜와 장효란이 가마에 올랐다. 운룡은 차갑게 명령을 내렸다. "물러나라." "존명! 곧장 백가장으로 모시겠습니다." 백운혜와 장효란을 태운 가마가 하늘로 온전히 사라지자 운룡이 말했다. "정녕 하늘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해 주마. 그 대가는 죽음이다." 운룡은 참을 만큼 참았다. 아무리 막 나가는 집단이라 할지라도 중원 천지에 자신에게 이런 치욕적인 일을 벌일 자는 아무도 없었다. 천마신교의 주인이라는 천마도, 사파의 하늘이라는 사황도, 자신이 적이라 할지라도 항상 공손했다. 그들이 인정한 진정한 하늘이 운룡이기 때문이었다. 여인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아미파의 막 나가는 언행이 놀랍기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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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약이 없는 독의 중독으로 인해 운룡이 은거를 핑계 삼아 말없이 떠나야 했던 무림이었다. 자신을 중독시켰을지도 모르는 가장 유력한 존재가 제자인 양소태일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자신이 떠난 후 무림맹주 양소태는 운룡이 이룩한 모든 것을 부정했다. 자기 뜻에 맞는 이들을 요소요소에 심어 놓았다. 자연히 운룡에게 중용되던 측근들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양소태가 "사실 스승님께 서운합니다. 저 혼자 감당하기 너무 벅찹니다."라고 말했다. 운룡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무림맹주로 만들어주고 무공을 전수해 주었다. 무림 수호자라는 백야를 물려주었고, 대륙 오대상단의 금력에 버금가는 금력을 주었거늘 더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이냐?" "전부를 물려주시다니요? 저는 반쪽만 받았습니다. 그마저도 온전히 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받은 것은 백야뿐입니다. 상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창고는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운룡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기가 막혔다. 최소한 양소태는 자신에게 거짓을 고할 아이가 아니었다. 운룡은 걱정하지 않았고 자신이 남겨놓은 많은 안배를 믿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안배가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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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장은 마교와 무림맹 싸움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것을 못박았다. 게다가 마교를 찾아가서 둘의 싸움에 우리를 끼게 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마교 입장에서도 운성에서 가장 두려운 게 백가장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두터운 신망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다행히 운룡의 존재를 아는 이가 있는 것인지 자존심 강하다는 마교에서 오히려 감사하다며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는 말을 했다. 무림맹과 합의가 이루어지고 그날 오후 운성 중앙지역에 피바람이 불었다. 무림맹 소속 무사 삼백이 중앙에 위치한 마교 본거지를 급습했다. 여기에 구파에서 파견 나온 각파의 제자들과 장로들이 함께 했고 그 선두에 옥령진인이 있었다. 거의 무림맹은 모든 전력을 투입한 것이다. 그런데 일이 틀어졌다. 급습한 장원에는 마교인이 없었다. 그때 태극장이 마교의 손에 불타고 있다는 급보가 전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림맹 무사들이 태극장으로 향했다. 한참을 달려서 태극장까지 절반 정도 왔을 때였다. 푹푹푹. 서걱서걱서걱. 휘리리리리릭! 퍼퍼퍼퍼퍼퍽! 크아아아아악!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무림맹 무사들은 깜짝 놀랐다. 인파에 휩싸여서 앞만 보고 달리는데 옆구리를 찔리기도 하고 등 뒤에서 암기를 맞기도 했다. 비명에 병장기를 꺼내 들고 경계를 하려고 했지만 사람들의 비명과 함께 날카로운 칼이 날아와서 몸 여기저기를 난도질했다. 마교는 무림맹이 태극장을 구원하러 가는 길에 함정을 팠다.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정신을 분산시키고 기습을 한 것이다. 무림맹 무사들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혼돈마왕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 "명을 받듭니다. 쳐라!" 상인으로 변장한 자들이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르게 무기를 휘둘렀다. 여인네들과 어린아이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살겠다고 뛰어다니는 운성 백성들의 발버둥에 무림맹 무사들은 마음껏 병장기를 휘두르지 못했다. 마교는 혼란을 가중시키기라도 하려는지 백성들을 무림맹 무사들에게 몰아넣어 몰이사냥을 하면서 움직임을 봉인했다. 백성들 사이에 숨어든 마교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무기를 휘둘렀다. 어린아이를 무림맹 무사들에게 던지며 곧장 장검을 찔러 넣었다. 무림맹 무사들이 하나둘 죽음을 맞이했고 종국에는 마지막 남은 자까지 모두 쓰러졌다. 수백 명의 주검이 대로에 가득했다. 