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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 지음, 서해문집 간행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다. 근로자들의 주 52시간 근로 제한 규정은 곳곳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공기업에서는 법이 칼 같이 지켜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자회사가 수용하겠다고 찌라시는 떠들지만 실제 자회사의 설립 소식과 정규직원이 되었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끄럽게 떠들던 근로자들은 소리 소문도 없이 직장에서 사라졌다. 최저 임금은 지역별로 차등이 되면서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이 줄어들었다.
실적을 강조하던 윤석열 정권은 공기업도 실적이 좋으면 성과급을 더 줘도 좋다고 했다. 공기업의 급여는 이미 대기업의 급여와 같거나 그 이상이었다.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따지면 공기업이 월등하게 우월했다. 정년이 보장되고, 연장 근로 시 연장근로수당이 시퍼런 지폐로 지불되었다. 반면 대기업의 직원은 40대 중반을 넘겨 정년을 바라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아니 꿈꿀 수 있는 직원은 없진 않았지만 소수였다. 칼퇴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민간기업의 요구에 맞춘 친기업 윤석열 정권은 노동유연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사람을 새로 뽑기보다는 있는 직원을 활용하는 것이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기업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조중동이 나발을 불고 있다. 민간기업의 어느 곳도 공기업과 비교할 수 있는 곳이 없게 되었다. 민간기업의 근로자 중 절반 이상이 이미 갑종근로소득세의 면세점 이하였지만 그러한 통계는 어떤 종이 찌라시에도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세상은 조용히 끓고 있었다.
시작은 대학이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노동사회학)의 발언이 공명을 일으켰다. “공기업은, 예를 들면 고용 형태라든지 고용안정성이라든지 인격적 권리라든지 민주적 노사관계라든지 노동자 경영참가라든지 이런 쪽에서 모범 사용자가 되면 되는 것이지, 임금까지 높여줘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기업은 임금에서 모범 사용자가 돼선 안 된다. 다르게 보면 임금은 손해를 보는 게 사회적으로 형평성이 있다.”(175쪽) 정교수의 발언은 사실 2017년 이미 있었던 발언이었다.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 정교수의 발언은 부싯돌과 같았다. 노동시장에 석열이 정권은 이미 휘발유를 가득 부어 놓았다. 이걸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진보정당에서 떠들어 댔지만 그 말을 신뢰하는 시민들은 얼마 없었다. 늘 해대는 진부한 주장에 귀 기울이는 시민은 없었다. 그들은 공기업의 근로자도 근로자라며 공기업 직원들을 비판하지 못했다. 오히려 스피커가 단 하나라도 없었다면 더 일찍 점화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진보정당이라고 입만 나불대는 스피커는 소음만 키워 오히려 다른 소리를 못 듣게 했다.
정 교수의 발언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생활비 충당이 어려웠던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파업을 선언했다. 일하나 일하지 않으나 똑같이 어렵다는 현실인식이 공유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공동의 적으로 공기업을 찍었다. 하는 일이라고는 없는 것들이 비정규직원들을 관리한다는 핑계로 높은 연봉을 받는 것, 법의 보호를 누구보다 많이 받는다는 것, 시험을 통해 직원을 뽑는 것이 공정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불은 곧장 들불처럼, 태백산맥의 푄 바람을 탄 산불처럼 전국을 태웠다. 정권은 안절부절못했다. 민주화 투쟁이 아니라 생존투쟁이 전국적으로 번진 것을 처음 본 것이다. 대학생이 시작한 싸움이 고등학생으로 번졌다. 전국의 아르바이트 자리는 고등학생들도 많았다. 그들은 더욱 적극적이었고 그 주장은 극단적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의 주장을 비난할 수 없었다. 저임금 근로자들이 동조 파업을 시작했다. 호헌철폐를 주장했던 그 시절,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은 월급쟁이들이 동조하듯, 전국은 난리였다. 공기업만 고립이 되었다.
