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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할 때도 이론이 일 때도 살아있다는 것은 느껴진다
"공감할 때도 이론이 일 때도 살아있다는 것은 느껴진다" 내용보기
예전에 칼럼은 몇몇 읽었는데 에세이는 다가서지 못했었다. 사실 기질적으로 다른이의 감상에 무딘 탓이기도 한듯 하다. 시처럼 함축적인 문장에는 공감하면서도 왜인지 장문의 토로 같은 에세이는 다가가기 그랬었다. 흙바람님의 리뷰를 읽고서 왜인지 이 에세이집에 끌려서 읽게 되었는데 장문의 서술에서도 시적 함축이 있을 수 있고 타인의 생에 대한 감상과 성찰에 공감할 때
"공감할 때도 이론이 일 때도 살아있다는 것은 느껴진다" 내용보기

예전에 칼럼은 몇몇 읽었는데 에세이는 다가서지 못했었다.

사실 기질적으로 다른이의 감상에 무딘 탓이기도 한듯 하다.

시처럼 함축적인 문장에는 공감하면서도

왜인지 장문의 토로 같은 에세이는 다가가기 그랬었다.

흙바람님의 리뷰를 읽고서 왜인지 이 에세이집에 끌려서 읽게 되었는데

장문의 서술에서도 시적 함축이 있을 수 있고

타인의 생에 대한 감상과 성찰에 공감할 때 그 감정의 폭이

신선함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내 감정에 무뎌있거나 내 감정에만 빠져 있을 때는

다른이의 감상과 성찰에 둔해진다. 

그러다 다른이의 감상에 귀기울이게 될 때 

살아있다는 것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집처럼 종종 다시 읽게 될 에세이집 같다.

 

 

 

k****t 2022.07.21. 신고 공감 8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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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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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여운을 늘이면서 먼 하늘을 바라보게 만들었던 그때 그 꽃이 30여 년의 세월을 타넘고 여기까지 날아왔다. 어린 마음들을 일없이 울먹이게 만들던 꽃, 바람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별이 돋듯 툭툭 불거지던 꽃, 봉선화도 백일홍도 다 지고 난 후 걱정 말라는 듯 피던 꽃, 과부와 항렬자가 같아선지 곁에 서 있으면 무언지 자꾸만 애틋해지던 그 꽃, 이놈이 주워온 바구니 안에 올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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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여운을 늘이면서 먼 하늘을 바라보게 만들었던 그때 그 꽃이 30여 년의 세월을 타넘고 여기까지 날아왔다. 어린 마음들을 일없이 울먹이게 만들던 꽃, 바람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별이 돋듯 툭툭 불거지던 꽃, 봉선화도 백일홍도 다 지고 난 후 걱정 말라는 듯 피던 꽃, 과부와 항렬자가 같아선지 곁에 서 있으면 무언지 자꾸만 애틋해지던 그 꽃, 이놈이 주워온 바구니 안에 올가을 이토록 정확하게 착지했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압축하듯 정교하고 사연 많은 얼굴을 쳐들고 날 마주 본다. (과꽃이 피었다) 

동요란 그것을 부르는 어린 시절보다 오히려 그 시절을 까마득히 떠난 후의 어느 팍팍한 날을 위한 노래다. 그 예술가들은 아이들이 보물을 알아챌 수 있는 이들이 되기까지 몇 십 년을 아무 말 없이 기꺼이 기다릴 것을 생각하고 우리에게 노래를 지어준 것이다. (발자국)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 피며 맞이한 봄이 가고, 마가목의 흰 꽃이 피는 초여름을 맞이한다. 짧은 봄, 지독한 황사에 얼룩진 서울의 봄이었다. 누구는 이제 봄이 없다고도 머리를 흔들지만, 나는 꽃과 함께 계절을 정돈한다. 꽃과 나무에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과 함께 나는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을 기억하고 정리한다. 또박또박 삶의 이름을 적어놓는다. (나무의 이름)

k****6 2022.10.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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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고 따뜻한 아침, 노랗고 초록인 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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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깊숙이 햇살이 들어오는 아침이다. 창문처럼 네모지게 들어온 볕이 거실 바닥에 담요처럼 깔려있다. 그 위로 탁자에 놓인 화초의 그림자가 제 몸보다 몇 배는 길게 눕는다. 담요에 무늬가 생긴다.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자 찻잔에서 올라오는 김이 고불고불 연하디연한 회색 그림자로 무늬를 더한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던 차의 기운을 햇빛이 잡아 보여준다. 만지면 형체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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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깊숙이 햇살이 들어오는 아침이다. 창문처럼 네모지게 들어온 볕이 거실 바닥에 담요처럼 깔려있다. 그 위로 탁자에 놓인 화초의 그림자가 제 몸보다 몇 배는 길게 눕는다. 담요에 무늬가 생긴다.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자 찻잔에서 올라오는 김이 고불고불 연하디연한 회색 그림자로 무늬를 더한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던 차의 기운을 햇빛이 잡아 보여준다. 만지면 형체가 없지만 따뜻고 이쁜 그 속에 들어가 앉는다.

이렇게 볕이 좋은 거실 바닥에서 책을 읽는다. 책을 펼친다. 책이 환해진다. 책 제목이 ‘탱자’ 다. ‘봄날의책’이라는 출판사에서 엮은 한국산문집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오규원’의 탱자나무 아래 같이 쪼그리고 앉아 손안에 꼭 쥐어지는 노란 탱자 알의 단단함도 같이 느껴보고, ‘김서령’의 과꽃에 일없이 같이 울먹이고, ‘오정희’가 태우는 낙엽 연기가 풍겨 나와 거실 바닥에서 뒹굴며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내 옷자락에 스며 아, 가을 냄새도 맡게 된다.

그뿐 아니라 ‘권정생’의 가여운 둘째 형님, 목생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겨울 교도소의 싸늘한 냉기 속에서 자신의 숨결로 몸을 데우며 봄을 기다리는 ‘신영복’의 날카롭게 빛나는 눈빛도 볼 수 있다. 또 ‘백석’의 바닷가에서는 주춤거리는 개들과 바닷가의 제사장인 가마구들과 바다에서 태어난 아이들 때문에 괜히 쓸쓸해진다. 이 책은 ‘오규원’이 한국 문학사상 가장 빛나는 에세이라고 하는 ‘이상’의 ‘산촌여정’으로 끝을 맺는다.

시인과 소설가와 사진가와 음악가 등등의 산문이 고루 실린 이 책에서 내가 읽고 또 읽은 한 편의 글이 있는데 엮은이의 글이다. 이 글은 두툼한 한지의 촉감이 들어있는 표지 종이와 직접 본 적 없는 탱자의 푸른 가시를 연상시키는 단단한 초록 활자와 가장 잘 어울린다. ‘당신께, 탱자를 드립니다‘로 끝나는 엮은이 ‘박미경’의 글을 읽자 샛노랗고 동그란 시금하고 향기로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탱자 한 알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책상 끝에 남아있는 햇살 위에 탱자를 놓듯 책을 올려두어야겠다.




h***7 2022.01.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