마교도가 아무 죄없는 백성들을 미끼로 이용했고 무림맹 무사 삼백이 죽었다는 동문대로의 참사가 일각이 되기도 전에 운성 전역에 퍼져 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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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이 백가장에 찾아와서 힘을 잃은 광사파와 마교를 찍어내자고 제안했지만 백가장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운룡은 백가장의 장주 백장원에게 광사파와 마교가 사라지면 거대한 돈뭉치인 운성이 조용해지기는 커녕 이권이 관련된 일이라 자칫하면 같은 정파끼리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 운룡의 말에 가문의 어른들이 회의를 거듭 했고 운룡의 말대로 다른 세력을 찍어내지 않는데 합의했다. 무림맹은 백가장이 시큰둥하자 대륙상단에 기거하는 검왕을 찾아갔지만 마찬가지로 거절당했다. 무림맹은 직접 움직였고, 이미 힘을 소진한 마교나 광사파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들이 운용하는 점포와 광산업자들을 겁박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이에 광사파에서는 힘의 대결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로 했다. 하지만 전력이 절단난 광사파는 서문대로의 절반이 넘는 상권을 무리맹에게 넘겨줘야 했다. 비록 오천황 중 셋이 살아남았지만 깊은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옥령진인의 검에 다시 깊은 상처를 입었다. 광사파는 순순히 자신들의 권리를 하나둘 배상금으로 무림맹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교는 이야기가 달랐다. 중앙지역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렇다 할 상점이라고는 백가서점이 자리 잡은 주위의 상점 몇 군데뿐이라 상대의 돈줄이 별 볼 일 없었다. 무림맹은 운성을 손아귀에 쥐기 위해 거침없이 백가장에 쳐들어와서 마교를 칠 수 있게 길을 터라고 강짜를 놓았다. 상대가 강짜를 놓는다고 그대로 따라줄 수는 없었다. 무언가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백가장은 마교와 무림맹 싸움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것을 못박았다. 더욱이 대담하게 마교를 찾아가서 둘의 싸움에 우리를 끼게 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마교 입장에서도 운성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백가장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두터운 신망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다행히 운룡의 존재를 아는 이가 있는 것인지 자존심 강하다는 마교에서 오히려 감사하다며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는 말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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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서럽게 우는 손녀의 모습에 검왕의 인상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감히 누가 자신의 손녀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단 말인가.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검왕은 경공을 펼쳐서 단숨에 운성의 백가서점으로 향했다. 운룡은 곽도경과 차를 마시고 있던 중에 검왕이 흥분해서 오고 있는 것을 알았다. 파밧! 그대로 창문을 뚫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동시에 쌍장을 교차하며 백가서점을 향해서 날아오는 거대한 검강을 쳐냈다. 팡! 콰콰콰쾅! 검왕이 운룡이 있는 삼 층 건물을 향해서 제왕검을 뽑아 들고 검강을 펼친 것이다. 검왕이 "창궁검대는 명을 받들라! 오늘 이 시간부로 백가장을 지상에서 지워라!" 천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명령이 떨어졌다. 어느새 창궁검대가 창왕을 따라왔는지 창궁검대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때 구경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노인이 나서더니 이내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검왕님! 소인은 백가장의 전대 가주인 백천기라 합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네놈들의 말은 더 들을 것도 없다. 감히 남궁세가를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다. 무얼 하는 것이냐? 어서 명을 따르지 않고!" "존명!"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한편, 운룡은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기분이 무척 나빴다. 자신의 후손이 남궁세가에게 무릎을 꿇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도경아... 저놈들 손 좀 봐줘라." 낮게 운룡이 읊조렸다. "존! 명!" 지존의 명령이 떨어지자 곽도경이 움직였다. 그 순간 백천기와 백가장의 식솔들을 향해 달려들던 창궁검대가 움칫하며 멈춰 섰다. 자신들의 좌측을 파고드는 강맹한 기운을 느낀 것이다. 창궁검대가 하나둘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검왕이 곽도경의 앞을 막아서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슈슈슉! "그만. 여기까지다." 푸캉! 청아한 소리와 함께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왕과 곽도경 사이에 희끗한 물체가 막아섰다. 뿌언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시야를 방해했지만 검왕은 볼 수 있었다. 그의 검을 막고 있는 투명한 검을 말이다. 무엇에 놀랐는지 검왕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어, 어떻게 그 분의..." 귓가로 들려오는 전음에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조용한 곳으로 옮겨서 회포 좀 풀어볼까?] 