세상은 다시 정렬되었다. 윤석열 정권은 전 시민적인 반발에 공기업을 개선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즉각 실시한다고 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공기업의 급여는 전국 민간기업 급여 평균의 70%를 적용한다. 2. 공기업의 인건비 절감으로 인한 수익은 전액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데에만 사용할 수 있다. 3. 자회사는 공기업이 아니므로 2의 수익을 사용할 수 없다. 4. 위의 사항은 즉시 시행한다.
공기업 직원들이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기들만 오롯이 모였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이 지나 보이지 않았다. 떠들던 직원들은 조용히 보따리를 싸야 했고, 퇴직금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한 정년을 앞둔 직원들은 사표를 쓰기 시작했다. 다시 시민들이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사표는 규정 변경 후 3개월이 지난 후부터 수리하라.” 사직하기 직전 3개월의 평균임금을 적용하여 퇴직금을 주라는 주장이었고, 정부는 이 주장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혜원 기자의 글을 시사 in을 통해서 이미 봤지만, 책을 통해 다시 보면서 기자의 정확한 자료에 놀라고, 현실을 이해시키는 능력에 감탄하고, 인식을 넓히는 여유에 반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공감을 했다. 그래서 이런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걱정을 섞고, 그래선 안 된다는 의견을 알리기 위해 쓴 글이다.
이런 세상이 안 온다고 당신들은 어떻게 확신을 하시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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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 노동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산업화에 이어 민주화를 이룩한 대한민국. 87년 체제가 어언 40여 년을 맞이하려 하는 구닥다리 체제와 함께 우리의 노동 현장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다소 기업가들이 싫어할 만한 내용들과 더불어 우리의 노동 현실을 잘 나타낸 작품이라 하겠다. 우리의 노동이 평가절하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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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나 있는 직장인이다. 노동자라는 단어를 보거나 들어도 그게 내 이야기인 줄 몰랐다. 그런데도 은연중에 나는 내가 노동 취약 계층이라고 여겼다. 미디어에서 보는 노조는 대기업 노조가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중소기업 노동자가 낄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들과 비교하면 최저 임금을 조금 넘는 내 월급은 턱없이 적었고, 승진을 기대할 수 없는 유리천장 아래의 여성 노동자로서, 결혼이나 출산과 맞물리면 사실상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정규직 자리는 그저 불안하기만 했다. 은퇴 이후 미래에 대한 걱정은 나를 늘 고민하게 했다. 그건 언제나 나만의 문제였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어떤 기업에 다니고 있는지, 정규직인지 아닌 지가 아주 중요하다. 나도 내가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곤 했다. 그만큼 나 역시 기존의 안정된 지위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구조 안에 있었다. 2019년 톨게이트 수납원 해고 사건에서 수납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에 기존 도로공사 정규직들이 반대하면서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할 때,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득 그런 감정마저 사회 구조가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공감은 그 구조 안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사건들을 알게 될수록 ‘나도 누군가에게는 기득권일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에도 나는 지금의 생활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먼저 들었다. 최소의 생계조차 꾸리기 어려운 이들의 눈에는 나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게다가 이런 나의 모습과 생각의 이면에는 여전히 내가 가진 노동자로서의 어떤 취약성이 존재했다. 한 명의 노동자에게서도 기득권과 취약성은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노동자 내부에도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그렇기에 노사관계 또한 단순화할 수 없다. 옳고 그름보다는 서로의 위치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게 노동이었다. 한국 노동의 딜레마 중 호봉제 이야기도 그랬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직무급 도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연공급을 직무급으로 대체하려는 논의는 현재 그 제도의 이점을 누리고 있는 노동자들의 암묵적인 반대에 가로 막히고 있다. 나 역시 그 수혜를 누리고 있기에 직무급이 도입된다면 솔직하게 반갑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 늦게 입사한 사람이 나와 같은 임금을 받는다. 그렇다면 숙련된 노동자로서의 나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물론 시대가 변했기에 숙련도만으로 노동의 가치를 따질 수는 없다. 그러나 대표적인 비숙련 노동인 플랫폼 노동 역시 현실에서는 숙련의 차이가 존재한다. 