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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밀어내야 했던 모든 이를 위한 친절한 위로
"사랑을 밀어내야 했던 모든 이를 위한 친절한 위로" 내용보기
E. M. 포스터가 자신의 사랑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그린 소설 [모리스]를 읽기 시작한 게 2008년 5월 쯤이다. 다 읽어낸 건, 거의 10년이 지난 2017년. 동성애가 범죄로 처벌되던 20세기 초 영국에서 포스터는 자기혐오와 수치심과 욕망의 지독한 갈등을 감내하며 자신을 직시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런 자기의 모습을 글로 남겼다. 그의 고백을 읽던 나는 가히 잔인하고도 투명한 솔직
"사랑을 밀어내야 했던 모든 이를 위한 친절한 위로" 내용보기
E. M. 포스터가 자신의 사랑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그린 소설 [모리스]를 읽기 시작한 게 2008년 5월 쯤이다. 다 읽어낸 건, 거의 10년이 지난 2017년. 동성애가 범죄로 처벌되던 20세기 초 영국에서 포스터는 자기혐오와 수치심과 욕망의 지독한 갈등을 감내하며 자신을 직시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런 자기의 모습을 글로 남겼다. 그의 고백을 읽던 나는 가히 잔인하고도 투명한 솔직함에 질려 책을 덮어 멀리 밀어버렸다. 숨이 가빠 도저히 더 읽을 수 없었다. 몇 년 후에 비로소 [모리스]를 완독하고선 너무 홀가분하고 벅찼다. 먼 시간, 먼 곳의 친구에게 위로받은 기분이랄까.

넷플릭스에서 [수리남]을 재밌게 보고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은 심드렁히 보고난 뒤, 도통 볼 게 없어 이거저거 눌러보다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을 재생했다. "주인공들 자알 생깄네~야한 장면 볼만 하겠다" 했다. 영화를 다 본 후, 숨 쉬기 힘들어 베개에 이마를 얹고 잔뜩 웅크렸다.

1996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내 최애 배우 '게리 올드만'을 알아주는 친구를 만났다. 가족관계나 학교 생활에서 불안에 시달리던 그와 나는 영화를 통해 현실을 회피한다는 공통점에 금세 가까워졌다. 그를 '동족'이라 불렀다. 그도 날 그렇게 여기는 것 같았다. 뭇 어른들을 따라 동성애를 혐오했던 나는 자책감에 시달렸던 것 같다. 여고에서 여자들 사이 유사연애는 흔하여서 눈치볼 필요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내가 남자가 아닌 게 섭섭했다. 목소리를 굵게 가다듬고 몸짓을 과장하고 크게 웃으며 남자처럼 되려했다. 난 사랑하면서 완전히 변했다. 그러나 그를 만나고 15개월만에 내 세상은 저 깊은 땅속으로 붕괴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났다.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속 버디는 영화감독이 되려했던 내 친구와 닮았다.(버디는 예쁘고 나의 희야는 못 생겼지만!) 거리에 흔히 보이던 영화광고 포스터를 떼어 돌돌 말아 품에 숨기곤 했다. 엉덩이가 얼얼하도록 영화 몇 편을 연달아 봤다. 길을 걷다 문득 공중전화에 들러 내게 전화했고, 서로 말하다 가진 동전이 다 떨어지면 그대로 끊겼다. 그가 알려준 삐삐번호로는 연락하지 않았다. 너무 낯선 신문물이라 싫었다. 함께 말랑한 케이스에 든 디스를 피우며 웃었다. 손 잡고 걷고 뛰다 사람 없는 어느 구석에 앉아 밤새 말없이 나란히 기대 있었다. 하지만 치기어린 방황을 끝내고 사회 주류에 들고 싶던 난, 언제부턴가 그를 노려보며 힐난하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기운 우리의 세계 바깥으로 내가 튀어나왔건만, 나 아닌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고 오래 알아온 남사친과는 진짜 연애를 시작한 희야가 너무 미웠다. 그를 괴롭혔다. 여전히 그를 원하면서도. 어리고 멍청했기에 표현은 거칠고 서툴렀다. 집안의 불화까지 겪으며 무겁게 침잠하던 그를 내 눈은 알아채지 못했다. 그가 스스로를 죽이는 순간까지도.