운룡의 전음에 검왕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운룡은 흙먼지가 가라앉기 전에 빼 든 유리신검을 팔 속으로 다시 집어넣었다. 검왕은 자신이 상대한 애송이가 운룡이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운룡이 휙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검왕 역시 인상을 와락 구기며 뒤를 따라야 했다. 남겨진 자들은 멍하니 사라진 둘을 보았고 창궁검대는 날뛰는 곽도경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야 했다. 백운산으로 자리를 옮긴 운룡과 검왕 남궁천은 할 말을 잃었다. 휘이이잉! 한 줄기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휘감고 지나갔다. 검왕도 환골탈태를 경험했다. 그러나 약간 젊어지는 정도였다. 그런데 운룡은 시간을 돌려 놓은 듯 변해 있었다. 분명히 전설에서 말하는 현경에 들어서 반로환동 했음이 틀림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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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라는 것들이 다수를 이용해서 압박이나 하고 절로 인상이 써질 일이었으나 운룡은 분란을 만들지 않고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일학신군 조증만은 무림맹 강서성 지부장 신분이고 백운룡은 일개 변방의 후예일 뿐이었다. 조증만은 처음엔 공명정대한 자였다. 그렇기에 운룡은 그에게 일학권을 전수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사람이 너무 변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증만은 과한 것을 요구했다. "듣자 하니 백가장은 백운산에 광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많이는 필요 없고 두세 개만 기부하면 어떻겠나. 동쪽에 있는 주 능선의 광산이 좋겠어." 운룡의 눈썹이 처음으로 꿈틀거렸다. 이대로 운룡이 화를 내거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불경죄를 들어서 날개를 꺾을 수 있다. 그래서 조증만은 주위에 고수들을 포진시켰다. 더불어 백가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남는 장사였다. '여기서 안 된다고 하면 놈이 생트집을 잡을 것이고 돌아가서 물어보고 오겠다면 결정권도 가지지 않은 애송이를 보냈다고 백가장을 공격할 지도 모르겠다고 운룡은 생각하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침 백가장 소유의 광산이 동쪽 주 능선에 세 개가 있습니다." 조증만이 "호오. 마침 잘 되었군. 요즘 무림맹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야. 운성의 치안을 맡으려면 무사들을 더 불러와야 하고 그들을 입히고 먹이려면 예산이 초과할 지도 모르겠군. 그걸 무림맹에 기부하게. 그럼 운성의 치안을 맡아줄테니. 이번 청탁은 내 들어줌세."라고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이미 과할 만큼 많은 무림맹 무사들이 운성에 들어와 있었고 그들은 할 일 없이 빈둥거리고 있다. 조증만은 운룡의 실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능구렁이인지... 운룡은 두 눈을 스르르 감고 생각에 잠긴 듯 시간을 끌었다. 불과 반다경도 흐르지 않았건만 조증만이 안달이라도 났는지 운룡을 몰아붙였다. "자러 온 것인가? 왜 대답이 없는 것이야?"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과연 어느 정도를 내어드려아 할지 말입니다." "크흠!" 조증만은 무안한지 헛기침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운룡은 눈을 감고 시간을 끌었다. 그렇게 일다경이 다시 흐르자 조증만이 참지 못하고 재차 운룡을 나무랐다. "자네가 생각하기에 내가 한가한 사람으로 보이나? 주기 싫어서 시간을 끄는 것이냐? 당장 정하거라. 줄 것인지 말 것인지." "너무 성급하시군요. 그래서야 일학권을 어떻게 익히셨는지 궁금합니다. 듣자하니 곤륜산의 흘러가는 운해를 보고 창안하신 절기가 일학권이고 하더군요. 그런데 구름이 빨리 흘러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혹시 들리는 소문이 사실은 아닌지 모르겠군요. 일학권을 창안한 사람은 따로 있다는 소문입니다. 누군가 전수한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사실입니까?" 쾅! 우지직! 조증만이 참지 못하고 다과상을 내려쳤다. 전각의 바닥이 우지직 갈라지면서 구멍이 뻥 뚫렸다. 그러나 지금은 뻥 뚫린 전각이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운룡의 입을 막아야 했다. 지금도 보는 눈이 많았다. 자신의 성명절기인 일학권은 스스로 창안한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었다. 자칫 다른 사람이 창안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끝장이었다. 평생을 쌓아온 명성에 큰 타격을 입을 일이었고 차마 얼굴을 들고 무림을 다닐 수 없을 것이다. '놈의 입을 막아야 해.'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운룡은 승리의 미소를 그렸다. '이놈아, 머리를 아무리 굴러봐라. 네 놈이 나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지. 고작 그따위 돌머리로 무림을 경영했던 자신을 상대하려 하다니' 결국 백가장 소유의 동쪽 주 능선의 광산 세 개 기부 상납건은 철회되었고 무림맹에서 보유한 일류 무공비급 다섯 권과 합격술, 영단을 받기로 결정됐다. 운룡이 알던 예전의 공명정대한 일학신군 조증만이 변했다는 것은 권력의 맛을 알게 되었다는 증거였다. 양소태에게 잘 보여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테니. 운룡은 일이 잘 처리되었는데도 입맛이 썼다. 너무도 혼탁한 세상에 사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 마음이 불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