배민 라이더, 쿠팡 물류센터, 카카오 대리 기사도 이미 그 현장에서 숙련된 이들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의 격차가 분명하게 있다. 그래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있는 그대로 주장하기에 이 문제는 복잡하다. 이런 유사한 문제들의 배경에는 공통된 이유가 있다. 노동은 노동자의 생활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쥔 것이 있을수록 그것을 내려놓기 어렵다. 노동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것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안정적이던 내 삶을 바꾸는 것이기도 하다. 이걸 순순히 받아들이기란 절대 쉽지 않다. 전혜원 작가가 던진 질문들은 노동자로서의 내 위치를 다시 바라보게 했다. 나는 어떤 문제에서는 기득권이었고, 어떤 문제에서는 취약한 사람이었다. 어떤 문제에서는 이미 당사자였고, 언젠가 시간이 흘러 다른 문제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어떤 노동 문제를 바라볼 때, 지금 그 문제를 겪고 있는 노동자만의 것이라고 여겨선 안 된다. 노동 문제에서 기득권과 취약 계층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이 구조는 오랜 시간 사회가 용인하며 만들어 온 것이다. 어느 쪽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에 변화 역시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나 문제의식은 뚜렷하다. 이미 개인의 선의나 행동만으로 변화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노동에는 공감과 연대가 필수적이다. 사회의 변화란 어떤 문제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다수의 공감과 연대를 끌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든 문제에서 당사자가 될 수 없지만 내가 당장 그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서 그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연대는 서로 다른 위치와 입장의 사람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잘 안다. 나조차도 내가 쥔 것을 놓기가 싫다. 그럼에도 그것들을 포기할 이유를 단순히 어려움에서 찾고 싶지는 않다. 내가 믿고 있던 정의가 그저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 정의는 지나치게 편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어도 나부터 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으려 한다. 내가 쥔 모든 걸 놓지는 못해도 서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정의가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할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이해에서 언젠가 큰 연대가 피어날 것이라 믿는다. 독후감 공모전에 제출했다가 당선되지 않아 뒤늦게 올려보는 장문 리뷰. #책리뷰 #노동문제 #연대 #플랫폼노동 #배달노동자 #배민라이더 #종속적자영업자 #배민라이더 #계약직 #노동에대해말하지않는것들 #서해문집 #전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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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직접 취재를 기반으로 하여 작성한 책이어서 그런지, 사실관계에 있어서 책의 서술이 매우 상세하고 자세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면 직접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불고하고, 현장의 묘사가 구체적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당시의 상황이 그대로 머리속에서 재현되어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식으로 노동현장을 통해서 우리사회가 현재 가지고 있는 비합리성을 접하게 됩니다.
사실 이런 사회적 불합리성과 문제점들을 다룬 책들을 읽고나면, 읽고 났어도 제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의 미비함으로 인해서 저 스스로가 도울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개인적인 바람으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은 편이긴 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서민의 한 사람으로써도 힘을 보탤 수 있는 일도 알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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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문집 출판사에서 출간된 전혜원 작가님의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리뷰입니다.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에 대해 자세하고 쉽게 풀어놓았고 자세히 모르고 있던 사례들을 알 수 있어 좋았고, 알고 있던 사례들에 대해선 더욱 깊은 통찰을 할 수 있었다. 노동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 생각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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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문집 출판사에서 출간된 전혜원 작가님의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리뷰. 전혜원 작가님이 직접 취재를 따러 다니며 책을 썻다는것이 체감이 된다. 지금 사회가 정상적으로 매끈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사이의 삐걱거림들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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