영화를 보며 나 개인의 경험을 선명히 떠올리게 되는 여러 장면에 가슴이 미어졌다. 하지만, 난 아한처럼 스스로에게 솔직하지는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도 몰랐다. 희야가 내게 어떤 감정을 가졌던지는 기억나지 않고, 이젠 그날의 무엇도 단언할 수 없다. 영화와 달리 내 사랑은 애진작에 파탄나 버렸으니, 씁쓸히 웃을 뿐이다. 직시했어야 했다. 솔직했어야 했다. 견뎠어야 했다. 그의 고뇌를 알아차려야 했다. 아한처럼. 버디처럼. 아이고....씨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란다. 내 존경하는 친구 E. M. 포스터는 이미 죽었어도 든든한데, 이제 산 사람에게도 위로 받게 됐구나 . 날 이해해줄 친구를 한 명 더 알았다! 이렇게 드러나는 한 명이 있으니, 진짜 만날 수도 알아볼 수도 없지만 서로에게 공감하고 위로가 될 사람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그 사실만으로 가슴이 부푼다. 울음이 비져나와도 벅차다. 영화는 시간의 제약으로 많이 압축됐으나 소설은 더 많은 걸 풀어 보여준다. 영화도 소설도 몇 번 다시 보았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사랑을 밀어내야 했던 모든 나의 동족에게 이 위대하고도 친절한 위로가 가닿으면 좋겠다. 우린 여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 남자를 사랑하지도 않는다. '사람'을 사랑하는 거다. 사랑할 만한 사람을 만나고 보니 동성이라면 뭐 어쩌겠는가. 솔직해야지.

온몸으로 거세게 몰아치는 깨달음과 회한으로 잠들기 힘들다. 진실된 사랑의 이야기를 보고난 후, 내가 '사랑'이라 믿은 것은 진실하지 못했기에 '집착'이었음을 안타까움에 허덕이면서도 인정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치열하게 살아내고 싶어진다. 사랑하고 싶어진다. 이 작품을 알게 되어 너무 다행이다.



k*****i 2022.10.29.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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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내용보기
어째 요즘은 영상화로 먼저 작품들을 만나고 나서 그 이후에 원작을 감상하게 되는 듯하다. 보아하니 딱히 기분탓은 아닌 것 같고 어찌 되었든 그런 이야기는 내 마음에 새겨지는 작품들을 여러번 만나게 되었다는 얘기니 비단 나쁜 소식은 아닐 것이다. 작중 배경 때는 1987년, 갓 계엄령이 해제된 대만을 바탕으로 펼쳐지고 있다. 지금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실시하고 굉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내용보기
어째 요즘은 영상화로 먼저 작품들을 만나고 나서 그 이후에 원작을 감상하게 되는 듯하다. 보아하니 딱히 기분탓은 아닌 것 같고 어찌 되었든 그런 이야기는 내 마음에 새겨지는 작품들을 여러번 만나게 되었다는 얘기니 비단 나쁜 소식은 아닐 것이다. 작중 배경 때는 1987년, 갓 계엄령이 해제된 대만을 바탕으로 펼쳐지고 있다. 지금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실시하고 굉장히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곳이지만 당시만 해도 상당히 굳어있는 상태였던 그 시절 대만에 같은 급우 사이인 자한과 버디는 사랑에 빠진다. 용납받을 수 없을 것이 뻔한 감정에 서로는 강렬한 고뇌에 빠지고 결국에는 폭발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시대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다가 시간이 흐르고, 둘은 과거를 회상하며 다시끔 마주하게 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a*********5 2024.01.0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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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내용보기
디 퍼 저의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리뷰입니다~ 이 소설은 사실 지나치듯 본 영화에 꽂혀 구매하게 된 작품입니다~ 평소 퀴어영화는 취향이 아닌데 이 영화가 굉장히 평이 좋더라구요~ 평소 영화를 본 후 원작소설이 있으면 찾아보는 편인데 이 책은 반대로 영화가 먼저고 그 영화를 토대로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더 흥미가 감~ 사실 영화는 지나치듯 본거라 이 소설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내용보기
디 퍼 저의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리뷰입니다~ 이 소설은 사실 지나치듯 본 영화에 꽂혀 구매하게 된 작품입니다~ 평소 퀴어영화는 취향이 아닌데 이 영화가 굉장히 평이 좋더라구요~ 평소 영화를 본 후 원작소설이 있으면 찾아보는 편인데 이 책은 반대로 영화가 먼저고 그 영화를 토대로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더 흥미가 감~ 사실 영화는 지나치듯 본거라 이 소설을 읽으며 나만의 자한과 버디를 상상하며 읽었네요~ ^^
YES마니아 : 플래티넘 y***i 2024.12.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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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마음에 새겨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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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영화를 인상깊게 봐서 원작소설도 구매했습니다. 영화도 너무 좋았지만 그래도 확실히 대사나 상황적인 설명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 원작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좋았습니다. 중화권소설이 의외로 감성적인 분위기가 있는듯해서 다른 작품도 기대되네요
"네마음에 새겨진 이름 " 내용보기
동명의 영화를 인상깊게 봐서 원작소설도 구매했습니다. 영화도 너무 좋았지만 그래도 확실히 대사나 상황적인 설명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 원작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좋았습니다. 중화권소설이 의외로 감성적인 분위기가 있는듯해서 다른 작품도 기대되네요
YES마니아 : 플래티넘 9******5 2024.10.01. 신고 공감 1 댓글 0