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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내용보기
이제 겨우 서른다섯. 내 기준으로 말하자면 세상에 찌들기 시작했어도 이상을 간직하고 무슨 일이든 의욕적으로 도전해볼 만한 기개와 체력을 소유한 나이. 그러나 작가인 저자는 악성 뇌종양 진단과 함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 얼마나 가혹한 운명이란 말인가? 물론 엄밀하게는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이다. 가는데 순서가 없을 뿐, 그리고 그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을 뿐 끝은 반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내용보기

이제 겨우 서른다섯. 내 기준으로 말하자면 세상에 찌들기 시작했어도 이상을 간직하고 무슨 일이든 의욕적으로 도전해볼 만한 기개와 체력을 소유한 나이. 그러나 작가인 저자는 악성 뇌종양 진단과 함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 얼마나 가혹한 운명이란 말인가? 물론 엄밀하게는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이다. 가는데 순서가 없을 뿐, 그리고 그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을 뿐 끝은 반드시 있다. 갑자기 방문한 하데스로부터 너에게 주어진 수명은 대략 1년 정도의 시간이라는 통보를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남은 삶을 무얼하며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독서 하는 내내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대입했다. 저자의 말대로 살면서 어떤 순간이든 모든 것이 무너지거나 순간적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예고도 없이 어이없게 세상과 이별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나라고 예외일 순 없다. 질병과 사고로 가득한 현생에서 인간은 너무도 나약하며 장수는 일종의 복이다. 다만 저자가 후술하듯 그 사실을 아는 것과 그 일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하늘과 땅처럼 다른 일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앞두고 삶의 태도와 방식은 각자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저자의 사례는 분명 교훈이 될 수 있다. 물론 저자는 그런 의도로 글을 쓰지는 않았겠지만. 저자는 그저 남은 시간 동안 이제껏 살아왔던 대로 살기로 마음먹고 작가답게 글을 남긴 것이다. 전작들과 차이가 있다면 죽음을 앞에 두고, 아니 곁에 두고 끊임없이 죽음을 의식하며 성실하게 기록했다는 사실.

죽음 곁에서 철학자가 된 저자는 시간, 정직, 자아, 후회, 선택 등 몇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자신의 정제된 사색을 전개해 나간다. 치료 과정과 일상에 관한 서술도 있지만, 일부 내용으로 다뤄서 저자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이 아님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따라서 질병의 경과가 진행되면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통의 깊이는 가늠하기 어렵다. 대신 저자는 상태가 악화됨에 따라 심화되는 기억력 감퇴, 환각 증세, 인식 장애, 무기력증을 언급함으로써 정신적 측면에서의 상실에 주목하게 한다. 그 점을 염두 한다면 (죽음을 곁에 두고도) 저자의 사유와 감성, 필력이 매우 뛰어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마치 전쟁통에 저술했다는 스토아학파 사상가 마르쿠스 아울렐리우스명상록을 연상시킨다. 나라면, 이렇게 침착할 수 있을까 

 

죽음을 곁에 둔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으며 나와 닮은 점에서는 깊이 공감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그건 당신이 처한 극단적 상황이 당신의 판단의 명료함을 흐리게 한 거야.’라며 (마치 대화하듯) 반론의 마음을 표했다. 결과적으로 이 책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유사한 책의 다른 독후감에서 밝혔지만 종말 앞에서 명예욕에 눈이 멀어 거짓을 고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에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함 없이 저자 고유의 사색만이 담겨있다. 그리고 시한부라는 저자의 특수한 사연이 저자의 이야기를 허투루 듣지 않고 더욱 진지하게 귀 기울여주게 만든다. 참 반가운데, 참 고마운데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건 그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는 뜻이다. ‘죽음이 아니었음 만나지 못했을 이야기, ‘죽음이 이어준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기로 마음먹으며, 이 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소개 없이 그 몫을 다른 독자들에게 맡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1 2022.06.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