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자 선생님의 아프고 고단하고 의미있었던 모든 결핍이 내게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시간이었다.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책이었다. 나의 엄마가 떠올랐고, 내 삶을 밖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책이었다. 어렵고 외롭고 억울하고 어쩔 수 없었던 삶의 아픔들을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박수자 선생님이 존경스러웠다. 6개월 이상 모임을 같이 하며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쳐나는 우리 수자쌤.. 모든 날카로운 파편들이 모여 섬세하고 멋지고 당당한 삶을 만들어 나가셨구나 싶었다. 빨려들어가듯 읽은 산문집 안에는 내 엄마의 이야기가 있었고, 내 아빠의 이야기, 내 오빠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아팠고, 공감이 되었고, 쓰라렸다. 책을 읽으며 왠지 나의 엄마와 심리적 거리가 한 뼘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자쌤의 글들이 나의 엄마와 나의 심리적 거리를 이어주는 듯했다. 나에게는 나와 너무 닮았지만 너무 다른 성향의 엄마가 있다. 엄마를 사랑하고 존경하면서도 안타깝고 아쉽고 안쓰럽고 답답한 마음이 공존한다. 엄마가 겪었던 시대와 아픔과 상처를 얼마간 알고 있다. 그래서 엄마의 낮은 자존감도, 고지식함도, 고정관념도 이해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참고 견디고 맞춰드리며 살고 있다. 박수자 선생님이 늦깍이가 된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엄마의 당당함을 나는 내심 부러워하며 읽었다. 우리 엄마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늘 배우지 못하고 없이 살았던 데에서 유래한 일들로 나의 엄마는 위축되고 물러서고 회피하는 데 더 가까우셨다. 그리고 4남매를 낳고 시어머니를 평생 모시며 닥치는 대로 일하며 누군가의 딸로, 누군가의 누나로, 언니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일생을 살아가고 계시다. 82년생 김지영을 소설로 먼저 읽고 영화화가 되었을 때, 평소 잘 보지도 않던 영화를 예매해 언니와 함께 세 모녀가 나란히 영화를 보았었다. 영화 안에서 내 엄마의 인생이 많이 오버랩되었고 그래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엄마의 인생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위로하려는 90년생 딸의 작은 노력이었다. 내 엄마가 차라리 김수자 선생님의 엄마처럼 어떤 경우에도 뻔뻔하고 당당한 엄마였으면 어땠을까. 그러나 나의 엄마는 그래서 내 엄마이기도 하다. 닮고 싶고 따라가고 싶은 발자취도 있지만, 왠만하면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은 엄마의 그림자도 있다. 모녀 관계를 애증의 관계라고 하던가. 못다 이룬 엄마의 꿈과 채 꽃피우지 못했던 젊은 시절의 가능성들을 나에게서 찾으실 때, 가슴이 찌릿찌릿 먹먹하면서도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이해하면서도 이해하고 싶지 않을 그런 엄마의 모습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전이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누구보다 응원하고 누구보다 행복하기를 바라는 나의 엄마. 그 엄마를 향한 애틋한 시선을 붉게 물들여준 수자쌤께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우리 모녀의 징검다리가 되어주신 수자쌤, 감사드려요. 정말로요. 나도 『82년생 김지영』을 인상깊게 읽었고 보았다. 그걸 보고 난 뒤 '50년생 박수자' 책을 결심하고 써내신 결단력과 의지력이 너무나 멋졌다. 나도 언젠가 '90년생 김수정'의 이야기를 꿈꾸게 되었다. 수자쌤과 계속 책을 읽고 나누다 보면 언젠가는 내게도 책을 쓸 날이 금방 올 것 같은 소망이 구체화 되어 좋다. 얼른 나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엮어내고 싶다. "모든 결핍은 내게 힘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